된장녀를 말하다 (이화이언 펌)

엄지공주2006.09.15
조회2,676

된장녀를 말하다 (이화이언 펌)

된장녀가 뭐지?



 된장녀. 논란이 되고 있는 된장녀의 시발점이 된 인터넷에서도 과연 된장녀가 정확히 어떤 사람을 뜻하느냐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된장녀의 하루’라는 글을 통해 된장녀란 이런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닐까 지레짐작할 뿐이다. 윗 글에서 된장녀의 특징으로 거론된 몇 가지를 말하자면 이렇다.



1) 스타벅스와 같은 카페에 가기를 즐기고, 그 곳에서 우월의식을 느낀다.

2) 패밀리 레스토랑의 음식들을 먹기 전에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다.

3) 명품가방을 맨다.

4) 돈 많고 잘생긴 소위 ‘잘 나가는 남성’이 아니면 만나려 하지 않는다.



어째서 ‘된장녀’인가?



‘된장녀’라는 단어가 나온 배경은 크게 3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1) ‘스타벅스 커피를 즐기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봤자 너는 된장(토종)이다’라는 뜻에서 나왔다는 설.

2) 인터넷상에서 ‘젠장’이라는 욕을 ‘된장’으로 바꾸어 쓰다가 ‘된장녀’란 단어가 나왔다는 설.

3)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 한다’라는 속담에서 된장을 쓰게 되었다는 설.



 당신이 생각하는 된장녀는?



이○○(26.대학생.군필자) 

인터넷에 거론된 된장녀의 특징을 봤다. 하지만 주위에서 부분적인 특징을 가진 여자는 본 적 있어도 그 모든 특징을 가진 전형적인 된장녀를 본 적이 없다. 된장녀의 하루라는 글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은 된장녀들이 모이면 한 끼 식사에 복학생 5일치 식비가 날아가고, 5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맛도 모르면서 마신다는 부분이었다. 남자인 내가 생각해도 다른 남학생들은 술 마시는 데 꽤 많은 돈을 쓰면서 왜 그걸 욕하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여자만의 공간이 너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21.여.대학생) 



인터넷에서 떠도는 '된장녀'가 존재는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여성은 극소수이고 그런 특징을 단순히 여자만의 특징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잘못이다.



김○○(21.여.대학생) 



주위에 된장녀라고 불릴 만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내가 보기에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된장녀는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스타벅스, 아웃백을 가고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여자. 두 번째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서 자신의 허영을 충족시키길 바라는 여자. 전자의 경우, 커피를 마신다는 건 단순한 취향일 수 있고 외모에 신경쓰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특별히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니므로 비난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후자의 경우 여성 중에 소수만이 이 타입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생’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비난 받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된장녀 문제는 첫 번째 부류의 여성까지 두 번째 부류의 여성으로 어림짐작한다는 데 있다.  커피를 마시고 외모를 가꾸며 생활을 ‘즐기는’ 여성 모두가 남자에게 ‘기생’하려 하진 않는다.



김○○(26.대학생.군필자)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터놓고 얘기할 공간이 드물다. 남과 얘기 나누기를 즐기는 소위 '아낙네 문화'를 이어온 우리나라의 여성들이 스타벅스나 아웃백을 자주 찾는 것도 어쩌면 공간적 한계가 빚어낸 현상일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소비생활을 하고 있으며 단지 액수나 성향 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포장돼 된장녀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종의 판타^^까. 재밌는 상상을 해보자면 이번 논란은 된장녀를 여자 친구로 두었으나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한 남자로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열등감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이 더 자주 표현하려 들기 때문이다. 현시대의 주류는 소비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여대생이기에 그들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타벅스는 감성의 마케팅이라는 수식어를 자랑했으나 지금은 그곳의 커피를 사 먹는 사실만으로도 타인의 입방아에 오르지 않는가. 마케팅의 대상으로 여대생이 선택된 것이지 그들의 소비 행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이번 논쟁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된장녀 논란 속에 담긴 사회 문제의 개별적인 측면에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원○○(22.대학생.군 미필자)



 된장녀는 단지 극단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불과하다. 내 주위에는 아주 가끔씩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거나 용돈을 아끼고 아껴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된장인'이 아닌 '된장녀'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적이었던 여성들이 점차 소비의 주체로 성장했음에도 불구, '남성은 경제적 능력이 되니까 소비를 하지만 여성은 그럴 능력도 없으면서 이리저리 돈을 쓴다'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된장녀의 특징을 가진 대상을 여대생으로 그리면서 그 속에 이대생을 논란의 중심에 놓은 것은 이화여대가 가진 전통적인 이미지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속으로는 부러워하면서 겉으로는 헐뜯는, 쉽게 말해 열등의식의 표현인 것 같다.


 

서○○(26.대학생.군필자)



 솔직히 군대에서 고생하고 제대와 동시에 취업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민망해지는 나를 보면, 자신의 생활을 즐길 여유가 있는 여성들에게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군대도 다녀왔는데 부모님께 손 벌리는 건 너무 한심하다는 시선이 많지 않은가. 그렇지만 취업을 위해 한창 공부해야할 시기이기 때문에 돈 벌 시간을 내기조차 어렵다. 솔직히 된장녀가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진 않지만 인터넷에서 접하는 된장녀를 보면 부모님 혹은 남자친구의 돈으로 사치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듯했다. 자신의 생활을 즐길 여유가 있다는 점은 부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자신의 능력보다 과한 소비생활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성들이 군대에 가 있는 남성들이나 막 제대한 복학생들을 비웃음의 대상 혹은 비호감으로 표현할 때가 있는데, 남성들이 군대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편견으로 비하하는 듯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나 또한 군필자이고 스스로 원해서 군대를 간 것은 아니었지만 매우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산점 제도가 없어지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단지 그러한 이유 때문에 된장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보다 과도한 소비를 일삼는 몇몇 여성들의 사치 때문에 비난하게 되는 것 같다. 



안○○(21.여.대학생)



 같은 여자로서 된장녀에 대해 비판적인 편이나 심각한 문제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만 남자에 비해 여자가 좀 더 주목받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에 몰리는 것이다. 이번 논란도 성형문제나 외모지상주의와 같이 여성을 주 타겟으로 한 사회문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29.여.직장인)



 된장녀가 무엇을 뜻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업무에 치여 의도치 않게 세상사에 무심하게 될 때가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짚어보자면 그것은 그저 트렌드에 불과한 것 같다. 스타벅스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먹고 즐기며 굳이 사진으로까지 남겨놓으려 하는 것은 자기 의지가 아닌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 번 따라해 볼까 하는 심리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개인 홈페이지가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좀 더 보편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닌가 싶다.



왜 된장녀가 논란이 되는가?



 된장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그 문제의 원인에 대한 많은 의견들이 개인 사이트며 다양한 전문가의 입을 통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여러 사이트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된장녀 논란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된장녀는 '역차별'로 인한 남성들의 반란

‘된장녀’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대립구도로도 진행되고 있다는 데 주목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 역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된장녀’를 문제 삼는 남성들의 생각이다. 한국 남성들의 경우 한창 세상을 즐겨야 할 20대에 2년이라는 기간을 군대에서 보내게 된다. 군대를 다녀오면 이미 여자 동기들은 취직해있고, 학업에 열중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군 가산점도 폐지되니 남성들은 ‘역차별’을 실감하게 된다. 이런 불만을 사회에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대조되는 상황의 이성에게 터뜨렸다는 것이 ‘된장녀 논란’의 실상이다.


 

 2) 된장녀는 여성들의 새로운 소비형태의 잘못된 부각

된장녀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시작됐다. 예전에는 남성이 돈을 벌고 여성이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돈을 버는 사람이 소비의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 돈을 벌지 못하는 여성들은 자연 소비사회에서 제외돼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소비도 증가하게 되면서 여성들의 취향과 소비가 사회에 드러나게 됐다. 기존에 소비의 중심에서 제외돼 있던 여성이 소비의 주체가 되자 그에 익숙지 못한 남성들이 ‘소비하는 여성은 허영과 사치를 일삼는 여성’이라는 이전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명품 가방을 맨다는 '된장녀'의 속성은 잘 생각해 보면 남성들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더 좋은 차를 갖고 싶어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유독 그 문제가 여성에게만 집중되는 것에 대해선 생각해 볼 여지가 있겠다. 왜 '된장인'이 아닌 '된장녀'인가.



 비록 개인이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된장녀의 특징을 가진 여대생들은 우리 사회에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 다만 인터넷이라는 문화의 축이 몇몇 여대생들의 극단적인 이미지를 보편화시켜 된장녀라는 가상의 인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어쩌면 전형적인 된장녀의 모습을 한 여성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가상의 대상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