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기다려지는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고... 이러다 연애는 언제 하려는지. 쿨럭.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에도 봄바람에 옆구리가 설렁한 건 어쩔 수가 없군요. ====================== 애인 급구 (퍼억)============================= 그날 밤. 회계 - 김양아~~ 김양 - 아, 씨! 절루 좀 가~!! 회계 - 아이~ 김양아~~. 김양 - 나 지금 머리 아프단 말이야! 공개프로포즈 이후 회계는 그림자처럼 김양을 따라다니며 느끼한 애교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김양도 그런 회계가 마냥 싫지는 않은지 예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박군 - 하하하, 김양 누나~. 김양 - 넌 꺼져, 병신아. =퍼억!= 괜히 망둥이 뛴다고 따라 뛰는 박군에게 바로 브라질리안 하이킥을 날리는 걸 보면 그 변화는 명백하다. 극심한 흡연 욕구에 빠져있던 김양이 극단의 조치로 중독의 수렁에서 벗어나오고 이제 남은 건.... 연출 - 고기.... 고기 고기 고기~!!! 육식동물의 본능을 떨치지 못하는 연출. 그가 히스테릭한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버킷 안에 있는 토끼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공포에 몸을 흠칫 떨었다. 한나 - 근처에 오기만 해봐요! 확 물어버릴 테니까! 점점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연출의 반응에 한나와 김씨 허씨가 아예 버킷을 지키고 앉았다. 김씨 - 아무렴, 생명을 소중히 해야지. 허씨 -예수님이 파리 목숨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하셨어. 김씨 - 부처님 아닌가? 허씨 - ..... 코란에 나온 말 같기도 하고? 김씨 - 오~ 알라~. ...... 사실 한나를 제외한 두 사람은 토끼 때문에 앉아있는 것 같지가 않다. 어찌됐건 한나의 뜻이 김씨 허씨의 뜻인 지금 둘의 막강한 무력 앞에 가로막힌 연출은 끊임없이 창고와 거실을 오가며 자원 탐사를 계속할 뿐이었다. 오전부터 수차례 계속된 탐색에도 원하는 고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연출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성과가 종종 나온 덕에 사람들은 그를 말리지 않았다. 어깨 - 역시 통조림은 후르츠칵테일이야. 덩치 - 난 황도가 더 맛있던데. 박군 - 참치도 고기라면 고기 아닌가? 연출 - 생선 따위는 고기라고 할 수 없어~!! 결정적인 참치의 등장으로 처음보다 제법 풍족해진 식단. 그 쏠쏠한 재미에 빠진 박군 일당도 연출과 더불어 탐색을 계속하고 있다. 연출 - 다시 간다!! 박군 - .... 이제 찾을 덴 다 찾지 않았어요? 연출 - 원래 등잔 밑이 어둡다고, 기초부터 다시 가는 거야! 이미 제법 늦은 시각, 연출 일행은 오늘의 마지막 탐사에 나섰다. 거실에 모여 앉은 나머지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방법대로 하루의 끝을 정리했다. 김양 - 아우.... 속 메슥거려. 회계 - 그러게....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해. 김양 - 그게 다 너 때문...!! 아니다... 됐다. 회계 - ....왜, 또 장풍 쏘려고? 김양 - 그 얘긴 그만!! 김양은 환각 상태의 기억이 남아있는 듯 =장풍= 이나 =세일러문= 이야기가 나오면 정색을 하고 덤벼든다. ..... 나 같아도 진짜 쪽팔릴 것 같다. 김씨 - 한나야, 내일 요 앞 봉우리에 안 가볼래? 허씨 - 맞다, 경치 정~말 좋던데. 한나 - 에이.... 이 눈 속에 거길 어떻게 올라가요? 오빠들이야 금방 뛰어올라가겠지만.... 허씨 - 아냐~ 별로 안 힘들어, 금방인 걸. 김씨 - 맞아, 힘들면 우리가 업어줄게. 김씨 브라더스는 MT 기간 동안 한나와 제법 친해졌는지 어느새 말을 놓고 있다. 한나 - 음..... 어떻게 할까? 언니는 어떻게 할래요? 민아 - 응? 나? 아..... 그게..... 한나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날 돌아보는 민아. 어차피 이곳에 있어봐야 달리 할 일은 없지만 이 눈밭을 헤집고 다니기엔 민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 기억 - 공주님이 가신다면야 가야겠지만..... 아직은 쉬는 쪽이 낫지 않겠어? 민아 - 응... 아잇?! 기억아~! 한나 - 킥... 그녀는 내가 공주라고 부를 때마다 난처한 얼굴로 어깨를 때리지만 그녀를 부르는 가장 좋은 호칭은 공주 같다. =민아= 혹은 =너= 라고 부르기에 그녀는 너무나 소중하니까. 민아 - 정말.... 다들 있는데서... 김씨 - 왜? 보기 좋기만 한데..... 허씨 - 이 기회에 한나도 공주님 하는 게 어때? 공주 동생이니까 작은 공주... 아, 그러기엔 너무 큰가? 한나 - 커요? 뭐가요? 허씨 - 그야 당연히 가ㅅ.... 아아아아니!! 그냥 키라든가 이 전체적인 구조 자체가.... 김씨 - 하하핫!! 허씨 제대로 걸렸는데? 허씨 - 내내내내내가 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말까지 더듬는 허씨. 과연 한나..... 요주의 인물이다. ..... 오히려 거기 걸려든 허씨가 굉장한 건가? 그렇게 내일의 할일은 미정으로 남겨둔 채 우린 거실에 앉아 다른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평소 일상에서 지난 추억 이야기까지... 허씨 - 난 어렸을 때 할아버지 댁에서 컸어. 무진장 시골 산구석에 있는데.... 아마 동네 다 합쳐도 우리 학교보다 작을 걸?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뵌 지도 꽤 됐네.... 다음에 놀러 안 갈래? 김씨 - 가면 잘 곳은 있나? 허씨 - 그렇지, 그런데 우리 할아버지 무지하게 무섭다. 김씨 - 오오... 네 입에서 무섭다는 말이 나오다니.... 굉장한데? 허씨 - 넌 무서운 사람 없냐? 김씨 - 난 역시 우리 엄마가 제일.... 주거니 받거니 서로의 이야기를 늘어놓던 두 사람은 곧 화살표를 한나에게로 돌렸다. 허씨 - 한나는 고향이 어디야? 한나 - 저요? 아하하, 저는 미국이에요. 허씨 - 그래? 왠지 이 스타일 자체가 좀 아메리칸 필이 나더라. 한나 - 그래도 자라긴 호주에서 자랐는걸요. 초등학교 때 한국에 와서 고등학교는 미국으로 다니고.... 팔자 자체가 좀 글로벌 했죠. 김씨 - 흠.... 그럼 민아도 같이 다닌 거야? 민아 - 아... 아니, 난 중학교 때만 잠깐.... 허씨 - 뭐야 그럼, 둘이 따로 살았겠네? 한나 - 뭐.... 거의 그랬죠. 부모님 일 때문에..... 한나가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난처한 기색이 묻어나는 민아의 표정. 한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지만 어딘가 상상하기 힘든 가정환경이다. 한나 - 기억 오빠는 어렸을 때 어땠어요? 기억 - 응? 나.... 나는.... 변변한 추억하나 없이 지나온 지난날들. 왕따를 당했든가 하는 건 아니었지만 난 어려서부터 명백한 아웃사이더였다. (그게 그거야 인마) 뭐....한 때 좋았던 날도 있었지만 그건 민아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뭐라 대답할만한 말이 없을까 잠시 생각해서 좋을 것 없는 지난날을 돌이켜보는 사이 창고 탐사를 마친 연출 일행이 돌아왔다. 회계 - 이번에도 뭐 성과가 좀 있어? 박군 - 음.... 통조림 몇 개랑.... 이상한 덩어리 하나요. 박군은 들고 나온 소쿠리에서 통조림과 랩에 싸인 검은색 돌덩이 같은 것 하나를 꺼내놓았다. 어른 손바닥 두개를 포갠 것 정도 되는 크기에 몇 년은 제대로 묵은 것 같은 광택. 언뜻 봐도 음식으로는 보이질 않는다. 연출 - 고기라니까! 박군 - 제가 볼 때 도저히 고기론.... 어깨 - 그래도.... 랩에 쌓여있는 걸 보면.... 덩치 - 먹는 거라고 보기엔 너무 딱딱하잖아. 옆에서 상황을 살펴보던 회계는 잠시 물체를 살펴본 뒤 고개를 저으며 연출을 말렸다. 회계 - 아서라, 여기서 배탈 나면 약도 없다. 박군 - 맞아요, 괜한 오기 부리지 말고.... 박군도 회계의 힘을 빌려 연출의 무모한 도전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그의 눈엔 고기 밖에 뵈는 게 없었다. 모든 만류를 뿌리치고 끝내 덩어리를 칼로 잘라 입에 넣은 그는 잠시 입을 우물거리다 뚝- 하고 모든 행동을 멈췄다. 회계 - 야, 너 괜찮냐? 연출 - 우오어어어어어!! 회계 - 어이구 깜짝이야. 연출 - 이거 육포였어 육포~!!! 연출, 드디어 고기 발견. 고기를 발견한 다음날 아침. 회계 - 그렇게 맛있냐? 연출 - 캬릉!! 회계 - ..... 진짜 그러기냐? 연출 - 내가 찾은 거야! 내 거라고! 내가 내 몸을 던져 육포임을 증명했어! 마이 프레시어스.... 오랜 금단증상에 시달리던 그는 육포를 손에 넣은 순간부터 모든 대인관계를 포기하고 고기에만 매달렸다. 김양 - 저러고 싶을까? 바로 어제만 해도 흡연 욕구를 주체 못해 본드로 담배를 말았던 김양조차 연출의 모습엔 혀를 내둘렀다. 연출 - 으음.... 으으음.... 우물우물. 그냥 먹기엔 굉장히 질긴 듯 한 조각을 잘라 입에 넣으면 한참을 우물거리며 돌아다니는 연출. 조용이나 있으면 신경은 안 쓰이련만 그 음미하는 듯한 쩝쩝거림은 가히 사람을 미쳐버리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박군 - 아악!! 진짜 돌아버리겠네!! 연출 - 에비비~ 약 오르지~ 우물우물... 결국 연출의 횡포에 견디다 못한 우리는 또 다른 탐색조를 결성해 산장 곳곳을 뒤져 보기로 했다. 적어도 뭔가 비축을 해놓는데 저런 조그만 덩어리 하나만 갖다 놓진 않았을 것이다. 회계 - 박군이랑 어깨, 덩치는 연출이 저걸 찾은 곳 주변을 집중적으로 찾고, 나랑 김양은 산장 1층, 안군이랑 엑스트라 두명은 산장 2층을 찾자. 기억이랑 민아는...음.... 팀을 나눠 산장 안에 구역을 배분하는 중, 회계는 적당한 곳이 생각나지 않는지 잠시 말을 끊었다. 김씨 - 산장 바로 옆에도 창고 같은 게 있던데.... 거길 찾아보는 건 어때요? 회계 - 응? 그거 화장실 아니었나? 김씨 - 제가 어제 슬쩍 봤는데 화장실은 아니더라고요. 무슨 캐비넛 같은 것들도 있고.... 회계 - 그럼 기억이랑 민아는 그쪽을 찾아 봐. 과연 김씨의 말대로 산장 옆 조그만 건물은 잡다한 물품들이 쌓여있는 창고였다. 기억 - ..... 이건 뭐지? 개 사료? 민아 - 개 목걸이도 있는데? 기억 - 개샴푸도 있네. 단지 대부분의 물품이 사람이 아닌 견공을 위한 것이라는 게 문제다. 기억 - 이건....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연출의 것과 똑같은 고기 덩어리. 그것도 5개 들이 뭉치였다. 단단하게 싸인 겉포장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사냥개 훈련용 미트= 고기 내부에 있는 철심에 고리를 걸고 개가 덤벼들도록 흔들거나 던지세요. 주의 : 먹지 마시오. 기억 - ..... 말해줘야 할까? 민아 - ...... 이후 연출의 별명은 사냥개가 되었다.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31화> 고기
요즘 참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기다려지는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고...
이러다 연애는 언제 하려는지. 쿨럭.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에도
봄바람에 옆구리가 설렁한 건 어쩔 수가 없군요.
====================== 애인 급구 (퍼억)=============================
그날 밤.
회계 - 김양아~~
김양 - 아, 씨! 절루 좀 가~!!
회계 - 아이~ 김양아~~.
김양 - 나 지금 머리 아프단 말이야!
공개프로포즈 이후 회계는
그림자처럼 김양을 따라다니며
느끼한 애교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김양도
그런 회계가 마냥 싫지는 않은지
예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박군 - 하하하, 김양 누나~.
김양 - 넌 꺼져, 병신아.
=퍼억!=
괜히 망둥이 뛴다고 따라 뛰는 박군에게
바로 브라질리안 하이킥을 날리는 걸 보면 그 변화는 명백하다.
극심한 흡연 욕구에 빠져있던 김양이
극단의 조치로 중독의 수렁에서 벗어나오고
이제 남은 건....
연출 - 고기.... 고기 고기 고기~!!!
육식동물의 본능을 떨치지 못하는 연출.
그가 히스테릭한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버킷 안에 있는 토끼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공포에 몸을 흠칫 떨었다.
한나 - 근처에 오기만 해봐요! 확 물어버릴 테니까!
점점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연출의 반응에
한나와 김씨 허씨가 아예 버킷을 지키고 앉았다.
김씨 - 아무렴, 생명을 소중히 해야지.
허씨 -예수님이 파리 목숨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하셨어.
김씨 - 부처님 아닌가?
허씨 - ..... 코란에 나온 말 같기도 하고?
김씨 - 오~ 알라~.
...... 사실 한나를 제외한 두 사람은
토끼 때문에 앉아있는 것 같지가 않다.
어찌됐건 한나의 뜻이 김씨 허씨의 뜻인 지금
둘의 막강한 무력 앞에 가로막힌 연출은
끊임없이 창고와 거실을 오가며
자원 탐사를 계속할 뿐이었다.
오전부터 수차례 계속된 탐색에도
원하는 고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연출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성과가 종종 나온 덕에
사람들은 그를 말리지 않았다.
어깨 - 역시 통조림은 후르츠칵테일이야.
덩치 - 난 황도가 더 맛있던데.
박군 - 참치도 고기라면 고기 아닌가?
연출 - 생선 따위는 고기라고 할 수 없어~!!
결정적인 참치의 등장으로
처음보다 제법 풍족해진 식단.
그 쏠쏠한 재미에 빠진 박군 일당도
연출과 더불어 탐색을 계속하고 있다.
연출 - 다시 간다!!
박군 - .... 이제 찾을 덴 다 찾지 않았어요?
연출 - 원래 등잔 밑이 어둡다고, 기초부터 다시 가는 거야!
이미 제법 늦은 시각,
연출 일행은 오늘의 마지막 탐사에 나섰다.
거실에 모여 앉은 나머지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방법대로 하루의 끝을 정리했다.
김양 - 아우.... 속 메슥거려.
회계 - 그러게....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해.
김양 - 그게 다 너 때문...!! 아니다... 됐다.
회계 - ....왜, 또 장풍 쏘려고?
김양 - 그 얘긴 그만!!
김양은 환각 상태의 기억이 남아있는 듯
=장풍= 이나 =세일러문= 이야기가 나오면
정색을 하고 덤벼든다.
..... 나 같아도 진짜 쪽팔릴 것 같다.
김씨 - 한나야, 내일 요 앞 봉우리에 안 가볼래?
허씨 - 맞다, 경치 정~말 좋던데.
한나
- 에이.... 이 눈 속에 거길 어떻게 올라가요?
오빠들이야 금방 뛰어올라가겠지만....
허씨 - 아냐~ 별로 안 힘들어, 금방인 걸.
김씨 - 맞아, 힘들면 우리가 업어줄게.
김씨 브라더스는 MT 기간 동안 한나와 제법 친해졌는지
어느새 말을 놓고 있다.
한나 - 음..... 어떻게 할까? 언니는 어떻게 할래요?
민아 - 응? 나? 아..... 그게.....
한나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날 돌아보는 민아.
어차피 이곳에 있어봐야 달리 할 일은 없지만
이 눈밭을 헤집고 다니기엔
민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
기억
- 공주님이 가신다면야 가야겠지만.....
아직은 쉬는 쪽이 낫지 않겠어?
민아 - 응... 아잇?! 기억아~!
한나 - 킥...
그녀는 내가 공주라고 부를 때마다
난처한 얼굴로 어깨를 때리지만
그녀를 부르는 가장 좋은 호칭은 공주 같다.
=민아= 혹은 =너= 라고 부르기에
그녀는 너무나 소중하니까.
민아 - 정말.... 다들 있는데서...
김씨 - 왜? 보기 좋기만 한데.....
허씨
- 이 기회에 한나도 공주님 하는 게 어때?
공주 동생이니까 작은 공주...
아, 그러기엔 너무 큰가?
한나 - 커요? 뭐가요?
허씨
- 그야 당연히 가ㅅ.... 아아아아니!!
그냥 키라든가 이 전체적인 구조 자체가....
김씨 - 하하핫!! 허씨 제대로 걸렸는데?
허씨 - 내내내내내가 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말까지 더듬는 허씨.
과연 한나..... 요주의 인물이다.
..... 오히려 거기 걸려든 허씨가 굉장한 건가?
그렇게 내일의 할일은 미정으로 남겨둔 채
우린 거실에 앉아 다른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평소 일상에서 지난 추억 이야기까지...
허씨
- 난 어렸을 때 할아버지 댁에서 컸어.
무진장 시골 산구석에 있는데....
아마 동네 다 합쳐도 우리 학교보다 작을 걸?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뵌 지도 꽤 됐네....
다음에 놀러 안 갈래?
김씨 - 가면 잘 곳은 있나?
허씨 - 그렇지, 그런데 우리 할아버지 무지하게 무섭다.
김씨 - 오오... 네 입에서 무섭다는 말이 나오다니.... 굉장한데?
허씨 - 넌 무서운 사람 없냐?
김씨 - 난 역시 우리 엄마가 제일....
주거니 받거니 서로의 이야기를 늘어놓던 두 사람은
곧 화살표를 한나에게로 돌렸다.
허씨 - 한나는 고향이 어디야?
한나 - 저요? 아하하, 저는 미국이에요.
허씨 - 그래? 왠지 이 스타일 자체가 좀 아메리칸 필이 나더라.
한나
- 그래도 자라긴 호주에서 자랐는걸요.
초등학교 때 한국에 와서
고등학교는 미국으로 다니고....
팔자 자체가 좀 글로벌 했죠.
김씨 - 흠.... 그럼 민아도 같이 다닌 거야?
민아 - 아... 아니, 난 중학교 때만 잠깐....
허씨 - 뭐야 그럼, 둘이 따로 살았겠네?
한나 - 뭐.... 거의 그랬죠. 부모님 일 때문에.....
한나가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난처한 기색이 묻어나는 민아의 표정.
한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지만
어딘가 상상하기 힘든 가정환경이다.
한나 - 기억 오빠는 어렸을 때 어땠어요?
기억 - 응? 나.... 나는....
변변한 추억하나 없이 지나온 지난날들.
왕따를 당했든가 하는 건 아니었지만
난 어려서부터 명백한 아웃사이더였다. (그게 그거야 인마)
뭐....한 때 좋았던 날도 있었지만
그건 민아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뭐라 대답할만한 말이 없을까
잠시 생각해서 좋을 것 없는 지난날을 돌이켜보는 사이
창고 탐사를 마친 연출 일행이 돌아왔다.
회계 - 이번에도 뭐 성과가 좀 있어?
박군 - 음.... 통조림 몇 개랑.... 이상한 덩어리 하나요.
박군은 들고 나온 소쿠리에서
통조림과 랩에 싸인 검은색 돌덩이 같은 것 하나를 꺼내놓았다.
어른 손바닥 두개를 포갠 것 정도 되는 크기에
몇 년은 제대로 묵은 것 같은 광택.
언뜻 봐도 음식으로는 보이질 않는다.
연출 - 고기라니까!
박군 - 제가 볼 때 도저히 고기론....
어깨 - 그래도.... 랩에 쌓여있는 걸 보면....
덩치 - 먹는 거라고 보기엔 너무 딱딱하잖아.
옆에서 상황을 살펴보던 회계는
잠시 물체를 살펴본 뒤
고개를 저으며 연출을 말렸다.
회계 - 아서라, 여기서 배탈 나면 약도 없다.
박군 - 맞아요, 괜한 오기 부리지 말고....
박군도 회계의 힘을 빌려 연출의 무모한 도전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그의 눈엔 고기 밖에 뵈는 게 없었다.
모든 만류를 뿌리치고 끝내 덩어리를 칼로 잘라 입에 넣은 그는
잠시 입을 우물거리다 뚝- 하고 모든 행동을 멈췄다.
회계 - 야, 너 괜찮냐?
연출 - 우오어어어어어!!
회계 - 어이구 깜짝이야.
연출 - 이거 육포였어 육포~!!!
연출, 드디어 고기 발견.
고기를 발견한 다음날 아침.
회계 - 그렇게 맛있냐?
연출 - 캬릉!!
회계 - ..... 진짜 그러기냐?
연출
- 내가 찾은 거야! 내 거라고!
내가 내 몸을 던져 육포임을 증명했어!
마이 프레시어스....
오랜 금단증상에 시달리던 그는
육포를 손에 넣은 순간부터
모든 대인관계를 포기하고 고기에만 매달렸다.
김양 - 저러고 싶을까?
바로 어제만 해도 흡연 욕구를 주체 못해
본드로 담배를 말았던 김양조차
연출의 모습엔 혀를 내둘렀다.
연출 - 으음.... 으으음.... 우물우물.
그냥 먹기엔 굉장히 질긴 듯
한 조각을 잘라 입에 넣으면
한참을 우물거리며 돌아다니는 연출.
조용이나 있으면 신경은 안 쓰이련만
그 음미하는 듯한 쩝쩝거림은
가히 사람을 미쳐버리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박군 - 아악!! 진짜 돌아버리겠네!!
연출 - 에비비~ 약 오르지~ 우물우물...
결국 연출의 횡포에 견디다 못한 우리는
또 다른 탐색조를 결성해
산장 곳곳을 뒤져 보기로 했다.
적어도 뭔가 비축을 해놓는데
저런 조그만 덩어리 하나만 갖다 놓진 않았을 것이다.
회계
- 박군이랑 어깨, 덩치는
연출이 저걸 찾은 곳 주변을 집중적으로 찾고,
나랑 김양은 산장 1층,
안군이랑 엑스트라 두명은 산장 2층을 찾자.
기억이랑 민아는...음....
팀을 나눠 산장 안에 구역을 배분하는 중,
회계는 적당한 곳이 생각나지 않는지
잠시 말을 끊었다.
김씨
- 산장 바로 옆에도 창고 같은 게 있던데....
거길 찾아보는 건 어때요?
회계 - 응? 그거 화장실 아니었나?
김씨
- 제가 어제 슬쩍 봤는데 화장실은 아니더라고요.
무슨 캐비넛 같은 것들도 있고....
회계 - 그럼 기억이랑 민아는 그쪽을 찾아 봐.
과연 김씨의 말대로 산장 옆 조그만 건물은
잡다한 물품들이 쌓여있는 창고였다.
기억 - ..... 이건 뭐지? 개 사료?
민아 - 개 목걸이도 있는데?
기억 - 개샴푸도 있네.
단지 대부분의 물품이 사람이 아닌
견공을 위한 것이라는 게 문제다.
기억 - 이건....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연출의 것과 똑같은 고기 덩어리.
그것도 5개 들이 뭉치였다.
단단하게 싸인 겉포장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사냥개 훈련용 미트=
고기 내부에 있는 철심에 고리를 걸고
개가 덤벼들도록 흔들거나 던지세요.
주의 : 먹지 마시오.
기억 - ..... 말해줘야 할까?
민아 - ......
이후 연출의 별명은 사냥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