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주말.... 이 끝나고 몇시간 뒤면 월요일입니다. 왜 이렇게 주말은 짧기만 한 걸까요. 아아.... 마음이 아픕니다. ========================== 일요일마다 그 소리냐 ============================ 5일 째 밤. 사람들은 연출이 들고 있는 육포 가운데서 윤곽을 나타내기 시작한 철심을 보며 싸늘한 조소를 흘렸다. 사실 연출이 지금처럼 쪼잔하게 굴지 않았다면 우리도 신나게 견공을 위한 장난감을 씹었겠지만... 어차피 그 정체를 모른 채 지나갔을 테니 찝찝할 건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연출 - 으음~ 달콤한 이 맛. 지금 저 연출처럼.... 고립 6일째 새벽. 한 달이건 두 달이건 계속 될 수 있을 것 같던 연극부의 고립 생활에 진정한 위협을 가져온 사건이 발생했다. ‘부스럭- 자박-’ 새벽 3시경. 난 주위에서 들리는 미약한 인기척에 눈을 떴다. 아직 몽롱한 시야에 보이는 누군가의 검은 그림자. 기억 - ....!! 내 머리맡에 앉아 내 얼굴을 내려다보는 섬뜩한 각도의 실루엣에 난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은 오싹함을 느꼈다. 가위에라도 눌린 걸까? ?? - 쉿쉿쉿... 저예요. 그 때 귀에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 한나였다. 기억 - 후..... 왜요. 한나 -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요. 기억 - ....... 그녀의 말에 난 잠시 말을 멈추고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키힝.... 이잉..... 쿨쩍....’ 그것은 신음소리와 비슷한 동물의 울음소리였다. 그것도 산장 안에서 나는 게 확실한.... 기억 - ..... 후...... 김씨랑 허씨는요? 한나 - 그게.. 깨우기엔 좀 상황이... 무슨 이유에선가 뒤끝을 흐리는 그녀. 난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일어나 주변에 김씨와 허씨를 찾았다. 김씨 - 파트랏슈... 사랑해. 허씨 - 월, 월. 방 한 가운데에서 이불도 안 덮고 사각팬티만 걸친 채 대자로 퍼질어져서 콤비로 잠꼬대를 해대는 두 사람. 확실히 저 차림에서 한나가 깨우면 한 바탕 난리가 남직도 하다. 기억 - 방에 가 있어요. 내가 확인해 볼 테니까.. 한나 - ..... 같이 갈래요. 기억 - ..... 하아. 난 근처에 놓여있던 과일 깎는 칼을 집어 날이 새끼손가락 쪽으로 가게 돌려 잡고 밖을 향했다. 칼 길이가 짧고 상대가 불시에 달려들 수 있는 상황에선 이렇게 잡는 쪽이 더 유용하다. 어슴푸레 불이 켜져 있는 복도로 나와 소리의 발생지를 찾아 가는 길. 뒤에 서있던 한나가 말했다. 한나 - ..... 미안요. 기억 - 아녜요. 그것보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돌아본 순간 난 그녀의 옷차림이 김씨 허씨 못지않게 노출이 심하다는 걸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얇은 면소재로 된 분홍색 나시티와 반바지 세트. 몸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린 라인은 알몸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한나 - 무슨 일이 있으면요? 기억 - ..... 그 땐 다른 사람들 좀 깨워줘요. 난 어둑어둑해져오는 시야를 회복시키려 눈가를 손으로 문지르며 앞을 바라봤다. 그동안 길러온 면역으론 그녀의 존재를 감당할 수 없다. ‘왱알앵알.... 아라쩌..... 쿨쩍.....’ 조심조심 발소리를 죽인 채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자 얼핏 신음소리 사이로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꼬옥..... 두어 걸음만 더 나가면 소리의 근원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 뒤에서 내 옷자락을 잡는 한나의 손이 느껴졌다. 난 짧게 심호흡을 한 뒤 자세를 조금 낮추고 거실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김군 - #%#.... 응..... 아니아냐.... 괜찮아 엄마.... #$^& .. 애들 다 자....응.... 그리고 내가 발견한 건 거실 구석에 핸드폰을 들고 쭈그려 앉아 질질 짜고 있는 김군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맥이 탁 풀리는 느낌과 함께 입안에 씁쓰름한 맛이 감돌았다. 나도 집에 전화나 해볼까.... 기억 - 이제 됐죠? 들어가요. 한나 - 아.. 잠깐, 잠깐만요. 김군이 아무리 망가진 인간이라도 이런 모습을 들킨 걸 알면 쪽팔릴 것 같았던 난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한나는 그런 내 손을 밀어내며 김군 쪽으로 쑥 고개를 내밀었다. 한나 - 아아아앗?! 그리고 뜬금없는 비명.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던 김군은 화들짝 놀라 전화기를 몇 번 공중에서 잡았다 놓쳤다 하더니 거실 바닥에 엎어졌다. 한나 - 그거 내 전화잖아요! 김군 - 어어어어어, 하하하하한나야, 아니, 한나양.... 그게..... 미처 말릴 틈도 없이 계단을 내려가 김군에게 다가간 한나는 거칠게 핸드폰을 뺏아 들고 액정을 확인하더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김군에게 집어던졌다. 한나 -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김군 - ..... 아... 그게..... 김군이 할말을 찾아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사이 거실에서 벌어진 소동에 어느덧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다른 사람들. 회계 - 뭐야, 무슨 일이야? 민아 - 한나야? 김군 앞에 씩씩 거리고 서있던 한나가 2층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한나 - 다들 셀룰러폰 확인해 봐요! 이 아저씨가 다 써버렸을지 모르니까!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은 방으로 돌아가 각자의 휴대폰을 꺼내들고 돌아왔다. 어깨 - 으앗?! 정말? 덩치 - 나 하나도 안 썼는데 한 칸이야! 박군 - 나.... 난 전원도 안 켜져... 이미 한나 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은 듯 곳곳에선 절망적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박군 - 야.... 야 이 개색꺄~!!! 그때, 무리 속에 있던 박군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김군에게 달려 들었다. 급속히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자신의 처지에 자포자기로 앉아 있던 김군은 미처 자세도 잡지 못한 채 박군의 발길질에 뻗어버렸고 김군의 몸 위에 올라탄 박군은 연거푸 김군의 얼굴에 주먹질을 해댔다. 박군 - 어떻게...어떻게 참고 참았는데.... 네가 인간이냐? 응? 아니, 너만 인간이냐?! 뒤늦게 뛰어나온 김씨와 허씨가 박군과 김군을 떼어놓았지만 이미 김군의 얼굴은 코피로 범벅이 된 뒤였다. 허씨 - 동수야! 그만해라, 동수야! 하지마라~! (혹시 위의 문장이 이해가 안 갈땐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물어보세요. 개그도 지식입니다) 회계 - 혹시 배터리 남아있는 사람? 김씨와 허씨가 박군을 말리는 동안 회계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선뜻 올라오지 않는 손, 상황은 예상 밖으로 심각했다. 안군 - 저요. 제 건 비번을 걸어놓아서 못 썼나보네요. 연출 - 으아~ 안군! 잘~했다. 현재 안군의 핸드폰을 제외한 모든 핸드폰이 빈사상태에 빠진 상황. 진정한 고립이 눈앞에 다가왔다. 6일 째 날이 밝았다. 새벽녘에 있었던 소동으로 밤잠을 설친 사람들은 너나없이 퀭한 얼굴로 둘러앉아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여차하면 다시 구조요청을 한다는 여유 속에 서로의 불안을 감추며 견뎠지만 지금은 아니다. 회계 - 이제부터 안군 핸드폰을 돌릴 테니 모두 집에 안부를 전하고... 통화시간은 1분 정도로 제한한다. 문자로 충분하다 싶으면 문자를 쓰고... 남은 배터리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필사적으로 보존한다. 그렇게 돌기 시작한 안군의 핸드폰. 덩치 - 어? 아빠. 엄마는요? 예? 아뇨.... 조금 더 걸릴 것 같은데요. 잘 몰라요, 예. 별일은 없고요. 김양 - 응, 엄마. 아.... 나 잘 있지. 응, 그리고 나 남자친구 생겼다? 헤헤, 나중에 집에 가서 말해줄게. 이렇게 전화가 도는 동안 부원들 사이에선 하나 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당장 바뀐 건 핸드폰 배터리가 없다는 것뿐이지만 이 통화가 집에 전하는 마지막 말이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이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엑스1 - 어...응, 괜찮아, 걱정 마.... 아니, 정말로.... 엑스2 - 야! 1분 지났잖아! 빨리 끊어~. 엑스1 - 가만있어봐! .....아, 아냐. 응. 치열한 신경전과 크고작은 다툼. 1초라도 더 통화하려는 안타까운 매달림. 이건 아니다.... 정말 곧 죽을 것처럼. 그리고 반 정도를 지나서 찾아온 내 차례. 난 문자를 택하기로 했다. =기억입니다. 며칠 더 걸립니다. 어머니께도 안부를= 회계 - .... 괜찮겠어? 문자만 보내도? 기억 - 예, 저야 뭐... 난 평소 부모님과 통화를 해도 왕복 한 마디면 내용이 거의 전달되기 때문에 문자와 별 차이가 없다. -기억입니다, 좀 늦을 것 같습니다. 12시 전까진 들어가겠습니다.- -열쇠 가지고 있지?- -예, 먼저 주무십시요.- -알았다.- 뭐 거의 이런 패턴.... ‘뻐꾹! 뻐꾹!’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음을 알리는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다. =친가방문 중. 주말이후 귀가 권장= 회계 - 뭐라고 왔어? 기억 - 주말까지 들어오지 말라고 하시는데요. 회계 - 뭐? 내 대답에 사람들 사이에선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군 - 이야... 터프하시네. 아버지의 한 마디로 한결 가벼워진 분위기 속에 핸드폰은 돌고 돌았다. 이윽고 민아의 차례. 민아 - 음.. 난 패스. 회계 - 응? 정말? 문자도 안 보내? 민아 - ...... 늘 비어있는 그녀의 집.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문자조차 보낼 곳이 없다. 국제전화라도 쓴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럴 수는 없을 노릇이다. 조금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또각또각 키판을 누르는 그녀... 지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부르르르르....= 잠시 후....사망 직전이던 내 핸드폰이 마지막 기염을 토해내듯 미약한 진동을 전해왔다. 뭐지? 어머니가 보내신 건가? -너와 함께라면- =안군= 그녀가 보낸 문자. 마지막에 달려있는 번호의 주인을 생각하면 심하게 부담스러웠지만.... 난 순간 코끝이 찡해오는 것을 느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을 때....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곧 나를 살며시 올려다보며... 생긋.... 미소 짓는 그녀. 나도....당신과 함께라면....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32화> 위기도래
즐거운 주말.... 이 끝나고
몇시간 뒤면 월요일입니다.
왜 이렇게 주말은 짧기만 한 걸까요.
아아.... 마음이 아픕니다.
========================== 일요일마다 그 소리냐 ============================
5일 째 밤.
사람들은 연출이 들고 있는 육포 가운데서
윤곽을 나타내기 시작한 철심을 보며
싸늘한 조소를 흘렸다.
사실 연출이 지금처럼 쪼잔하게 굴지 않았다면
우리도 신나게 견공을 위한 장난감을 씹었겠지만...
어차피 그 정체를 모른 채 지나갔을 테니
찝찝할 건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연출 - 으음~ 달콤한 이 맛.
지금 저 연출처럼....
고립 6일째 새벽.
한 달이건 두 달이건 계속 될 수 있을 것 같던
연극부의 고립 생활에
진정한 위협을 가져온 사건이 발생했다.
‘부스럭- 자박-’
새벽 3시경.
난 주위에서 들리는 미약한 인기척에 눈을 떴다.
아직 몽롱한 시야에 보이는
누군가의 검은 그림자.
기억 - ....!!
내 머리맡에 앉아 내 얼굴을 내려다보는
섬뜩한 각도의 실루엣에
난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은 오싹함을 느꼈다.
가위에라도 눌린 걸까?
?? - 쉿쉿쉿... 저예요.
그 때 귀에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 한나였다.
기억 - 후..... 왜요.
한나 -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요.
기억 - .......
그녀의 말에 난 잠시 말을 멈추고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키힝.... 이잉..... 쿨쩍....’
그것은 신음소리와 비슷한 동물의 울음소리였다.
그것도 산장 안에서 나는 게 확실한....
기억 - ..... 후...... 김씨랑 허씨는요?
한나 - 그게.. 깨우기엔 좀 상황이...
무슨 이유에선가 뒤끝을 흐리는 그녀.
난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일어나
주변에 김씨와 허씨를 찾았다.
김씨 - 파트랏슈... 사랑해.
허씨 - 월, 월.
방 한 가운데에서 이불도 안 덮고
사각팬티만 걸친 채 대자로 퍼질어져서
콤비로 잠꼬대를 해대는 두 사람.
확실히 저 차림에서 한나가 깨우면
한 바탕 난리가 남직도 하다.
기억 - 방에 가 있어요. 내가 확인해 볼 테니까..
한나 - ..... 같이 갈래요.
기억 - ..... 하아.
난 근처에 놓여있던 과일 깎는 칼을 집어
날이 새끼손가락 쪽으로 가게 돌려 잡고 밖을 향했다.
칼 길이가 짧고 상대가 불시에 달려들 수 있는 상황에선
이렇게 잡는 쪽이 더 유용하다.
어슴푸레 불이 켜져 있는 복도로 나와
소리의 발생지를 찾아 가는 길.
뒤에 서있던 한나가 말했다.
한나 - ..... 미안요.
기억 - 아녜요. 그것보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돌아본 순간
난 그녀의 옷차림이 김씨 허씨 못지않게
노출이 심하다는 걸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얇은 면소재로 된 분홍색 나시티와 반바지 세트.
몸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린 라인은
알몸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한나 - 무슨 일이 있으면요?
기억 - ..... 그 땐 다른 사람들 좀 깨워줘요.
난 어둑어둑해져오는 시야를 회복시키려
눈가를 손으로 문지르며 앞을 바라봤다.
그동안 길러온 면역으론
그녀의 존재를 감당할 수 없다.
‘왱알앵알.... 아라쩌..... 쿨쩍.....’
조심조심 발소리를 죽인 채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자
얼핏 신음소리 사이로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꼬옥.....
두어 걸음만 더 나가면
소리의 근원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
뒤에서 내 옷자락을 잡는 한나의 손이 느껴졌다.
난 짧게 심호흡을 한 뒤
자세를 조금 낮추고 거실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김군
- #%#.... 응..... 아니아냐.... 괜찮아 엄마....
#$^& .. 애들 다 자....응....
그리고 내가 발견한 건
거실 구석에 핸드폰을 들고 쭈그려 앉아
질질 짜고 있는 김군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맥이 탁 풀리는 느낌과 함께
입안에 씁쓰름한 맛이 감돌았다.
나도 집에 전화나 해볼까....
기억 - 이제 됐죠? 들어가요.
한나 - 아.. 잠깐, 잠깐만요.
김군이 아무리 망가진 인간이라도
이런 모습을 들킨 걸 알면 쪽팔릴 것 같았던 난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한나는 그런 내 손을 밀어내며
김군 쪽으로 쑥 고개를 내밀었다.
한나 - 아아아앗?!
그리고 뜬금없는 비명.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던 김군은 화들짝 놀라
전화기를 몇 번 공중에서 잡았다 놓쳤다 하더니
거실 바닥에 엎어졌다.
한나 - 그거 내 전화잖아요!
김군 - 어어어어어, 하하하하한나야, 아니, 한나양.... 그게.....
미처 말릴 틈도 없이 계단을 내려가
김군에게 다가간 한나는
거칠게 핸드폰을 뺏아 들고 액정을 확인하더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김군에게 집어던졌다.
한나 -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김군 - ..... 아... 그게.....
김군이 할말을 찾아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사이
거실에서 벌어진 소동에
어느덧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다른 사람들.
회계 - 뭐야, 무슨 일이야?
민아 - 한나야?
김군 앞에 씩씩 거리고 서있던 한나가
2층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한나
- 다들 셀룰러폰 확인해 봐요!
이 아저씨가 다 써버렸을지 모르니까!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은
방으로 돌아가 각자의 휴대폰을 꺼내들고 돌아왔다.
어깨 - 으앗?! 정말?
덩치 - 나 하나도 안 썼는데 한 칸이야!
박군 - 나.... 난 전원도 안 켜져...
이미 한나 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은 듯
곳곳에선 절망적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박군 - 야.... 야 이 개색꺄~!!!
그때, 무리 속에 있던 박군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김군에게 달려 들었다.
급속히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자신의 처지에
자포자기로 앉아 있던 김군은
미처 자세도 잡지 못한 채 박군의 발길질에 뻗어버렸고
김군의 몸 위에 올라탄 박군은
연거푸 김군의 얼굴에 주먹질을 해댔다.
박군
- 어떻게...어떻게 참고 참았는데....
네가 인간이냐? 응? 아니, 너만 인간이냐?!
뒤늦게 뛰어나온 김씨와 허씨가
박군과 김군을 떼어놓았지만
이미 김군의 얼굴은 코피로 범벅이 된 뒤였다.
허씨 - 동수야! 그만해라, 동수야! 하지마라~!
(혹시 위의 문장이 이해가 안 갈땐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물어보세요.
개그도 지식입니다)
회계 - 혹시 배터리 남아있는 사람?
김씨와 허씨가 박군을 말리는 동안
회계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선뜻 올라오지 않는 손,
상황은 예상 밖으로 심각했다.
안군 - 저요. 제 건 비번을 걸어놓아서 못 썼나보네요.
연출 - 으아~ 안군! 잘~했다.
현재 안군의 핸드폰을 제외한
모든 핸드폰이 빈사상태에 빠진 상황.
진정한 고립이 눈앞에 다가왔다.
6일 째 날이 밝았다.
새벽녘에 있었던 소동으로 밤잠을 설친 사람들은
너나없이 퀭한 얼굴로 둘러앉아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여차하면 다시 구조요청을 한다는 여유 속에
서로의 불안을 감추며 견뎠지만
지금은 아니다.
회계
- 이제부터 안군 핸드폰을 돌릴 테니
모두 집에 안부를 전하고...
통화시간은 1분 정도로 제한한다.
문자로 충분하다 싶으면 문자를 쓰고...
남은 배터리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필사적으로 보존한다.
그렇게 돌기 시작한 안군의 핸드폰.
덩치
- 어? 아빠. 엄마는요? 예?
아뇨.... 조금 더 걸릴 것 같은데요.
잘 몰라요, 예. 별일은 없고요.
김양
- 응, 엄마. 아.... 나 잘 있지.
응, 그리고 나 남자친구 생겼다?
헤헤, 나중에 집에 가서 말해줄게.
이렇게 전화가 도는 동안
부원들 사이에선 하나 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당장 바뀐 건 핸드폰 배터리가 없다는 것뿐이지만
이 통화가 집에 전하는 마지막 말이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이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엑스1 - 어...응, 괜찮아, 걱정 마.... 아니, 정말로....
엑스2 - 야! 1분 지났잖아! 빨리 끊어~.
엑스1 - 가만있어봐! .....아, 아냐. 응.
치열한 신경전과 크고작은 다툼.
1초라도 더 통화하려는 안타까운 매달림.
이건 아니다.... 정말 곧 죽을 것처럼.
그리고 반 정도를 지나서 찾아온 내 차례.
난 문자를 택하기로 했다.
=기억입니다. 며칠 더 걸립니다. 어머니께도 안부를=
회계 - .... 괜찮겠어? 문자만 보내도?
기억 - 예, 저야 뭐...
난 평소 부모님과 통화를 해도
왕복 한 마디면 내용이 거의 전달되기 때문에
문자와 별 차이가 없다.
-기억입니다, 좀 늦을 것 같습니다. 12시 전까진 들어가겠습니다.-
-열쇠 가지고 있지?-
-예, 먼저 주무십시요.-
-알았다.-
뭐 거의 이런 패턴....
‘뻐꾹! 뻐꾹!’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음을 알리는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다.
=친가방문 중. 주말이후 귀가 권장=
회계 - 뭐라고 왔어?
기억 - 주말까지 들어오지 말라고 하시는데요.
회계 - 뭐?
내 대답에 사람들 사이에선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군 - 이야... 터프하시네.
아버지의 한 마디로
한결 가벼워진 분위기 속에 핸드폰은 돌고 돌았다.
이윽고 민아의 차례.
민아 - 음.. 난 패스.
회계 - 응? 정말? 문자도 안 보내?
민아 - ......
늘 비어있는 그녀의 집.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문자조차 보낼 곳이 없다.
국제전화라도 쓴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럴 수는 없을 노릇이다.
조금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또각또각 키판을 누르는 그녀...
지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부르르르르....=
잠시 후....사망 직전이던 내 핸드폰이
마지막 기염을 토해내듯 미약한 진동을 전해왔다.
뭐지? 어머니가 보내신 건가?
-너와 함께라면-
=안군=
그녀가 보낸 문자.
마지막에 달려있는 번호의 주인을 생각하면
심하게 부담스러웠지만....
난 순간 코끝이 찡해오는 것을 느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을 때....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곧 나를 살며시 올려다보며...
생긋.... 미소 짓는 그녀.
나도....당신과 함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