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 해피타임 > -1 12시가 훌쩍 넘어버려 세상이 조용한 가운데, 태봉의 집 쇼파에는 아직까지 잔 흐느낌이 남아있는 미우가 쿠션을 안고 앉아있었다. 태봉은 따뜻한 유자차를 미우의 앞에 놓아주고는 옆에 앉았다. “마셔... 좀 괜찮아 질거야..” “...땡큐...” 얼떨결에 추위속에서 걸어다니면서 울다가. 자신도 모르게 태봉에게로 와 울며불며 그간 쌓아온 감정을 다 터트려낸 미우는 부끄럽기도 하고. 좋기도 해서. 시선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찻잔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눈가의 화장이 번진탓도 있었지만. 태봉도 그간 앓아왔던 가슴이 말끔이 나은듯했고.. 미우의 처음보는 수줍은 모습에 빙그레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제, 다 울었어?” 자상하게 묻는 태봉의 말에. 미우는 고개만 살짝 끄덕거렸다. 그리고, 태봉이 놓아준 유자차를 들어 홀짝거리며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근데... 아까 그 여자 누구야?” 갑자기. 다시 질투의 감정이 솟구치는지. 팬더눈에 짝눈을 하고는 태봉을 빤히 쳐다보는 미우의 모습에 태봉은 실소를 터트릴수 밖에 없었다. “하하하.. 그게, 왜? 궁금하실까? 나 필요 없다며?” “그랬...지... 그랬는데.. 누군지 물어보지도 못하나?” “뭐.. 굳이 알고싶다면... 하다씨 같은부서 친구.. 그나저나, 하다씨한테 정말 고맙다고 해야하는데..” “장하다! 다른 여자를 소개시켜줬다 이거지!!” “왜 이래? 하다랑 나랑 둘다 목숨 건 일이였어! 미우씨가 하도 튕기니까. 어떻게해.. 그런 방법이라도 써야지?” “아주! 오늘 영화 선정할때부터 알았어야 하는데.. 내가.. 다들 유치극에 중독된거야!” “칫! 그 유치극에 넘어온게 누군데?” “그런데. 목숨은 왜? 걸어?” “어! 그분 유부녀거든...” “뭐? 정말 용쓴다..” “그래! 이렇게 까지 했으니까.. 한번만 더.. 못믿네 뭐네 하면서 튕기기만 해봐라..” “몰라.. 나 배고픈데.... 뭐 먹을거 없어요?” “이 시간에.. 이시간에 먹고 자면, 퉁퉁 부울건데?” 그때였다. 태봉의 집 초인종이 조용히 울려왔다. 태봉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미우는 흠칫놀랐다. “이 시간에 또, 누구야?” 태봉은 현관으로 가 현관문을 열었다. 그 앞에는 하다가 서있었다. “하다씨!” “혹시, 미우....야! 전미우!!!”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누구인지 보고있는 미우를 발견한 하다는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태봉은 지금 시간을 생각해보면, 꽤나 걱정했을것 같은 하다의 마음을 알것같았다. 하다가 들어올수있게 길을 열어주었다. 하다는 태봉이 열어준 길로 성큼성큼 들어가서는 미우의 옆에 앉았다. “야! 이 지지배야! 늦으면, 늦는다. 어디 있으면 어디 있다. 연락을 해줘야지! 아까 할머니 전화 오셨단 말이야!” “그래서?” “그래서는 뭘 그래서? 잔다고 뻥쳤지!!! 그나저나.. 너 울었냐?” “어?!” 하다는 미우의 눈 주위로 판다곰처럼 퍼져있는 눈화장의 얼룩을 보고는 미우가 울었을거라고 짐작할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까지 태봉과 함께 있다면.. 뭐.. 마음을 열고 울고.. 어쨌든 잘 되긴 했다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 할수 있었다. 이제, 그럼 하다의 책임이 하나 더 는 셈이다. 미우가 태봉과 어떻게될지 아직은 확실히 모르니, 윤호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아주고, 태봉과 미우가 만나더라고, 확실한 경계는 그어줘야 하니까.. “우선. 집에 가자! 둘이 잘되는것도 좋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 그렇잖아? 안그래요? 태봉씨?” “네?, 그.. 그렇네요,, 미안해요.. 걱정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야 하는건데..” 태봉은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어쨌는 미우와 태봉을 적극 밀어준 사람아닌가? 하다는 미우를 끌다싶이 하고 나오면서, 태봉에게 말했다. “아무리, 좋아도! 날이 밝을때까진 기다리시라구요!” “네....” 미우는 하다의 손에 이끌려 몇발 안되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지만. 금새 잠들수 없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겠다. 하다의 추궁에, 어떻게 된 일인지 소상히 고해야만 했고, 미우 자시의 이야기가 끝이나자. 역으로, 미우는 하다에게, 언제부터, 꾸며댄 일인지 추궁해야 했기 때문이였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에 미우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리고... 수줍은듯 미소를 짓고는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태봉앞에서 맘놓고 울어버린 것이 좀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있는 일이다.. 자신도, 상대방도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기는... 시계는 어느덧 9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미우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식탁위에는 노란 후리지아와, 케잌 한 상자가 보였다. “어? 하다가 사놨나? 겨울이라, 후리지아가 잘 없었을텐데...흠...” 미우는 꽃병을 꺼내서 꽃다발을 다음어 꽂고는 케잌은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아침식탁을 근사하게 차려놓고, 하다를 깨우러 들어갔다. 하다는, 형진과 통화르 하다 잠들었는지. 전화기를 안고 자고 있었다. “야! 장하다! 일어나!! 아침먹고 자!” “음... 몇시야?” “9시반...” “왠일이야? 니가 이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먹으라 그러고.. 역시.. 사랑이 무섭긴 무섭구나..” “어머! 얘는? 너야말로 왠일이냐? 이 시간까지... 얼른 나와!” ‘사랑’이란 말에 미우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다시 하다의 방을 나갔고, 하다는 그런 미우를 보고는 피식 웃다가. 곧 미우를 따라나갔다. 둘이 거의 아침식사가 끝나무렵 미우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미우는 어느새, 벨소리 설정까지 끝내놨는지. 얼굴에 미소를 띄우로 자신의 방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여보세요?” [일어났어?] “응...” [아침은?] “방금. 먹었지.. 태봉씨는?” [나도,.... 오늘.. 뭐할까?] “글세....” [일단, 준비하고 나와.. 한시간뒤에 집앞에서 만나.“ “알았어요...” 미우는 전화기 폴더를 닫고, 얼른 욕실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첫 번째 데이트 이다.. 알아온지도 꽤 됬고, 그간. 태봉과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서로 마음을 인정하고, 연인으로는 처음이니. 미우의 마음은 마구 설레기 시작했다. 정성스럽게 화장을하고, 옷을 챙겨입고 미우가 방을 나선건. 태봉과 약속한 한시간에서 10분이 남아있을때였다. 미우는 여유롭게 쇼파에 반쯤 누워 tv를 보고있는 하다곁으로 갔다. “나.. 나갔다 올게...” “그래.. 너무 늦지는 마! 아! 그리고, 이꽃 이나 꽃아뒀니?” 하다가 가르킨건 아침에 미우가 꽃아둔 노란 후리지아였다. “어.. 니가 사다놓은거 아니였어?” “이거랑.. 냉장고 안에 케잌이랑.. 어제 권상무님이 사들고 왔었어... 밤늦게... 어쩔거야?” “....뭘?” “권상무.. 이대로 둬선 안되잖아.. 태봉씨한테도 니 얘기 해야할거고, 권상무가 더 이상 작업 못하게 막기도 해야하고! 집에도 얘기 해야지? 안그럼. 할머니께서 계속 밀어붙이실게 뻔하잖아..” “알아.. 나도... 조금 있다가.. 아직은 이르잖아.. 뭐라고 하기는..” “니가 알아서 잘해.. 내가 도와줄수 있는건 없어, 이젠...” “알았어.. 고마워.. 근데.. 넌 하루종일 집에 있을거니?” “그렇지뭐.. 귀찮아.. 나가기..” “같이 갈까?” “얘가! 예의상 하는말인줄 알지만. 암튼 고맙다.. 갔다와 얼른..” “응.... 그럼.. 나.. 갔다올게...” 미우는 하다에게 생긋 웃고는 핸드백을 들고, 경쾌하게 집을 나섰다. 태봉은 이미 집앞에 나와있었다. 둘이 눈이 마주치자 둘다 쑥쓰러운듯.. 미소를 띠었고.. 별 대화 없이도, 둘은 같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전벨트를 메고, 차를 출발시키기전. 태봉은 웃으며, 미우에게 물었다. “아침먹은지는 얼마 안됬으니까.. 뭐 할까?” “음.... 어제... 보다만 영화... 그거 보면 안될까?” 미우는 어제저녁 자신이 극장에서 저지른 만행이 생각나, 조심스럽게 말했고, 태봉은 말없이 차를 출발시켰다. 태봉은 미우의 말대로 극장앞에 차를 멈추고 미우와함게 극장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엔 이른 시간인지, 극장안은 전날 저녁과 비교하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여유롭게 표를끊고.. 마실것을 사고.. 그리고, 기다리면서 태봉은 웃으며 미우에게 말했다. “유치하다고, 그 난리를 치고 나가더니. 또, 보고 싶어?” “그때야... 뭐...” “그때야. 내 옆에 있는 여자 때문에 질투에 눈이 멀었다?” “아니.. 칫! 질투는 누가 질투를 한다그래? 착각도 가지가지야!” “그래? 그럼.. 다른거 볼까..” “아니... 그래도 이거봐야되.. 질투는 아닌데.. 어쨌든..” 미우는 차마 질투였다고 말하지 못하고 우물거렸고, 태봉은 그런 미우를 귀여운듯 바라보았다. 자존심에 질투라곤 못하는것 같았지만. 누가봐도 질툰데 뭘... 태봉은 말없이 팝콘을 씹으며. 웃고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그들이. 영화를 보는동안. 미우에게선, 어제와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미우가 그렇게 유치하다고 말한 장면에선 주인공들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고, 급기야는.. 거의 마지막부분에 감동으로 눈물까지 그렁거렸다. 태봉은 그런 미우를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생각해보았다. 대체, 이 여자는. 이렇게 로맨스에 약하면서, 그동안 어떻게 그렇게 까칠할수 있었는지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였다. 영화가 끝이나고, 두 눈이 빨개진 미우와 함께. 태봉은 거리로 나왔다. 겨울이라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따뜻했다, 그리고, 거리는 그들과 같은 연인들로 가득차있었다. 한참을 이것저것 구경을 하면서, 돌아다니던, 미우의 눈에 갑자기 이미지 사진소가 보였다. 한참, 스티커사진이란 것이 유행하고, 저 이미지 사진이란 것도 유행할 때, 겉으론 차가운척 했어도, 내심 친구들이 연인들과 찍어온 사진을 보여줄때면 부러워했었던 미우였다. 어쨌든. 부러워하기만 하면서, 마음과 다르게 말했던 그때와 지금은 다르니까.. 하지만, 어쩐지. 태봉에게 사진을 찍으러 가자는 말을 하기는 쑥쓰러웠다. 미우의 눈이 사진관에 잠깐 머문것을 태봉은 보았지만, 그저 별 생각없이 지나쳤다. 그리고, 잠시뒤.. 미우는 다시 볼것이 있다며, 태봉의 이끌어, 그 사진관 앞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도, 말할수거 없어서, 사진관 앞에 노점으로 있는 인형만 한참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태봉은 세 번째쯤 그 자리에 돌아왔을 때, 알수있었다. 지금 미우가 저 사진관에서 자신과 함께 사진이란걸 찍고싶은데, 쑥쓰러워서,,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말못하고 있단걸, 다 알아차렸다. 태봉이 그 앞을 다시 지나칠 때, 미우는 아쉬운듯, 사진관을 한번 더 쳐다보고는 내심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다음순간, 태봉은 갑자기, 미우를 마주보고 서서는 미우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우리, 저기 사진 찍을까?” 미우는 태봉의 말에 얼굴엔 미소가 한껏 올라왔지만, 입으로는 또, 다른말을 하고 있었다. “유치하게 저걸 왜 찍어? 그냥 가!” “그래? 그럼 그럴까?” 한번 더 권할거란 생각했던 미우의 예상과는 달리 태봉이 미우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다시 가던길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방금 얼굴전체에 퍼졌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한번더 말하면 어디가 덧나냐?’ 마치 그 말을 듣기라도 한든 태봉은 휙 돌아서서. 미우의 손을 잡고 사진관 앞으로 성킁성킁 걸어갔다. 그리고는, “다 보여, 이 아가씨야~ 그냥, 저거 찍고 싶다고 하면 되지.. 자꾸 이 앞에 왔다갔다 하고, 모른척 찍으로 가자는데, 걸 또, 튕기세요? 가자!” 태봉은 미우의 손을 잡고 사진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우는 태봉에게 이끌려 들어가면서 다시금 얼굴에 미소가 퍼져있었다. 친절한 설명과 잡아주는 포즈에 따라 무사히 사진을 찍고는 미우는 만족한 듯, 다시, 거리로 나왔다. 앞으로 자신의 지갑 맨 앞에 꽃혀 있게될 사진을 손에 넣은 것만 같았다. 태봉도 방금 나온 사진을 안주머니에 넣고. 미우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사진관 바로앞에 있던 인형 노점에서, 정말 미우만한 인형을 하나 집어들었다.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네, 5만원입니다.” “네...여기요..” 태봉은 얼른 계산을 하고는, 미우에게 내밀었다. “자!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미우는 복슬복슬한 자신만한 커다란 곰인형을 보고 태봉을 어이없이 쳐다보았다. “내가 애야?” “애지! 그럼...얼른 들어!” 태봉은 미우에게 인형을 맡기고는 먼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미우는 너무나 큰 인형을 주체하지 못해 비틀거리다가, 인형을 구겨안고, 얼른 태봉을 따라갔다. 이렇게 말하면서.. “야! 차태봉,, 한동안 왜? 잠잠하나 했어.. 내가 어딜봐서, 어린애야? 어디서 애 취급이야?” 앞서가던 태봉은 미우의 말을 듣고도 웃기만 할뿐, 적당히 한두걸음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하다는 나른한 휴일의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윤호가 사다놓고 간 케잌 한조각과, 와인 한잔으로, 혼자서 분위기를 잡고있는 중이였다 [딩~동~] 하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꿀맛같은 휴식시간을 누군가가 방해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으니까, 혹시라도, 잡상이거나 하다면, 경비실을 들쑤셔 놓을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권윤홉니다.!” 하다의 짜증스런 얼굴로 직면한 윤호의 얼굴은 언제나 처럼, 차가운 표정이였다. 하다는 이내 짜증스런 표정을 거두고 갑자기 찾아온 윤호에게 손님에게 차린 격식으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권상무님... 어쩐일이신지...” “미우씨! 안에 있어요?” “미우.. 밖에 나갔는데요.. 연락 먼저 하고 오시지 그러셨어요..” “전화를.. 안받더라구요... 어디 갔어요?” “글쎄요? 그냥, 바람좀 쐬고 온다고 나갔으니까.. ” “그럼..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죠...” “미우씨가 보기보다 바쁜것 같군요.. 저녁이라도 같이 할려고 했는데..” “미우, 들어오면,, 전화 드리라고 할게요...” “네.. 그런데, 미우씨가 여기 하다씨말고 다른 친구가 있습니까?” “네? 왜? 그러시죠?” “이런날, 나갔으면,, 누구를 만나러 간것 같은데..” “글쎄요... 뭐, 같은 부서 직원들이라도 만나러 갔나보죠.. ” “네... 그럼..” 또다시, 윤호는 씁쓸하게 돌아섰다. 대체, 이 ‘미우’라는 여자는 뭐가 그렇게 바빠서 이틀동안 연락도 안되고, 얼굴도 볼수 없으니.. 그리고, 저 친구하는 하다는 자신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로 보아. 미우가 뭘하는지 어디있는지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는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미우에 관해서라면, 미우가 읽은 책이 무엇이지 까지 알 정도로 많은 정보를 수집했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자꾸만 빗나가는 만남에 윤호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권여사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는 늘 미우와 윤호사이의 진전을 원하는것 같은데.. 미우는 처음의 태도에서 한층 더 나아간 쌀쌀함을 자신에게 뿜어대고 있으니....... 미우는 인형을 자신의 옆에 구겨놓고는 씩씩거리며, 차가운 물을 두잔째 비우고 있는 중이였고, 태봉은 그 앞에 앉아 여유롭게 따뜻한 물을 들이키고 있었다. “치사하게.. 이 무거운걸, 던져놓고, 그렇게 먼저 가버리냐?” “선물이라고 준건데.. 선물한 사람의 성의를 봐서라도, 소중하게 다뤄줘야 하는거 아냐? 그런데, 왜? 그렇게 애를 구기니?” “됬어!!! 팔 떨어지는줄 알았구만..” “알았어. 미안해! 힘도 뺏으니까, 우리미우! 밥 많이 먹어야지?” 태봉은 마치 조카를 얼르는 미우의 이마를 톡 건드리며 말했다. 미우는 한쪽 눈썹을 살짝 치겨 올리면서 그 말을 되받아쳤다. “경고하는데, 거기 있는분! 자꾸만 애취급 하면,, 후회하게 될텐데?” “글세? 내 눈엔 애로 보여! 하는짓마다.. 속마음이 다 보여 그냥! 그 후회라는게,, 어디, 이번엔 어딜 때리려구?” “이번에라니? 내가 언제? 태봉씨 때린적 있어?” “왜? 지난번 사무실에서, 내 머리칼 움켜쥐고 정면으로 박치기 했잖아... 그 멍빠지는데, 한참 걸렸다!” 갑자기 태봉이 꺼낸말은 그들이 원수라도 질것처럼, 싸웠던 그 일이였다, 벌써 그 일이 있은지 5개월이나 지났다. 새삼 떠오르는 기억에 둘은 말없이 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함께 공유한 추억이라고, 말은 하지 않아도, 이제와서, 웃을수 있다니.. 그때까지만, 해도, 둘의 사이가 이렇게 되리라곤, 예상도 하지 못했는데... 태봉과 미우가 지난 자신들 사이의 많은 추억을 생각하는 동안, 앞에는 먹음직 스러운 정식상이 펼쳐졌다. “자! 얼른 먹자! 배고팠지?” “아니, 조금..” 태봉은 상 한가운에서 아직까지 지글거리며 맛있는 소리를 내고있는 생선구이를 발라내어, 막 들어올린 미우의 숟가락 위에 올려주었다. “너무 맛있게 구워졌다. 얼른 먹어!” 미우는 태봉이 올려준 생선구이를 마다하지 않고, 수줍은 듯 웃으면, 맛있게 씹어 삼켰다. 그뿐만 아니라, 식사중 내내, 더 맛있는 반찬은 미우 앞으로 밀어주고, 발라먹기 힘든 반찬은 먹기좋게 발라었고, 미우는 제비새끼마냥, 낼름낼름 잘 받아먹고 있었다. 꼭, 엄마가 자식을 챙겨주는것 같이. 아기자기한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앉아 차를 마셨다. “오늘 어땠어? 즐거웠어?” “뭐... 그럭저럭..” 태봉의 말에. 미우는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물어보나 마나, 즐거운걸 왜? 물어볼까 싶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는게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 미우는 정말, 행복한 기분으로 충만해졌다. 오늘 하루 태봉과 만난 시간으로, 그간 곪아터져왔던 상처들이 말끔이 치유된것 처럼... 그리고, 습관처럼, 미우는 자신의 목 언저리에 있는 팬던트를 만지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이건, 태봉이 다시 제작해온 것이였다. “아! 태봉씨! 내 목걸이 팬던트... 이거 새로 만든거였지?” “어?.....” “둘러댈 생각마.. 반이 깨졌으면, 어떻게 다시 만들어 지니? 깨진건 어떻게 했어?” “어.. 집에 있어... ” “깨진거 뒀다 뭐할려구 집에 뒀어? 그거 녹여서 안만들구?” “그냥... 그때, 병문안 와주던 것도 고마웠고, 그냥. 새걸 주고 싶었어..” “그래? 그럼.. 그걸로, 태봉씨, 열쇠고리 만들자! 그거 맡겨서 내거랑 같은 디자인으로.. ” “뭐하러, 그래?” “그냥 둬서 뭐해?” 미우의 말에. 태봉은 생각했다. 같은 디자인으로, 태봉의 열쇠고리로 만들어라.. 결국, 커플팬던트란 말이 아닌가? 태봉은 다시한번 씨익 웃으며, 조르는듯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미우에게 말했다. “그냥! 커플팬던트가 하고싶음 하고싶다고 해! 또, 빙빙 돌린다!” 미우는 금방 자신의 속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 뜨끔했지만, 이내, 정색을 하고는 태봉에게 쏘듯이 말했다. “칫! 꿈도 커요? 내가 왜? 태봉씨랑 커플 팬던트를 하냐? 그냥 두기 아까우니까 그런거지. 싫음 말어라!” 하지만, 태봉은 아무 대답도 하지않고, 빙긋이 웃기만 했다.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장난하듯, 이런 저런 말을 주고받다가, 카페를 나섰을때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였다. 카페앞에선 태봉은 낮과는 달리, 태봉은 미우에게 준 미우만한 곰인형은 한쪽 옆구리에 끼고는 한쪽손을 내밀었다. 잡으라는 뜻으로,, 미우는 한껏 쑥쓰러워 하면서, 선뜻 잡지 않자, 태봉은 느긋한 표정으로 전면을 보며, 말했다. “뭘, 또! 튕기고 그러시나? 어제저녁엔 안겨서 잘만 울어니!” 미우는 또, 그 말에 발끈해서는 “내.. 내가뭘 튕긴다 그래? 이렇게 사람 많은데!” “이렇게 사람 많은데.. 내가 이 많은 사람들중 하나야? 니가 이 많은 사람들중 하나가 아닌데? 자! 얼른!” 태봉은 자신이 미우에게 특별한 사람이며, 미우역시 자신에게 특별한 사람이란걸 일깨우며, 얼른 손을 잡으라고 재촉했고, 미우는 쑥쓰러운듯, 슬며시 태봉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어느새 어두워지기 시작한 거리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걸었다. 미우는,, 자신의 삶중.. 오늘만큼 행복한 날은 없을거라며 마음으로 한껏 행복해했다. 태봉역시. 지금 자신의 손을 잡고, 자신의 걸음과 같이 걷고 있는 미우를 느끼며, 행복해 했다. 오늘 만큼 행복했던 날은 없었다고.... =============================================================================== 오늘은 정말 나른한 화요일이였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글에 넣을 에피소드를 끄적이며 엎드려있다가 너무나 일찍 잠든 죄로..(9시에 잠들었답니다) 새벽 3시에 눈떠서 출근시간 전까지 말똥거렸더니, 하루가 더 긴것같은 느낌마져 들더군요 그리고, 자꾸만 허파를 찔러대는 봄바람덕분에, 더 나른해지기만 하더라구요, 창밖으로 보이는 그 파란 하늘이라니... 꽃샘추위고 뭐고, 햇살은 봄햇살이니까요. 11장은 3~4part로 써질텐데.. 제목 그대로, 해피타임입니다. 이런 알콩달콩한 연애를 해 본지도, 기억이 너무 가물가물 해져서, 감이 안잡히네요... 아~ 엔딩은 해피한게 좋은데.. 알콩달콩한 사랑얘기는 왠지.. 닭살이 돋네요... ㅎㅎ 그래도, 옆에 대패 놔두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셨죠? 좋은 저녁 되세요~ -마녀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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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 해피타임 > -1
12시가 훌쩍 넘어버려 세상이 조용한 가운데, 태봉의 집 쇼파에는 아직까지 잔 흐느낌이 남아있는 미우가 쿠션을 안고 앉아있었다.
태봉은 따뜻한 유자차를 미우의 앞에 놓아주고는 옆에 앉았다.
“마셔... 좀 괜찮아 질거야..”
“...땡큐...”
얼떨결에 추위속에서 걸어다니면서 울다가. 자신도 모르게 태봉에게로 와 울며불며 그간 쌓아온 감정을 다 터트려낸 미우는 부끄럽기도 하고. 좋기도 해서. 시선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찻잔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눈가의 화장이 번진탓도 있었지만.
태봉도 그간 앓아왔던 가슴이 말끔이 나은듯했고.. 미우의 처음보는 수줍은 모습에 빙그레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제, 다 울었어?”
자상하게 묻는 태봉의 말에. 미우는 고개만 살짝 끄덕거렸다. 그리고, 태봉이 놓아준 유자차를 들어 홀짝거리며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근데... 아까 그 여자 누구야?”
갑자기. 다시 질투의 감정이 솟구치는지. 팬더눈에 짝눈을 하고는 태봉을 빤히 쳐다보는 미우의 모습에 태봉은 실소를 터트릴수 밖에 없었다.
“하하하.. 그게, 왜? 궁금하실까? 나 필요 없다며?”
“그랬...지... 그랬는데.. 누군지 물어보지도 못하나?”
“뭐.. 굳이 알고싶다면... 하다씨 같은부서 친구.. 그나저나, 하다씨한테 정말 고맙다고 해야하는데..”
“장하다! 다른 여자를 소개시켜줬다 이거지!!”
“왜 이래? 하다랑 나랑 둘다 목숨 건 일이였어! 미우씨가 하도 튕기니까. 어떻게해.. 그런 방법이라도 써야지?”
“아주! 오늘 영화 선정할때부터 알았어야 하는데.. 내가.. 다들 유치극에 중독된거야!”
“칫! 그 유치극에 넘어온게 누군데?”
“그런데. 목숨은 왜? 걸어?”
“어! 그분 유부녀거든...”
“뭐? 정말 용쓴다..”
“그래! 이렇게 까지 했으니까.. 한번만 더.. 못믿네 뭐네 하면서 튕기기만 해봐라..”
“몰라.. 나 배고픈데.... 뭐 먹을거 없어요?”
“이 시간에.. 이시간에 먹고 자면, 퉁퉁 부울건데?”
그때였다. 태봉의 집 초인종이 조용히 울려왔다.
태봉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미우는 흠칫놀랐다.
“이 시간에 또, 누구야?”
태봉은 현관으로 가 현관문을 열었다.
그 앞에는 하다가 서있었다.
“하다씨!”
“혹시, 미우....야! 전미우!!!”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누구인지 보고있는 미우를 발견한 하다는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태봉은 지금 시간을 생각해보면, 꽤나 걱정했을것 같은 하다의 마음을 알것같았다.
하다가 들어올수있게 길을 열어주었다.
하다는 태봉이 열어준 길로 성큼성큼 들어가서는 미우의 옆에 앉았다.
“야! 이 지지배야! 늦으면, 늦는다. 어디 있으면 어디 있다. 연락을 해줘야지! 아까 할머니 전화 오셨단 말이야!”
“그래서?”
“그래서는 뭘 그래서? 잔다고 뻥쳤지!!! 그나저나.. 너 울었냐?”
“어?!”
하다는 미우의 눈 주위로 판다곰처럼 퍼져있는 눈화장의 얼룩을 보고는 미우가 울었을거라고 짐작할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까지 태봉과 함께 있다면.. 뭐.. 마음을 열고 울고.. 어쨌든 잘 되긴 했다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 할수 있었다.
이제, 그럼 하다의 책임이 하나 더 는 셈이다. 미우가 태봉과 어떻게될지 아직은 확실히 모르니, 윤호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아주고, 태봉과 미우가 만나더라고, 확실한 경계는 그어줘야 하니까..
“우선. 집에 가자! 둘이 잘되는것도 좋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 그렇잖아? 안그래요? 태봉씨?”
“네?, 그.. 그렇네요,, 미안해요.. 걱정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야 하는건데..”
태봉은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어쨌는 미우와 태봉을 적극 밀어준 사람아닌가?
하다는 미우를 끌다싶이 하고 나오면서, 태봉에게 말했다.
“아무리, 좋아도! 날이 밝을때까진 기다리시라구요!”
“네....”
미우는 하다의 손에 이끌려 몇발 안되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지만. 금새 잠들수 없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겠다. 하다의 추궁에, 어떻게 된 일인지 소상히 고해야만 했고, 미우 자시의 이야기가 끝이나자. 역으로, 미우는 하다에게, 언제부터, 꾸며댄 일인지 추궁해야 했기 때문이였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에 미우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리고... 수줍은듯 미소를 짓고는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태봉앞에서 맘놓고 울어버린 것이 좀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있는 일이다.. 자신도, 상대방도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기는... 시계는 어느덧 9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미우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식탁위에는 노란 후리지아와, 케잌 한 상자가 보였다.
“어? 하다가 사놨나? 겨울이라, 후리지아가 잘 없었을텐데...흠...”
미우는 꽃병을 꺼내서 꽃다발을 다음어 꽂고는 케잌은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아침식탁을 근사하게 차려놓고, 하다를 깨우러 들어갔다.
하다는, 형진과 통화르 하다 잠들었는지. 전화기를 안고 자고 있었다.
“야! 장하다! 일어나!! 아침먹고 자!”
“음... 몇시야?”
“9시반...”
“왠일이야? 니가 이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먹으라 그러고.. 역시.. 사랑이 무섭긴 무섭구나..”
“어머! 얘는? 너야말로 왠일이냐? 이 시간까지... 얼른 나와!”
‘사랑’이란 말에 미우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다시 하다의 방을 나갔고, 하다는 그런 미우를 보고는 피식 웃다가. 곧 미우를 따라나갔다.
둘이 거의 아침식사가 끝나무렵 미우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미우는 어느새, 벨소리 설정까지 끝내놨는지. 얼굴에 미소를 띄우로 자신의 방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여보세요?”
[일어났어?]
“응...”
[아침은?]
“방금. 먹었지.. 태봉씨는?”
[나도,.... 오늘.. 뭐할까?]
“글세....”
[일단, 준비하고 나와.. 한시간뒤에 집앞에서 만나.“
“알았어요...”
미우는 전화기 폴더를 닫고, 얼른 욕실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첫 번째 데이트 이다.. 알아온지도 꽤 됬고, 그간. 태봉과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서로 마음을 인정하고, 연인으로는 처음이니. 미우의 마음은 마구 설레기 시작했다.
정성스럽게 화장을하고, 옷을 챙겨입고 미우가 방을 나선건. 태봉과 약속한 한시간에서 10분이 남아있을때였다.
미우는 여유롭게 쇼파에 반쯤 누워 tv를 보고있는 하다곁으로 갔다.
“나.. 나갔다 올게...”
“그래.. 너무 늦지는 마! 아! 그리고, 이꽃 이나 꽃아뒀니?”
하다가 가르킨건 아침에 미우가 꽃아둔 노란 후리지아였다.
“어.. 니가 사다놓은거 아니였어?”
“이거랑.. 냉장고 안에 케잌이랑.. 어제 권상무님이 사들고 왔었어... 밤늦게... 어쩔거야?”
“....뭘?”
“권상무.. 이대로 둬선 안되잖아.. 태봉씨한테도 니 얘기 해야할거고, 권상무가 더 이상 작업 못하게 막기도 해야하고! 집에도 얘기 해야지? 안그럼. 할머니께서 계속 밀어붙이실게 뻔하잖아..”
“알아.. 나도... 조금 있다가.. 아직은 이르잖아.. 뭐라고 하기는..”
“니가 알아서 잘해.. 내가 도와줄수 있는건 없어, 이젠...”
“알았어.. 고마워.. 근데.. 넌 하루종일 집에 있을거니?”
“그렇지뭐.. 귀찮아.. 나가기..”
“같이 갈까?”
“얘가! 예의상 하는말인줄 알지만. 암튼 고맙다.. 갔다와 얼른..”
“응.... 그럼.. 나.. 갔다올게...”
미우는 하다에게 생긋 웃고는 핸드백을 들고, 경쾌하게 집을 나섰다.
태봉은 이미 집앞에 나와있었다. 둘이 눈이 마주치자 둘다 쑥쓰러운듯.. 미소를 띠었고.. 별 대화 없이도, 둘은 같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전벨트를 메고, 차를 출발시키기전. 태봉은 웃으며, 미우에게 물었다.
“아침먹은지는 얼마 안됬으니까.. 뭐 할까?”
“음.... 어제... 보다만 영화... 그거 보면 안될까?”
미우는 어제저녁 자신이 극장에서 저지른 만행이 생각나, 조심스럽게 말했고, 태봉은 말없이 차를 출발시켰다. 태봉은 미우의 말대로 극장앞에 차를 멈추고 미우와함게 극장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엔 이른 시간인지, 극장안은 전날 저녁과 비교하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여유롭게 표를끊고.. 마실것을 사고.. 그리고, 기다리면서 태봉은 웃으며 미우에게 말했다.
“유치하다고, 그 난리를 치고 나가더니. 또, 보고 싶어?”
“그때야... 뭐...”
“그때야. 내 옆에 있는 여자 때문에 질투에 눈이 멀었다?”
“아니.. 칫! 질투는 누가 질투를 한다그래? 착각도 가지가지야!”
“그래? 그럼.. 다른거 볼까..”
“아니... 그래도 이거봐야되.. 질투는 아닌데.. 어쨌든..”
미우는 차마 질투였다고 말하지 못하고 우물거렸고, 태봉은 그런 미우를 귀여운듯 바라보았다.
자존심에 질투라곤 못하는것 같았지만. 누가봐도 질툰데 뭘...
태봉은 말없이 팝콘을 씹으며. 웃고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그들이. 영화를 보는동안. 미우에게선, 어제와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미우가 그렇게 유치하다고 말한 장면에선 주인공들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고, 급기야는.. 거의 마지막부분에 감동으로 눈물까지 그렁거렸다.
태봉은 그런 미우를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생각해보았다.
대체, 이 여자는. 이렇게 로맨스에 약하면서, 그동안 어떻게 그렇게 까칠할수 있었는지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였다.
영화가 끝이나고, 두 눈이 빨개진 미우와 함께. 태봉은 거리로 나왔다.
겨울이라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따뜻했다, 그리고, 거리는 그들과 같은 연인들로 가득차있었다.
한참을 이것저것 구경을 하면서, 돌아다니던, 미우의 눈에 갑자기 이미지 사진소가 보였다.
한참, 스티커사진이란 것이 유행하고, 저 이미지 사진이란 것도 유행할 때, 겉으론 차가운척 했어도, 내심 친구들이 연인들과 찍어온 사진을 보여줄때면 부러워했었던 미우였다.
어쨌든. 부러워하기만 하면서, 마음과 다르게 말했던 그때와 지금은 다르니까..
하지만, 어쩐지. 태봉에게 사진을 찍으러 가자는 말을 하기는 쑥쓰러웠다.
미우의 눈이 사진관에 잠깐 머문것을 태봉은 보았지만, 그저 별 생각없이 지나쳤다.
그리고, 잠시뒤.. 미우는 다시 볼것이 있다며, 태봉의 이끌어, 그 사진관 앞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도, 말할수거 없어서, 사진관 앞에 노점으로 있는 인형만 한참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태봉은 세 번째쯤 그 자리에 돌아왔을 때, 알수있었다. 지금 미우가 저 사진관에서 자신과 함께 사진이란걸 찍고싶은데, 쑥쓰러워서,,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말못하고 있단걸, 다 알아차렸다.
태봉이 그 앞을 다시 지나칠 때, 미우는 아쉬운듯, 사진관을 한번 더 쳐다보고는 내심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다음순간, 태봉은 갑자기, 미우를 마주보고 서서는 미우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우리, 저기 사진 찍을까?”
미우는 태봉의 말에 얼굴엔 미소가 한껏 올라왔지만, 입으로는 또, 다른말을 하고 있었다.
“유치하게 저걸 왜 찍어? 그냥 가!”
“그래? 그럼 그럴까?”
한번 더 권할거란 생각했던 미우의 예상과는 달리 태봉이 미우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다시 가던길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방금 얼굴전체에 퍼졌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한번더 말하면 어디가 덧나냐?’
마치 그 말을 듣기라도 한든 태봉은 휙 돌아서서. 미우의 손을 잡고 사진관 앞으로 성킁성킁 걸어갔다.
그리고는,
“다 보여, 이 아가씨야~ 그냥, 저거 찍고 싶다고 하면 되지.. 자꾸 이 앞에 왔다갔다 하고, 모른척 찍으로 가자는데, 걸 또, 튕기세요? 가자!”
태봉은 미우의 손을 잡고 사진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우는 태봉에게 이끌려 들어가면서 다시금 얼굴에 미소가 퍼져있었다.
친절한 설명과 잡아주는 포즈에 따라 무사히 사진을 찍고는 미우는 만족한 듯, 다시, 거리로 나왔다.
앞으로 자신의 지갑 맨 앞에 꽃혀 있게될 사진을 손에 넣은 것만 같았다.
태봉도 방금 나온 사진을 안주머니에 넣고. 미우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사진관 바로앞에 있던 인형 노점에서, 정말 미우만한 인형을 하나 집어들었다.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네, 5만원입니다.”
“네...여기요..”
태봉은 얼른 계산을 하고는, 미우에게 내밀었다.
“자!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미우는 복슬복슬한 자신만한 커다란 곰인형을 보고 태봉을 어이없이 쳐다보았다.
“내가 애야?”
“애지! 그럼...얼른 들어!”
태봉은 미우에게 인형을 맡기고는 먼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미우는 너무나 큰 인형을 주체하지 못해 비틀거리다가, 인형을 구겨안고, 얼른 태봉을 따라갔다.
이렇게 말하면서..
“야! 차태봉,, 한동안 왜? 잠잠하나 했어.. 내가 어딜봐서, 어린애야? 어디서 애 취급이야?”
앞서가던 태봉은 미우의 말을 듣고도 웃기만 할뿐, 적당히 한두걸음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하다는 나른한 휴일의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윤호가 사다놓고 간 케잌 한조각과, 와인 한잔으로, 혼자서 분위기를 잡고있는 중이였다
[딩~동~]
하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꿀맛같은 휴식시간을 누군가가 방해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으니까, 혹시라도, 잡상이거나 하다면, 경비실을 들쑤셔 놓을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권윤홉니다.!”
하다의 짜증스런 얼굴로 직면한 윤호의 얼굴은 언제나 처럼, 차가운 표정이였다.
하다는 이내 짜증스런 표정을 거두고 갑자기 찾아온 윤호에게 손님에게 차린 격식으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권상무님... 어쩐일이신지...”
“미우씨! 안에 있어요?”
“미우.. 밖에 나갔는데요.. 연락 먼저 하고 오시지 그러셨어요..”
“전화를.. 안받더라구요... 어디 갔어요?”
“글쎄요? 그냥, 바람좀 쐬고 온다고 나갔으니까.. ”
“그럼..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죠...”
“미우씨가 보기보다 바쁜것 같군요.. 저녁이라도 같이 할려고 했는데..”
“미우, 들어오면,, 전화 드리라고 할게요...”
“네.. 그런데, 미우씨가 여기 하다씨말고 다른 친구가 있습니까?”
“네? 왜? 그러시죠?”
“이런날, 나갔으면,, 누구를 만나러 간것 같은데..”
“글쎄요... 뭐, 같은 부서 직원들이라도 만나러 갔나보죠.. ”
“네... 그럼..”
또다시, 윤호는 씁쓸하게 돌아섰다.
대체, 이 ‘미우’라는 여자는 뭐가 그렇게 바빠서 이틀동안 연락도 안되고, 얼굴도 볼수 없으니.. 그리고, 저 친구하는 하다는 자신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로 보아. 미우가 뭘하는지 어디있는지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는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미우에 관해서라면, 미우가 읽은 책이 무엇이지 까지 알 정도로 많은 정보를 수집했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자꾸만 빗나가는 만남에 윤호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권여사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는 늘 미우와 윤호사이의 진전을 원하는것 같은데.. 미우는 처음의 태도에서 한층 더 나아간 쌀쌀함을 자신에게 뿜어대고 있으니.......
미우는 인형을 자신의 옆에 구겨놓고는 씩씩거리며, 차가운 물을 두잔째 비우고 있는 중이였고, 태봉은 그 앞에 앉아 여유롭게 따뜻한 물을 들이키고 있었다.
“치사하게.. 이 무거운걸, 던져놓고, 그렇게 먼저 가버리냐?”
“선물이라고 준건데.. 선물한 사람의 성의를 봐서라도, 소중하게 다뤄줘야 하는거 아냐? 그런데, 왜? 그렇게 애를 구기니?”
“됬어!!! 팔 떨어지는줄 알았구만..”
“알았어. 미안해! 힘도 뺏으니까, 우리미우! 밥 많이 먹어야지?”
태봉은 마치 조카를 얼르는 미우의 이마를 톡 건드리며 말했다.
미우는 한쪽 눈썹을 살짝 치겨 올리면서 그 말을 되받아쳤다.
“경고하는데, 거기 있는분! 자꾸만 애취급 하면,, 후회하게 될텐데?”
“글세? 내 눈엔 애로 보여! 하는짓마다.. 속마음이 다 보여 그냥! 그 후회라는게,, 어디, 이번엔 어딜 때리려구?”
“이번에라니? 내가 언제? 태봉씨 때린적 있어?”
“왜? 지난번 사무실에서, 내 머리칼 움켜쥐고 정면으로 박치기 했잖아... 그 멍빠지는데, 한참 걸렸다!”
갑자기 태봉이 꺼낸말은 그들이 원수라도 질것처럼, 싸웠던 그 일이였다, 벌써 그 일이 있은지 5개월이나 지났다. 새삼 떠오르는 기억에 둘은 말없이 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함께 공유한 추억이라고, 말은 하지 않아도, 이제와서, 웃을수 있다니..
그때까지만, 해도, 둘의 사이가 이렇게 되리라곤, 예상도 하지 못했는데...
태봉과 미우가 지난 자신들 사이의 많은 추억을 생각하는 동안, 앞에는 먹음직 스러운 정식상이 펼쳐졌다.
“자! 얼른 먹자! 배고팠지?”
“아니, 조금..”
태봉은 상 한가운에서 아직까지 지글거리며 맛있는 소리를 내고있는 생선구이를 발라내어, 막 들어올린 미우의 숟가락 위에 올려주었다.
“너무 맛있게 구워졌다. 얼른 먹어!”
미우는 태봉이 올려준 생선구이를 마다하지 않고, 수줍은 듯 웃으면, 맛있게 씹어 삼켰다.
그뿐만 아니라, 식사중 내내, 더 맛있는 반찬은 미우 앞으로 밀어주고, 발라먹기 힘든 반찬은 먹기좋게 발라었고, 미우는 제비새끼마냥, 낼름낼름 잘 받아먹고 있었다.
꼭, 엄마가 자식을 챙겨주는것 같이. 아기자기한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앉아 차를 마셨다.
“오늘 어땠어? 즐거웠어?”
“뭐... 그럭저럭..”
태봉의 말에. 미우는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물어보나 마나, 즐거운걸 왜? 물어볼까 싶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는게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 미우는 정말, 행복한 기분으로 충만해졌다.
오늘 하루 태봉과 만난 시간으로, 그간 곪아터져왔던 상처들이 말끔이 치유된것 처럼...
그리고, 습관처럼, 미우는 자신의 목 언저리에 있는 팬던트를 만지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이건, 태봉이 다시 제작해온 것이였다.
“아! 태봉씨! 내 목걸이 팬던트... 이거 새로 만든거였지?”
“어?.....”
“둘러댈 생각마.. 반이 깨졌으면, 어떻게 다시 만들어 지니? 깨진건 어떻게 했어?”
“어.. 집에 있어... ”
“깨진거 뒀다 뭐할려구 집에 뒀어? 그거 녹여서 안만들구?”
“그냥... 그때, 병문안 와주던 것도 고마웠고, 그냥. 새걸 주고 싶었어..”
“그래? 그럼.. 그걸로, 태봉씨, 열쇠고리 만들자! 그거 맡겨서 내거랑 같은 디자인으로.. ”
“뭐하러, 그래?”
“그냥 둬서 뭐해?”
미우의 말에. 태봉은 생각했다. 같은 디자인으로, 태봉의 열쇠고리로 만들어라.. 결국, 커플팬던트란 말이 아닌가? 태봉은 다시한번 씨익 웃으며, 조르는듯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미우에게 말했다.
“그냥! 커플팬던트가 하고싶음 하고싶다고 해! 또, 빙빙 돌린다!”
미우는 금방 자신의 속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 뜨끔했지만, 이내, 정색을 하고는 태봉에게 쏘듯이 말했다.
“칫! 꿈도 커요? 내가 왜? 태봉씨랑 커플 팬던트를 하냐? 그냥 두기 아까우니까 그런거지. 싫음 말어라!”
하지만, 태봉은 아무 대답도 하지않고, 빙긋이 웃기만 했다.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장난하듯, 이런 저런 말을 주고받다가, 카페를 나섰을때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였다. 카페앞에선 태봉은 낮과는 달리, 태봉은 미우에게 준 미우만한 곰인형은 한쪽 옆구리에 끼고는 한쪽손을 내밀었다. 잡으라는 뜻으로,,
미우는 한껏 쑥쓰러워 하면서, 선뜻 잡지 않자, 태봉은 느긋한 표정으로 전면을 보며, 말했다.
“뭘, 또! 튕기고 그러시나? 어제저녁엔 안겨서 잘만 울어니!”
미우는 또, 그 말에 발끈해서는
“내.. 내가뭘 튕긴다 그래? 이렇게 사람 많은데!”
“이렇게 사람 많은데.. 내가 이 많은 사람들중 하나야? 니가 이 많은 사람들중 하나가 아닌데? 자! 얼른!”
태봉은 자신이 미우에게 특별한 사람이며, 미우역시 자신에게 특별한 사람이란걸 일깨우며, 얼른 손을 잡으라고 재촉했고, 미우는 쑥쓰러운듯, 슬며시 태봉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어느새 어두워지기 시작한 거리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걸었다.
미우는,, 자신의 삶중.. 오늘만큼 행복한 날은 없을거라며 마음으로 한껏 행복해했다.
태봉역시. 지금 자신의 손을 잡고, 자신의 걸음과 같이 걷고 있는 미우를 느끼며, 행복해 했다.
오늘 만큼 행복했던 날은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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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나른한 화요일이였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글에 넣을 에피소드를 끄적이며 엎드려있다가 너무나 일찍 잠든 죄로..(9시에 잠들었답니다) 새벽 3시에 눈떠서 출근시간 전까지 말똥거렸더니, 하루가 더 긴것같은 느낌마져 들더군요
그리고, 자꾸만 허파를 찔러대는 봄바람덕분에, 더 나른해지기만 하더라구요,
창밖으로 보이는 그 파란 하늘이라니... 꽃샘추위고 뭐고, 햇살은 봄햇살이니까요.
11장은 3~4part로 써질텐데.. 제목 그대로, 해피타임입니다.
이런 알콩달콩한 연애를 해 본지도, 기억이 너무 가물가물 해져서, 감이 안잡히네요...
아~ 엔딩은 해피한게 좋은데.. 알콩달콩한 사랑얘기는 왠지.. 닭살이 돋네요... ㅎㅎ
그래도, 옆에 대패 놔두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셨죠? 좋은 저녁 되세요~
-마녀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