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화이트 데이

오르페우스2006.03.15
조회187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일어났던 제 인생 최악의 사건입니다.

아.. 정말이지 할 수 있으면 지구를 뜨고 싶은 기분입니다.악몽의 화이트 데이

 

2003년 3월 14일..

정말 너무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화이트데이"..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듯이,

나에게도 사랑하는 그사람으로 인해 너무나 가슴셀레이는 날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정인선"..

나이는 17세로 내동생의 친구다.

그 이름처럼 너무나 착하고 예쁜 그녀다.  

처음 본 날부터 지금 껏  가슴앓이로 지내온 세월이 2년..ㅠㅠ

이쯤 되면 눈치를 챘겠지만, 그 사람은 알지 못하는 혼자만의 짝사랑이다.

그렇지만 비록 짝사랑이기는 하지만 난 너무나 행복했다.

왜냐하면 이 날에(화이트 데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한달 동안 나름대로 그녀를 감동시킬 고백의 말과 조촐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었기에, 난 더더욱 각별히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늘이 도우시는 건지 때마침 이 날은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휴일이었다.ㅋ

그리고 그 전날 밤인 3월 13일에는 밤잠을 설칠 정도로 가슴이 뛰고 잠이 오지 않았다.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 가슴은 진정될 줄 몰랐다.

 

그리고 고대하던 3월 14일..

비록 밤잠을 설쳤지만, 내 마음은 그런 피곤함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 동생을 배웅하면서 착착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수인아~(내동생이다) 오늘 학교 일찍 마치지?
오늘 별 일 없으면 인선이 집에 데려와라~^^"

 

"왜?"

 

"아니 그냥 오랜만에 휴일이고 또 화이트 데이니까, 함께 영화도 보고 인라인 타러 공원에도 가고..

그리고 오늘은 너희들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거 오빠가 다 쏠께~^^"

 

"와~ 진짜? 오빠가 웬일이야~?

흠.. 어쨌든 알았어 오늘 인선이에게 한 번 물어볼께~"

 

"꼭 데려와라 알았지?^^"

 

"알았어~"

 

그리고 난 모든 준비를 다시금 철저히 준비하며, 마음을 다지고 있었다.

9시.. 10시.. 시간은 그렇게 흘러 어느덧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동생도 오늘 학교를 오전 수업만 하고 마친다고 했기 때문에,

대략 나의 생각에는 1시 전후로 마칠 것 같았다.

(나의 생각에는 정말이지 그 날은 하늘이 도우시는 완벽한 날이었다.)

 

그리고 12시 20분..

부모님들도 다 출근하고, 텅 빈 집안에서 혼자 TV보며 있는데도,

내겐 TV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책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긴장이 되어 혼자서 앉았다가 일어섰다가를 몇 번인가 반복하고 나니,

긴장을 해서 그런지..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 순간이 내 인생 최악의 사건의 시발점일 줄은 이 때만해도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ㅡㅜ)

 

12시 30분..

동생이 올 때가 다 되었지만, (대략 1시로 추정..)

그래도 일단은 급한 불부터 꺼야 되지 않겠는가?

난 서둘러 아파오는 배를 잡고,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볼 일을 보는 동안 난 지금 볼 일을 봄이, 다행이라고까지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날따라 왜 그리도 향기가(?) 지독한지 나로서도 참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인선이가 오고 난 뒤에 볼 일을 치뤘는데, 이런 냄새가 욕실에 퍼져있는 상태에서

인선이가 손이라도 씻으러 욕실에 들어 온다면, 계획이고 뭐고 그것으로 끝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얼마 동안을 하고 있을 때..

때마침 거실에서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난 순간 집안에 동생과 둘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계속 울리는 벨소리..

 

"수인아~ 전화 받어~~"

 

"............."

 

"야~ 전화 받으라니.."

 

(그 순간 집에는 나 혼자 밖에 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하~ 맞다 집에 나 혼자 밖에 없지..ㅋㅋ"

 

난 그런 생각이 미치자 전화를 받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볼 일을 보고 있는 상태여서 자세가 좀 어정쩡했다.

그 순간, 닦고(?) 갈 것인지..

그냥 갈 것인지 잠시 망설이다 그냥 귀찮아서 기어서 가기로 했다.

(우리집은 거실이 욕실에서 나와서 오른쪽에 있다.)

그래서 밑도 닦지 않은 채, 바지는 무릎 아래까지 내리고 엉금엉금 기어서 거실로 향했다.

가면서도 난 살짝 투덜거렸다.

 

"아씨.. 이래서 무선 전화기를 사자니까..ㅡㅡ;;"

 

그리고 다 가서 울리는 전화기를 집으려 하는 순간, 벨소리가 멈췄다.ㅡㅡ;;;

(헐~ 정말 허무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이건 허무도 아니었다.)

그래서 난 뒤돌아 다시 엉금엉금 기어가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아버지 오시면 꼭 무선 전화기로 바꾸자고 진짜 말한다 어휴~"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금 욕실로 향하고 있는데,

그 순간, 현관문이 덜컹 열리며 동생의 말소리와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인선이의 비명소리도..

 

그 때 나의 자세는 그보다 더 완벽할 수가 없었다.

완벽하게 엎드린 그 자세에서 바지까지 무릎 밑으로 내리고 있었기에.

누가 봐도 너무나 요염하고 적나라한 자세였다.

더군다나 거기는 안 닦고 있었기에, 이물질과 함께 약간의 내용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잘게 부수어진 김치 조각등..)

 

(난 지금도 그 순간을 회상하자면, 자동적으로 7층 아파트 밑을 내려다보곤 한다.)

 

그 순간 난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마치 100년의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우리집 아파트 현관은 문을 열면 욕실과 정면이며, 거실은 좌측에 있다.)

난 곧 동생의 웃음 소리가 끊어진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난 뒤..

 

"오.. 오빠... 뭐해?"

 

"어.. 왔어? 배.. 배고프지? 밥 먹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 중, 위에 저 상황에서 동생에게 저 말을 하고 있어야 되는 

가슴 무너지는 저의 심정을 아신다면 저의 홈페이지로 위로의 글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난 여유롭게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그냥 그렇게 다시 욕실로 갔다.

(사실 여유로워서 여유로운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내겐 최선이었기에.. ㅠㅠ)

그렇게 나의 19번째 화이트데이는 끝이 났다.

 

이 가슴 아픈 사연을 듣는 사람 중에는 그럼 그 날 어떻게 놀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놀기는 젠장..ㅡㅡ;;

그 때 나의 심정은 뜬금없이 마음에도 없는 아프리카 선교까지 생각 났다.

한 5년 동안  아무도 날 알지 못하는 아프리카로 가서 굶주린 애들이나 돌봐 주다 올까..

아님..

인도나 칠레 쪽으로 유학이나 갔다 올까..

(사실 유학 갈 형편도 못 되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나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불과 몇 분 전까지 "Happy Ending"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몇 분 후에는 "Never Ending Story" 가 되어 있을 줄은..ㅡㅜ

정말이지, 이 사건은 내게 있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화이트 데이..

정말 말 그대로 내게는 그 날이 완벽한 화이트 데이였다.

얼굴이 창백해지다 못해, 하얗게 질려 버린 화이트 데이.. 

준비한 이벤트와 그 날 영화 비용은 고스란히 술값으로 들어 갔다.악몽의 화이트 데이

 

그리고 결론은 난 그 사건 이후로 두 번 다시 인선이를 볼 수 없었다.

학교 가는 길에 마주쳐도 우리는 서로 어색한 인사만 했다.

인선이는 아마 나만 생각하면 이물질이 묻은 엉덩이부터 떠올릴 것이다.

사실 인선이도 얼마나 괴롭겠는가.. 

 

아.. 3년이 지났건만, 잊혀지지 않는 이 사건은 언제나 내 기억에서 끝이 날런지..

제발 도와주세요.

어떻게 하면 빨리 기억 속에서 이 사건을 잊을 수 있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_ _)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