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은 수화기를 통해 생생하게 들려오는 전화내용을 애써 무시한채 깊게 잠이 든척 숨소리가 흔들리지 않게끔 했다.
전화를 끊고 긴 한숨을 깊게 내쉬며 자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한참을 바라보는 강혁의 시선을 참기가 힘들어 지자 미선은 자연스럽게 몸을 뒤척이며 강혁의 품에서 옆으로 몸을 돌렸다.
‘ 가...내가 눈을 뜨고 당신을 붙잡기 전에 가...내 얼굴 그렇게 바라봐도 어차피 나오는 답은 하나야...당신이 가는거...당신 때문에 그랬다잖아...그건 내 책임도 있는 거잖아...내가 당신 잡고 있어서...그런거잖아...보지 않아도 당신 맘...너무 아파서 벌써 눈물이 맺혀 있을 거야...어서 가...자꾸 그렇게 늦어지면 나 돌아서 당신보고 눈 뜰지도 몰라...어서가...’
그러니까 나 걱정은 하지 말고 당신 마음...너무 아파하지마...당신 오면 내가 더 사랑해줄게..내가 더 사랑해줄게...더...‘
미선은 말없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쏟고 있었다.
병원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의 숨통을 조인 듯 탁하고 막혀오는듯한 답답한 느낌을 멈출수가 없던 강혁은 벽에 기댄채 담배를 입에 물었다.
‘ 하루만이라도 그냥 그 여자만 바라보고 사랑하고 쉴수 있었음 좋겠다...유린아! 나 숨좀 쉬게 해주면 좋겠다...니가...나 좀 도와주면 좋았을텐데....’
링겔을 가는 팔목에 꽂은채 잠들어 있는 유린을 보는 강혁의 맘은 죄인처럼 무겁기만 했다.
“ 왜 그랬어? 나까짓게 뭐라고 왜 이런 무서운 일을 벌인거야...왜 그랬어? 이래도 내맘이 흔들리지가 않는데...왜 그렇게 자신을 상처내고 있는거야?”
중얼리거리듯 말하는 강혁의 말을 들은 듯 유린의 몸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잠에서 깨어난 듯 가늘게 눈을 뜬 유린은 강혁을 보자마자 굵은 눈물이 그대로 볼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 오빠..왜 이제 왔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왜 이제 왔어?”
“ 미안해...! ....” “ 아니야...왔으니까 괜찮아...됐어...아프지도 않아...앉아...손 잡아줘...내 손 잡아줘”
강혁은 아기처럼 자신에게 보채며 말하는 유린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자 유린은 자신의 손을 힘주어 강혁의 손을 붙잡았다.
“ 이 손...놓치 않을 거야...가지마..내 옆에서 가지마...난...오빠없음 안되겠어...도저히 안되겠어...그러니까 오빠가 이해해줘...” “ 그만 말해...힘들잖아...힘들어 보여...안가고 여기서 니 손 잡고 있을테니까...더 자...걱정말고...자...응? ” “ 알았어...그럴게...가지말고 내 옆에 꼭 있어?”“ ” 그래...“
' 지금쯤 미선은 자고 있겠지... 자꾸 너한테 미안할 일이 생기네...너한테 미안한거 싫은데...자꾸 미안해 지네...거짓말 하기도 싫은데...아무래도 나 내일 못갈 것 같은데...‘
깊은 한숨이 강혁의 마음을 휘감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좁은 창틈을 비집고 들어와 미선의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미선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 가까운 마트에서 몇가지 반찬거리를 사서 정성스럽게 아침 밥상을 차려놓고 근처에 있는 속옷 가게에서 강혁이 입을 몇가지 속옷과 색깔이 이쁜 하늘색 셔츠를 하나 샀다.
오후가 되자 마당에 널어둔 강혁에 옷가지들이 주인없이 외롭게 바람에 휘날리고 있을때쯤 미선은 말없이 식은 국을 버리고 다시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렸다.
그렇게 이 작은 공간에 강혁이 정말로 숨을 쉬고 생활하는것처럼 그 존재를 불어넣고 있었다.
‘ 절대 울지 않을거야...나한테 오지 않는다 해도..믿을거야...기다릴거야...원망하지 않을거야...더 아파할 당신을 생각할거야...’
하루가 지나간 방에 드리워진 검은 어둠에 미선은 숨죽여 자신의 마음을 달래려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본다...
“ 다시 태어난다면...다시 사랑한다면..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조금 덜 만나고...조금 덜 사랑하고...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다시 이별이 와도 ....”
눈물이 눈가로 흐르기 전에 미선은 잠을 청하려 애써 눈을 감았다.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든채 자신의 손을 놓아준 유린을 두고 강혁은 복도 끝에 있는 금연실에 머리를 식힐겸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지금이라도 미선에게 달려가고 싶지만...자꾸만 자신에게 말했던 유린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내 눈에 오빠가 보이지 않는 순간...난...세상에 없을거야...진심이야!”
‘ 그건 사랑이 아니야...집착이야...병이야....’
정신없이 생각에 몰두할때쯤 뒤에서 나지막히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강혁은 뒤를 돌아봐KT다.
“ 자네...담배도 피우는군...제법 어른티가 나는군..”
“ 그래요?...어린 나이는 아니죠...” “ 스물셋이면 마냥 어리다고는 할수 없지...마음이 복잡하지?” “ 네...죄인이 된 기분이에요” “ 자네한텐 뭐라 강요하고 싶지는 않네만...그래도 딸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건 어쩔수가 없는 것 같네...” “ 당연한걸요...죄송해요 아저씨!” “ 죄송할 것 까진...실망했다는말 너무 맘에 담아 두지 말게...그냥 그동안 친하게 지냈는데 유린이 저렇게 되도록 놔뒀다는게...조금은 서운해서 그런걸세...”
“ 제가...밉지 않으세요?” “ 글쎄...자네 눈빛을 예전부터 읽고 있었네...유린이 자네를 보는 눈빛과 자네가 유린을 보는 눈빛은 다르지...하지만 당분간은 자네가 여기 있어줬음 하네...내 딸이라지만 나도 그 속을 모르겠어...” “ 그럴 생각이에요...” “ 자네한테 처음 말하는 거네만 예전에 유린의 엄마가 그랬네..난 어쩔수 없이 유린의 엄마를 택했지만 다른 사람을 맘에 둔채 살아간다는건 고문일세...그래서 내가 자네한테 강요하지 않는걸세...”
“ 의외인데요...” “ 모두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하지만 대부분 우는걸 감추기 위해 웃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걸세...하지만 그게 지나치면 나중엔 정말 웃을일도 울게 되는걸세...자신을 속이지 말게나...유린은 시간이 가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겠나” “ 고맙습니다...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요....”
삼일이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차라리 미선에 목소리를 듣지 않는게 강혁은 그림움을 더 참을수 있게끔 했다.
자신을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유린이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미선에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자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미선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한통에 전화도 해주지 않는 미선이 내심 서운하게만 느껴졌다.
‘ 내 목소리를 들으면 약해질 거야...아마 사정이 있어서 못오는걸 거야...보채지 말고 기다리자...오면 온힘을 다해 안아주자...사랑해주자...그때까지 보채지 말고 기다리자...기다리자...’
미선은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노크를 하고 방문으로 들어올것만 같은 강혁을 기다렸다. 밤이 되면 깜박거리며 흐릿하게 주위를 밝혀주는 가로등 아래서 강혁이 걸어올 한곳만을 응시한채 기다리고 기다렸다.
박호정은 삼일째 녀석이 보이지 않자 내심 마음이 놓였다. 그때 던져준 돈은 이미 도박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벌써 몇백이 빛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 그년 불쌍하게 생겼네...그러게 부잣집 놈들이 다 그렇지...놀다 지겨우면 버리는거 니 엄마를 보고도 모르냐? 그나저나...저년이 돈이 있을까 모르겠네...하긴...그렇게 어마어마한 집안 아들인데 얼마나 던져주고 갔겠지?...미안하다만...나도 먹고 살일이 빠듯한지라...고년...이쁘단 말야...’
박호정은 삼일째 가로등 아래서 혼자서 무언가를 바라보며 흥얼거리는 미선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어둠속에서 형체를 보인 박호정을 보자 미선은 뒤로 주춤거리며 놀라는 표정을 한 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 무슨 ... 일..이야? 왜 으어요? 여긴 왜 왔어요?” “ 고년 까칠하네...혼자 여기서 왠 청승이냐? 그자식이 버렸구만...다 그렇지 뭐..안그래? ” “ 왜 왔어요? 가요...저리 가요” “ 그렇지...니가 반반한거 빼고 내세울게 없지...돈 좀 내놔봐” “ 돈? 나한테 돈 맡겨놨어요? 없어요” “ 이거 왜 이래...뭐라도 줬을거 아냐? 내가 모를즐 알아?” “ 없어요...있다고 해도...당신한텐 없어요...그리고 당신 저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
“ 왜 그래...그래도 한때 니 엄마랑 산 정을 이렇게 무시하면 섭하지...” “ 싫어요...가요...다시는 오지 말아요” “ 말로는 안되겠구만...너 아직도 내가 파악이 안되냐?” “ 다가오지 마요...소리지를거에요...다가오지 마요...저리가요” “ 질러봐라...이년아~ 이 동네가 그렇게 한가한 동네줄 아나본데...이런 어쩌나...” “ 저리가요...오지 마요...저리가요...”
“ 돈도 없다는데 내가 여기서 며칠을 있었는데 그냥 가면 섭하지...안그래? ”
강혁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거울속에는 그동안 몰라보게 살이 빠져 턱선이 날카롭게 드러난 낯선 자신이 보였다. 붉은 액체가 코밑으로 스물스물 나오더니 이내 굵은 핏줄기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그동안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은터라 쇠약해질때로 쇠약해진 탓도 있겠지만 강혁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얼굴을 찡그렸다.
우리 사랑이란거 한번 해볼까?(21)
미선은 수화기를 통해 생생하게 들려오는 전화내용을 애써 무시한채 깊게 잠이 든척 숨소리가 흔들리지 않게끔 했다.
전화를 끊고 긴 한숨을 깊게 내쉬며 자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한참을 바라보는 강혁의 시선을 참기가 힘들어 지자 미선은 자연스럽게 몸을 뒤척이며 강혁의 품에서 옆으로 몸을 돌렸다.
‘ 가...내가 눈을 뜨고 당신을 붙잡기 전에 가...내 얼굴 그렇게 바라봐도 어차피 나오는 답은 하나야...당신이 가는거...당신 때문에 그랬다잖아...그건 내 책임도 있는 거잖아...내가 당신 잡고 있어서...그런거잖아...보지 않아도 당신 맘...너무 아파서 벌써 눈물이 맺혀 있을 거야...어서 가...자꾸 그렇게 늦어지면 나 돌아서 당신보고 눈 뜰지도 몰라...어서가...’
강혁이 일어선 차가운 자리를 미선은 말없이 쓰다듬어 보았다.
‘ 당분간 못오겠지...당신 안놔줄거야...느낄수 있어...그런 예감이 들어...하지만 기다릴께..
오늘 안오면 내일 기다리고 내일도 안오면 모레 기다리고...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께...
그러니까 나 걱정은 하지 말고 당신 마음...너무 아파하지마...당신 오면 내가 더 사랑해줄게..내가 더 사랑해줄게...더...‘
미선은 말없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쏟고 있었다.
병원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의 숨통을 조인 듯 탁하고 막혀오는듯한 답답한 느낌을 멈출수가 없던 강혁은 벽에 기댄채 담배를 입에 물었다.
‘ 하루만이라도 그냥 그 여자만 바라보고 사랑하고 쉴수 있었음 좋겠다...유린아! 나 숨좀 쉬게 해주면 좋겠다...니가...나 좀 도와주면 좋았을텐데....’
링겔을 가는 팔목에 꽂은채 잠들어 있는 유린을 보는 강혁의 맘은 죄인처럼 무겁기만 했다.
“ 왜 그랬어? 나까짓게 뭐라고 왜 이런 무서운 일을 벌인거야...왜 그랬어? 이래도 내맘이 흔들리지가 않는데...왜 그렇게 자신을 상처내고 있는거야?”
중얼리거리듯 말하는 강혁의 말을 들은 듯 유린의 몸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잠에서 깨어난 듯 가늘게 눈을 뜬 유린은 강혁을 보자마자 굵은 눈물이 그대로 볼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 오빠..왜 이제 왔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왜 이제 왔어?”
“ 미안해...! ....”
“ 아니야...왔으니까 괜찮아...됐어...아프지도 않아...앉아...손 잡아줘...내 손 잡아줘”
강혁은 아기처럼 자신에게 보채며 말하는 유린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자 유린은 자신의 손을 힘주어 강혁의 손을 붙잡았다.
“ 이 손...놓치 않을 거야...가지마..내 옆에서 가지마...난...오빠없음 안되겠어...도저히 안되겠어...그러니까 오빠가 이해해줘...”
“ 그만 말해...힘들잖아...힘들어 보여...안가고 여기서 니 손 잡고 있을테니까...더 자...걱정말고...자...응? ”
“ 알았어...그럴게...가지말고 내 옆에 꼭 있어?”“
” 그래...“
' 지금쯤 미선은 자고 있겠지... 자꾸 너한테 미안할 일이 생기네...너한테 미안한거 싫은데...자꾸 미안해 지네...거짓말 하기도 싫은데...아무래도 나 내일 못갈 것 같은데...‘
깊은 한숨이 강혁의 마음을 휘감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좁은 창틈을 비집고 들어와 미선의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미선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 가까운 마트에서 몇가지 반찬거리를 사서 정성스럽게 아침 밥상을 차려놓고 근처에 있는 속옷 가게에서 강혁이 입을 몇가지 속옷과 색깔이 이쁜 하늘색 셔츠를 하나 샀다.
오후가 되자 마당에 널어둔 강혁에 옷가지들이 주인없이 외롭게 바람에 휘날리고 있을때쯤 미선은 말없이 식은 국을 버리고 다시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렸다.
그렇게 이 작은 공간에 강혁이 정말로 숨을 쉬고 생활하는것처럼 그 존재를 불어넣고 있었다.
‘ 절대 울지 않을거야...나한테 오지 않는다 해도..믿을거야...기다릴거야...원망하지 않을거야...더 아파할 당신을 생각할거야...’
하루가 지나간 방에 드리워진 검은 어둠에 미선은 숨죽여 자신의 마음을 달래려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본다...
“ 다시 태어난다면...다시 사랑한다면..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조금 덜 만나고...조금 덜 사랑하고...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다시 이별이 와도 ....”
눈물이 눈가로 흐르기 전에 미선은 잠을 청하려 애써 눈을 감았다.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든채 자신의 손을 놓아준 유린을 두고 강혁은 복도 끝에 있는 금연실에 머리를 식힐겸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지금이라도 미선에게 달려가고 싶지만...자꾸만 자신에게 말했던 유린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내 눈에 오빠가 보이지 않는 순간...난...세상에 없을거야...진심이야!”
‘ 그건 사랑이 아니야...집착이야...병이야....’
정신없이 생각에 몰두할때쯤 뒤에서 나지막히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강혁은 뒤를 돌아봐KT다.
“ 자네...담배도 피우는군...제법 어른티가 나는군..”
“ 그래요?...어린 나이는 아니죠...”
“ 스물셋이면 마냥 어리다고는 할수 없지...마음이 복잡하지?”
“ 네...죄인이 된 기분이에요”
“ 자네한텐 뭐라 강요하고 싶지는 않네만...그래도 딸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건 어쩔수가 없는 것 같네...”
“ 당연한걸요...죄송해요 아저씨!”
“ 죄송할 것 까진...실망했다는말 너무 맘에 담아 두지 말게...그냥 그동안 친하게 지냈는데 유린이 저렇게 되도록 놔뒀다는게...조금은 서운해서 그런걸세...”
“ 제가...밉지 않으세요?”
“ 글쎄...자네 눈빛을 예전부터 읽고 있었네...유린이 자네를 보는 눈빛과 자네가 유린을 보는 눈빛은 다르지...하지만 당분간은 자네가 여기 있어줬음 하네...내 딸이라지만 나도 그 속을 모르겠어...”
“ 그럴 생각이에요...”
“ 자네한테 처음 말하는 거네만 예전에 유린의 엄마가 그랬네..난 어쩔수 없이 유린의 엄마를 택했지만 다른 사람을 맘에 둔채 살아간다는건 고문일세...그래서 내가 자네한테 강요하지 않는걸세...”
“ 의외인데요...”
“ 모두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하지만 대부분 우는걸 감추기 위해 웃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걸세...하지만 그게 지나치면 나중엔 정말 웃을일도 울게 되는걸세...자신을 속이지 말게나...유린은 시간이 가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겠나”
“ 고맙습니다...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요....”
삼일이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차라리 미선에 목소리를 듣지 않는게 강혁은 그림움을 더 참을수 있게끔 했다.
자신을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유린이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미선에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자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미선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한통에 전화도 해주지 않는 미선이 내심 서운하게만 느껴졌다.
‘ 내 목소리를 들으면 약해질 거야...아마 사정이 있어서 못오는걸 거야...보채지 말고 기다리자...오면 온힘을 다해 안아주자...사랑해주자...그때까지 보채지 말고 기다리자...기다리자...’
미선은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노크를 하고 방문으로 들어올것만 같은 강혁을 기다렸다. 밤이 되면 깜박거리며 흐릿하게 주위를 밝혀주는 가로등 아래서 강혁이 걸어올 한곳만을 응시한채 기다리고 기다렸다.
박호정은 삼일째 녀석이 보이지 않자 내심 마음이 놓였다. 그때 던져준 돈은 이미 도박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벌써 몇백이 빛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 그년 불쌍하게 생겼네...그러게 부잣집 놈들이 다 그렇지...놀다 지겨우면 버리는거 니 엄마를 보고도 모르냐? 그나저나...저년이 돈이 있을까 모르겠네...하긴...그렇게 어마어마한 집안 아들인데 얼마나 던져주고 갔겠지?...미안하다만...나도 먹고 살일이 빠듯한지라...고년...이쁘단 말야...’
박호정은 삼일째 가로등 아래서 혼자서 무언가를 바라보며 흥얼거리는 미선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어둠속에서 형체를 보인 박호정을 보자 미선은 뒤로 주춤거리며 놀라는 표정을 한 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 무슨 ... 일..이야? 왜 으어요? 여긴 왜 왔어요?”
“ 고년 까칠하네...혼자 여기서 왠 청승이냐? 그자식이 버렸구만...다 그렇지 뭐..안그래? ”
“ 왜 왔어요? 가요...저리 가요”
“ 그렇지...니가 반반한거 빼고 내세울게 없지...돈 좀 내놔봐”
“ 돈? 나한테 돈 맡겨놨어요? 없어요”
“ 이거 왜 이래...뭐라도 줬을거 아냐? 내가 모를즐 알아?”
“ 없어요...있다고 해도...당신한텐 없어요...그리고 당신 저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
“ 왜 그래...그래도 한때 니 엄마랑 산 정을 이렇게 무시하면 섭하지...”
“ 싫어요...가요...다시는 오지 말아요”
“ 말로는 안되겠구만...너 아직도 내가 파악이 안되냐?”
“ 다가오지 마요...소리지를거에요...다가오지 마요...저리가요”
“ 질러봐라...이년아~ 이 동네가 그렇게 한가한 동네줄 아나본데...이런 어쩌나...”
“ 저리가요...오지 마요...저리가요...”
“ 돈도 없다는데 내가 여기서 며칠을 있었는데 그냥 가면 섭하지...안그래? ”
강혁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거울속에는 그동안 몰라보게 살이 빠져 턱선이 날카롭게 드러난 낯선 자신이 보였다. 붉은 액체가 코밑으로 스물스물 나오더니 이내 굵은 핏줄기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그동안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은터라 쇠약해질때로 쇠약해진 탓도 있겠지만 강혁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얼굴을 찡그렸다.
순간 강혁은 급하게 우성에게 전화를 했다.
“ 지금 당장 미선이한테 가봐줘...느낌이 이상해...불안해..자꾸...이상해”
“ 얌마! 다짜고짜 뭔소리야...”
“ 지금 당장...가봐...얼른...”
“ 알았어 임마...어딘지나 말해봐...”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유린이 보면 놀랄 것 같아 강혁은 휴지를 말아 코피가 멈추기를 기다렸다...자꾸만 타들어가는 느낌이 심장이 급하게 박동치면서 미치도록 불안하게 했다.
화장지로 코를 가리고 나온 강혁을 유린은 빤히 쳐다봤다.
“ 오빠...코피났어? ”
“ 아니야...그쳤어...가자...뭐할까? 너 하고 싶은게 뭐야?”
“ 응...그냥...오빠랑 이야기할래....”
“ 그래? 그러자...그렇게 하자”
자꾸만 사라지지 않는 불안한 생각에 강혁은 유린이 잠들때까지 기다리기가 너무나 길게만 느껴졌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듯 애가 탔다.
21화가 중복돼서 차마 지우고 싶지 않았던 댓글까지 지워지게 되었어요....죄송해요...
그리고 정말 고맙구여...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게 정말 고맙단말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