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의 로맨스 >> - 41

마녀본색2006.03.15
조회1,573

#11장. <해피타임 >-2


미우와 태봉이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의 분위기는 예전과는 새삼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태봉은 그 준수한 외모에 하루종일 싱글거리고 있었고, 미우는 예전의 그 까칠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완전 말랑말랑해져있었다. 불과 몇일을 사이에 두고, 미우와 태봉 두 사람 때문에. 사무실 분위기가 왔다갔다 한것이였다.

미우와 태봉의 합의 아래, 둘이 커플이란건 비밀이였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봐야, 이래저래 피곤하기만 할거고, 특히나 미우로서는 윤호라는 장애물이 버티고 있었기에 더욱...

만약 윤호가 미우와 태봉이 사귀고 있단것을 알게되면, 그 사실을 그 즉시 할머니인 권여사의 귀로 들어갈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였다. 그렇게 비밀리에 붙이고 있다보니, 자꾸만 들이대는 윤호가 꽤나 부담스러웠지만, 이 전처럼 포독스럽게 쏘아붙이진 못했다. 사랑이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는지..

윤호 역시도, 갑자기 변한 미우의 분위기가 솔질하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불과 몇일 전만해도 자신이 내민 선식컵을 화분에 야멸차게도 부어버리고 협박을 해대더니, 지금은 하루종일 쌩글거리질 않나. 자신이 뭐라고 해도,, 거절은 하되, 그 이전보다 덜 차가웠다.

하지만, 그것이 윤호가 이제까지 들인 정성의 결과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있은것같은 느낌이 막연히 들었다. 왠지.. 미우가 해맑게 미소짓고 있는 모습이 불안했다.


“자!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죠.. 그리고, 이제 몇일만 있으면, 새해란건 다 아시죠? 새해엔 더 새로운 기획안들로 만났으면 좋겠네요!”


윤호는 연말 분위기에 들떠, 전날 마신 술의 숙취가 덜풀린 모습으로 회의에 참석한 몇몇을 직시하며 못박듯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미우를 쳐다보고는 이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오늘 회의에서 미우는 그 이전보다 더 날카로운 지적으로 회의에 적극참여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들뜬 듯한 분위기가 눈에 걸렸다.

윤호는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매만지고는 책상앞에 앉아 생각했다.

갑자기 그녀의 심경에 변화를 가져올만한것... 하지만, 없다. 최근 그 어떤 사건도 없었고..(윤호가 아는 범위내에선) 자신이 알고있는 바로, 설마. 미우가 다른 남자를 만날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가 수집한 정보안에는 이제 미우는 두 번다시, 연애니 사랑이니 하는것엔 관심도 두지 않을것이고, 그런 미우를 옆에 둘 사람은 자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였다.

윤호는 생각끝에. 미우의 자리로 전화를 걸었다.


[제, 기획팀 전미웁니다]


“미우씨? 잠깐 제 방으로 좀 들려주세요!?”


[네! 상무님...]


잠시뒤 윤호의 방문에 노크소리와 함께 미우가 들어섰다.

미우는 언제나 윤호앞에서의 업무적인 태도록 바르게 서서는 왜 불렀는지를 물었다.


“부르셨습니까?”


“......잠시 앉으세요..”


윤호는 미우에게 사무실안에 있는 회의 테이블앞에 앉도록 손짓을 했고, 미우는 윤호가 앉은 맞은편에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았다.


“미우씨... 요즘 무슨일 있어요?”


미우는 업무중에 부르더니,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윤호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무슨... 절 부르신 용무가 뭡니까? 권상무님?”


“.........”


윤호는 말없이 미우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마치 미우를 얼려버릴것 같은 차가운 눈으로.

하지만, 미우는 저 얼음장같은 윤호의 얼굴에 이미 익숙해진듯,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그 시선을 다 받아내었다. 굳이 피할 이유도 없으니까..


“글세.. 뭐라고 해야할지.. 왠지.. 미우씨 요즘 들뜬것 같아서요.”


“글쎄요? 연말이면,, 대부분 사람들이 들뜨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요... 그건 그렇고, 어제 회장님께 전화 왔었어요.”


“할머니께서요? 왜요?”


굳이 윤호가 권여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미우에게 말하는걸 보면, 분명, 자신도 연관된 개인적인 일일것 같아, 이내, 한쪽 눈썹을 까딱 들어올리며 되물었다.


“몇일 있으면 해도 바뀌고하니, 31일날. 함께 오라고 하시더군요..”


“저랑, 상무님이랑요? 왜요?”


“아직도 짐작이 안되시나봐요? 미우씨는?”


“뭐가요?”


“회장님께서는 나를 손주 사윗감.. 즉! 당신의 남편감으로 보고계신단 말입니다. 그러니! 함께 오라는 거겠죠?”


윤호의 너무나도 당당한 말에.. 마치, 미우의 의사는 필요도 없이 단지. 권여사와 윤호의 의사만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우와 결혼시킬 것 같은 결연한 표정에 미우는 실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권상무님.. 그동안 유머 연습하셨어요? 어울리지 않게?”


“.........”


미우는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윤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상무님.. 제가 상무님과 결혼할거라 생각하세요?”


“그렇게 될텐데요?”


“어째서요?”


“그렇게 되게 되 있으니까!”


“전요! 권상무님한테 조금도 다른 감정이 없어요.. 무슨 사업파트너도 아니고, 아무 감정 없는 사람과 어떻게 결혼을 해요? 사랑도 없이?”


윤호는 미우가 방금 한 말에 미간이 살짝 찌푸러졌다.

‘사랑’....그 말이 미우의 입에서 나올줄은 몰랐다.

자신이 알기론, 미우는 어느순간에서 부턴가 그따위 감정은 쓸데없는 감정낭비라고 말했던것 같고, 자신에게도 못밖듯이 말했던것 같다.. 그런데, ‘사랑’이란 단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결혼이란건,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한다는 진부한 내용을 모두 내포해서..

그리고, 미우의 바뀐 분위기에 어느정도 작용을 했을거라는 막연한 추측과 함께, 윤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놀라운데요? 미우씨 입에서, ‘사랑’이란 말이 나올줄은 몰랐는데요?”


“그게 왜? 놀랍죠?”


“불과 일주일전만해도, 미우씨는 그런말을 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거든요... 혹시.. 미우씨가 말한 그 사랑이란게 있나보죠?”


윤호의 은근히 떠보는 말에 미우는 별 반응없이 대답했다.


“글쎄요? 일방적인건 끝이 좋질 않아요.. 그러니까. 그만하세요, 아무리 우리 할머니라도, 제가 하지않겠다는 거면, 강요 못하실거에요, 그러니까, 헛수고 그만 하세요! 그리고, 회사에선 이런 사적인 얘기는 피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럼..”


미우는 가벼운 목례를 하고는 윤호의 방을 나왔다.

지금으로선 태봉의 마음만으로 행복한데, 그 행복을 자꾸만 방해하려는 사람이 있으니, 찜찜했다.

그렇다고, 태봉에게 사실을 말하고, 집에 소개시키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감도 있고, 집이 집이다 보니, 말을 꺼내기도 부담스러웠다.

미우는 짧게 한숨을 쉬고, 자리로 돌아왔다.

태봉은 미우가 ‘네, 상무님!’이란 말을 하고는 자리를 비웠다 오자, 내심 불안한 기색으로 미우의 자리를 지켜보고있는 중이였다. 미우의 마음은 자신에게 있더라도, 윤호가 미우를 대하는 태도는 그게 아닌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미우가 자리로 돌아온걸을 보자마자. 태봉은 미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무슨일이야?]


자리에 앉자마자, 화면에 뜬 태봉의 대화창을 본 미우는 살짝 주위를 보고는 답글을 썼다.


[별일 아니야! 그냥. 지난번 기획안 보중자료 때문에..]


[그래? 그런걸, 회의 시간에 말안하고, 왜? 굳이 따로 부른데?]


[잊었나 보지 뭐..]


미우의 아무렇지 않은 답에 태봉은 내심 안도하며,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저녁에 퇴근하고, 7시 30분쯤 우리집으로 와, 하다씨랑 같이.]


[왜? 무슨 이 있어?]


[저녁식사 초대야~ 잊지마!]


[알았어~]


둘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얼른 각자의 모니터에 떠있던 대화창을 닫고는 자신들의 책상에 널린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날저녁, 약속대로 미우는 하다를 이끌고 태봉의 집으로 갔다.

벨을 누르자 이내 태봉이 뛰어 나왔고, 현관안으로 들어선 미우와 하다의 후각엔 맛있는 냄새가 닿아왔다. 그리고, 그 냄새와 훈훈한 집안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게, 태봉은 앞치마까지 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미우는 괜히 장난끼가 발동해서 둘을 반기는 태봉에게 놀리듯 말했다.


“언니! 맛있는거 많이 했어?”


“뭐? 언니?”


“앞치마 너~무 잘 어울린 언니~ 오늘 이쁜데?”


“내가 말을 말아야지.. 좀만 기다려! 하다씨도 조금만 기다리세요,”


“네,”


태봉은 앞치마를 가리키며 놀리듯 말하는 미우를 보고 피식 웃고는 다시 상차림을 마무리 지으려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뒤..


“자.. 얼른들, 와요~”


미우와 하다는 태봉의 부름에 쪼르르 식탁앞으로 갔고, 식탁위에 펼쳐진 진수성찬을 보고는 입이 딱 벌어졌다. 어릴적부터, 혼자 익숙한 탓에 식사도 혼자 해결하는 일이 많아. 이래저래 터득한 요리 가지수만해도, 어지간한 주부 못지 않았다.


“이걸 혼자서 다한거에요?”


“이거 정말 태봉씨가 다 한거 맞아? 다 된거 사온거 아니구?”


“내가 다 했어! 어서 들어요.. 시장하겠다..”


미우와 하다는 얼른 수저를 들어, 앞에 놓인 몇가지 맛을 보고는 태봉의 다른 면모에 경이로움을 감출수 없었다. 남자가 요리 잘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이런 케이스를 딱히 본적이 없어서인지. 신기하기도 했고, 그에 비해, 형편없는 음식솜씨를 지닌 미우는 뭔가, 자신이 모자란 것만 같았다.


“이런건.. 언제 다 배웠어?”


“이게, 다~ 살아남기위해서 자연적으로 터득된 것들이야..”


미우와 하다는 한숟갈 한숟갈에 감탄을 마다하지 않으며, 태봉이 차려놓은 저녁식탁을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 잠시뒤, 태봉은 후식인듯, 이미 손질해놓은 과일을 들고, 미우아 하다가 있는 거실쪽으로 다가왔다.


“정말 놀랬어요! 태봉씨, 무슨 학원 같은데 다녔어요?”


“학원은 아니구요,, 이래저래 요리책보고 배웠어요..”


“어머! 어머님이 좋아하시겠다.”


어머니란 말에 태봉은 대답없이 살짝 웃기만 했다. 그런 태봉의 표정과 분위기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미우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하물며! 전미우~ 너 앞으로 분발해야겠다?”


“내가뭘?”


“뭐긴 뭐야? 태봉씨가 이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음.. 너두 반은 따라와야 할거 아냐?”


“왜그래요? 미우.. 요리잘 못해요? 지난번에 북어국은 정말 맛있던데?”


“북어국? 언제?”


아직까지. 하다가, 도예마을로 미우를 끌고가기 전, 태봉에게 가져다준 미우의 작품에 대해선 들은적이 없었던 미우는 무슨소리냐는듯,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거기에 하다는 모르는척 딴청을 피웠고, 태봉은 빙긋이 웃으며, 궁금해하는 미우에게 말해주었다.


“지난번에, 하다씨가 니가 끓인거라고 가져다 준적이 있어.. 그때, 맛보고, 의외였는데.. 역시나 다른건 별룬가봐?”


하다의 말에 미뤄 짐작해서, 미우가 요리에는 별 소질이 없다는걸 눈치챈 태봉은 은근히 미우를 긁으며 말했다. 없는 사실도 아니고, 아니라고 우겼다가 증명해 보일길도 없으니. 미우는 입술을 뾰족이 내밀고는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


“뭐.. 못할수도 있지! 태봉씨가 잘하면, 나까지 잘할필요 있나뭐?”


“그래~ 내가 만든거 맛있게 잘~ 먹어주면 되지!”


“어우~ 닭살...난 이만 갈래! 나두~ 전화걸면, 뉴욕에 마이 달~링이 있다고! 너무 늦게 까지 있지마! 태봉씨, 오늘 저녁 잘먹었어요.참! 설거지는 미우 니가 해!”


본인들은 모르더라도, 옆에서 보는 사람은 완전 닭살스러운 눈빛과 대화가 오가자, 하다는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둘이 잡을 새도 없이 쪼르르, 달려 현관밖으로 사라졌다.


하다가 퇴장해 주자, 미우는 벌떡 일어나며 태봉을 향해 야심차게 외쳤다.


“그래! 오늘 태봉씨가 포식시켜줬으니까! 우선 설거지부터 하고 놀자!”


“놔둬, 나중에 내가 하면 되는데..”


“그건 아니지~ 음식하느라 고생했어, 여기서 쉬고 있어, 태봉이 언니~~크크크”


미우는 같이 일어난 태봉을 끌어당겨 앉혀놓고는 주방으로 달려갔다. 음식을 하면서 큰것들은 다 씻어버렸는지, 작은 그릇 몇 개만이 맑은 물안에 담겨져 있었다. 미우는 고무장갑을 끼고, 수세미로 그릇을 하나하나씩 들어 정성스럽게 닦아나갔다.

몇 개 되지도 않는 그릇을 가지고 한참을 쪼물락거리는 미우의 뒤모습을 보던 태봉은 슬며시 일어나, 미우의 뒤로갔다. 싱크대 전체를 거품투성이로 만들정도로 그릇 하나를 들고 아주 박박 문질러 쌓아놓고는 이번엔 헹구어 내기 위해 거품을 치우고 있는 중이였다.

마치, 설거지를 처음 해보는 유치원생처럼, 어설프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어느세월에 다해?”


“아! 깜짝이야.. 씨! 놀랬잖아... 기다려봐, 인제 헹구기만 하면되!”


처음과같이 야심차고 의욕이 넘치는 미우를 몸으로 살짝 밀어내며 태봉을 쌓인 그릇을 자신의 앞쪽으로 끌어당겼다.


“내가 헹궈 줄테니까. 저기 행주로 물기만 닦아주세요!”


“내가 할수 있는데...”


“같이해.. 몇 개 없잖아..”


태봉은 능숙하게, 그릇을 말끔히 헹궈 미우에게로 넘기고, 미우는 그릇을 받아 마른 행주로 그릇의 물기를 깨끗이 닦아내서 진열장에 담았다. 마치 신혼부부처럼..... 채 10분도 되지 않아, 씽크대는 말끔해졌고, 태봉은 개운하고도, 대견스런 표정의 미우를 보다가 미우의 손을 잡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여기 앉아,, 잠깐만..”


태봉은 미우를 쇼파에 앉혀두고 방으로 사라졌다가. 금새 다시 미우에게로 돌아왔다.

태봉의 손에는 작은 보석케이스가 들려져 있었다. 태봉은 그 보석케이스를 미우에게 내밀었다.


“자!”


“이게 뭐야?”


“봐....”


미우는 태봉이 건넨 보성케이스를 받아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자신이 예전에 걸고있던, 지금 자신이 목에 걸고있는것과 똑같은 모양의 부러진 팬던트가 담겨있었다.


“헉! 이렇게 처참하게 부서졌었구나..”


“커플 팬던트 만들고 싶다며,, 미우씨가 만들어줘.”


“알았어~”


미우는 웃으며 말하다가, 문득, 저녁식사중.. 어머니의 얘기가 나왔을 때, 뭔가 쓸쓸한 분위기를 한 태봉의 미소가 생각이 났다.


“저기.. 태봉씨..”


“응?”


“나,, 뭐 한가지 물어봐도 돼?”


“뭔데?”


“아까... 어머니란 말이 나왔을 때.. 그냥.. 내 느낌인줄 모르겠는데.. 좀,,, 쓸쓸해 보여서..”


미우의 말에 태봉은 미우를 물끄러미 들여다 보며 엷은 미소로 말했다.


“그렇게 보였어?”


“어....왜? 어디 아프셔?.”


“아니... 돌아가셨어..”


미우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알고지낸 시간만 반년이지, 태봉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었다.

물론, 태봉도 마찬가지 겠지만... 그런생각이 들자.. 미우는 문득, 태봉에 대해서 알고싶어졌다.

그래서, 쓸쓸해하는 태봉의 표정을 조심스레 살피며, 말했다.


“언제냐고, 물어봐도 돼?”


“음.. 나 중학교때...”


“......... 그럼.. 아버지는?”


“.....아버지도,,, 돌아가셨어... 내가 아주 어릴 때... ”


“태봉씨.. 가족얘기 듣고 싶어... 얘기 해줄수 있어?”


태봉은 잠깐동안 말없이 그렇게 말하는 미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말해준적이 없었다. 그전에 사랑했던 사람에게도 해준적 없는 이야기 였다.

하지만, 태봉의 눈을 보며, 태봉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미우의 눈빛에. 태봉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어렴풋한 내 기억에, 굉장히 잉고부부셨던것 같아.. 그땐 너무 어려서 잘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든..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ㅣ 마지막 모습은. 장난감 사서 일찍 오시겠다며, 환하게 웃으시던,, 그 모습이야.... 그런데.. 아버지는 오지 않으셨어... 일주일이, 한달이.. 일년이 지나도 오지 않으셨어.. 어린 마음에... 버려졌다고 생각했었나봐.. 거기다, 어머니는 나랑 우리 누나 키우시느라 고생이셨고... 사랑같은거 안믿는다고,, 삐뚤어진 사춘기를 보냈었어... 거기다, 어머니까지.. 내가 15살 되던 해 여름에 돌아가셨으니까....”


미우는 말없이 태봉쪽으로 몸을 돌린채, 태봉의 말을 듣고 있었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봐선,, 지금 이 이야기가.. 태봉에겐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내가 제대하고, 복학할 무렾이였나? 우리 큰아버지란 분이 우릴 찾아오셨어. 그 긴 세월동안, 우리를 찾고 계셨나봐.... 그리고, 난 큰아버지를 통해서, 진실을 알수있었어.. 십수년을 세상과 사랑이란것을 증오하면서 살아온 내게.. 다른 진실이 있더라.. ”


여기까지 말한 태봉은 미우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살짝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신파알지? 부모님 허락을 얻지 못해서, 사랑의 도피를 하는.... 우리 부모님이 그러셨대... 우리 아버지는 부잣집. 막내 아들... 우리 엄만... 고아... 어리고, 능력없는 어린부부에게 아이둘은 꽤나 버거운 짐이였을거야.. 결국 아버지는 내 할아버지께 도움을 청하러 가셨데... 내게 장난감 사서 일찍 오겠다고 했던 그날... 그런데.. 할아버지는 그길로 우리 아버지를 붙잡아 집에 가두셨나봐.. 발빠르게 유학까지 준비하셨고... 공항으로 가는길에.. .......”


갑자기 태봉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미우는 자신도 모르게 태봉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공항으로 가는길에.. 도망을 치셨나봐.. 나와 우리 누나와 엄마... 사랑하는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려고... 그런데...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하셨어... 마지막 순간까지.. 내게 약속했던 장난감을 품에 안으신채... ”


태봉의 말이 끝이 났지만,, 미우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울지 않으려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있지만, 태봉의 떨림이 미우가 감싸안은 어깨로 다 전해져왔다.

그리고, 미우도, 어느새 울고 있었다. 한참동안, 그렇게 침묵을 지키던 태봉은 어느정도 감정 수습이 됬는지 몸을 획돌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우의 얼굴을 두손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밝은 목소리로...


“어? 엽기공주님, 요즘 들어 너무 자주 우는거 아냐? 우니까, 못나보이잖아.. 뚝!”


“...흑...”


미우는 웃으려고 했지만.. 태봉의 슬픔을 그대로 느껴서인지 쉽지 웃지 못했다. 울고있는 얼굴에 웃으려고 애를 쓰니, 얼굴이 일그러져 이상한 표정이 되었다. 그 표정을 본 태봉은 크게 웃으며 미우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하하하.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되게?”


그말에 미우는 겨우 피식 거리며 웃을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이라면,, 정말. 이 사람이면,, 미우의 마음을 다 맡겨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지금까지 자신에게 한 말, 표정 행동... 모두 진심이라고,, 이제야. 정말로 태봉의 마음을 다 믿을수가 있었다.


"지금 농담이 나와? 사람 울려놓고?“


“그럼 어떡해.. 아무리 심각한 얘기를 해도,, 니가 날 웃기잖아?”


“씨~”


“그만 울어, 또, 판다곰 되겠다..”


미우는 잠깐동안, 슬퍼진 감정을 추스르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두손 가득히 태봉에게로 돌려줄 팬던트가 들어있는 케이스를 들고, 가슴 가득히. 태봉의 진심을 담고...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태봉에게서 선물받은 자신만한 커다란 곰인형을 꼬옥 안고는 잠이 들었다.

이젠 정말.. 그 시니컬하고 차가웠던 미우의 모습은 찾아 볼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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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에고 헥헥... 또, 또,또, 오류로.. 여러번만에 성공~ ^^

오늘은 수요일이라 그냥 왠지 들떠요..

비록! 발렌타인데이에. 쵸콜렛 준 남자도 없고, 화이트데이에 사탕도 못받아서, 돌아오는 블랙데이엔. 프란체스카 복장으로 스모키 화장하고 우아하게~ 자장면을 먹으러 가야할 팔자지만,

그래도, 수요일 만큼은 들뜨네요 ^^

 

요즘은 제가 쓰고있는 이 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느날, 재방되는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 남자가 약혼식장에서 사랑을 찾아 도망치더라구요,

그 옆에 약혼식을 올리던 여자는 표정예술이구요,, 그걸 보다가 생각했던 컨셉이에요..

언제나 사랑의 도피를 아름답게 보지만, 남겨진 사람도 아프긴 하잖아요...

그래서 이런저런 에피소드 생각하고 쓰기 시작한건데, 너무 의욕만 앞서다보니,

중간중간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더라구요.. 문구도 어색하고.. 오타도 많고...

(솔직히 오타는 제가 세삼하지 못해서겠죠... ^^;;)

그래서, 나름대로 검토하고 수정하고 올리지만,, 나중에 다시보면, 여기저기 너무 아쉬운 점이 많더라구요... ㅎㅎ 달리 아마추어겠어요? 그쵸?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그래도, 완결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답니다..

늘 응원해주시는 님들 응원으로 의욕 100배 용기 100배에 상상력 충전시키면서요. ^^

그래~서!!! 오늘도 아자~~

 

즐건 수요일 되세요~~~

 

                        -마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