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아줌마 이야기

황당2006.03.17
조회375

신랑 ID를 빌려 황당항 아줌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상당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신랑은 30대 중반이고 저랑 동갑이며 건설현장 관리감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건설현장에 용역회사를 통해서 일당제로 일하러 오는 아저씨들이 꽤 많은 듯 합니다.

신랑이 원래 사교성이 뛰어나고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며 그곳에 일하러 오는 분들을

ㅇㅇ형님이라고 부르며 지내는데 그 중 유독 한 아저씨와 친하게 지냅니다..

부모형제도 없고 결혼도 안했으며 혼자 월세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어릴 때부터 가정사에 문제가 있었고 고생도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몇번 봤는데 참 착하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고로 제 신랑은 새엄마 밑에서 정 없이 좀 외롭게 자랐고 한때는 집에서 포기할 정도로 사고(?)를 친 전력이 있지만, 현재 신랑의 꿈은 돈을 벌어서 건물을 짓고 무의탁 노인을 돌보면서 지내는 거랍니다..자신의 과거사가 그래서 그런지 외로운 사람을 보면 너무 가슴 아파하는 경향이 있는 편입니다.

여기까지는 앞으로 할 얘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쓴 글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어느 날 퇴근한 신랑이 그 형님 형수가 왔다고 하는 겁니다. 혼자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던 저는 놀라서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신랑도 오늘 형한테 들었다며 한달 전쯤 저금하려고 서랍에 넣어둔 70만원을 가지고 가출을 했었답니다. 빈털털이가 돼서 몸이 비쩍 곯아서 나타나 손이 발이 되도록 빌기에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앞으로 잘 살아보기로 했다더군요..

근데 몸이 많이 안좋다고..살도 많이 빠지고 기침을 너무 많이 한다고..월급 받으면 병원부터 가야 할 것 같다고 하더랍니다. 그땐 그런가 보다 했는데...

 

한 일주일쯤 지나서 신랑이 전화를 통해 그 형이 출근을 안했다고 하면서 통화를 해보니 전날 새벽에 숨을 거의 쉬지 못하고 너무 괴로워 해서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의사가 조금만 늦었으면 생을 달리 할 뻔 했다고..그나마 다행이라고..그래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때 맘이 참 안좋더군요. 얼마나 아프면 그 지경이 됐을까 싶은 게..

감기를 방치해서 폐렴이 너무 심해져 있었답니다..결핵 증상까지..

그 날 그 형이 심난하다면서 같이 술이나 한잔 하자 해서 술자리를 마련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 여자분은 원래 가정이 있는-그러니까 남편과 아이까지- 상황인데 그 집에서 가출한지 꽤 여러해가 지났고 이 형님과는 1년 전에 만나 같이 살게 되었답니다..

40평생 처음으로 진정한 맘으로 사랑한 여자라면서 가슴 아파 하더군요..

그 여자분도 어려서 새엄마 밑에서 힘들게 자랐고 뭔가 말 못할 가정사가 있는 듯 했지만 제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들더군요..

가정있는 여자가 가출해서 딴 남자와 동거 중 돈 가지고 또 가출???

암튼 이건 제 생각이고 그 형님이란 분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주민번호도 모르는데 병원에 기록을 남겨야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짐을 다 뒤져도 신분증도 없다고..

여자분 원래 집이 충북 영동 이라는 것 밖에는 모른다고..

저희 부부는 괜찮아 질꺼라고.. 뭔가 방법이 있을 꺼라고.. 지금은 건강을 되찾기를 바래야 되지 않겠냐고 위로 아닌 위로를 남긴 채 헤어졌습니다.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여자분 원래 신랑과 연락이 돼서 주민번호를 알아내 보험 혜택으로 병원비는 좀 줄었다고 하더군요. 근데 신랑이란 사람이 집에서 포기한 사람이니 모른다면서 주민번호만 확인해 주고 다시 갔답니다..한 보름 쯤 입원치료 후 퇴원을 했고 신랑 말에 의하면 그 형님이 핸드폰이 없는 상황인데 병원에 있을 때도 제 신랑 폰으로 병원에 전화를 자주 했었고 퇴원 후에도 집에 전화해 상태 확인하고 먹고 싶다는 거 사다 주고..호흡기에 허깨나무 다린 물이 좋다고 해서 구해다 끓여 물 대신 마시게 해주고 참 지극정성인 듯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어찌됐든 잘 된 일이라고 앞으로 잘 살았음 좋겠다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동안 도와줘서 고맙다며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그 형님 댁 근처에서 먹자며 차를 타고 갔는데 저녁 먹기 위해 나온 그 여자분..

뭔가 계속 투덜투덜 거리면서 나오더군요..

나이가 저보다 한 살 많다고 들었고 초면이지만 제가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근데 인사를 안받더군요..낯 가림이 심할 수도 있겠다 싶어 그냥 넘어 갔는데..

그 여자분이 건강도 완치된 게 아니고 결핵은 잘 먹어야 된다는 걸 알기에 뭔가 영양가 있는 걸 권하고 싶어서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었더니 무작정 아무거나를 외치는 겁니다.

이것저것 권해도 다 싫다면서 결국은 곱창을 먹게 됐는데..

식당에서도 계속 투덜투덜 거리면서 그 형님에게 별것도 아닌 걸로 계속 면박을 주면서 잔소리를 하더군요..앞에 앉은 저희가 민망할 정도로....마치 몇년동안 너무 평범히 산 부부처럼..혹은 그 형님이 무슨 죄를 짓고 있는 것처럼..

그러면서 막상 곱창은 먹질 않고 계속 소주만 마시는 겁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저       " 언니, 술 조금만 드시고 밥이랑 곱창 좀 드세요"  했더니, 술잔을 들고..

여자분 " 왜, 내가 술 먹는 게 맘에 안들어? 먹지 말까? 먹지 말라면 안 먹구..어떻게 할까?"

순간 너무 당황스럽더군요..

저        " 아뇨, 빈 속이신 거 같아서요. 편하실 대로 하세요"

그 형님 "제수씨가 자네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왜 그래..얼른 저녁이나 먹어"

잠시 침묵 후,

사교성 좋은 제 신랑이 "형수~ 형수~" 하면서 비위 맞춰 주니 금방 딴 사람이 돼 더군요..

앞으로 형수 빨리 나아서 형수랑 형이랑 재밌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종종 같이 이렇게 모여 놀자고 하니 너무 좋아하더군요..(참고로 전 너무 싫었지만)

그러면서 제 신랑보고..

그 여자분 "와이프를 내가 뭐라 불러야 돼?"

신      랑  " 이 사람이 형수 보고 언니라 부르니까 그냥 동생이라 부르세요..

                이름 부르기도 뭐하고.."

그 여자분 " 그래..? 내가 부르고 싶을 때 내 맘대로 부를께"

이 또한 황당하더군요.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면 좋겠더라구요)

그러다가 그 형님이 식당 아주머니께 뭘 물어보면서 대화를 좀 주고 받았더니..

낯선 여자와 왜 대화를 하냐면서 그딴식으로 할꺼면 혼자 살라고..

기분이 수시고 업다운 돼서 적응하기 참으로 힘들었는데 신랑은 그 비위를 다 맞춰 주더군요.

게다가 욕을 입에 달고 있는 겁니다. 참고로 저는 욕하는 사람 무진장 싫어 합니다..

씨X.. ㅈ 같은 X... 이런 건 기본이더군요..

여차저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는데 굳이 노래방을 가야 한답니다. 그 형님 제 눈치를 봅니다.

하도 막무가내로 구니 신랑이 그럼 딱 한시간만 놀고 가자고 (그 형님 현장에 새벽 5시에 나갑니다. 마침 제 신랑도 담날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일찍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노래방에서 또 술을 찾더군요..

다행히 캔맥주와 비슷하게 생긴 무알콜 음료가 있어서 줬더니 술인줄 알고 좋아하더군요.

한시간 동안 거의 혼자서 노래를 부르는데 춤까지 춰가면서 신나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퇴원하고 집에만 있어서 많이 답답했을 테니 그럴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죠.

신랑이 농담으로 100점이라 하니 쵸콜릿 달랍니다..원래 그런거라구..

예전에 그런 곳을 보긴 했지만 요즘은 그런 곳이 거의 없던데..물론 이곳도 그런 서비스는 없는 곳이었습니다..계속 쵸콜릿 타령을 해서 짜증나던 찰나 서비스로 새우튀김과 딸기가 나오는 바람에 쵸콜릿은 잊은 듯 했는데..7분정도 남았는데 술 없다고 술 더 사오랍니다..

그 형님 보고 "너 돈 없어 빨리 술 사와"

정말 제 동생 같았으면 두들겨 패주고 싶었습니다..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보다 나이도 많은데 "너"라니...게다가 그 추운날 새벽에 나가서 막일하고 힘들게 돈 벌고, 자기 병원비도 아직 완납한 것도 아닌데..저런 무경우가 있나 싶더군요.

제가 시간 거의 다 됐으니까 오늘은 그만하자 했는데..하필 서비스로 20분이 추가...

노래에 빠져 모르고 있더니 그 서비스 마저 2분 밖에 안 남았는데 그 형님을 어찌나 닥달하던지 결국 그 음료를 다시 가져다 줬습니다.

노래방에서 나와 제 신랑이 "형수는 춤도 잘추네" 했더니..나이트를 가잡니다..12시가 다 돼 가는데..

뭔 말을 못하겠더군요..오늘은 그만 하자 했더니 언제 갈껀지 빨리 날짜 잡으랍니다..

그러면서 이틀뒤에 꼭 가자고..

 

집에 데려다 주고 차 안에서 제가 그 여자분 너무 이상하다고..맘에 안든다고 그 형님 괜히 헛수고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고 했더니 신랑이 불쌍하잖냐고 이해하라면서 너무 과하게 그 여자분을 감싸고 돌더군요..새엄마 밑에서 자랐다는 거에 동병상련의 맘이 느껴진다며..

그러면서 평소에 다른 사람한텐 부처님 이면서 왜 형수한텐 그러냐구..저보고 이상하다고..

괜히 속좁은 사람 돼는 거 같아서 그러고 말았는데..

!!!!!!!!!!!!!!!!!!!!!!!!

다음 날 출근 한 신랑 아침 일찍 전화 해서는

"형수 돈 가지고 야반도주 했단다..형 출근 안했다.. 니 말이 맞나보다"

병원비 때문에 가불도 했었고 간호 하느라 일도 듬성듬성 나가서 월급도 많이 못받았답니다.

일당제 막노동 이었으니 출근하는 만큼 월급이 나오는 거였는데..그날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 중에

45만원을 가지고 사라졌다는 겁니다..제대로 살아보려고 냉장고도 사려고 계획했고 덜 낸 병원비도 좀 지불하고 한달 생활비였는데..

알람시계 맞춰 놨는데 알람 울리지 않도록 약도 다 빼놓고..

전입신고 새로 해서 신분증 나오는 날이었는데 점심때 쯤 생각나서 동사무소에 전화해 보니 아침 9시에 신분증 찾아갔다고..

소주를 혼자서 거의 한병 반이나 마셨는데 취하지도 않았는지..그 늦은 시간에 들어가서 잠도 안자고 어찌 집 나갈 궁리를 했는지..정말 이해 불가입니다.

 

어제 그 형님과 저희 부부 술한잔 했네요..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엔 세금 낼 돈과 고지서를 같이 묶어 놨는데 본인이 세금 냈다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 고지서는 모두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돈은 자기가 다 썼더랍니다.

이제 배신감 땜에 다시 와도 받아주지 않을 꺼라고는 하지만..맘 약한 그 분..정에 많이 굶주린 분인데 과연 어찌 해야 될지..너무 안됐다는 생각만 드네요..

정말 맘을 열고 사랑한 사람이라 더 맘이 아프다고...

몸도 완치된 게 아니어서 정기적으로 병원다니면서 약도 받아야 하고, 관리 안하면 제발할텐데..

돈 떨어지고 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다시 나타나면 어떡해야 할지..

제가 화가 나 미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