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깊은 밤(???) - 퍼온거.. 열어봐 ^_^

최광복200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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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형 두명이 모두 미국에 유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학을 이용해 한달간 미국여행을 간적이 있었습니다. 한달간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잊지 못할 일들도 많이 겪었지만, 영어로 이야기하고 들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너무나 시달린 상태였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시카고에서 KAL로 갈아타려 하는데 비행기가 24시간 연착이 되는 바람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 거의 이틀 밤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였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막 자려는 순간 전화가 울렸습니다. 너무도 오랜만인 절친했던 옛친구였습니다. 친구는 내가 미국에 갔던 사실도 알지 못했고 그러므로 지금 돌아와서 무척 피곤하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단지 너무 반가운 마음으로 나를 나오라고 했기에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몸따로 마음따로인 나는 강남역으로 가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점점 맛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 포장마차에서 소주까지 한잔하고 나니 이미 나의 모습은 한 마리의 개였습니다.
술자리를 마치고 전철을 탔는데, 당시 우리 집은 가락시장 근처였기 때문에 잠실역에서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전철 안에서 나는 우리집 안방인줄 착각하고 뒹굴고 있었는데, 나의 반경 3미터 이내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았던 것을 그때는 참 이상하게 느꼈지만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누울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었습니다. 그때 어떤 용감한 시민인 듯한 아저씨가 나를 부축하고 자리에 앉힌 후 인생에 대해 설교를 해주셨는데 내용은 지금 기억이 안나지만 당시에는 참 진지한 태도로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서로 처음 보는 사람의 손을 부여잡고 대화를 나누었던 걸로 봐서 그분도 맛이 많이 간 상태였던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