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으로 화면을 보고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화면이 자신의 몸속 사진이란다. 며칠째 속이 메스꺼운걸 위장약으로 달래던 차였다. 병원에 오면서는 내심, 아마도 아기는 상태가 나빠서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해야할 상황일지도 모를꺼라 스스로 위안했다. 그러면 죄의식이 조금 덜 해졌었다.
그러나… 사진속의 저 생명은…
어드덧 벌써… 계란 보다도 크지 않은가…
“사진 출력해줄까요?”
“ 아, 아뇨…”
싫다. 여기 누워있는 나 자신이 너무 더럽다고 생각됐다.
“그럼, 오늘할까요?”
의사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아 손을 닦으며 일정표를 든다.
“네?? 머,, 멀욧?”
‘설마…?’
새삼 무섭다.
“수술이요. 오늘 할꺼냐구요.”
“오늘… 오늘 가, 가능한가요…?”
끄덕이는 의사를보며 놀란다. 오늘당장 난 타락녀가되는거야…
“밥 언제 먹었어요?”
“네? 밥… 아침에 쪼끔… 실은 속이 미식거려서 많이 못먹었어요.”
“그럴꺼에요. 4주가 넘었으니까. 그럼 2시에 합시다. 그때까진 아무것도 먹으면 안돼요.”
그 다음 말은 잘 들리지도 않는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다가 나는 그제야 정말 걱정스러운 듯 의사를 간절히 보며 묻는다.
“저… 수술하면… 혹시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못갖는다거나…”
의사는 잠시 나를 깊은 눈으로 바라본다.
“괜찮아요. 상습적으로 자주하면 안되지만 한번은 실수니까.”
안도와 함께 다시금 고마움을 금치 못하는데…
“담부턴 꼭 피임하세요. 이제 성인인데… 더 이상은 실수하면 안되잖아. 혹시 미리 손을 쓰지 못했다면 24시간 안에 병원으로 와요. 관계 후 피임도 가능해요.”
정말 홀딱깬다…
어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좋은 말일텐데… 나는 의례적인 그말이 나에게는 해당 안되는 양 귓등으로 들어버린다.
사랑, 미래, 그리고 ...사랑 (1)
‘난 절대로 문란한 여자가 아니다.
절대로…
근데 지금… 왜 여기 서있냔 말이다…’
‘산부인과’라고 천둥같이 쓰여진 건물 앞에서 잔뜩 심각한 얼굴이다.
‘젠장, 어쩐지…’
삼일 전부터 이상하게 속이 메스껍다했다. 그래도 아니겠지…
생리를 해야할 날이 여러 날 지났음에도 설마설마했던거다.
‘어쨌든 일이 벌어졌으니 수습은 빠를수록 좋겠지…’
결심하고 드디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일부러 버스를 타고 모르는 동네까지 온지라 이 건물도, 산부인과 이름도, 모든게 낯설기만 하다.
‘헉…
’
실내 공기가 너무도 따뜻했다. 크림색의 카페트며 내가 좋아하는 애플그린색의 벽..
잡지며 동화책이 가지런하게 꽂혀진 책장 옆에서는 뽀얀 가습기마저 촉촉히 뿜어대고있다.
“처음오셨죠?”
이뿌장하게 생긴 간호사가 늘 오던 사람이라면 자신이 모를리 없다는 듯 생글거리며 묻는다.
대답대신 어색하게 두 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진료 받으시려구요?”
그 질문에 나는 푸- 하고 웃을뻔했다. 어떤진료라니.. 아직 산부인과에 오기엔 너무도 어려보이는 내가… 부모나 남자와 동행하지 않고 왔다면… 뻔하지 않은가.
“우선 수납하세요..”
아무 대답이 없자 간호사도 더 이상 생글거리지 않는다.
“저… ”
한참만에야 말문을 열어서인지 목소리가 가래낀 모냥 잠겨버린다.
“음-!!”
어색해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목을 가다듬는다.
“테스트.. 받아보려구요.”
간호사는 알만하다는 듯 두어번 끄덕이고는 진료카드에 뭐라고 적고는 잠시 앉아있기를 권한다.
뽀송뽀송한 소파에 앉으며 나는 다시한번 되뇌어본다.
‘난 절대 문란한 여자가 아니야’
왠지 그 다짐이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아 서글퍼지려는데 복도쪽에서 또다른 간호사가 이름을 부른다.
“이형주씨~!!”
“자가테스트는 해 봤어요?”
앞에앉은 여 의사는 인상이 괜찮은 편이다. 무작정 버스를 타고가다가 ‘민혜원산부인과’라는.. 여의사라는 이름 하나 믿고 들어왔는데.. 다행이다 싶다.
“그게, 저… 흐리게 나와두 선이 두개면 임신…인거죠?”
괜히 죄인이 된 것 같다.
“흐리게 나왔어요?”
“…예”
“검사해보면 알겠죠. …… 학생이에요?”
잠시 뜸을 들인 의사는 조심스레 물었다.
“이번에 수능 봤어요. 졸업식은 다음달이구요.”
여러가지 상황을 꾸며봤었지만.. 역시 의사앞에 앉으니 착한 아이처럼 진실만을 토해내게 된다.^^
“그럼… 검사 해봐서 임신이면… 낳을꺼에요?”
“……”
물론 아니다. 낳을 맘은 전혀 없다. 약국 옆 화장실에서 테스트기를 사용해 본 후 여기까지 온 것도 빨리,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선뜻 대답을 못한다. 인내를 가지고 차분한 인상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여의사는 낙태는 살인이라는… 설교 같은 걸 늘어놓을것만 같다.
“전 아무래도…”
어렵게 입을 연다. 의사는 말하기 어려운걸 안다는 듯..
“그래요. 학생, 아직 아이 낳긴 어려요. 무모한 출산은 지우는 것 보다 더 못할짓일지 몰라요. 아이에게나, 엄마에게나.”
ㅠㅠ감격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그럼 초음파부터 볼까요?”
...
뼈속깊이 고마움을 느끼는 중인데 그만 의사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버린다.
“임신 맞네~!! 흐리게 나왔다구?? 뭔가 잘못됐나보다~… 임신 맞아요~ 여기 보이는게 애기집이구…”
충격으로 화면을 보고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화면이 자신의 몸속 사진이란다. 며칠째 속이 메스꺼운걸 위장약으로 달래던 차였다. 병원에 오면서는 내심, 아마도 아기는 상태가 나빠서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해야할 상황일지도 모를꺼라 스스로 위안했다. 그러면 죄의식이 조금 덜 해졌었다.
그러나… 사진속의 저 생명은…
어드덧 벌써… 계란 보다도 크지 않은가…
“사진 출력해줄까요?”
“
아, 아뇨…”
싫다. 여기 누워있는 나 자신이 너무 더럽다고 생각됐다.
“그럼, 오늘할까요?”
의사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아 손을 닦으며 일정표를 든다.
“네??
머,, 멀욧?”
‘설마…?’
새삼 무섭다.
“수술이요. 오늘 할꺼냐구요.”
“오늘… 오늘 가, 가능한가요…?”
끄덕이는 의사를보며 놀란다. 오늘당장 난 타락녀가되는거야…
“밥 언제 먹었어요?”
“네? 밥… 아침에 쪼끔… 실은 속이 미식거려서 많이 못먹었어요.”
“그럴꺼에요. 4주가 넘었으니까. 그럼 2시에 합시다. 그때까진 아무것도 먹으면 안돼요.”
그 다음 말은 잘 들리지도 않는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다가 나는 그제야 정말 걱정스러운 듯 의사를 간절히 보며 묻는다.
“저… 수술하면… 혹시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못갖는다거나…”
의사는 잠시 나를 깊은 눈으로 바라본다.
“괜찮아요. 상습적으로 자주하면 안되지만 한번은 실수니까.”
안도와 함께 다시금 고마움을 금치 못하는데…
“담부턴 꼭 피임하세요. 이제 성인인데… 더 이상은 실수하면 안되잖아. 혹시 미리 손을 쓰지 못했다면 24시간 안에 병원으로 와요. 관계 후 피임도 가능해요.”
정말 홀딱깬다…
어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좋은 말일텐데… 나는 의례적인 그말이 나에게는 해당 안되는 양 귓등으로 들어버린다.
“2시에 다시 뵐께요~^^”
생글거리는 간호사를 뒤로하고 다시 싸늘한 밖으로 나온다. 앞으로 네시간 후면…
난 정말 씻지못할 죄악을 저지른다…
불안하다.
‘
너보다 좋은건~ 이세상엔 없는걸~’
핸드폰 벨소리다. 이 상황에서도 벨소리를 바꿀때가 된것같단 스스로의 생각에 어이가 없다.
“응~”
같은 반 친구 혜린이다.
“뭐해?”
“그냥…”
“집이야?”
“밖”
“어딘데? 아침부터 어딜간거냐?”
“… 왜~?”:
“왜는 지지배야~ 이따 저녁에 라페스타로 나와.”
저녁이면 곤란하다.
‘그때면 난… 이세상에 없을지도 몰라…’
씻을 수 없는 죄의식에 자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슬프다.
“듣고있냐? 여보세요~!!”
“… 오늘 못가.”
“왜에~?!!!”
“식구들이랑 일이있어.”
“어, 야~??!!”
말도 안된단 표현이다. 하긴… 혜린이와의 약속이라면 깬적이 없었다.
“기지배야 나도 안돼는 날도 있구 그런거지!!!”
괜스레 짜증이다…^^
“… 할 수 없지.”
짜증에 한참을 말이없던 혜린이 기분이 상했는지 포기한다.
“명재랑 애들이 뭉치제서 당연히 나올꺼라 생각했는데…”
“명재가?”
새삼 놀란다. 명재가 주선한 자리라면… 그녀석도…?
“그래. 혁재랑 지후랑… 다들 나온다구…”
“……”
“ㅋㅋ 너 생각바꼈지? ㅎㅎㅎ 하긴~ 저번 수능 뒷풀이때보니깐 지후랑 쫌 그렇고 그렇던데~?”
수능 뒷풀이. 그날이다. 역사에 남을 그날. 오늘이 있게 한 날…
“아니라고 했잖아.”
그날 이후로도 혜린이랑은 수없이 만났었다. 그때마다 혜린인 재차 지후와의 썸씽을 확인하려 들었고… 아니라고 일관했었다.
“암튼!! 나올꺼지~?”
“…모르겠어. 봐서…”
“지지배… 누구땜에 맘 바꼈다고 해도 서운해 안할 테니까 걍 나온다구 못박어~”
“아냐, 그런거… 정말 일이 있긴 해. 다들 모이는 자리라면 봐서 늦게라도 가보던지는 할게.”
“알았어. 그럼 이따 전화~”
전화를 내려놓으며 새삼 신기하다. 하필 오늘… 그애와 만나지는 건...
‘계시가 아닐까?’
3초만에 나는 머릴 흔든다. 계시는 뭔 얼어죽을… 아직도 등뒤엔 ‘민혜원 산부인과’라고 죄스런 글귀가 천둥같이 써져있다. 빨리 벗어나자. 형주는 걸음을 재촉해본다.
2시 20분전.,
나는 병원 앞까지 와서는 망설이고 있다. 스스로에게 몇번이나 괜찮다고 위로를 해도 무서운건 마찬가지다.
‘낳을꺼니, 이형주?’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니.’
‘그럼 뭘 망설여? 빨리 해치워 버려’
‘그치만…’
뭘까…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걸까…? 단지 무서워서??
‘이 아이가 불쌍해. 아빠얼굴도 못보구…’
‘불쌍? 불쌍해? 니가 더 불쌍하다 이형주…’
스스로의 선과 악이 대립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모를 이상한 대립..
‘내일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2시를 5분 남겨두고… 돌아선다.
‘보여주고 해도 돼. 아빠얼굴. 보고싶을꺼야.”
아이를 위해선인지 자신을 위해서인지 나는 수술전 지후를 만나보리라 결심한다.
‘그래. 지후를 만날꺼야.’
전에 없던 용기…? 혹은 객기가 솟구쳤다. 늘 부끄러워하던 이형주. 남자이름 같다고 놀리던 그애 앞에선 한마디도 못하던 이형주.
오늘은 다르다. 그애 앞에서 주눅들지 않으리라.
‘짜샤… 이 뱃속에 니 애가 들었다구…’
뭔지모를 기대감에 좀전까지의 맥없던 내 눈이 빛난다. 오늘만큼은 그애에게 먼저 다가가리라…
‘하지만… 어차피 말도 못할꺼면서…’
지후에게 임신 사실을 알릴 생각은…?
없다.
그애도 나처럼 이제 갓 스물이 될것이고… 우리가 무슨 사이였다해도 이른건 사실이니까.
더군다나 무슨 사이는 더더욱 아니지 않은가…?
‘그렇더래도 오늘만큼은 미친척 들이대주마…’
아이러니다. 아이에게 엄마의 마지막 발악이라도 보여 주고 싶은걸까?
새삼 그날 당황하던 그애의 얼굴이 떠오른다.
“…처음이었어, 이형주??”
당황해 묻는 그애 앞에서 난 처음인게 오히려 창피하다고 생각하기조차 했다.
어이없는 표정. 그 얼굴만큼이나 어이없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