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도 나를 지켜줘야 합니다.(꼭 보셔요~)

island2006.03.21
조회523
술이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이상, 꼭 여자들만 술 조심해서 먹으란 법 없죠.
술 먹는다는 것이 곧 '내 몸을 강간해도 된다.' 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잘 아실테구요.
물론, 님이 쓰신 글의 의도는 잘 알겠어요.
남자들 다 늑대니까 그 앞에서 헤픈 행동 하지 마라, 라는 의미인거..
또한 빈틈 보여주지 마라, 라는 의미라는거..

한 늙수레한 법관이 이런 말을 하면서 판결을 내련적이 있어서 후배 법관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지요?
'흔들리는 바늘에는 절대로 실을 꽂을 수 없다.'
즉, 여자들이 올바른 행동하면 '강간'은 있을 수 없다는 고루함의 전형을 보여준 판례지요.
막판까지 저항하라는 의미랍니다.
죽기살기로 대들면 남자들 목표 못 이룬다는 뜻인데,
참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합니다.

일차적으로 술자리 회식때마다 '남자 동료'를 '수컷'으로 대입시켜 술 자제해야하구요,
언제 일어날지 모를 추행이나 성폭행에 대비해 절대로 치마를 입거나 하는 유혹의 흔적은 없애야 하구요,
기분좋게 술먹고 말건네도 오롯이 받아주면 안되구요,
남자 동료집에서 술 먹는 자체를 '혹시..?' 하는 걸로 받아들여야 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뒤통수 가격당해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수컷들 때문에 여자의 하루가 온통 긴장의 연속이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수비하면서 살아야 하는게 모든 약자의 생존방식인거는 사실이예요.
그러면 이런 완벽한 수비에도 불구하고 그 여선생처럼 당하는 건 어떻게 바라봐야 하죠?
허술한 그 여선생의 잘못인가요?
그들은 작심을 했어요. 일종에 모의를 한거죠.
뭐 갑자기 욕정이 생겨서 덮친게 아니란 말입니다. 그 여선생을 짝사랑한건 더더구나 아니란거죠.
작당을 하고 술을 먹도록 분위기를 유도하고 기어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동료의 머리를 내리쳐
지들의 욕정을 한껏 푼 겁니다.

님 말씀대로라면 애초에 그 술자리에 가지 않는게 최상입니다.
하지만 모든 회사 생활이 동료를 '수컷'으로만 볼 수 없는게 또한 현실입니다.
누가 저런 상황을 예측하며 순순히 따라가나요?
그녀는 일상적인 생활을 한 것 뿐입니다.
문제는 일상적인 생활을 한 그녀가 아니라, 인면수심의 낯짝을 들고 파렴치한 행동을 한 그놈들입니다.
욕을 먹어도, 벌을 받아도, 사회생활을 단절해도 다 그놈들이 받아야 하는 벌입니다.
이 놈들을 죄판정에 서게 했을 때,
그녀가 운없이 저 위에 거론된 늙수레한 재판관을 만나게 되면
'니 행실이 문제네.' 라고 판결받게 된다는 겁니다.

밤늦게 다니지마라,
너무 자극적인 옷차림은 피하라,
술을 먹어도 끝까지 정신을 놓지마라,
모든 남자는 수컷이다,
이런것들은 지침은 될 수 있지만, 제일 원칙적인 건 남자들이 여자를 함부로 자신들의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가볍게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산산조각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칙이 지켜져야 억울한 사람도 줄어들고
내 딸이 자기 스타일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을 편하게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면,
꼭 따라다니는 말이 있습니다.
'왜 여자가 술을 그렇게 많이 먹냐. 왜 남자 동료집에 따라갔냐,'
참 이상한건, 이런 말이 여자들 입에서 스스럼 없이 흘러나온다는거지요.
술 많이 먹는게 죄가 되는 나라,
남자 동료집에 따라가는게 죄가 되는 나라,
오히려 약자를 범한 남자들을 '욕정은 곧 본능이니..'라고 보호해주는 나라,
이런 나라에 살면 집에서 한 발자욱도 나가지 않는게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술을 잘 마셔야 하는 건 '사람' 모두에 해당됩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잘 마셔야 한다는 금기는 깨 주세요.
그런 금기 때문에 '여자'가 마시는 술은 곧 범해도 된다는 유혹처럼 받아들이는 남자들이 생기는 겁니다.
여자들이 술을 마실때 '나를 강간해도 돼.'라는 메세지 깔려 있지 않습니다.
더구나 동료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화장실에서 나오는 동료의 머리를 내리치고
강제로 집단 강간을 한 일은
어떠한 변명도 용서되지 않는 일입니다.
만약 그녀가 술을 마시면서 '오늘 저 한가해요. 저 좀 어떻게 해주세요.'라고 명언을 남겼다 하더라도
막상 그 행위가 이루어 질 즈음에 이성을 차리고 '안 돼.' 라고 한다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하는게 맞습니다.
그 말을 무시하고 덤볐다면 강간이 맞고,
우리는 그녀에게 '해도 된다며?' 라고 혀를 차서는 안됩니다.

여러분들은 마트가서 물건을 살 때,
변심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시 갖다 놓았을 때 직원이 '사려고 했으니까 사세요.'라는 강압을 당연하다 여긴적 없을 겁니다.
그건 소비자의 권리입니다.
물건 하나를 구매할 때도 변심이 가능하고 구매거부를 밝힐 의사가 있습니다.
또 판매자는 구매거부의 권리를 인정해줘야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자율 의지를 무시하고 '벗어놓고 웬말이야.'라며 짓밟는건
인간 아닙니다.
인간이 아직도 각자의 나라에서 생명을 존중하며 사는 건
'내 의사를 타인이 무시하지 못하도록 질서'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 질서는 지켜져야 하구요. 그것이 어긋나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여자들은 사라질수 밖에 없습니다.
진짜 보호는 발가벗고 거리를 활보해도 나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지켜주는 사회여야 합니다.
미니스커트를 입었다고,
술을 많이 마셨다고,
남자 동료집에 놀러갔다고
나를 지키지 못하는 여자로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아무도
남자들이 팬티만 입고 다닌다고
술을 널부러지게 마신다고
여자 동료집에 회식겸 갔다고
남자들에게 지키지 못한 정조, 운운하지 않습니다.

저런 인간(집단 강간한 놈들)들은 학교는 커녕 사회적 물리적 약자라는 점을 이용해
자신의 욕정을 배부르게 채운 놈들이란 꼬리표를 평생 달고 다녀야 합니다.

언급하지만,
no means no, 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법은 강간시에 피해자가 얼마나 그 행위 앞에서 저항했느냐,로 강간의 유무 또는 합의를 따지지만
선진국에서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의했느냐, 로 강간의 유무를 따진답니다.
즉 우리나라는 저런 순간이 오면 무기로 위협을 하고, 혀를 깨물거나 3층에서 뛰어내려야 정조를 보호받습니다. 나를 자해하거나 뛰어내려 다치거나 아무리 두드려 맞아도 내주지 않아야 '장하다.'라고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선진국의 강간 모델은 여자가 모텔까지 따라갔다 하더라도 마음이 변해 '노우'라고 한 것을 남자들이 인정하라는 겁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로 덮쳤다면 그것은 강간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술먹고 남자등에 업혀 있으면 '성적 합의'라고 생각하거나
모텔에 따라가면 '완벽한 동의'라고 생각합니다.
남자 법관들이 내리는 판결 또한 이런 '저항력'에 기준을 삼은 것이라
억울한 사람들 수없이 생깁니다.

내 딸이 울면서 왔습니다.
-회사 동료들이랑 술 먹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 놈들이 나를 덮쳤어. 신고할꺼야.
엄마가 그러지요.
-그러기에 술은 왜 쳐먹어. 남자들 짐승이란거 몰랐어? 신고는 무슨 신고야. 당할짓 해놓고.
어디 기집애가 남자들이랑 어울려 겁도 없이 술을 그렇게 마셔? 쪽팔리는 줄 알아. 어휴..결혼날짜 잡아놓고 잘한다. 어쩌면 넌 그렇게 집안 망신 시키고 다니니..

대충 이런 시나리오 나오지요.
딸이 물리적 강압을 받고 팔이며 목이며 시퍼렇게 멍이 들고, 가슴속에 인간에게 짓밟힌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니 처신' 운운하는 같은 여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전, 원글님의 의도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쁜 놈들 많으니 처신 잘하고 살자, 정도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글에서와 같이 '술먹은 여자탓' 을 하는 바가 아님을 잘 압니다.
그러나 님의 의도중에 10%라도 은근히 피해 당한 여성을 탓하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면
마음이 아픕니다.
님의 글 중에 5%라도 남자들의 욕정을 인정하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해도 분노합니다.
님의 글 중에 0.5%라도 '그러한 경우엔 최선을 다해 저항했어야 인정받는다.'라는 뉘앙스는 위험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여성입니다.
저는 건강하게 살고 싶고, 세금을 내는 만큼 보호를 받으며 살고 싶고
남자들과 더불어 살고 싶습니다.
회식 때는 술도 마시고 싶고, 기분좋게 헤어지고 싶으며 택시를 타더라도 안심하고 타고 싶습니다.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도 하고 싶고, 동료집에 놀러도 가고 싶습니다.
딸이 다니는 유치원 원장이 남자건 여자건 안심하고 보내고 싶고,
치마든 바지든 가리지 않고 입히고 싶습니다.
제가 사는 모습은 평범한 일상입니다.
저의 이 소박한 일상을 깨는 사람이 잘못입니까? 일상적으로 사는 사람이 잘못입니까?

딸이든, 원생이든, 학생이든, 동료든 가리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덮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길러낸 우리 모두가 곧 공범입니다.
가석방으로 풀려나게 만들고,
겨우 6개월 살면 죄가 없어지도록 만들고,
본능을 자극시킨 '여자'가 더 문제라는 의식을 부풀려 만들고,
여자가 빌미를 준 거 아니냐는 공론으로 죄를 면죄받게 만들고,
여자니까 정조를 더더욱 지켜야 한다고 교육시켜 막상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영영 꽁꽁 숨어버리게 만들고,
당하면 여자만 손해라는 잘못된 인식때문에 가정에서 학교에서 오히려 피해자를 숨기기에 급급하고,
인면수심의 수컷들은 장하게도 몇 개월 살다 '재수없네.'라면서 거리를 활보하게 만들고,

저는 술을 자제해서 마시는 여자 선배도 좋아하지만
술에 취해 있을 때 택시를 태워 택시 번호까지 적어 놓는 남자 후배를 더 좋아합니다.
언젠가는 그 역할이 바뀌어 올곳한 정신의 여자 선배가 술이 가득 취한 남자 후배를 택시태워 보내도 되구요,
인간에 대한 배려는 남자, 여자 구분되면 안됩니다.
그래야 적어도 내가 마음껏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딸에게까지도 자유롭게
성인답게 살아라, 선배로서 여유롭게 지도할 수 있습니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지만, 술을 먹는 것이 곧 내 몸을 지킬 의사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한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지만, 타인도 나를 지켜줘야 합니다. 그게 신뢰고 양심이고 도덕입니다.

글이 많이 길었습니다.
그렇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타사이트에서 스크랩하였습니다.

구구절절히 옳은 얘기로 우리가 표현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한 여성분이 속시원하게 풀어주셔서 여러분과 

공유하고 공감하고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