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골 산마루에는 허생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원래는 사대부 출신이었으나 그의 생활능력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허생은 밤낮 당구 공부만 하여 그의 아내를 안타깝게 하였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당구는 치지도 않으니, 밤낮 당구교본만 공부해서 무엇합니까?"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형편이 게임비를 못내는 형편인데 어떻게 하겠소?" "그럼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는 못하시나요?" "내가 원래 몸이 약한데 어떻게 하겠소?" "그럼 겜돌이라도 못하시나요?" "내가 원래 수에 밝지 않은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당구 교본만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아르바이트도 못한다, 겜돌이도 못한다면, 초크라도 훔쳐서 못파시나요?" 허생은 읽던 당구 교본을 덮어 들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구 공부하기로 계획한 것이 10년. 조금만 더 참았으면 됐을 것을...." 하고 휙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허생은 거리에 서로 알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신촌 로터리로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신촌에서 가장 부자요?" 독수리 당구장 하씨를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은 곧 하씨의 집을 찾아갔다.
^쿠라^ 新허생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