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니] 2009 로스트 메모리즈, 그 뜻하지 않은 발견

이화연200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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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어느 부분이 뒤흔들려 우리가 일본의 속국이 되어있다는 가정.

누구나 상상해 볼 수 있지만 극도로 높은 반일감정 속에서 "감히" 표현해내기 힘든 시도를 했다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고,

그것을 잘 살리지 못해 단점이기도 한다.

이미 보았던 장면들, 차분하지 않은 스토리 전개, 개연성이 모자란 "감상적" 주인공, 꿈과 연관 짓기 위한 억지 결말.

하지만 단점들을 덮어줄 만한 한가지, 바로 사이고와 사이고를 연기한 배우 나카무라 토오루.

주인공 사카모토(장동건)는 감성적인 사람.

총알이 튀고 있는 중에도 눈물 흘리며 자신이 죽인 센진군을 떠올릴 여유(!)가 있고,

그러다 눈앞에서 아들이 죽자 애국심과는 상관없이 한때는 자신의 동료였던 일본군에게 아무 갈등없이 총알 세례를 퍼붓는다.

사이고는 다르다. 여리고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조국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버릴 수 있는 결단력과 신념이 있는 사람.

그래서 우리는 사이고에게 더 감동을 느끼게 된다.

토오루의 빛나는 연기력은 정말 뜻하지 않은 발견이었다. 그 때문에 이 영화는 정말 볼만한 영화가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족.. 두 나라가 함께 잘되는 결말을 낼 수는 없었을까?

일본은 타임머신을 가지고 일본을 부흥하는데 썼지만 한국이 잘 됐다는 이야기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사카모토와 꿈속 여인이 어깨동무하고 광복군 틈에 끼어있는 사진 한장 뿐.

타임머신까지 쓰고도 역사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꿀 생각조차 안했다는 건, 영화와는 별 상관없이 너무 진취적이지 못한 발상인것 같아 아쉬웠다.

가장 마음 아팠던 장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남편(사이고)을 붙잡지도 않고 말없이 옷을 내어주고는, 역시 말없이 가는 남편의 뒤에서 허리 굽혀 인사하는 아내.

마지막 말은 폐부를 찢고 울리는, 그러나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다녀오세요."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더라.. 언제쯤 싸움 없고 이별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영화처럼 타임머신으로 시간이라도 돌려야 할까?

..퍼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