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펌- 공포의 스티커 사진 [13-2]

김선욱200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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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강물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주위는 어둑어둑해졌다. 나는 준비물을 들고 일어섰다. 지금쯤 일어나서 그곳에 도착하면 적당한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곳에 다가갈수록 공포와 함께 격렬한 적개심이 느껴졌다. 한 손에는 망치를, 한 손에는 신나를 들고 문제의 스티커 사진기 앞에 섰다. 여기서부터 모든 악몽은 시작된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니 전날 밤과 다름없이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분노가 내 감정을 지배하자, 두려움은 사라졌다. 나는 장막을 젓히고 화면을 바라보고 섰다. 징그러운 괴물을 내려치는 기분으로, 망치를 가지고 있는 힘을 다해 그 화면을 내려쳤다. 불꽃이 튀기며 화면이 깨졌다. 통쾌했다. 몇번을 내려쳐 스티커 사진기를 박살냈다. 파편이 튀겨 손에 상처가 나고 피가 흐리는 것에는 전혀 게의치 않았다. 어깨가 아플 때까지 내려치고, 망치를 내려놨다. 그리고 준비한 신나를 기계 주변에 뿌렸다. 사유재산 파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지만,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신나 한통을 다 뿌린 후,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라이터를 키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과 10분전만 해도 말짱하던 라이터가 불이 붙지 않았다. 한참을 해봐도 불이 붙지 않았다. 이상했다. 뭔가가 방해하는 것 같았다. 구멍가게로 들어가 라이터를 하나 사올까 했지만, 그랬다가는 내가 이 기계를 불태운 범인이요 하는 멍청한 짓 같았다. 라이터를 집어 던지고, 망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아스팔트 바닥을 내려쳤다. 순간 불꽃이 튀어 신나에 붙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그 스티커 사진기를 활활 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