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알아]실화닷.... 벌거숭이 엑소더스! (퍼옴)

이선정200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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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전...시골에서 살 때의 일입니다. 우리 마을에서 산길을 지나 약1시간정도를 가다보면 작고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있는 바닷가가 나오는데, 전 가끔 농사를 짓다 틈틈히 시간 나면 소주를 한병 차고서 그 바닷가를 찾아 세상의 모든 고민을 혼자서 풀어놓곤 하였답니다.. 그날도 저는 못자리를 손보고 바닷가를 찾았습니다. 동그렇게 뜬 달이 세상없이 아름다운 밤이었는데, 밀물 때여선지 물이 들고 있었습니다. 멀리선 밤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아득한 곳에서 비치는 불빛 또한 포근하였습니다. 쥐포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다가, 슬픈 노래도 부르다가 전 뜬금없이 수영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전 나름대로 센치한? 사람이거든요. 누가 볼 것도 아니라는 생각 하에 용감하게 팬티까지 훌훌 벗어 모래사장에 던져 놓고 바닷물에 몸을 담갔슴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수영하는 제 모습이 마치 로렐라이 언덕 아래에서 헤엄치며 사람들을 홀리던(?) 인어처럼 느껴져서 혼자 실없이 웃기도 하였을 겁니다. 종종 그랬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수영을 마치고 나온 뒤에 일어났슴다. 모래사장에 던져두었던 옷이 밀물이 되면서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고무신만 여봐란 듯이 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슴다.... 밝은 대낮이었다면 어떻게든 팬티라도 찾을 수 있었겠지만, 달이 떴다 해도 밤이라서 결국 옷은 찾을 수가 없었슴다.. 심지어는 모래톱이 끝난 뻘밭까지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옷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쪽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슴다. 망연히 앉아 있다가 어떻게든 집에는 가야 하겠기에, 저는 조심조심 길을 나섰슴다. 우리 마을까지 가려면 이웃 마을을 지나야 했기에 전 논길을 따라 집으로 가기로 했슴다. 이웃 마을엔 듬성듬성 불빛들이 흘러나오고 있었슴다. 얼마나 조심스러웠던지, 저는 제 발자국 소리에도 선뜻선뜻 놀라곤 했슴다. 그런데 첩첩산중이라고.... 아마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