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알아]실화란닷.... 벌거숭이 엑소더스!

이선정2002.04.03
조회192
제 발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다가 그만 논에 빠진 것입니다.. 흑.. 막 모내기가 끝난 논바닥에 홀라당 벗어제끼고 주저앉아 있는 몰골을 상상해보십쇼. 차라리 울고 싶어졌습다. 저는 대충 몸을 씻고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때는 몰랐는데, 왠 개들은 그렇게도 우렁차게 짓던지. 그 소리에 어떤 집에서는 불을 켤 정도였슴다. 그 논들이 끝난 산자락엔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는 오두막이 한 채 외따로 있었는데, 어차피 그 곳은 반드시 지나가야만 하는 길목이었기에 저는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대숲에 둘러싸인 그 집을 지나가고 있었슴다. 근데,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다더니, 바로 이러한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할머니의 집 마당 빨랫줄엔 고쟁이가 달빛에 빛나고 있지 뭡니까. 순간, 저에겐 "저것이라도....!"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스쳤슴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올 일이었지만, 그때는 오로지 아랫도리만 가릴 수 있다면 영혼을 팔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깐, 다른 것을 따질 여력이 없었슴다.. 얼른 저는 대숲에 몸을 숨기고 한참이나 방안 눈치를 살피다가 할머니가 잠들었으리라 확신을 하고는 마당으로 들어섰슴다. 빨랫줄에서 살랑살랑 거리는 고쟁이가 왜 그렇게도 달게 느껴지는지, 꼭 초겨울에 달랑 하나 매달려 얼어있는 홍시감을 보는 느낌과 같았을 겁니다. 그러나 흐뭇한 기분을 맛보며 고쟁이를 걷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할머니가 유령처럼 나타나는 것이었슴다...(헉! *됐다!) 그 순간 할머니나 저나 놀라기는 매한가지... 그리고 한참을 숨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슴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악당과 주인공이 서로를 거꾸러뜨리기 위해 폼을 잡고 있는 황야의 무법자나 셰인의 라스트 신을 상상하면 될 겁니다... 침묵을 깬 할머니의 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