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자신이 눈을 뜨기도 전에 출근을 했고 서준이 퇴근해서 왔을 땐 실장은 항상 없었다. 오늘도 일찍 퇴근해서 들어오니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신다. 몇주전만해도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들어가기 싫어 이것저것 괜한 일거리 만들어서 하곤 했는데 요즘은 정말 퇴근하는게 즐거웠다. 생각했던 것만큼 곤란하거나 힘든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그러기에 실장과 마주치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자신이 괜한 두려움을 갖았던 건 아닌가 싶을정도로 아무탈 없이 하루 하루가 편안하게 지나 갔다.
아주머니도 인상만큼이나 좋은 분이셨고 엄마가 만들어 주신 것과 같은 음식 맛에 포만감을 두드리며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했다. 또 하시는 말씀까지도 맛깔스러워서 듣고 있다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훌쩍 지나 버렸다. 문제는 워낙 말씀이 많으셔서 서준의 퇴근시간만 기다셨던것 처럼 저녁식사때부터 이어지는 별이와 있었던 얘긴 식사후 차와 과일을 먹을때까지도 이어졌다. 늘 혼자 있던 서준도 퇴근 후에 반겨주고 물어봐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게 좋았지만 아주머니는 낮 동안 별이랑 둘만 계시다가 서준의 등장으로 대화상대가 생겨서 그런지 서준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서준은 오버하는 송선배 때문에 난처한 표정이 됐지만 하진은 뭐가 즐거운지 얼굴가득 웃음을 띄우고 있다.
“차장님께서 안 도와주셔도 저 잘합니다. 나중에 국수나 드시러 오시죠”
“뭐~!!! 국수??? 유과장 너무 김칫국물 마시는거 아냐? 내가 여직 서준을 봐왔는데 쟤처럼 건조한 사람 못 봤... 아~!!! 대성에 정진석~!! 맞다 서준이랑 대성 정실장이랑 느낌이 비슷하더라 쿡쿡 정진석 보니까 정말 얼음이대 헌데 멋지긴 진짜 멋있더라 등치빨 얼굴빨 뭐 빠지는게 없던데.... 서준아 난 대성에 정진석한테 한표 던진다.”
아무래도 거리를 둬야 할 것 같아서 직함까지 붙여서 말을 했다. 송선배로 인해 씩씩거리던 얼굴이 일순 굳어지며 서준을 바라본다.
“왜 그렇게 부르는 거야? 그렇게 부르면 거리감 느껴져서 마음이 편하니?”
어떻게 해야 하나.... 저런 하진이한테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회사잖아.... 이름 부를 수 없잖아....” 애써 변명같은 말을 하는데
“너 송차장님한테는 항상 선배라라고 하잖아 송차장님이라고 안 하잖아 그럼 나한테는 친구처럼 해야하는거 아냐? 왜 내가 너 좋다니까 겁나서 거리감을 둬야 겠다 생각 드냐? 갑자기 왜그래? 너한테 화내기 싫다. 너랑 싸우는건 더 싫고 그리고 너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아 그냥..... 하~ ”
말을 다 맺지 못하고 하진이 길게 숨을 내쉬며 먼 곳을 쳐다본다.
“......그럼 하진씨라고 할게 ”
어떻게 해서든 거리는 둬야 할 것 같아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말이다.
“후... 정말 힘들다. 원래 이렇게 힘든 건가 남녀 사이가? 모르겠다 정말 송선배한테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네. 네 마음대로 해라. 지금은 서둘지 말아야지 이서준 겁먹고 더 도망 칠지 모르니까 지금은 내가 양보한다. 좀 더 친숙해지면 그땐 자연스럽게 이름 부르겠지 그치 서준아?”
왠지 아이처럼 보채는 하진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나이가 같은 남자는 어려보이는건가? 서준은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서준을 보면서 그래도 웃어주는 하진이다.
“참 3월 20날 비워 둬라 내가 먼저 약속한 거다”
영화표를 줄때처럼 자신의 말만하고 가버린다. 아마 서준이 다른 말을 할까싶어 지레 짐작하고 같은 수법을 쓰는것 같은데 그날이 뭔 날인가?
3월 20일??? 그날이 무슨 날이냐? 서준은 탁상 달력을 바라봤다.
아무날도 아닌데..... 뭐냐..... 가만 음력으로....!!!.... 생일이였다.
그렇구나 생일이구나 몰랐네...
하진이 고맙지만 하진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면 안된다고 자신안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약속을 만들어서라도 하진과의 저녁은 피해야 겠다. 그렇게 하진이 조금은 덜 실망하길 조금은 덜 상처받길 바라본다. 그것이 하진에게 해줄수있는 최대한의 배려 같았다.
그러면서 실장이 떠올랐다. 만약 저녁 먹자고 하면 함께 해줄까???
한번쯤 밖에서 저녁을 먹을 수도 있잖아... 아니 싫어할까?
모르겠지.... 내 생일 같은 건.....
첫날은 여간 어색한게 아니였다.
워낙에 쌀쌀 맞은 실장은 그렇게 대충 방 위치만 설명해준뒤 집에 대해 추가 설명이나 서준을 배려해서 조심해야할 것이라던지 기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하물며 별이에 대해서도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
아침 식사 때나 몇 번 마주췄을뿐 실장은 거의 일찍 가거나 늦게 들어왔고 퇴근 후엔 잠자고 있는 별이만 보고 바로 서재에 틀어 박혀 나오지도 않았다. 어제는 실장의 발소리를 듣고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문을 열었지만 벌써 서재로 들어가버린 후였고 쿵쾅거리며 그 앞을 몇 번이나 지나쳐도 문 한번 열어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지하 전세방에서 살다 난방이 잘된 뜨슨 집에서 뜨거운 물 콸콸 받아가며 목욕하고 넓직한 침대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지만 바로 앞 방에 실장이 의식되서 잠이 오지 않았다. 계속해 뒤척이다 괜히 샤워하고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아 양을 수백마리를 세고서야 겨우 잠들곤 했다.
별이는 무척 귀여웠다.
아줌마 치마 자락을 잡고 뒤에 숨어서 경계하며 나오지 못하더니 먼저 웃어보이고 얘기하자 금방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돼서 서준에게 다가왔다. 정이 굶주려서 그런지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무척 좋아했고 특히 동화책을 꾸며서 읽어주면 깔깔거리며 웃느라 온 집안을 어린아이 웃음으로 꽉 채웠다.
하도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솔직히 안 해본 아르바이트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중 유치원 보모도 잠깐 했었다. 뭘 좋아하는지 어떤 걸 원하는지 잘 알기에 그래서 어린아이들과 수월하게 친해지는 편인데 별이는 보통의 아이들보다 더 쉽게 자신에게 다가왔다.
어제는 퇴근해서 들어오니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달려와 안긴다.
순간 당황했지만 꼭 안기는 꼬마가 너무 사랑스러워 꽉 끌어안고 뽀뽀까지 해버렸다. 아마 이런 모습을 송선배가 본다면 절대 자신을 건조하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처음 별이를 보고 겁이 났던건 사실이지만 이젠 별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만약 별이 마저도 없었다면 이곳에서 실장과 자신 둘이서 얼마나 어색할지 상상만으로도 근육이 뻣뻣하게 긴장된다. 겨우 일주일 정도 지났을 뿐인데 별이와 놀기위해 퇴근을 서두르는 자신을 보며 웃음이 번졌다.
“사모님 오셨어요?”
사모님이란 저 말이 여간 어색한게 아니다 들을수록 불편하고 거북하다.
“저기... 아주머니 저... 사모님이란 말이 익숙하지 않아서요....”
“왜 싫으세요? 그럼 뭐라고 부르죠....? 새댁이라고 하나?”
새댁?....
서준은 그냥 웃었다. 마저 결혼했으면 새댁이구나... 그렇구나... 씁쓸함에 웃음이 번진다.
“그냥..... 별이 엄마라고 하세요. 새댁은 그렇구요... 별이도 있으니까 별이 엄마가 낫겠네요”
참~ 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더니 어쩜 일주일만에 별이 엄마란 말이 나오는지 자신이 생각해도 이 웃지못할 상황에 적응 잘하는 자신이 대견스럽다.
“괜, 괜찮으시겠어요?”
놀래서 더듬걸이며 물어오는 아주머니 표정이 우스웠다. 아마 어리게 보이는데 그렇게 불러도 되는지 그것이 마음 쓰이는것 같다.
“자요. 오늘 좀 피곤했거든요. 시장도 갔다오고 준이도 왔었거든요 참! 별이 의료보험증 나왔어요”
아주머님이 갑자기 생각난듯 거실 서랍에서 의료보험증을 가져와 보여주신다.
“예? 무슨 말이예요? 의료보험증이 나오다니요? 여직 없었나요?”
놀라서 묻자 아주머니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에고 모르셨나본데 제가 입방정을 떨었나보네 의료보험증 나온 것이 기뻐서......또 별이 엄마라고 부르라기에 다 아시는줄 알고.....”
말을 흐린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무슨 말이세요? 좀 알수 있게 얘기 좀 해주세요?”
“실은.... 별이 여직 출생신고 않되 있었어요. 뭔 일인지 모르겠는데 사장님이 총각으로...그러니까 결혼을 하지 않은 통에 아마 출생신고를 못 했나 봐요. 그래서 여직 의료보험증도 없었고 그런데 이번에 결혼하시고 혼인신고 하시면서 별이 출생신고 하고선 가장먼저 의료보험증 만들어오셨어요”
서류상 미혼이 였던건가?
뭐가 뭔지 알아갈수록 머리가 아파온다. 그래서 서류상 아내가 필요하다고 한 건가?
헌데 이상하다 미혼모들도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걸로 아는데 그렇담 실장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뭐가 문제가 돼서 몇 년을 출생신고도 못하고 있었던 건지...
“이제 별이 아무 병원이나 가도 되겠고 유치원 보내도 되겠어요 그 어린것이 뭔 죄가 있다고... 별이가 정애 굶주려서 워낙 사람을 좋아해요 특히 지 좋아하면 더 하죠 뭐 애들 다 그렇겠지만 별인 유난히 더 그래요. 그런데 몇 달 전에 한번 큰일 났었잖아요. 아주 그때만 생각하면 전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린다니까요”
“큰일이라뇨?‘
“사장님이 아무 말씀도 안 하셨나보네..... 워낙에 말씀이 없는 건 알지만 결혼까지 하셨으니 저는 다 아시는 줄 알았는데... ”
중간 중간 난처해 하시면서도 말씀을 끊지 않고 계속 이어 가셨다.
“암튼 몇 달 전에 별이가 없어졌잖아요 글쎄 제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마당에서 놀게 하고 볕이 좋아 이불빨래 널고 있는데 고세 없어진거예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앞에 캄캄해요 내가 너무 놀래서 원...후...”
아주머니는 바로 어제 일처럼 숨을 몰아쉬며 말씀하셨다.
“사장님께 연락하고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구요... 사장님 오셔서 얘기 듣더니 나가시는데 몇 시간 만에 별이를 데려왔어요. 지금도 그땔 생각하면 내가 오금이 저려서... 그 뒤론 시장갈 때도 엎고 간다니까요. 아마 별이가 워낙 사람한테 잘가는 통에 누구 지나가는 사람을 쫓아 간 것 같은데... 이상한건 어떻게 찾았냐는 거죠 난 너무 놀라고 죄송해서 사장님한테 물어보지도 못했다니까요 못 찾았으면 어쩔 뻔했냐고요 저 이쁜것을... 아마 평생 죄짓고 살 뻔했다니까요”
가슴을 쓸어내리신다. 아직도 그때일만 생각하면 숨이 가빠지시나 보다.
“그날 저녁에 별이 데려왔는데 보니까 그 어린것이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서... 그 뒤론 내 치마 끝만 잡고 쫓아다닌는데 그래도 사모님한테는 잘 안기는 거보면 기특해요 어린애들도 자기 좋아하는 사람은 금방 안다니까요 일산 작은 사모님 오시면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 준이 녀석이랑 아주 혼을 쏙 빼고 간다니까요”
“일산.... 작은 사모님이요?”
“에고 오늘 실수 많이 하네요. 큰일 났네 사장님 아시면.... 별이 엄마라고 부르라는 말에 제가 다 기분이 좋아져서.... 저기 별이 사촌 작은 엄마예요. 가끔 오세요 요즘은 배가 불러서 예전만큼 자주 못오시지만 오늘도 오셨다 가셨는데 몇 달 뒤에 산달이거든요. 저는 사장님께서 반포 큰 사모님과 일산 작은사모님께도 다 인사 드린줄 알았는데 아니였나봐요. 일산 작은 사모님도 별이 엄마 얘기하니까 놀라시더라구요 ...."
별이 사촌 작은 엄마.... 그럼 정시우 아니 김지영씨를 말하는건가?
“혹시....정시우씨가 그럼 별이 작은 아빠인가요?”
“이름은... 잘 모르겠고 참 잘 생기셨는데.... 난 우리 사장님만 잘 생긴줄 알았는데 아이구 그림이예요 그림. 조각같이 생긴 얼굴에 내 평생 그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 봤어요. 그런데 일산 작은사모님은 얼마나 엉뚱한지 여기 가끔 오셔서 저한테 음식 갈켜다라면서 매번 실수하고 가요 쿡쿡 엉뚱하면서도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오늘도 오셔서 준이 아빠가 애 같다면서 준이를 더 챙긴다고 화나서 삐져 있다고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서 가야한다고 배우다 홀랑 태워서 가셨어요 하하하..별이도 준이 녀석 오면 누나라고 챙기고 하여간 일산 작은 사모님 오시면 집이 사람 사는 집 같다니까요 ”
송선배의 소문이 다 맞는 것 같다.
숨겨놓은 자식 또 정시우와 사촌 그렇담..... 그렇담.... 정시우 동생과의 얘기도 모두 사실이란건가? 일 년 만에 끝나버린 사랑.... 그것만은 아니길.... 그렇게 아픈 상처 가지고 살고 있는게 아니길..... 너무 아픈 사랑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건 아니길... 서준은 제발 그것만은 소문이길, 부풀어진 소문이길 바랬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고 아주머니가 서둘러 문을 열었고 잠시후 실장의 모습이 보였다.
아침 식탁에서 몇번과 저녁에 스치듯 보고 제대로 마주친건 일주일 만이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오늘도 못보면 저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 가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랬으면서도 얼어버린 듯 꼼짝을 못하고 서있다. 반갑게 달려가 가방도 받아주고 싶고 보통의 아내가 하듯 인사도 나누고 싶은데 마음만 간절하지 아무것도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다.
진석은 굳어져 있는 서준을 힐끔 보더니 그냥 올라가 버린다.
멍하니 층계만 바라보고 있는 서준의 옆구리를 아주머니가 찌르신다.
“뭐해요... 어른 가서 옷 받아주셔야지. 저녁 다 됐어요 쿡쿡 정말 신혼이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어 별이 엄마”
서준보다 더 들떠 계신 것 같은 아주머니다.
“아...예...”
보통의 부부를 생각하시나는 아줌마가 눈치 챌까 시키는 대로 올라왔지만 서재 문만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쉰다
결혼이란걸 하고 매일 늦게 들어갔다.
일이 없어도 일을 만들어서 늦게 들어갔고 가급적 서준과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서준을 보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아직 자신이 없었다. 마음 다잡으며 단지 거래다 단정 지으면서도 막상 눈앞에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그녀를 봤을때 그런 다짐이 얼마나 쉽게 끊어져 버리는지 알았다.
그렇게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와서 온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앞 방에서 부스럭거리고 콩콩거리며 서재 앞을 수도 없이 왔다 갔다하고 아주머니와 거리낌 없이 얘기하고 또 별이와도 금방 친해져서 오히려 그녀가 예전부터 이곳에 생활하고 있었고 자신이 끼어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말없고 웃음기 없어 보였는데 이곳에 와서는 별이와 아주머니와 쉼없이 얘기하며 뭐가 좋은지 입가에 웃음이 걸려 있었다 단, 자신만 나타다면 굳어버린다. 지금도 아주머니와 얘기하다 자신이 들어오자 바로 말을 멈추고 굳어지는 서준을 봤다.
하지만 무엇도 가장 큰 문제는 새벽까지 잠을 잘 수 없다는 거다.
문만 열면 그녀의 방이 보이는데 그곳에서 서준이 자고 있다고 생각하면 머릿속이 멋대로 상상을 하며 그녀의 벗은 몸을 눈앞에 펼쳐 줬고 그런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 새벽에 샤워소리 까지 세어 나왔다.
3일쯤 됐을 땐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그녀의 방문 앞에서 문고리를 잡고 노려보다 결국은 마당으로 나가 달밤에 체조를 해야했다. 왜 다 늦은 새벽에 물소리를 내면서 사람 신경을 거슬리는지 어쩜 일부러 그러는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 따져 묻고 싶었지만 방문 두들겨 그녀를 부르지도 못하고 마당으로 나가 괜한 화풀이를 했었다. 하루하루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기 위해 무던한 인내를 요했다. 이렇게 신경쓰이고 힘들 줄 알았으면 거래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 보다 자신이 더 힘들었다. 오늘도 일부러 늦은 약속을 잡았는데 취소가 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일찍 들어오게 됐다.
서준은 문고리를 잡고 한참을 망설였다 잡은 문고리에서도 실장의 온기가 느껴지는 착각이 드는데 갑자기 문이 당겨지고 문고리를 잡고 있던 서준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겨져서 얼떨결에 안으로 들어가는 꼴이 되버린 서준은 처음으로 서재를 볼 수 있었다.
한쪽 벽을 가득채운 책장과 창가에 위치한 넓은 책상 그리고 이곳에 어울리지 않게 쇼파겸 침대와 옷장이 보였다. 아마 서준에게 방을 내주고 이곳에 짐을 옮기느라 서재와 어울리지 않는 가구들을 들여 놓게 됐나보다.
“뭐 하는거요?”
진석의 묻는 말에 깜짝 놀라 서준이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아... 저기... 밥, 저녁 다 됐다고요 저녁드세요”
언제 옷을 갈아 입었는지 티셔츠에 편한 바지로 갈아입고 있는 실장의 모습을 보니 새롭다. 항상 딱딱한 정장의 실장의 모습을 보다 이런 편한 차림의 실장을 보고 있으려니 멋대로 가슴이 뛰어왔다.
“쿡~ 당신 지금 그걸 보통에 아내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해보는거요?”
서준 그녀도 자신의 한말이 어색한데 면박을 주는 실장을 보자 괜히 무안해서 몰맨 소리가 나온다.
“남에게 보통의 부부처럼 보이게 행동하라고 한건 실장님이세요. 전 계약에 충실한 거예요 ”
‘계약? 하~!! 계약이라고??? 이서준 당신이 지금 계약 운운하는거야? 바로 코 앞에다 방을 내주는게 아니였어 뭐? 계약에 충실해? 보여주지 어떤게 계약에 충실한건지’
자신의 어떤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순간 실장의 얼굴이 구겨지더니 낮게 속삭이며 다가왔다. 진석의 말을 이해 못하고 서있던 서준은 다가오는 진석을 보고서야 겁먹고 뒷걸음 쳤고 진석은 가뿐하게 서준을 안고 계단으로 향했다.
“뭐하는 거예요? 아줌마가 보잖아요”
아주머니가 들을까 작게 속삭이는데 실장은 아랑곳 않고 태연하게 말을 한다.
“그래 아주머니 보시라고 하는거야. 계약에 충실한다면 지금 당신은 내 목에 얼굴을 묻고 행복에 미소를 짓고 있어야 맞는거라고. 그리고 하나 더하자면....”
층계를 다 내려온 실장이 입술을 막았다.
잊고 있던 감정이 되살아나 쉽게 흥분시킨다. 실장의 행동 하나 하나에 온몸이 반응한다.
더욱이 지금처럼 키스를 해오면 멋대로 뛰는 심장 때문에 판단이 흐려져서 아무것도 생각못하고 빨려 들어갔다.
입안으로 들어온 혀를 자신의 혀로 감싸며 너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자신의 행동에 서준 본인도 놀라고 있었고 어느새 팔은 실장의 목을 끌어안고 더욱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었다.
달콤하고 빨려 들어가는 아늑한 키스에 아주머니가 얼굴을 붉히며 방으로 들어가시는 것도 모르고 실장의 품에서 흥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진석의 목소리는 충분히 서준을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다.
“이제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 그만 내려오시지? 계약을 핑계 삼아 욕정을 푸는거 아니요?”
당황하며 자신의 품에서 떨어지는 서준을 보며 진석이 비웃는다.
“당신이 너무 반응하면 내가 재미있어져 그래서 자꾸 만지고 더 많이 요구하게 돼 그러니까 반응 보이지 말라고....”
“그런거 아니예요 단지...전 실장님께서...”
말 중간에 끼어들어 고개를 저으며 변명하지만 진석의 표정은 비웃음이 가득하다
“당신 행동이 충분히 설명해 주니까 괜한 변명하지마 별인 벌써 자나?”
자신의 말은 들으려 조차 않고 별이 방문을 열어보는 진석을 서준은 입이 삐쭉나와 바라보고 있었다.
별이 마저 잠들어 버려서 단 둘이 하는 저녁은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코로 들어가는 건지도 알수 없을 정도로 긴장이 됐고 음식 씹는 소리마저도 크게 울려서 자신이 삼키는 음식물소리에 놀라기까지 했다.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게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올라와보니 잘 개어진 실장의 옷이 화장대 위에 있었다. 아마 아주머니께서 실장과 같이 방을 쓴다고 생각하시고 놓고 가신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망설여 진다.
화장대 위에 올려진 빨랫감을 씻고서, 옷을 갈아입고 누워서도 노려 보고만 있었다.
실장에게 가져다 줘야 할텐데....그렇게 한참을 화장대위를 노려보던 서준은 그대로 있다간 오늘 밤 잠들긴 그른것 같아 결국 실장의 옷을 안고 서재 앞에 섰다. 하지만 선뜻 용기내 들어서지 못하고 문앞에서 몇 번의 쉼 호흡과 망설임을 반복 해야했다.
안에선 아무런 기척이 없고 힘겹게 노크를 해봐도 반응이 없다. 살며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 실장이 없었다. 아무래도 밖에 정원에 있는 듯 하다 종종 새벽에 운동하는 모습을 봤다. 오늘은 일찍 들어와서 운동을 다른날보다 빨리하러 나갔나 보다.
서준은 안도하며 빨랫감을 안고 들어 섰다. 그때 안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소리에 반응하며 고개 돌려졌을때 서준은 놀래서 들고있던 옷을 떨어트렸다. 실장이 머리에 물기를 털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체로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
진석은 방안에 딸린 욕실에서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데 떨어지는 물기 사이로 서준이 보여 놀래 고개를 들어보니 얼굴이 사색이된 그녀가 자신을 보고 있다.
왜 이곳에 있는건지.... 순간 당황하며 쇼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뒀던 바지를 주워 입는데 젖은 몸탓인지 잘 입어지지 않았다. 몇번 깨갱발을 하고 또 몇번 넘어지고 그러고서야 겨우 바지를 입었다.
서준은 허둥대며 떨어진 옷을 긁어 모아보지만 진땀이 나고 손이 떨려 제대로 줍지도 못하는데 떨어진 옷끝에 진석의 맨발이 보인다.
“여기서 뭐 하는거요?”
다행이 바지는 입고 있지만 넓직한 가슴이 그대로 보인다.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민망하기만한데 오히려 반나체의 실장은 너무도 당당하게 앞에서 팔짱을 끼고 내려보며 물어 온다.
“그만 감상하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시지?”
“....아.... 저기... 실장님 ... 그게.. 아줌마가 빨래를 제 방에 놓고 가셔서... 그것 때문에... 몇 번 노크했는데....”
반나체의 남자의 몸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 면박의 소리에 겨우 정신 차리며 당황한 눈길을 빨랫감으로 돌려보지만 실장이 흐트러진 빨래를 줍고 있는 자신을 거칠게 일으켜 세운다.
“날 유혹하려고 왔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소. 이런 한밤중에 더욱이 그런 옷을 입고 내방에 왔을 때야 아무리 머리 나쁜 남자라도 당신의 마음 뻔히 보이는데... 빨래감까지 핑계를 만들면서 온 당신의 수고를 헛되게 하면 도리가 아니겠지?”
잠자려고 입었던 잠옷위에 가디건까지 걸치고 왔는데 전혀 야하거나 유혹이 될 복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실장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이 실수를 한 것 같다. 어찌됐건 성인 남자의 방에 오면서 잠옷을 입고 온다는 건 그렇게 오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머리에서 물기가 떨어지는 진석은 점점 더 그녀을 쇼파 쪽으로 밀고 갔고 서준은 겁먹은 얼굴이 되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 실장님... 저기 제 얘기를...그런게 아니라... 실장님...”
뒤로 물러서던 서준의 다리에 쇼파 모서리가 느껴졌고 더 이상 뒤로 갈수가 없었다.
“실장님... 저... 아니예요 그런거... 제 말을... 실장님...아.....”
말이 되어 나오지도 못했고 또 더 말을 이을 수도 없었다. 실장의 손길이 자신의 입술 위에서 느껴져 입술이 떨려오고 숨소리를 거칠게 만들고 있었다.
“그 실장이란 소리가 다른 사람이 부르면 괜찮은데 당신이 부르면 꼭 욕하는 것처럼 기분 나쁘게 들려 왜일까? 당신한테서 내 이름이 불려 졌으면 좋겠어 그 별것 아닌것이 왜 그렇게 듣고 싶은건지...”
입술 위를 방황하던 손길이 입술 안쪽으로 들어왔고 서준의 혀끝에 닿았다.
“당신.... 원래 이렇게.... 반응하오? 나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아님 정말 나한테만 보여지는 반응이오? 내 손이 닿기만 해도 바로 반응을 하는 당신 때문에.....미칠것 같아...”
진석은 자신의 작은 손길에도 무너지는 서준을 보면서 목소리가 갈라져 나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고 그 맛을 보고 싶은 진석이였다.
서준은 진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도 않았다 오직 그녀의 눈엔 반나체의 그 만이, 아직도 물기가 축축한 넓은 가슴을 가진 한 남자만 보여서 자꾸 커져가는 심장소리나 진석의 말소린 들리지도 않았다.
‘만지고 싶어... 저 벗은 몸을 한번만....’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이 삼켜진다.
몇 번을 가슴쪽으로 손을 올리며 머뭇거리다 실장의 맨가슴에 손을 댔다 손끝이 전기에 데인것 마냥 떨려왔고 그 느낌은 불꽃처럼 삽시간에 자신의 발끝까지 퍼졌다. 짜릿한 느낌이 온몸에 퍼지면서 황홀하게 만들고 있었다. 수줍게 올려진 손길은 넓고 따스한 느낌에 용감해져갔고 자신의 손길에 긴장하는 실장을 보면서 더욱 대담하고 관능적으로 변해 갔다.
손끝에 실장의 가슴위로 솟은 작은 돌기가 느껴졌고 자신의 애무에 딱딱하게 굳어지며 반응하는게 느껴졌다.
“헉!!!”
실장의 외마디가 들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과감하게 고개들어 실장을 바라보며 이번에 입술로 그곳을 괴롭혔고 생각못한 뜨거운 애무로 실장은 당황하고 있었다.
진석은 자신의 손길에 뜨겁게 반응하는 서준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제력을 끌어 모으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그녀가 갑자기 물기가 다 가시지 않은 가슴을 애무해오고 있었다. 순간 숨이 턱 막혀왔고 매일밤 그녀 때문에 참아왔던 욕정을 한꺼번이 들어내 보이며 반응하는데도 그녀는 애무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곤 대담하게 입술까지 가져온다.
'이서준.... 당신이 시작 한거야... 이제 멈출 수 없어......'
서준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이성이 마비가 된지 오래였다 그저 감각이, 본능이 시키는 대로 지금 이 상황을 느끼고 싶었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지금은 실장의 몸을 좀 더 느끼고 싶었다. 남자의 벌거벗은 몸매가 이렇게 황홀한지 또 이렇게 흥분하게 하는지 몰랐고 완벽하고 멋진 근육질의 몸매에서 손을 떼고 싶지 않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그 황홀감이 서준의 이성을 점점 흐리게 마비 시켰다.
서준의 겉옷을 벗기고 하얀 레이스 잠옷의 그녀를 감탄의 눈으로 바라봤다. 얇은 천 밑으로 보여지는 봉긋 솟은 가슴이 자신의 손길을 원하는 것처럼 빠르게 뛰고 있었고 어서 그 안에서 꺼내달라고 아우성 치는 것 같았다.
실장의 손길이 잠옷 위 가슴에 느껴졌다. 짜릿함이 온 몸을 휘감아 점점 눈에 힘이 풀렸고 입안에서 느껴지던 실장의 입술을 적극적으로 휘감으며 무아지경에 빠지고 있었다. 어느덧 가슴을 헤메던 손길이 잠옷 앞섶 단추를 풀어 헤치고 있고 초점 없이 헤매던 눈을 감게 만들었다. 거칠게 뛰고 있는 심장소리와 신음 소리가 자신이 내는 소리가 아닌 먼 곳에서 울리는 것처럼 들려왔고 실장의 조심스런 손길에 더 애가 타고 있는데 어느새 브래지어가 올라가고 그의 눈앞에 맨가슴을 보이고 있었다.
풀어진 잠옷 앞으로 그녀의 우유빛 가슴이 눈안에 들어왔다. 보기 좋게 봉긋 솟은 가슴위로 선홍빛 유두가 자신의 눈길에 더욱 오똑하게 솟아 오르는게 보였다. 그만 멈추라고 몇 안남은 이성이 경고를 보내는데 하얀 가슴을 보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보자 그 남아 남아있던 이성까지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손을 들어 그녀의 맨가슴을 애무했고 자신의 손길이 닿자마자 그녀가 파르르 떨면서 품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진석도 포기다 이렇게 자신에게 모든 걸 맡기고 있는 서준 때문에 더 이상 자제가 불가능했다. 매일 밤 그녀의 샤워 소리 때문에 미칠지경이였는데 직접 찾아와 애무하며 온몸을 맡기는 그녀를 거부한다는건 남자가 아니라면 몰라도 건강한 남자라면 밀어낼수 없는 유혹이였다.
그녀를 쇼파에 쓰러트리고 풀어헤친 앞가슴을 잡고 한 움큼 입안으로 삼켜 버렸다.
신음 소리와 머리위를 헤집는 그녀의 손길이 동시에 느껴졌고 자제력을 잃은 진석은 거칠게 그녀를 정복해 갔다.
입술... 목... 그리고 가슴까지 하나 하나 차례 차례....
자신의 입술과 손이 닿을때마다 불에 데인듯 놀라며 반응하는 그녀가 느껴졌고 그런 서준을 보며 진석도 흥분에 휩싸였다.
서준은 불안했다. 점점 자신에게 빠져드는 실장을 보면서 예전에 키스 했을때처럼 냉정하게 뒤돌아 버릴까 중단해버릴까 오히려 서준은 겁이났다. 어서 자신을 갖기를 진석이 이성에 정신차리기 전에 자신을 모두 가져 버리길.... 그에게 주고 싶은 서준이였다.
더 다급해진 서준이 진석의 가슴을 애무하며 좀 더 그녀의 안쪽으로 진석을 받아들일때 시끄러운 멜로디가 울렸다. 책상위에 있던 핸드폰이 끊이지도 않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울렸다. 서준의 가슴을 애무하며 방황하던 입술이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신경질적으로 걸어가 거칠게 핸드폰을 누르는 진석이다.
“무슨 일이야?.... 아직도 촬영 중이야?”
뒤돌아 통화하는 진석을 몽롱하게 바라보던 서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랑혜의 전화다
아직도 쇼파에서 흥분으로 숨을 몰어쉬던 서준은 서둘러 일어섰고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잠궈보는데 자꾸 엇나가며 잠겨지지 않는다
‘바보... 왜 이렇게 무너지는거야... 이러지 않았는데... 이런 건 내가 아니잖아... 바보...’
눈이 또 아려온다. 단추 구멍이 보이지도 않고 계속해 손이 어긋났고 눈물을 훔치고 몇 번을 잠궈보려고 애쓰지만 온 몸이 떨려 여며지지 않는다.
진석은 핸드폰을 끊고 물끄러미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떨면서 앞섶을 여미고 있는데 헛손질만 해댄다. 작은 어깨도 떨고 있고 흐트러진 머리만 좀전에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가 앞섶을 닫아줬다.
고개 숙이고 떨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자신을 바라 보게 했고 올려진 그녀의 눈이 온통 서리가 베어 올려보고 있다. 한쪽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 떨어진 겉옷 마져 입혀주고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겨주자 그녀의 눈안에 고여있던 액체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외면한채 서둘러 방을 뛰쳐 나간다
氷 愛 (10)......동거의 시작
氷 愛 (10)......동거의 시작
결혼 후 일주일이 지났다. 실장을 마주친 건 몇 번 없었다.
아침에 자신이 눈을 뜨기도 전에 출근을 했고 서준이 퇴근해서 왔을 땐 실장은 항상 없었다. 오늘도 일찍 퇴근해서 들어오니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신다. 몇주전만해도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들어가기 싫어 이것저것 괜한 일거리 만들어서 하곤 했는데 요즘은 정말 퇴근하는게 즐거웠다. 생각했던 것만큼 곤란하거나 힘든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그러기에 실장과 마주치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자신이 괜한 두려움을 갖았던 건 아닌가 싶을정도로 아무탈 없이 하루 하루가 편안하게 지나 갔다.
아주머니도 인상만큼이나 좋은 분이셨고 엄마가 만들어 주신 것과 같은 음식 맛에 포만감을 두드리며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했다. 또 하시는 말씀까지도 맛깔스러워서 듣고 있다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훌쩍 지나 버렸다. 문제는 워낙 말씀이 많으셔서 서준의 퇴근시간만 기다셨던것 처럼 저녁식사때부터 이어지는 별이와 있었던 얘긴 식사후 차와 과일을 먹을때까지도 이어졌다. 늘 혼자 있던 서준도 퇴근 후에 반겨주고 물어봐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게 좋았지만 아주머니는 낮 동안 별이랑 둘만 계시다가 서준의 등장으로 대화상대가 생겨서 그런지 서준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엔 송선배가 얼굴에서 화색이 돈다며 연애 하냐고 놀려댔고 때마침 지나던 하진이 웃어보였다.
“뭐야? 둘이 시작한 거야? 오우~ 유하진 퍽퍽 찌르기 시작한거야?”
서준은 오버하는 송선배 때문에 난처한 표정이 됐지만 하진은 뭐가 즐거운지 얼굴가득 웃음을 띄우고 있다.
“차장님께서 안 도와주셔도 저 잘합니다. 나중에 국수나 드시러 오시죠”
“뭐~!!! 국수??? 유과장 너무 김칫국물 마시는거 아냐? 내가 여직 서준을 봐왔는데 쟤처럼 건조한 사람 못 봤... 아~!!! 대성에 정진석~!! 맞다 서준이랑 대성 정실장이랑 느낌이 비슷하더라 쿡쿡 정진석 보니까 정말 얼음이대 헌데 멋지긴 진짜 멋있더라 등치빨 얼굴빨 뭐 빠지는게 없던데.... 서준아 난 대성에 정진석한테 한표 던진다.”
그러더니 얼굴이 구겨질대로 구겨진 하진의 어깨를 툭툭치며 웃음기 어린 투로 말 한다.
“후배님 그러게 선배한테 뇌물이란걸 먹여야지... 나처럼 순진한 아줌마는 뇌물 한번에 퍽 넘어가...내가 뭐 좋아하더라...??? 그럼 건투를 비네 유하진 과장 쿡쿡”
웃으며 사무실을 나가는 송선배를 바라보며 하진이 길게 한숨을 내셨다
“유 과장님...”
아무래도 거리를 둬야 할 것 같아서 직함까지 붙여서 말을 했다. 송선배로 인해 씩씩거리던 얼굴이 일순 굳어지며 서준을 바라본다.
“왜 그렇게 부르는 거야? 그렇게 부르면 거리감 느껴져서 마음이 편하니?”
어떻게 해야 하나.... 저런 하진이한테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회사잖아.... 이름 부를 수 없잖아....”
애써 변명같은 말을 하는데
“너 송차장님한테는 항상 선배라라고 하잖아 송차장님이라고 안 하잖아 그럼 나한테는 친구처럼 해야하는거 아냐? 왜 내가 너 좋다니까 겁나서 거리감을 둬야 겠다 생각 드냐? 갑자기 왜그래? 너한테 화내기 싫다. 너랑 싸우는건 더 싫고 그리고 너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아 그냥..... 하~ ”
말을 다 맺지 못하고 하진이 길게 숨을 내쉬며 먼 곳을 쳐다본다.
“......그럼 하진씨라고 할게 ”
어떻게 해서든 거리는 둬야 할 것 같아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말이다.
“후... 정말 힘들다. 원래 이렇게 힘든 건가 남녀 사이가? 모르겠다 정말 송선배한테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네. 네 마음대로 해라. 지금은 서둘지 말아야지 이서준 겁먹고 더 도망 칠지 모르니까 지금은 내가 양보한다. 좀 더 친숙해지면 그땐 자연스럽게 이름 부르겠지 그치 서준아?”
왠지 아이처럼 보채는 하진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나이가 같은 남자는 어려보이는건가? 서준은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서준을 보면서 그래도 웃어주는 하진이다.
“참 3월 20날 비워 둬라 내가 먼저 약속한 거다”
영화표를 줄때처럼 자신의 말만하고 가버린다. 아마 서준이 다른 말을 할까싶어 지레 짐작하고 같은 수법을 쓰는것 같은데 그날이 뭔 날인가?
3월 20일??? 그날이 무슨 날이냐? 서준은 탁상 달력을 바라봤다.
아무날도 아닌데..... 뭐냐..... 가만 음력으로....!!!.... 생일이였다.
그렇구나 생일이구나 몰랐네...
하진이 고맙지만 하진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면 안된다고 자신안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약속을 만들어서라도 하진과의 저녁은 피해야 겠다. 그렇게 하진이 조금은 덜 실망하길 조금은 덜 상처받길 바라본다. 그것이 하진에게 해줄수있는 최대한의 배려 같았다.
그러면서 실장이 떠올랐다. 만약 저녁 먹자고 하면 함께 해줄까???
한번쯤 밖에서 저녁을 먹을 수도 있잖아... 아니 싫어할까?
모르겠지.... 내 생일 같은 건.....
첫날은 여간 어색한게 아니였다.
워낙에 쌀쌀 맞은 실장은 그렇게 대충 방 위치만 설명해준뒤 집에 대해 추가 설명이나 서준을 배려해서 조심해야할 것이라던지 기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하물며 별이에 대해서도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
아침 식사 때나 몇 번 마주췄을뿐 실장은 거의 일찍 가거나 늦게 들어왔고 퇴근 후엔 잠자고 있는 별이만 보고 바로 서재에 틀어 박혀 나오지도 않았다. 어제는 실장의 발소리를 듣고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문을 열었지만 벌써 서재로 들어가버린 후였고 쿵쾅거리며 그 앞을 몇 번이나 지나쳐도 문 한번 열어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지하 전세방에서 살다 난방이 잘된 뜨슨 집에서 뜨거운 물 콸콸 받아가며 목욕하고 넓직한 침대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지만 바로 앞 방에 실장이 의식되서 잠이 오지 않았다. 계속해 뒤척이다 괜히 샤워하고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아 양을 수백마리를 세고서야 겨우 잠들곤 했다.
별이는 무척 귀여웠다.
아줌마 치마 자락을 잡고 뒤에 숨어서 경계하며 나오지 못하더니 먼저 웃어보이고 얘기하자 금방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돼서 서준에게 다가왔다. 정이 굶주려서 그런지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무척 좋아했고 특히 동화책을 꾸며서 읽어주면 깔깔거리며 웃느라 온 집안을 어린아이 웃음으로 꽉 채웠다.
하도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솔직히 안 해본 아르바이트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중 유치원 보모도 잠깐 했었다. 뭘 좋아하는지 어떤 걸 원하는지 잘 알기에 그래서 어린아이들과 수월하게 친해지는 편인데 별이는 보통의 아이들보다 더 쉽게 자신에게 다가왔다.
어제는 퇴근해서 들어오니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달려와 안긴다.
순간 당황했지만 꼭 안기는 꼬마가 너무 사랑스러워 꽉 끌어안고 뽀뽀까지 해버렸다. 아마 이런 모습을 송선배가 본다면 절대 자신을 건조하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처음 별이를 보고 겁이 났던건 사실이지만 이젠 별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만약 별이 마저도 없었다면 이곳에서 실장과 자신 둘이서 얼마나 어색할지 상상만으로도 근육이 뻣뻣하게 긴장된다. 겨우 일주일 정도 지났을 뿐인데 별이와 놀기위해 퇴근을 서두르는 자신을 보며 웃음이 번졌다.
“사모님 오셨어요?”
사모님이란 저 말이 여간 어색한게 아니다 들을수록 불편하고 거북하다.
“저기... 아주머니 저... 사모님이란 말이 익숙하지 않아서요....”
“왜 싫으세요? 그럼 뭐라고 부르죠....? 새댁이라고 하나?”
새댁?....
서준은 그냥 웃었다. 마저 결혼했으면 새댁이구나... 그렇구나... 씁쓸함에 웃음이 번진다.
“그냥..... 별이 엄마라고 하세요. 새댁은 그렇구요... 별이도 있으니까 별이 엄마가 낫겠네요”
참~ 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더니 어쩜 일주일만에 별이 엄마란 말이 나오는지 자신이 생각해도 이 웃지못할 상황에 적응 잘하는 자신이 대견스럽다.
“괜, 괜찮으시겠어요?”
놀래서 더듬걸이며 물어오는 아주머니 표정이 우스웠다. 아마 어리게 보이는데 그렇게 불러도 되는지 그것이 마음 쓰이는것 같다.
“예. 저는 괜찮은데 혹시.... 별이나 실장님이 아니 별이 아빠가 싫어할지도 모르겠네요”
“아구 뭔 말을요 아닐걸요.”
손사례를 치며 정색해 말하시는 아주머니를 보며 서준은 웃었다.
“그럼 그렇게 불러주세요 그리고 말씀 놓으세요 제가 불편해서요. 별이는요?”
뛰어 와서 반겨주던 별이가 없다.
“자요. 오늘 좀 피곤했거든요. 시장도 갔다오고 준이도 왔었거든요 참! 별이 의료보험증 나왔어요”
아주머님이 갑자기 생각난듯 거실 서랍에서 의료보험증을 가져와 보여주신다.
“예? 무슨 말이예요? 의료보험증이 나오다니요? 여직 없었나요?”
놀라서 묻자 아주머니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에고 모르셨나본데 제가 입방정을 떨었나보네 의료보험증 나온 것이 기뻐서......또 별이 엄마라고 부르라기에 다 아시는줄 알고.....”
말을 흐린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무슨 말이세요? 좀 알수 있게 얘기 좀 해주세요?”
“실은.... 별이 여직 출생신고 않되 있었어요. 뭔 일인지 모르겠는데 사장님이 총각으로...그러니까 결혼을 하지 않은 통에 아마 출생신고를 못 했나 봐요. 그래서 여직 의료보험증도 없었고 그런데 이번에 결혼하시고 혼인신고 하시면서 별이 출생신고 하고선 가장먼저 의료보험증 만들어오셨어요”
서류상 미혼이 였던건가?
뭐가 뭔지 알아갈수록 머리가 아파온다. 그래서 서류상 아내가 필요하다고 한 건가?
헌데 이상하다 미혼모들도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걸로 아는데 그렇담 실장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뭐가 문제가 돼서 몇 년을 출생신고도 못하고 있었던 건지...
“이제 별이 아무 병원이나 가도 되겠고 유치원 보내도 되겠어요 그 어린것이 뭔 죄가 있다고... 별이가 정애 굶주려서 워낙 사람을 좋아해요 특히 지 좋아하면 더 하죠 뭐 애들 다 그렇겠지만 별인 유난히 더 그래요. 그런데 몇 달 전에 한번 큰일 났었잖아요. 아주 그때만 생각하면 전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린다니까요”
“큰일이라뇨?‘
“사장님이 아무 말씀도 안 하셨나보네..... 워낙에 말씀이 없는 건 알지만 결혼까지 하셨으니 저는 다 아시는 줄 알았는데... ”
중간 중간 난처해 하시면서도 말씀을 끊지 않고 계속 이어 가셨다.
“암튼 몇 달 전에 별이가 없어졌잖아요 글쎄 제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마당에서 놀게 하고 볕이 좋아 이불빨래 널고 있는데 고세 없어진거예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앞에 캄캄해요 내가 너무 놀래서 원...후...”
아주머니는 바로 어제 일처럼 숨을 몰아쉬며 말씀하셨다.
“사장님께 연락하고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구요... 사장님 오셔서 얘기 듣더니 나가시는데 몇 시간 만에 별이를 데려왔어요. 지금도 그땔 생각하면 내가 오금이 저려서... 그 뒤론 시장갈 때도 엎고 간다니까요. 아마 별이가 워낙 사람한테 잘가는 통에 누구 지나가는 사람을 쫓아 간 것 같은데... 이상한건 어떻게 찾았냐는 거죠 난 너무 놀라고 죄송해서 사장님한테 물어보지도 못했다니까요 못 찾았으면 어쩔 뻔했냐고요 저 이쁜것을... 아마 평생 죄짓고 살 뻔했다니까요”
가슴을 쓸어내리신다. 아직도 그때일만 생각하면 숨이 가빠지시나 보다.
“그날 저녁에 별이 데려왔는데 보니까 그 어린것이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서... 그 뒤론 내 치마 끝만 잡고 쫓아다닌는데 그래도 사모님한테는 잘 안기는 거보면 기특해요 어린애들도 자기 좋아하는 사람은 금방 안다니까요 일산 작은 사모님 오시면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 준이 녀석이랑 아주 혼을 쏙 빼고 간다니까요”
“일산.... 작은 사모님이요?”
“에고 오늘 실수 많이 하네요. 큰일 났네 사장님 아시면.... 별이 엄마라고 부르라는 말에 제가 다 기분이 좋아져서.... 저기 별이 사촌 작은 엄마예요. 가끔 오세요 요즘은 배가 불러서 예전만큼 자주 못오시지만 오늘도 오셨다 가셨는데 몇 달 뒤에 산달이거든요. 저는 사장님께서 반포 큰 사모님과 일산 작은사모님께도 다 인사 드린줄 알았는데 아니였나봐요. 일산 작은 사모님도 별이 엄마 얘기하니까 놀라시더라구요 ...."
별이 사촌 작은 엄마.... 그럼 정시우 아니 김지영씨를 말하는건가?
“혹시....정시우씨가 그럼 별이 작은 아빠인가요?”
“이름은... 잘 모르겠고 참 잘 생기셨는데.... 난 우리 사장님만 잘 생긴줄 알았는데 아이구 그림이예요 그림. 조각같이 생긴 얼굴에 내 평생 그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 봤어요. 그런데 일산 작은사모님은 얼마나 엉뚱한지 여기 가끔 오셔서 저한테 음식 갈켜다라면서 매번 실수하고 가요 쿡쿡 엉뚱하면서도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오늘도 오셔서 준이 아빠가 애 같다면서 준이를 더 챙긴다고 화나서 삐져 있다고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서 가야한다고 배우다 홀랑 태워서 가셨어요 하하하..별이도 준이 녀석 오면 누나라고 챙기고 하여간 일산 작은 사모님 오시면 집이 사람 사는 집 같다니까요 ”
송선배의 소문이 다 맞는 것 같다.
숨겨놓은 자식 또 정시우와 사촌 그렇담..... 그렇담.... 정시우 동생과의 얘기도 모두 사실이란건가? 일 년 만에 끝나버린 사랑.... 그것만은 아니길.... 그렇게 아픈 상처 가지고 살고 있는게 아니길..... 너무 아픈 사랑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건 아니길... 서준은 제발 그것만은 소문이길, 부풀어진 소문이길 바랬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고 아주머니가 서둘러 문을 열었고 잠시후 실장의 모습이 보였다.
아침 식탁에서 몇번과 저녁에 스치듯 보고 제대로 마주친건 일주일 만이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오늘도 못보면 저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 가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랬으면서도 얼어버린 듯 꼼짝을 못하고 서있다. 반갑게 달려가 가방도 받아주고 싶고 보통의 아내가 하듯 인사도 나누고 싶은데 마음만 간절하지 아무것도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다.
진석은 굳어져 있는 서준을 힐끔 보더니 그냥 올라가 버린다.
멍하니 층계만 바라보고 있는 서준의 옆구리를 아주머니가 찌르신다.
“뭐해요... 어른 가서 옷 받아주셔야지. 저녁 다 됐어요 쿡쿡 정말 신혼이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어 별이 엄마”
서준보다 더 들떠 계신 것 같은 아주머니다.
“아...예...”
보통의 부부를 생각하시나는 아줌마가 눈치 챌까 시키는 대로 올라왔지만 서재 문만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쉰다
결혼이란걸 하고 매일 늦게 들어갔다.
일이 없어도 일을 만들어서 늦게 들어갔고 가급적 서준과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서준을 보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아직 자신이 없었다. 마음 다잡으며 단지 거래다 단정 지으면서도 막상 눈앞에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그녀를 봤을때 그런 다짐이 얼마나 쉽게 끊어져 버리는지 알았다.
그렇게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와서 온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앞 방에서 부스럭거리고 콩콩거리며 서재 앞을 수도 없이 왔다 갔다하고 아주머니와 거리낌 없이 얘기하고 또 별이와도 금방 친해져서 오히려 그녀가 예전부터 이곳에 생활하고 있었고 자신이 끼어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말없고 웃음기 없어 보였는데 이곳에 와서는 별이와 아주머니와 쉼없이 얘기하며 뭐가 좋은지 입가에 웃음이 걸려 있었다 단, 자신만 나타다면 굳어버린다. 지금도 아주머니와 얘기하다 자신이 들어오자 바로 말을 멈추고 굳어지는 서준을 봤다.
하지만 무엇도 가장 큰 문제는 새벽까지 잠을 잘 수 없다는 거다.
문만 열면 그녀의 방이 보이는데 그곳에서 서준이 자고 있다고 생각하면 머릿속이 멋대로 상상을 하며 그녀의 벗은 몸을 눈앞에 펼쳐 줬고 그런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 새벽에 샤워소리 까지 세어 나왔다.
3일쯤 됐을 땐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그녀의 방문 앞에서 문고리를 잡고 노려보다 결국은 마당으로 나가 달밤에 체조를 해야했다. 왜 다 늦은 새벽에 물소리를 내면서 사람 신경을 거슬리는지 어쩜 일부러 그러는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 따져 묻고 싶었지만 방문 두들겨 그녀를 부르지도 못하고 마당으로 나가 괜한 화풀이를 했었다. 하루하루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기 위해 무던한 인내를 요했다. 이렇게 신경쓰이고 힘들 줄 알았으면 거래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 보다 자신이 더 힘들었다. 오늘도 일부러 늦은 약속을 잡았는데 취소가 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일찍 들어오게 됐다.
서준은 문고리를 잡고 한참을 망설였다 잡은 문고리에서도 실장의 온기가 느껴지는 착각이 드는데 갑자기 문이 당겨지고 문고리를 잡고 있던 서준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겨져서 얼떨결에 안으로 들어가는 꼴이 되버린 서준은 처음으로 서재를 볼 수 있었다.
한쪽 벽을 가득채운 책장과 창가에 위치한 넓은 책상 그리고 이곳에 어울리지 않게 쇼파겸 침대와 옷장이 보였다. 아마 서준에게 방을 내주고 이곳에 짐을 옮기느라 서재와 어울리지 않는 가구들을 들여 놓게 됐나보다.
“뭐 하는거요?”
진석의 묻는 말에 깜짝 놀라 서준이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아... 저기... 밥, 저녁 다 됐다고요 저녁드세요”
언제 옷을 갈아 입었는지 티셔츠에 편한 바지로 갈아입고 있는 실장의 모습을 보니 새롭다. 항상 딱딱한 정장의 실장의 모습을 보다 이런 편한 차림의 실장을 보고 있으려니 멋대로 가슴이 뛰어왔다.
“쿡~ 당신 지금 그걸 보통에 아내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해보는거요?”
서준 그녀도 자신의 한말이 어색한데 면박을 주는 실장을 보자 괜히 무안해서 몰맨 소리가 나온다.
“남에게 보통의 부부처럼 보이게 행동하라고 한건 실장님이세요. 전 계약에 충실한 거예요 ”
‘계약? 하~!! 계약이라고??? 이서준 당신이 지금 계약 운운하는거야? 바로 코 앞에다 방을 내주는게 아니였어 뭐? 계약에 충실해? 보여주지 어떤게 계약에 충실한건지’
“그래? 계약대로 남에게 부부처럼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그럼 나도 거기에 맞춰줘야 당신의 수고가 덜하겠지?”
“????.”
자신의 어떤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순간 실장의 얼굴이 구겨지더니 낮게 속삭이며 다가왔다. 진석의 말을 이해 못하고 서있던 서준은 다가오는 진석을 보고서야 겁먹고 뒷걸음 쳤고 진석은 가뿐하게 서준을 안고 계단으로 향했다.
“뭐하는 거예요? 아줌마가 보잖아요”
아주머니가 들을까 작게 속삭이는데 실장은 아랑곳 않고 태연하게 말을 한다.
“그래 아주머니 보시라고 하는거야. 계약에 충실한다면 지금 당신은 내 목에 얼굴을 묻고 행복에 미소를 짓고 있어야 맞는거라고. 그리고 하나 더하자면....”
층계를 다 내려온 실장이 입술을 막았다.
잊고 있던 감정이 되살아나 쉽게 흥분시킨다. 실장의 행동 하나 하나에 온몸이 반응한다.
더욱이 지금처럼 키스를 해오면 멋대로 뛰는 심장 때문에 판단이 흐려져서 아무것도 생각못하고 빨려 들어갔다.
입안으로 들어온 혀를 자신의 혀로 감싸며 너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자신의 행동에 서준 본인도 놀라고 있었고 어느새 팔은 실장의 목을 끌어안고 더욱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었다.
달콤하고 빨려 들어가는 아늑한 키스에 아주머니가 얼굴을 붉히며 방으로 들어가시는 것도 모르고 실장의 품에서 흥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진석의 목소리는 충분히 서준을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다.
“이제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 그만 내려오시지? 계약을 핑계 삼아 욕정을 푸는거 아니요?”
당황하며 자신의 품에서 떨어지는 서준을 보며 진석이 비웃는다.
“당신이 너무 반응하면 내가 재미있어져 그래서 자꾸 만지고 더 많이 요구하게 돼 그러니까 반응 보이지 말라고....”
“그런거 아니예요 단지...전 실장님께서...”
말 중간에 끼어들어 고개를 저으며 변명하지만 진석의 표정은 비웃음이 가득하다
“당신 행동이 충분히 설명해 주니까 괜한 변명하지마 별인 벌써 자나?”
자신의 말은 들으려 조차 않고 별이 방문을 열어보는 진석을 서준은 입이 삐쭉나와 바라보고 있었다.
별이 마저 잠들어 버려서 단 둘이 하는 저녁은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코로 들어가는 건지도 알수 없을 정도로 긴장이 됐고 음식 씹는 소리마저도 크게 울려서 자신이 삼키는 음식물소리에 놀라기까지 했다.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게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올라와보니 잘 개어진 실장의 옷이 화장대 위에 있었다. 아마 아주머니께서 실장과 같이 방을 쓴다고 생각하시고 놓고 가신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망설여 진다.
화장대 위에 올려진 빨랫감을 씻고서, 옷을 갈아입고 누워서도 노려 보고만 있었다.
실장에게 가져다 줘야 할텐데....그렇게 한참을 화장대위를 노려보던 서준은 그대로 있다간 오늘 밤 잠들긴 그른것 같아 결국 실장의 옷을 안고 서재 앞에 섰다. 하지만 선뜻 용기내 들어서지 못하고 문앞에서 몇 번의 쉼 호흡과 망설임을 반복 해야했다.
안에선 아무런 기척이 없고 힘겹게 노크를 해봐도 반응이 없다. 살며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 실장이 없었다. 아무래도 밖에 정원에 있는 듯 하다 종종 새벽에 운동하는 모습을 봤다. 오늘은 일찍 들어와서 운동을 다른날보다 빨리하러 나갔나 보다.
서준은 안도하며 빨랫감을 안고 들어 섰다. 그때 안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소리에 반응하며 고개 돌려졌을때 서준은 놀래서 들고있던 옷을 떨어트렸다. 실장이 머리에 물기를 털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체로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
진석은 방안에 딸린 욕실에서 나와 젖은 머리를 터는데 떨어지는 물기 사이로 서준이 보여 놀래 고개를 들어보니 얼굴이 사색이된 그녀가 자신을 보고 있다.
왜 이곳에 있는건지.... 순간 당황하며 쇼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뒀던 바지를 주워 입는데 젖은 몸탓인지 잘 입어지지 않았다. 몇번 깨갱발을 하고 또 몇번 넘어지고 그러고서야 겨우 바지를 입었다.
서준은 허둥대며 떨어진 옷을 긁어 모아보지만 진땀이 나고 손이 떨려 제대로 줍지도 못하는데 떨어진 옷끝에 진석의 맨발이 보인다.
“여기서 뭐 하는거요?”
다행이 바지는 입고 있지만 넓직한 가슴이 그대로 보인다.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민망하기만한데 오히려 반나체의 실장은 너무도 당당하게 앞에서 팔짱을 끼고 내려보며 물어 온다.
“그만 감상하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시지?”
“....아.... 저기... 실장님 ... 그게.. 아줌마가 빨래를 제 방에 놓고 가셔서... 그것 때문에... 몇 번 노크했는데....”
반나체의 남자의 몸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 면박의 소리에 겨우 정신 차리며 당황한 눈길을 빨랫감으로 돌려보지만 실장이 흐트러진 빨래를 줍고 있는 자신을 거칠게 일으켜 세운다.
“날 유혹하려고 왔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소. 이런 한밤중에 더욱이 그런 옷을 입고 내방에 왔을 때야 아무리 머리 나쁜 남자라도 당신의 마음 뻔히 보이는데... 빨래감까지 핑계를 만들면서 온 당신의 수고를 헛되게 하면 도리가 아니겠지?”
잠자려고 입었던 잠옷위에 가디건까지 걸치고 왔는데 전혀 야하거나 유혹이 될 복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실장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이 실수를 한 것 같다. 어찌됐건 성인 남자의 방에 오면서 잠옷을 입고 온다는 건 그렇게 오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머리에서 물기가 떨어지는 진석은 점점 더 그녀을 쇼파 쪽으로 밀고 갔고 서준은 겁먹은 얼굴이 되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 실장님... 저기 제 얘기를...그런게 아니라... 실장님...”
뒤로 물러서던 서준의 다리에 쇼파 모서리가 느껴졌고 더 이상 뒤로 갈수가 없었다.
“실장님... 저... 아니예요 그런거... 제 말을... 실장님...아.....”
말이 되어 나오지도 못했고 또 더 말을 이을 수도 없었다. 실장의 손길이 자신의 입술 위에서 느껴져 입술이 떨려오고 숨소리를 거칠게 만들고 있었다.
“그 실장이란 소리가 다른 사람이 부르면 괜찮은데 당신이 부르면 꼭 욕하는 것처럼 기분 나쁘게 들려 왜일까? 당신한테서 내 이름이 불려 졌으면 좋겠어 그 별것 아닌것이 왜 그렇게 듣고 싶은건지...”
입술 위를 방황하던 손길이 입술 안쪽으로 들어왔고 서준의 혀끝에 닿았다.
“당신.... 원래 이렇게.... 반응하오? 나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아님 정말 나한테만 보여지는 반응이오? 내 손이 닿기만 해도 바로 반응을 하는 당신 때문에.....미칠것 같아...”
진석은 자신의 작은 손길에도 무너지는 서준을 보면서 목소리가 갈라져 나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고 그 맛을 보고 싶은 진석이였다.
서준은 진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도 않았다 오직 그녀의 눈엔 반나체의 그 만이, 아직도 물기가 축축한 넓은 가슴을 가진 한 남자만 보여서 자꾸 커져가는 심장소리나 진석의 말소린 들리지도 않았다.
‘만지고 싶어... 저 벗은 몸을 한번만....’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이 삼켜진다.
몇 번을 가슴쪽으로 손을 올리며 머뭇거리다 실장의 맨가슴에 손을 댔다 손끝이 전기에 데인것 마냥 떨려왔고 그 느낌은 불꽃처럼 삽시간에 자신의 발끝까지 퍼졌다. 짜릿한 느낌이 온몸에 퍼지면서 황홀하게 만들고 있었다. 수줍게 올려진 손길은 넓고 따스한 느낌에 용감해져갔고 자신의 손길에 긴장하는 실장을 보면서 더욱 대담하고 관능적으로 변해 갔다.
손끝에 실장의 가슴위로 솟은 작은 돌기가 느껴졌고 자신의 애무에 딱딱하게 굳어지며 반응하는게 느껴졌다.
“헉!!!”
실장의 외마디가 들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과감하게 고개들어 실장을 바라보며 이번에 입술로 그곳을 괴롭혔고 생각못한 뜨거운 애무로 실장은 당황하고 있었다.
진석은 자신의 손길에 뜨겁게 반응하는 서준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제력을 끌어 모으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그녀가 갑자기 물기가 다 가시지 않은 가슴을 애무해오고 있었다. 순간 숨이 턱 막혀왔고 매일밤 그녀 때문에 참아왔던 욕정을 한꺼번이 들어내 보이며 반응하는데도 그녀는 애무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곤 대담하게 입술까지 가져온다.
'이서준.... 당신이 시작 한거야... 이제 멈출 수 없어......'
서준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이성이 마비가 된지 오래였다 그저 감각이, 본능이 시키는 대로 지금 이 상황을 느끼고 싶었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지금은 실장의 몸을 좀 더 느끼고 싶었다. 남자의 벌거벗은 몸매가 이렇게 황홀한지 또 이렇게 흥분하게 하는지 몰랐고 완벽하고 멋진 근육질의 몸매에서 손을 떼고 싶지 않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그 황홀감이 서준의 이성을 점점 흐리게 마비 시켰다.
서준의 겉옷을 벗기고 하얀 레이스 잠옷의 그녀를 감탄의 눈으로 바라봤다. 얇은 천 밑으로 보여지는 봉긋 솟은 가슴이 자신의 손길을 원하는 것처럼 빠르게 뛰고 있었고 어서 그 안에서 꺼내달라고 아우성 치는 것 같았다.
실장의 손길이 잠옷 위 가슴에 느껴졌다. 짜릿함이 온 몸을 휘감아 점점 눈에 힘이 풀렸고 입안에서 느껴지던 실장의 입술을 적극적으로 휘감으며 무아지경에 빠지고 있었다. 어느덧 가슴을 헤메던 손길이 잠옷 앞섶 단추를 풀어 헤치고 있고 초점 없이 헤매던 눈을 감게 만들었다. 거칠게 뛰고 있는 심장소리와 신음 소리가 자신이 내는 소리가 아닌 먼 곳에서 울리는 것처럼 들려왔고 실장의 조심스런 손길에 더 애가 타고 있는데 어느새 브래지어가 올라가고 그의 눈앞에 맨가슴을 보이고 있었다.
풀어진 잠옷 앞으로 그녀의 우유빛 가슴이 눈안에 들어왔다. 보기 좋게 봉긋 솟은 가슴위로 선홍빛 유두가 자신의 눈길에 더욱 오똑하게 솟아 오르는게 보였다. 그만 멈추라고 몇 안남은 이성이 경고를 보내는데 하얀 가슴을 보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보자 그 남아 남아있던 이성까지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손을 들어 그녀의 맨가슴을 애무했고 자신의 손길이 닿자마자 그녀가 파르르 떨면서 품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진석도 포기다 이렇게 자신에게 모든 걸 맡기고 있는 서준 때문에 더 이상 자제가 불가능했다. 매일 밤 그녀의 샤워 소리 때문에 미칠지경이였는데 직접 찾아와 애무하며 온몸을 맡기는 그녀를 거부한다는건 남자가 아니라면 몰라도 건강한 남자라면 밀어낼수 없는 유혹이였다.
그녀를 쇼파에 쓰러트리고 풀어헤친 앞가슴을 잡고 한 움큼 입안으로 삼켜 버렸다.
신음 소리와 머리위를 헤집는 그녀의 손길이 동시에 느껴졌고 자제력을 잃은 진석은 거칠게 그녀를 정복해 갔다.
입술... 목... 그리고 가슴까지 하나 하나 차례 차례....
자신의 입술과 손이 닿을때마다 불에 데인듯 놀라며 반응하는 그녀가 느껴졌고 그런 서준을 보며 진석도 흥분에 휩싸였다.
서준은 불안했다. 점점 자신에게 빠져드는 실장을 보면서 예전에 키스 했을때처럼 냉정하게 뒤돌아 버릴까 중단해버릴까 오히려 서준은 겁이났다. 어서 자신을 갖기를 진석이 이성에 정신차리기 전에 자신을 모두 가져 버리길.... 그에게 주고 싶은 서준이였다.
더 다급해진 서준이 진석의 가슴을 애무하며 좀 더 그녀의 안쪽으로 진석을 받아들일때 시끄러운 멜로디가 울렸다. 책상위에 있던 핸드폰이 끊이지도 않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울렸다. 서준의 가슴을 애무하며 방황하던 입술이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신경질적으로 걸어가 거칠게 핸드폰을 누르는 진석이다.
“무슨 일이야?.... 아직도 촬영 중이야?”
뒤돌아 통화하는 진석을 몽롱하게 바라보던 서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랑혜의 전화다
아직도 쇼파에서 흥분으로 숨을 몰어쉬던 서준은 서둘러 일어섰고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잠궈보는데 자꾸 엇나가며 잠겨지지 않는다
‘바보... 왜 이렇게 무너지는거야... 이러지 않았는데... 이런 건 내가 아니잖아... 바보...’
눈이 또 아려온다. 단추 구멍이 보이지도 않고 계속해 손이 어긋났고 눈물을 훔치고 몇 번을 잠궈보려고 애쓰지만 온 몸이 떨려 여며지지 않는다.
진석은 핸드폰을 끊고 물끄러미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떨면서 앞섶을 여미고 있는데 헛손질만 해댄다. 작은 어깨도 떨고 있고 흐트러진 머리만 좀전에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가 앞섶을 닫아줬다.
고개 숙이고 떨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자신을 바라 보게 했고 올려진 그녀의 눈이 온통 서리가 베어 올려보고 있다. 한쪽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 떨어진 겉옷 마져 입혀주고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겨주자 그녀의 눈안에 고여있던 액체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외면한채 서둘러 방을 뛰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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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야해지죠? 19세 미만은 보지 마십시요
아... 외설이 되는건 아닌지 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