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과외선생 -56-

쭈야2006.03.24
조회1,781

휙하니 들어가 버릴줄 알았는데..묵묵하게 계속 그자리에 앉아있는 준서..


"뭐하냐? 안들어가고?"

"............."


정말 알수없는 인간이다.. 못들어가서 안달이더니..뭐야?


"연우야...."



잉..? 왜 또 저런 목소리로 분위기를 잡는건데..사람 싱숭생숭하게..



".....왜?"

"배 안고파?"



디잉~~ 뭘 기댄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김이 확 새버린다..

그러고 보니 그 난리 이후로 물한모금 못마셔 본거 같네...배고파...



"고파...."

"라면 끓여줘~"



우띠~!!! 뭐야!!! 나 부려먹을려고 그렇게 그윽하게 부른거야??


"내가 왜?"

"넌 여자잖아~!!!!"


이런!!! 이말은 전에도 들은적이 있는거 같았다.

저 자식은 음식은 무조건 여자가 해야 한다고 세뇌를 받고 큰건지..

항상 여자잖아만 외쳐댄다.

그래..내가 한다 내가 해! 얹혀살게 됐으니 이정도야 해야 안되겠냐!!!

툴툴거리며 부엌으로 가서 라면을 끓였다.

냉장고를 보니 먹을꺼 천진데 왜 하필 라면이야?? 밥먹고 싶은데...

내가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고 있는 사이 녀석은 티비에 정신이 팔려 심하게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뭐 보길래 저렇게 심각해..?

어느새 라면은 보글보글 익어가고..


"준서야..다됐어..일루와.."


사이좋게 마주보고 앉아서는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한창 라면을 먹고 있는데..


"tv에 니 얘기 나오더라.."



한참 조용히 먹기만 하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케켁~!!



"뭐..뭐라그래?"

"뭐라고 나왔을꺼 같냐?"



무표정한 얼굴로 그 한마디 하고는 다시 먹기에 열중해 버리는 준서..

이런..입맛이 싹 달아나버렸다.

얼른 티비앞으로 달려가 봤지만 어디에도 오빠와 나에 관한 방송은

없었다. 지나갔나보다..ㅠ.ㅠ

힘없이 식탁으로 돌아갔을땐 준서는 이미 지가 먹은 그릇들을 씻고 있었다.



"빨리 먹기나 해 라면 다 불었어.."

"입맛 없어졌어..."

"밥있는데...먹을래..?"

"싫어..."



그러자 내앞에 놓은 그릇과 냄비들을 싹 거둬가서는 설겆이를 해댄다

내가 할께 라고 하고 싶지만...다 귀찮아져서 그냥 거실로 나와버렸다.



-띠리리리-



내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대서 발신자를 보니...

아...버...지 였다... 허걱...어떻해....ㅠ.ㅠ



"여..여보세요.."

"너...지금 공부하러 서울 보냈더니 무슨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다짜고자 소리를 지르시는 아버지...올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좀전에 tv에 나온게 너가 맞냐?"

"............"

"대답을 해!!!!"

"네....."

"잘한다 잘해!!"

"아버지..그게 아니라 학교 선밴데요..." 대충 둘러대기 시작하는 나..ㅠ.ㅠ

"학교 선배??!! 분명히 가수 머시기라고 봤는데 무슨 학교선배???"

"마..맞아요 우리학교 3학년 선배세요.."

"너네...3학년 선배...?"



조금 수그러지시는 아버지...휴우...역시 우리학교에 약하시다..



"네...의대 3학년 선배이신데...취..취미생활로 가수하시는 거예요...
친하다보니깐..오보가 나간거 같아요 아버지..."

"의대생이 뭐 할짓이 없어서 딴따라냐?? "

"취미라니깐요..취미..."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중이었다..



"다큰 여자가 남자랑 매스컴을 타서야..어디 시집이나 가겄냐?? 행동을 조심해야지!!
누차 일렀거늘!!"

"죄송해요..."

"내 너를 못믿는다는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올라갈볼터이니 그 의대생놈에게
시간 내라고 전해!!"

"....네.."

"끊는다...들어가라.."



아흑...오빠가 우리학교에 다녔기에 망정이지...안그랬음 당장에... 머리채 쥐어잡혀

부산으로 끌려내려 갈 뻔한 상황이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라는 차에..또 전화가 울려댔다. 빈우였다.



"여보세요.."

"언니! 아버지 전화 받았어..?"

"응...방금..."

"뭐라 그러셔?? 부산 내려오라지..?"



이 기집애...지금 상당히 고소해 하고 있는 말투였다.



"아니.."

"어..이상하다...? 그러실 분이 아닌데..."

"근데 너 아까 어디 나갔었어??? 전화해도 안받고?? "



그래 이기지배!! 너 어디갔었냐?? 바른대로 고하렸다!!



"은정이 집에 놀러갔었어.. 집에 핸드폰 두고 나갔었는데 무슨 전화를 그렇게
많이 했대?? 급한일 있었어?"

"은정이..? 어..그랬구나...난 그냥 안받길래...혹시나 해서..."



아하하...그랬구나. 갑갑했던 속이 화악 풀리는거 같았다..

그럼 저 자식은 어디 갔다 온거지..? 또 궁금해 지네...씽~



"준서오빠..있어?"

"응...있어.."

"뭐해..지금?"

"아주 멋있는 자세로.....설겆이 하신다.." ㅋㅋㅋ

"뭐...?"



히히히히..



"암튼 조용히 지내고 있어..괜히 이쪽에 올 생각하지 말고..."

"치...알았어..."



빈우는 시큰둥하니 전화를 끊어버렸다. 놀러갈까라는 말이 나올까바 먼저 선수를

쳐버렸다. 조금 미안하네...

겨우 한숨을 돌릴려는데 눈앞에 머그잔이 쑥 들어오더니 커피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마셔..."



준서가 무표정한 얼굴로 커피잔을 들이밀고 있었다.

왠일이래...? 커피도 여자가 타야 하는거 아니냐...?

의외라는 눈길을 보내주다가 녀석의 눈과 딱 마주쳤는데.. 그 눈빛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왜...?"

".....응?"

"왜 뚫어지게 보냐구..."

".....그냥..."


준서는 소파에 털썩 앉더니 리모컨을 들어 이리저리 채너를 마구 바꿔대고 있었다.



"내일 학교는 어쩔꺼야..?"

"안갈려구...어차피 곧 방학이잖아..."

"너넨 벌써 방학이냐..?"

"대학교잖아...고딩때랑은 틀리지요.."

".........."



고딩이라고 한마디 날아올줄 알았는데 별말없이 티비만 본다..

둘사이엔 또다시 대화가 사라지고...준서가 타준 커피를 한모금 마시니..

오~ 꽤 맛이 있었다. 짜식..

준서는 티비에 시선을 고정시킨채..계속 말이 없었다.

흘끔흘끔 커피를 마시는 척 하면서 그녀석 얼굴을 몰래 훔져보는데..

옆모습도...참 멋있다...



"아까....."


화들짝....한참 훔쳐보기에 열중이었는데 녀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전히 시선을 티비에 꽂은채...



"뭐...?"

"아까....오토바이 고치고 왔어..."



뭔소리야..?



"응???"

"궁금해 하는거 같길래...아까 너 태우고 올때 보니깐 좀 이상한거 같아서..
수리 맡기고 왔어...그래서 나갔다 온거야..."

준서는 여전히 내눈을 보지않고 티비랑 얘기하고 있었다.

그랬구나....괜히 나혼자...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구나...바보같이...



"아까..형 방 보니깐 너 잘수도 없겠더라...우리형이 팬들 선물받은거 침대에 다
쌓아둬서 누울자리도 없어..."

"나 거실에서 잘껀데..?"

"내방에서 자...."

"아깐 그러라며...!!"

"왜..거실소파에서 몇번 자고 보니깐 여기가 편하냐??"

"야!!!"



저자식...잘한다 싶다가도 꼭 옛날일을 들춰 사람 민망하게 만든다...



"열내지 말고..내방에서 자...내가 거실에서 자면 되니깐.."

"치..."



진작 좀 그럴껏이지...하루종일 툴툴거리더니 갑자기 왜 다정스러워졌대..?



"있어봐...정리좀 하고 올께..."



방으로 들어가더니 부스럭부스럭 치워대더니 향수까지 칙칙 뿌려댄다..



"들어와.."



조심스레 방으로 들어섰다.

준서집에 많이 와봤지만 준서방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차가운 성격이라서 그런지 방도 추워보이는 느낌에 블루톤이었다.

방금 전 대충 정리만 했을 뿐인데도 남자방 답지않게 꽤나 깔끔했다.

사실 내방보다 더 정리가 잘되었었다...ㅠ.ㅠ

좀전에 뿌린 향수탓인지 바다내음히 시원하게 온방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우와...디게 깔끔하다야...의외인걸..?"

"여기서 자면 되겠지...?"

"그래도 괜찮겠냐..?"

"나야..뭐..."

"고마워....그리고 미안해..."

"뭐가...미안한건데..?"



그러게..? 뭐가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그런거지..?

신세지는게 미안한거야..? 방을 뺏어서 미안한거야..? 오빠랑 사귀는걸 공식화해서

미안한거야..? 뭐야??



"그게..."

"됐어...피곤할텐데..쉬어라..난 나가 있을께..."



힘없이 돌아서서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루종일 그자식 저자식 하면서 미워했었는데 저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금방 아파왔

다..문을 열고 나가서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지만...그럴수 없다는게...참으로

답답해졌다.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는 나는 준서의 침대속으로 몸을 뉘였다.

아...이 향기...익숙한 향기...

준서의 품안에서 맡던 그 향기가...내 심장을 마구 쿵쾅거리게 했다.

마치 준서 품안에서 잠을 청하는 느낌에..

너무나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에...꿈속으로..꿈속으로...사르르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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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전까지 자고있었드랫슴다~ ㅋㅋㅋ여의도 과외선생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