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海] 아니야! 나 때문이 아니야!!!

김소라200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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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영희가 죽은지 벌써 3년이 흘렀다.. 영희 생각만하면 오빠가 너무나 밉다. 그날도 오늘처럼 부슬비가 내리는 우울한 날이었다. 우리는 꿈 많은 여고 2학년이었다. 영희가 별 이유없이 우리집에 잘 놀러왔음은 지금은 군에 간 우리 오빠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영희가 올때마다 오빠를 내방으로 불렀다. 영희와 만나게 하기 위한 나의 배려였다. 처음에는 아니었지만 나중에는 오빠 얼굴에 마지못해 내 방으로 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빠를 자꾸 불러 수학도 물어보고 영어 해석도 물으며 행복해하는 영희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무척이나 기뻤다. 오빠가 자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오빠만 보면 정신을 못차리는 영희가 한편으로는 불쌍한 생각도 들었다.
그날도 이층에서 공부하는 오빠를 내 방으로 불러 내렸다. 오빠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문을 "꽝" 닫고 이층으로 정신없이 뛰어올라가 버렸다.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라 나와 영희는 멍하니 서로 마주볼 뿐이었다. 잠시 후 침묵을 깨고 영희가 수학 정석을 가방에 넣고 일어났다. "미숙아 그만 가볼께" 영희 표정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톡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주루룩 흐를 것만 같았다. 문앞까지 바래다주고 나는 오빠방으로 쳐들어갔다. "오빠! 아무리 싫어도 그렇게 벌레 취급할 수 있어? 오빠 너무했어.. 정말 오빠 수준이 그정도야?" 매너 좋기로 소문난 오빠는 담배만 연신 피워대며 아무말이 없었다. 아직도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는 것 같았다.
다음날, 영희가 자살했다는 소리를 듣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새벽에 목을 맸다는 것이다. "오빠는 살인자나 다름없어. 그때 문을 닫고 뛰쳐 나가지만 않았어도...영희가 얼마나 소심한 아인데.. 오빠가 영희를 죽인거야!!!" 오빠는 여전히 아무 말없이 또 담배만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