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漏 ( red tears ) - #8

베르사유S2006.03.28
조회282

 

 

 

 

“가세요-”

 


쌀쌀한지 옷깃을 여미며 가게로 들어서는 세진을 먼 발치에서 발견한 호현은

얼른 뛰어가 유리 문을 열려 손잡이를 잡는다. 유리 문에 비친 세진이 마중 하던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는 호현. 호현은 그가 낯익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내 힘차게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또 오셨네요-”

“선인장 주세요-!”

 


힘차게 외치는 호현의 모습에 세진은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린다.

당황한 호현의 얼굴이 빨개진다.

 


“저번에 선인장 사가신거...”

 


세진의 말을 가로채며 얼른 말하는 호현,

 


“더 주세요- 선물 할 거예요-”

“그럼 도매상으로 가시는 게 괜찮을 텐데요?”

 


호현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세진이 꺼낸 말이다.

호현이 당황하자 세진은 미소를 띄고는 화원에서 작은 선인장 하나를 가져온다.

 


“이게 마지막이예요. 이제 그쪽한테 더 팔지 않을거예요-

많이 사주신 고객에 대한 제 예의예요.

네, 더 사지 않으셔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러니까 이제 선인장은 그만 사셔도 되요-“

“그럼, 저 이제 선인장 사지 않아도 여기 와도 되는 거예요?”

 


밝게 웃으며 말하는 호현을 보며 세진은 살짝 한숨을 내쉰다.

 


“오시는 이유야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예요. 꽃 보고 싶거나

나무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오세요. 그런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네요-“

“그치만-”

 


호현이 뭐라 말하려 하지만 세진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화분을 내민다.

가만히 선체 실망한 듯 고개를 숙이고 세진의 화분을 받지 않는 호현이다.

 


“이거 받으면 이제, 더 이상 기회 같은 거 없는 거죠?

저 거절 당하는거죠?”

 


잠시 고민하던 세진은 호현의 손을 잡아 선인장 화분을 쥐어준다.

 


“죄송해요-”

 


“첫눈에 반한 거 맞아요- 적어도 전 그랬어요-

내일 또 올게요- 선인장 사러-!“

 


세진의 말에 자신의 손에 쥐어진 화분을 바라보던 호현은 입술을 꼭 다물고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마치고는 가게를 나선다.

낮게 한숨을 내쉬는 세진-

 


그때 마침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누군가 또 왔음을 말한다.

 


“어? 윤상현?”

“하하, 여기서 보니까 또 색다르네- ”

 


기분 좋은 웃음을 얼굴 가득하고는 들어오는 상현을 보며 세진도 살짝 미소를 짓는다.

 

 

 

 

 

 

“땡큐,   누구야?”

 


세진이 내어오는 커피를 건내 받으며 묻는 상현.

 


“응?”

“아까, 나 들어오기 전에 나가던 사람 말야-”

“아아- 그냥 손님-”

 


세진의 아무렇지 않은 대답에 상현은 입은 미소를 지은체 눈을 가늘게 뜨며-

 


“혹시, 안세진 스토커는 아니겠지?”

“아니야, 그런 거.. 참, 아버지가 오셨었어-“

“그래?”

 


커피잔을 내려놓는 상현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진다.


“위험한 일은 그만하라고, 돈이 필요하면 도와줄테니까 위험한 일 하지 말라시더라......”

 


가만히 듣고 있던 상현은 커피 잔 손잡이만 만지작 거린다.

 


“솔직히 나도 널 도와주면서도 그런 일하는 건 싫다. 근데, 세진아...”

 


상현은 잠시 망설이는 듯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연다.

 


“넌 니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아연이도 너도, 이 일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

목숨걸고 하는거니까, 위험하지만..걱정되지만..

그래도 그만 두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말을 끝마치는 상현의 얼굴에는 언제나 그렇듯 눈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있다.

묵묵히 상현의 말을 듣고 있던 세진은 살짝 미소지으며 차 키를 집어든다.

 


“밥 먹고 가, 바에가서-”

 

 

 

 

 

 

 


선인장을 쥐고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호현의 머릿 속에 스쳐지나가는 얼굴.

안혁준-

그다, 분명히 세진의 가게 앞에서 유리 문에 비친 중년의 남자는 안혁준이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호현은 다시 세진의 가게로 뛰기 시작한다.

 

 

 

 

 

 

“어? 세진아? 윤상현?”

 


규민과 바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던 아연은 바 뒤로 나있는 뒷문에서 세진과 상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라 묻는다.

 


“오셨어요? 언제왔어?”

 


바 안쪽에 가방을 내려 놓으며 규민과 아연에게 차례로 인사를 건내는 세진.

 


“좀 전에 왔어. 참, 규민씨 여기는 세진이 애인 윤상현-”

 


장난스런 표정으로 규민에게 상현을 소개하는 아연.

그런 아연을 향해 살짝 눈을 흘기는 세진을 아연은 모른척 한다.

 


“아아, 와아-! 진짜 잘 어울리시는데요?

저는 이규민이라고 합니다.“

 


시원스레 손을 내미는 규민과 악수를 하고는 상현은 기분좋게 웃는다.

 


“하하,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윤상현이라고 합니다.

정말 잘 어울려요?”

 


세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상현을 보며 규민과 아연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여주자, 세진이 조용히 말 한다

 


“윤상현씨, 손 내리세요-”

“이 친구가 이래요, 아직 애인은 아니고 대기 중입니다.”

 


상현의 농담에 세진도 낮게 웃는다.

 

 

 

 


“잠시만요,”

 


규민의 전화가 울리자 조용히 자리를 비켜나며 전화를 받던 규민이, 벗어두었던 자켓을 급하게 집어든다.

 


“어? 또 가야되요?”

“미안해서 어쩌죠? 급한 호출이네요-”

“괜찮아요, 가보세요”

 


미안해하는 규민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아연이다. 세진과 상현에게 간단히 목례로 인사를 대신하고

바를 다서는 규민

 


“저 친구 맨날 저러나봐?”

“응응, 좀 바빠졌어_

참,나 자랑 할 거 있는데~”

 


아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상현과 세진에게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보인다.

 

 

 

 

 

 

 

 

 

 

 

 

 

 

 

 

 

 

 


“뭐? 안혁준을 봤다고?”

 


급하게 청안의 방문을 열며 들어오는 규민은 뛰어 들어왔는지 숨 가빠한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호현의 앞에 서는 규민-

 


“어디서?”

“아까 꽃집에 들어가다가 유리문에 비쳐서 봤는데,

처음엔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쳤거든-“

“아유, 이런-

잠깐, 그럼 꽃집아가씨하고 아는 사인가?“

 


규민의 물음에 호현은 고개를 젓는다.

 


“모르겠어, 손님일 수도... 아니면 아는 사이일 수도-”

“어?어디갔지?”

 


호현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던 규민은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자 급하게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뭐 말야?”

 


호현의 물음에도 대답하지않고 찾던 규민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한다.

 


“........없어졌어-!

 리스트-“

 

 

 

 

 

 

 

 

 

 

 

 

“야아,이아연, 너 점점 위험하게 행동하는 것 같으다?”

 


언제나 기분 좋게 웃는 상현이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아연에게 말하자,

세진도 고개를 끄덕인다.

 


“너, 이번엔 위험했어-

니가 좋아해서 만나게 해 달라고 했던 사람이었잖어- 니가 의심 받을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그래 아연아, 그건 세진이 말이 맞는것 같다-

니가 바랬던 사람이잖어. 그래서 세진이도 니 뜻을 따른거고, 근데 어째 너 하는 행동이-

아슬아슬하다?“

 


아연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밝게 웃음 짓는다.

 


“알았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