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ray one's emotion-21

휘오리바람2006.03.30
조회434

 

“선배, 커피 드세요.”

동욱은 누군가 하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

“누구...”

“저 윤지은이에요. MT가서 인사 드렸었는데..”

얼굴이 낯익은 여자후배 둘이서 서있었다.

“어..그랬니? 커피 잘 마실게..”

동욱은 대충 대답을 하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아우~선배님 저희 밥 좀 사주세요~~.”

콧소리에 다시 고개를 드니 옆 친구가 눈짓을 하며 동욱을 쳐다본다.

“지금?”

“아뇨~ 수업 끝나구요. 사주실꺼죠? 네?”

“그래..그러지 뭐..”

“진짜죠? 그냥 가시면 집까지 쫓아갈거에요? 약속하셨어요.”

“그래..사줄게..”

귀여운 여자후배 넉살에 동욱도 그냥 웃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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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주는 나해의 회사근처로 차를 몰았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아버지얘기를 했다.

나해가 잘했다며 자신이 더 뿌듯해 한다.

“미워하는 것도 힘들어...그만하길 다행이다.”

“응...다 지난 일이라고 생각할려구..너 기수는 어떡해 할거야?”

희주가 조심스레 기수얘기를 꺼냈다.

“글쎄...다른 사람 만나라면 쉽게 만날줄 알았는데..것도 쉽지가 않네.

후회가 됐어. 기수가 내 인생의 유일한 사람인거 같아서...

제대로 다른 사람 사겨본 적 없었잖아.”

“왜..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

“응...이게 좋다 싶으면 저게 안좋고..저건 감수해야지 하면 또다른게 보이구..

나도 은근히 까다로운가봐...”

“특별한 사람을 만나는게 아니야. 내가 만나는 사람이 특별한 거지.”

“그런가?”

“며칠 뒤면 추석인데... 일가친척 다 모이면 내 결혼얘기 밖에 안해.

언제하냐고 물을텐데...정말 난감하다.”

“그러니까 기수한테 돌아가. 기수도 아직 집에 너랑 헤어졌다는 둥

그런 얘기 안한거 같더라. 당연히 니가 돌아올 줄 알고...”

“그래?..칫....”

은근히 안심하는 나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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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을거 같아요. 먼저 저녁 먹어요.”

혹시도 기다릴지 몰라 희주에게 전화를 했다.

스파게티 집에 도착을 하니 두 녀석은 뭐가 좋은지 싱글생글 웃어댔다.

“선배, 여자친구 있어요?”

당돌하게도 묻는다.

“그건..내 사생활인데...”

자신이 말해놓고도 순간 놀라는 동욱이다.

희주는 늘상 사생활이라는 말을 자주해서 아무 것도 묻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비밀이 많은거 같아서 어느새 동욱도 다른 사람을 대할때면 그 사람의

깊은 내막은 묻지도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여자후배도 그런 대답이 돌아 올지 몰랐는지 무안해 한다.

“아, 미안...근데 왜?”

“선배는...지은이가 선배한테 관심있대요.”

“어우~야.”

커피를 건넸던 그 후배는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그래?” 동욱은 그런 모습이 귀여웠다.

“선배 공부하다가 어려운거 있음 전화해도 되죠?”

“그럼...”

지은의 핸드폰에 동욱이 번호를 찍어주었다.

소리를 지르며 웃어대는 둘의 모습이 어린애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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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까지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밤이 돼서야 돌아왔다.

희주는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희주씨..잘려구요?”

티셔츠를 벗으며 동욱이 물었다.

“응...너 술먹었어?”

“헤헤...누구랑 먹었게요?”

헤롱거리는 동욱이 귀엽다.

“누구랑 먹었는데?”

“여자 후배랑...”

“어쩌라구~”

“질투 좀 해달라구요...” 취기가 오르는지 동욱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침대에 쓰러졌다.

동욱이 양말과 바지를 벗겨주고 희주도 그 옆에 같이 누웠다.

그 정신에 희주가 옆에 누운건 아는지 희주를 꼭 끌어안았다.

“술 냄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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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지나고 봅시다. 신팀장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

“추석 잘 보내세요..”

긴 연휴전날에 직원들은 인사를 하며 퇴근을 한다.

“네....” 대답을 하지만 희주는 쓸쓸했다.

기수는 자신의 집에서 같이 보내자고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기수 부모님은 자신이 편할리 없었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동욱도 어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내려오라는 전화를 받은거 같았다.


연휴동안 볼 DVD를 빌리고 집에 돌아왔다.

혼자지낼 희주에게 미안한지 동욱이 말이 없다.

DVD를 보곤 괜히 핀잔이다.

“이런거 집에서 혼자보면 좋아요? 지지리 궁상맞게 이런걸 왜 빌린거에요?

제목은 또 이게뭐야? 새드무비, 베니스의 상인?”

“왜그래? 주인집 아저씨가 강추랬어. 강추가 뭔 말인가 했네...”

“혼자서 심심해서 어떡해요?”

“니가 그러는게 더 싫어. 잠이나 자고 공원산책이나 하지 뭐..”

“희주씨...엉엉...ㅠㅠ”

동욱이 희주를 껴안으며 우는 척을 한다.

“내일 터미널까지 태워줄게.”

“그래요. 고마워요...” 볼에 뽀뽀를 하고 웃는 동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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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_-” 나해가 퉁명스레 전화를 받는다.

“너 아직도 삐졌냐?”

“야, 너 왜 전화했어. 그리고 나 삐진거 아니고 화난거야.”

“엄마가 추석 담날 너 데리고 인사오래.”

“... 내가 왜?”

“희주한테 들었어. 튕기지 말고 그만하자!!!”

“넌 항상 그게 문제야. 사람이 미안하면 진지하게 사과를 해야지.”

“... ...”

“왜 말이 없냐?”

“항상 너한테 미안하게 생각해..그리고 고마워 하고있어.

우리가 너무 오래돼서 내가 잠깐 널 소홀히 생각했어.

그래서 벌 받는거야. 알아...”

갑자기 기수가 진지하게 말했다. 나해는 당황했다.

“그래...왜 그랬어..그러니까...”

“추석 잘 보내. 전화할게...”

전화를 끊고 나해는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달래려고 전화한 사람에게 또 짜증을 낸거 같아서...


기수는 전화를 끊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나해 -_- 너 아직 나 따라 올려면 멀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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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까지 가는 동안 동욱은 내내 잔소리다.

“국은 저녁되면 쉬어요. 아직은 낮엔 더우니까...꼭 한번 끓여서

데펴야 되구요. 그제 사놓고 먹다남은 빵을 냉장고에 넣어야 되는데..

참. 그리고 저녁엔 꼭 창문 잠궈야 돼요. 그냥 닫는거 아니고 잠그라고요.”

“아~ 쫌!! 알았다니까.”

“희주씨 내말 듣고있어요?”

“운전하잖아...”

“내가 되도록 일찍 올게요.”

“다왔다~~ 빨리 가라.”

“어... 나 아직 버스시간 안됐는데...”

“-_-;;;;;;;;;;;”


터미널 의자에 앉아서 동욱과 같이 버스를 기다려 주기로 했다.

낡은 의자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버스와 사람들을 구경했다.

동욱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에 누군지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오빠! 저 윤지은이요!)

“어..그래” 동욱은 일어나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희주씨 잠깐만요...”


(오빠 추석 잘 보내시라구요..)

“어. 그래 그거 때문에 전화했니?”

(네...)

“그래 너도 잘지내고 학교서 보자. 끊자!”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밖에 서있는 희주를 바라봤다.

이렇게 자신이 가는 걸 지켜보는 희주를 보니,

차라리 아까 그냥 차에서 헤어질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생각이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