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저희 업체에 전화를 거셨습니까? 저번에 말씀 드린 것처럼 저희는 아직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씀 드렸을텐데요..”
“아~그건은 일단 수궁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신청해서 보낸 자료 한번 검토해 보셨는지요?”
“네. 그런데요?”
“아직 결정을 하시지 않았다면 저희가 조금 조건을 붙일려고 합니다.”
“무슨 조건이요?”
“이번에 새로운 직원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일본에서 스카웃 하셨다는데..그 분에 그 일을 맡기고 싶어서요.”
“네? 그 직원을요??”
“네. 일본에서도 꽤 알려진 분이시라기 하길래..우리 쪽 일을 좀 맡아주셨으면 해서요.”
“하지만, 아직 검토 중이고, 결정 난 사항이 없는데요.”
“그래서 미리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자리 한번 마련해 볼까 해서요.”
“음..일단 저희가 결정이 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뚜..뚜..뚜..
휴~전화 받는 사람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참 카리스마 있는 여성이네..
일단 전화로 말해났으니까 조만간 연락이 오겠군..
음..유준이는 요즘 통 얼굴 보기도 힘들군. 이제 일도 마무리 되어간다던데..막바지 작업 때문에 그러는가?
아~나도 이 일만 아니면 한가로운데..근데 유준이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건축업계에서는 알아주는 회사이지만..이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는데..흠..아무튼 머리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아.
오랜만에 유준이 얼굴이나 보러 가 볼까나?
나는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유준이가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는 승강기를 탔다.
어라? 유준이 내려가네..
우리 회사는 승강기가 투명으로 되어 있어 올라가는 옆 승가기에 사람을 볼 수가 있다.
나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한 참 후에 받는 녀석.
“어디가?”
“어? 어. 오늘은 일찍 들어갈려고 왜?”
“아니 오랜만에 너 볼려고 승가기 타서 올라가고 있는데 너가 내려가는거 봐서.”
“그래? 아~업체한테 전화는 해봤어?”
“응~조만간 연락 올꺼야. 근데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냐?”
“아~미안. 잠시 생각에 잠겨 있어서 진동을 못느끼고 있었어.”
“뭐? 혹시..그여자 생각했냐?”
“무슨 말이야?”
“아니. 요즘 들어서 너 행동패턴이 좀 달라진거 같아서. 그런거라면 진작에 불어라. 나중에 뒷통수 치지 말고.”
“무슨..그거 때문에 아니니까 신경꺼라. 나 운전해야 하니까 나중에 통화하자.”
“알았다. 너 내 눈을 속일 생각마. 언제든지 오픈하고 있으니까 빠른 소식 부탁한다.”
“일단 끊어.”
고놈..고놈..여자가 있기는 있군. 이야~근데 누굴까? 그 녀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여자가..궁금하다. 천하에 알아주는 미인도 눈 깜박 안하던 녀석인데 도대체 누굴까?
아~그럼 나도 할 일도 없는데..퇴근이나 할까? 아니면, 요즘 바빠서 통 연락도 못하고 지낸 다혜를 만날까?
아니다. 지금은 영호를 먼저 만나야겠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핸드폰을 열어 영호에게 전화를 했다.
점심을 먹고 돌아와 나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서류를 보기로 했다.
일은 거의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고 나는 업체와 만나는 날짜와 장소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어 보는 순간 놀랐다.
이 그룹은 바로 상엽선배와 그 사람이 일하는 LJ그룹이었다.
서류 겉표지를 보고 안에 있는 내용을 자세히 한번 보았다.
건축업계에서 꽤 알려진 그룹인데,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니..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은 내가 해서는 안 될 거 같았다.
하게 되면 나한테 불길한 징조들이 다가올 것만 같아 나는 서둘러 팀장님 사무실로 서류를 들고 갔다.
똑~똑~
“네.”
“팀장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앉으세요.”
“팀장님 죄송하지만, 이 일 제가 맡지 않고 싶습니다.”
“네? 아니 왜요??”
“죄송해요. 이 일은 제가 맡아서는 안될 거 같아요.”
“다혜씨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일은 다혜씨가 일본에서 계속 해 오던 일이이에요. 그런데 못한다고 하니까 이해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다혜씨 도망가지 말아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일쪽이 아니라 그 회사와 문제인거 같군요. 먼저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저는 이 일은 꼭! 다혜씨가 맡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우리 회사에 이 일은 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리고 지금 각자 맡고 있는 업무로도 벅차구요.”
“........”
“다혜씨 잘 해 낼거에요. 전 다혜씨를 믿어요. 그러니까 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네..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죄송해요..업체와 약속 잡아주세요..한 번 해볼께요..”
“고마워요~그럼 제가 약속날짜 잡아서 장소와 시간 알려드릴께요.”
“네..그럼 실례했습니다..”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와서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정말..한국에 돌아오는 게 아니였어..
왜 계속 그 그룹이 거론이 되는 거지? 난 그 그룹에 관심도 없는데..상엽선배가 있는 것도 모잘라..그 사람이 다니고 있는 회사라고..
누군지도 이름도 직속도 모르는 그 사람이 다니고 있는 회사라는게 더 불안했다.
나는 이게 운명이 아니길 바랬다.
나한테 한 번의 운명으로 만족하고, 또다시 그런 운명으로 마음 다치는게 싫었다.
오늘따라 미라가 너무 보고 싶다.
미라에게 과거의 내 아픔과 지금의 혼란스러움을 다 들어줄 미라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수화기를 들었지만..조용히 다시 내려놓았다.
언제까지나 미라에게 기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염치없는 짓이다. 미라에게 일본으로 간다는 통보만 하고 떠난 내가 무슨 자격으로 미라에게 또 기댄다는 말인가..
그래..이건 단지 그냥 우연이야..아무일도 없을 것이며, 설사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나만 정신 똑바로 차리면 되는 거야..
그래..잘 할 수 있어..난 할 수 있어..
나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새기며 그 서류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서류를 검토하다 보니 이미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후였다.
사무실 직원들도 퇴근을 다 한 모양이다. 아까 퇴근시간에 직원들이 인사하는 것을 그냥 대충 눈인사만 하고 서류를 보았더니 배가 고프다.
팀장님은 아직 사무실에 있으신가?
고개를 돌려 사무실 쪽으로 돌아보니 불이 꺼져 있었다.
팀장님도 퇴근하셨네..흐음..그래..이만 정리하고 집으로 슬슬 돌아가자..
나는 보던 서류들을 정리하고 퇴근길에 올랐다.
아! 집에 반찬거리가 하나도 없지..마트에 들려서 장을 보고 들어가야 겠다.
나는 동네 근처 마트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간단히 먹을 반찬거리를 들고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휴..이래서 한번에 장을 보면 안된다니까..틈틈히 봐야 하는데..요즘 일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했네..
그런데, 갑자기 내 손에 있던 무거운 것이 사라져 나는 놀라 얼굴을 돌렸다.
그 남자다. 그 남자는 아무것도 아닌 듯 집을 들고 승강기에 올라서고 있는게 아닌가?!!
“저기..뭐하는 짓이에요?”
“뭐하는 짓이라니요? 무거운 사람 짐을 들어드리려고 한 거 밖에는 없어요. 일단 타시죠.”
“아니요. 그 짐 거기 두고 그쪽이나 내리세요.”
“이거 너무 하시는군요. 무거워 보이길래 들어드린건데.. 저한테 야박하게 구시는 군요.”
“제가 언제 도와달라고 했나요? 전 그쪽 더 이상 볼 일도 없는데, 왜 자꾸 제 앞에 나타나는거죠?”
“글쎄요. 그건 저도 왜 그런지 몰라서 답을 해드릴수가 없군요.”
나와 그 남자는 승강기 앞에서 다투고 있었고, 그 사이 승강기에서는 삐~소리가 났다.
“봐요. 일단 타시죠. 위에서 누가 승강기 기다리고 있는거 같은데.”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그러나 승강기에 오를 수는 없었다. 나는 짐을 버리고 돌아서 나가버렸다.
그 남자도 당황했는지 짐을 들고 서둘로 따라 나왔다.
“어디가요?!”
유준은 그녀의 팔을 잡아 돌렸다.
그녀는 흠칫 놀라면서 나를 봤고, 나에게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전 그쪽 제 집에 들이고 싶지도 않구요. 제가 몇층 몇호에 사는거 알려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만 가세요.”
그녀는 나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차가운 눈빛 깊숙한 곳에는 슬픔이 나한테는 보였다.
그 깊숙한 상처를 내가 치료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 자신 때문에 놀라고 있었다.
“....”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거 같군요. 정 다리 다치신게 신경 쓰이시다면 병원에 가겠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쯤 돌아가 주세요.”
“그럼 짐은 승강기 앞에까지 가져다 드리고 가겠습니다.”
“아니요. 이런 호의 좀 부담스럽습니다. 교통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차에 부디치지도 않은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호의 베푸시는거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연락처를 적어주고 그만 가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진단서를 끊어서 보내드리죠.”
유준은 더 이상 그녀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정말 그녀는 지금 유준이 가 주길 바라는 모습이였다.
내가 타이밍을 잘 못 마춘건가?
유준은 하는 수 없이 짐을 내려놓고 짐안에 명함을 넣어두면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지나쳤다.
그녀는 내가 차에 오르고 차가 빠져나가는 거 까지 보고 몸을 돌렸다.
도대체 뭐 때문에 나를 이렇게 거부하는 걸까? 난 그녀를 앞에 두고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고 반가웠는데, 내가 실수 한 것일까?
그녀를 보자마자 달려가서 안고 싶었지만 내 이성으로 나를 잡았다. 그녀와 나는 서로 친분도 쌓지도 않은 상태인데도 내 몸은 그녀에게 벌써 달려가고 있었다.
어떻게 아는 척을 해야 할까 하다가 그녀가 힘들게 짐을 들고가는 모습을 보고 살며시 다가가 짐을 들어주면 되겠다 싶어 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놀라는 것도 잠시 이내 차가워졌다. 그리고 나에게 아주 차갑게 말했다.
돌아가 달라고..나를 마치 다시는 보고싶지 않은 눈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눈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차가운 눈 속에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그녀 때문에.. 아무래도 내가 타이밍을 잘 못 잡은거 같다.
나는 집으로 가는 동안 내 행동 때문에 후회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차를 몰고 떠나는 모습을 본 후 나는 후회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말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난 그 어느 누구도 내안에 들어오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마음과 몸과 달리 말을 차갑게 쏘았다.
아니면 그 사람에게 희망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놀랐고 당황했다. 그런데 내 가슴과 몸은 그 사람을 보고 반응을 했다.
오빠한테서만 뛰던 내 심장이 울리기 시작했고 내 몸에서 열이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는가 보다.
아니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보고 싶어했다.
단 두 번밖에 만나지 않은 그 사람을..나도 혼란스럽다. 내 마음의 정리가 힘들 만큼 힘겹게 살아온 나다.
누군가에게 다시는 내 마음을 줄 일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내 마음속에 벽을 하나씩 부수고 있다. 내 자신이 막고 막아도 그 사람이 내 벽을 허물어 뜨리고 있다.
그렇게 그 사람을 보내고 나는 짐을 한동안 바라보다 짐을 들고 오피스텔로 들어왔다.
그리고 짐안에 들어있는 그 사람의 명함을 보았다.
‘LJ그룹 이사 신유준’
내가 이제 이 회사와 일을 해야 된다.
피하고 싶다. 일이 아니라면 당장 일본으로 다시 도망가고 싶다.
정말 한국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 일본에서 계속 일을 했어야 했다. 그러면 내가 만들어놓은 세상에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였을 텐데..
그러자 순간 팀장님이 한 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혜씨 도망가지 말아요.”
나..정말..도망가지 않아도 되는 걸까? 이제는 나도 행복해져도 될까??
그 사람 눈을 보면 슬퍼보여..그래서 안아주고 싶어지고 보듬고 싶어져..그 사람 눈에도 내가 그렇게 보이는 걸까?
‘오빠..미안해..내가 한국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는가봐..이제 오빠를 조금씩 떠나보내고 있는데..그 사이 틈이 생겨버렸나봐..나도 모르는 그 사람..신유준..그 사람이 점점 내 안으로 파고 들어와..’
이사이면 내가 하는 일하고는 거리가 먼 분일거야.. 그러면 나와 마주칠 일 없을꺼야.
그래 내 발 때문에 불안해서 저러는 걸거야. 그래 진단서 끊어서 확실히 매듭을 짓자. 너무 오래 끌어서 그래.
"사랑은 조심스럽게..이별은 천천히.." - 11 -
- 11 -
상엽은 저번에 블루문에서 했던 유준과의 일을 추진하기 위해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네 따뜻한 마음 인테리어 성미나입니다.”
“안녕하세요~저는 LJ그룹 건축 마케팅부 실장 이상엽입니다.
”
“네? 아..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저희 업체에 전화를 거셨습니까? 저번에 말씀 드린 것처럼 저희는 아직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씀 드렸을텐데요..
”
“아~그건은 일단 수궁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신청해서 보낸 자료 한번 검토해 보셨는지요?”
“네. 그런데요?”
“아직 결정을 하시지 않았다면 저희가 조금 조건을 붙일려고 합니다.
”
“무슨 조건이요?”
“이번에 새로운 직원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일본에서 스카웃 하셨다는데..그 분에 그 일을 맡기고 싶어서요.”
“네? 그 직원을요??
”
“네. 일본에서도 꽤 알려진 분이시라기 하길래..우리 쪽 일을 좀 맡아주셨으면 해서요.”
“하지만, 아직 검토 중이고, 결정 난 사항이 없는데요.
”
“그래서 미리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자리 한번 마련해 볼까 해서요.”
“음..일단 저희가 결정이 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뚜..뚜..뚜..
휴~전화 받는 사람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참 카리스마 있는 여성이네..
일단 전화로 말해났으니까 조만간 연락이 오겠군..
음..유준이는 요즘 통 얼굴 보기도 힘들군. 이제 일도 마무리 되어간다던데..막바지 작업 때문에 그러는가?
아~나도 이 일만 아니면 한가로운데..근데 유준이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건축업계에서는 알아주는 회사이지만..이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는데..흠..아무튼 머리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아.
오랜만에 유준이 얼굴이나 보러 가 볼까나?
나는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유준이가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는 승강기를 탔다.
어라? 유준이 내려가네..
우리 회사는 승강기가 투명으로 되어 있어 올라가는 옆 승가기에 사람을 볼 수가 있다.
나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한 참 후에 받는 녀석.
“어디가?”
“어? 어. 오늘은 일찍 들어갈려고 왜?
”
“아니 오랜만에 너 볼려고 승가기 타서 올라가고 있는데 너가 내려가는거 봐서.”
“그래? 아~업체한테 전화는 해봤어?”
“응~조만간 연락 올꺼야. 근데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냐?”
“아~미안. 잠시 생각에 잠겨 있어서 진동을 못느끼고 있었어.”
“뭐? 혹시..그여자 생각했냐?
”
“무슨 말이야?”
“아니. 요즘 들어서 너 행동패턴이 좀 달라진거 같아서. 그런거라면 진작에 불어라. 나중에 뒷통수 치지 말고.
”
“무슨..그거 때문에 아니니까 신경꺼라. 나 운전해야 하니까 나중에 통화하자.
”
“알았다. 너 내 눈을 속일 생각마. 언제든지 오픈하고 있으니까 빠른 소식 부탁한다.”
“일단 끊어.
”
고놈..고놈..여자가 있기는 있군. 이야~근데 누굴까? 그 녀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여자가..궁금하다. 천하에 알아주는 미인도 눈 깜박 안하던 녀석인데 도대체 누굴까?
아~그럼 나도 할 일도 없는데..퇴근이나 할까? 아니면, 요즘 바빠서 통 연락도 못하고 지낸 다혜를 만날까?
아니다. 지금은 영호를 먼저 만나야겠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핸드폰을 열어 영호에게 전화를 했다.
점심을 먹고 돌아와 나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서류를 보기로 했다.
일은 거의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고 나는 업체와 만나는 날짜와 장소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어 보는 순간 놀랐다.
이 그룹은 바로 상엽선배와 그 사람이 일하는 LJ그룹이었다.
서류 겉표지를 보고 안에 있는 내용을 자세히 한번 보았다.
건축업계에서 꽤 알려진 그룹인데,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니..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은 내가 해서는 안 될 거 같았다.
하게 되면 나한테 불길한 징조들이 다가올 것만 같아 나는 서둘러 팀장님 사무실로 서류를 들고 갔다.
똑~똑~
“네.”
“팀장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앉으세요.”
“팀장님 죄송하지만, 이 일 제가 맡지 않고 싶습니다.”
“네? 아니 왜요??
”
“죄송해요. 이 일은 제가 맡아서는 안될 거 같아요.”
“다혜씨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일은 다혜씨가 일본에서 계속 해 오던 일이이에요. 그런데 못한다고 하니까 이해가 되지 않아요.
”
“하지만..”
“다혜씨 도망가지 말아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일쪽이 아니라 그 회사와 문제인거 같군요. 먼저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저는 이 일은 꼭! 다혜씨가 맡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우리 회사에 이 일은 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리고 지금 각자 맡고 있는 업무로도 벅차구요.
”
“........”
“다혜씨 잘 해 낼거에요. 전 다혜씨를 믿어요. 그러니까 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
“네..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죄송해요..업체와 약속 잡아주세요..한 번 해볼께요..”
“고마워요~그럼 제가 약속날짜 잡아서 장소와 시간 알려드릴께요.
”
“네..그럼 실례했습니다..”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와서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정말..한국에 돌아오는 게 아니였어..
왜 계속 그 그룹이 거론이 되는 거지? 난 그 그룹에 관심도 없는데..상엽선배가 있는 것도 모잘라..그 사람이 다니고 있는 회사라고..
누군지도 이름도 직속도 모르는 그 사람이 다니고 있는 회사라는게 더 불안했다.
나는 이게 운명이 아니길 바랬다.
나한테 한 번의 운명으로 만족하고, 또다시 그런 운명으로 마음 다치는게 싫었다.
오늘따라 미라가 너무 보고 싶다.
미라에게 과거의 내 아픔과 지금의 혼란스러움을 다 들어줄 미라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수화기를 들었지만..조용히 다시 내려놓았다.
언제까지나 미라에게 기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염치없는 짓이다. 미라에게 일본으로 간다는 통보만 하고 떠난 내가 무슨 자격으로 미라에게 또 기댄다는 말인가..
그래..이건 단지 그냥 우연이야..아무일도 없을 것이며, 설사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나만 정신 똑바로 차리면 되는 거야..
그래..잘 할 수 있어..난 할 수 있어..
나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새기며 그 서류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서류를 검토하다 보니 이미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후였다.
사무실 직원들도 퇴근을 다 한 모양이다. 아까 퇴근시간에 직원들이 인사하는 것을 그냥 대충 눈인사만 하고 서류를 보았더니 배가 고프다.
팀장님은 아직 사무실에 있으신가?
고개를 돌려 사무실 쪽으로 돌아보니 불이 꺼져 있었다.
팀장님도 퇴근하셨네..흐음..그래..이만 정리하고 집으로 슬슬 돌아가자..
나는 보던 서류들을 정리하고 퇴근길에 올랐다.
아! 집에 반찬거리가 하나도 없지..마트에 들려서 장을 보고 들어가야 겠다.
나는 동네 근처 마트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간단히 먹을 반찬거리를 들고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휴..이래서 한번에 장을 보면 안된다니까..틈틈히 봐야 하는데..요즘 일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했네..
그런데, 갑자기 내 손에 있던 무거운 것이 사라져 나는 놀라 얼굴을 돌렸다.
그 남자다. 그 남자는 아무것도 아닌 듯 집을 들고 승강기에 올라서고 있는게 아닌가?!!
“저기..뭐하는 짓이에요?
”
“뭐하는 짓이라니요? 무거운 사람 짐을 들어드리려고 한 거 밖에는 없어요. 일단 타시죠.”
“아니요. 그 짐 거기 두고 그쪽이나 내리세요.
”
“이거 너무 하시는군요. 무거워 보이길래 들어드린건데.. 저한테 야박하게 구시는 군요.”
“제가 언제 도와달라고 했나요? 전 그쪽 더 이상 볼 일도 없는데, 왜 자꾸 제 앞에 나타나는거죠?
”
“글쎄요. 그건 저도 왜 그런지 몰라서 답을 해드릴수가 없군요.”
나와 그 남자는 승강기 앞에서 다투고 있었고, 그 사이 승강기에서는 삐~소리가 났다.
“봐요. 일단 타시죠. 위에서 누가 승강기 기다리고 있는거 같은데.”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그러나 승강기에 오를 수는 없었다. 나는 짐을 버리고 돌아서 나가버렸다.
그 남자도 당황했는지 짐을 들고 서둘로 따라 나왔다.
“어디가요?!
”
유준은 그녀의 팔을 잡아 돌렸다.
그녀는 흠칫 놀라면서 나를 봤고, 나에게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전 그쪽 제 집에 들이고 싶지도 않구요. 제가 몇층 몇호에 사는거 알려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만 가세요.
”
그녀는 나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차가운 눈빛 깊숙한 곳에는 슬픔이 나한테는 보였다.
그 깊숙한 상처를 내가 치료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 자신 때문에 놀라고 있었다.
“....”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거 같군요. 정 다리 다치신게 신경 쓰이시다면 병원에 가겠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쯤 돌아가 주세요.
”
“그럼 짐은 승강기 앞에까지 가져다 드리고 가겠습니다.”
“아니요. 이런 호의 좀 부담스럽습니다. 교통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차에 부디치지도 않은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호의 베푸시는거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연락처를 적어주고 그만 가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진단서를 끊어서 보내드리죠.”
유준은 더 이상 그녀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정말 그녀는 지금 유준이 가 주길 바라는 모습이였다.
내가 타이밍을 잘 못 마춘건가?
유준은 하는 수 없이 짐을 내려놓고 짐안에 명함을 넣어두면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지나쳤다.
그녀는 내가 차에 오르고 차가 빠져나가는 거 까지 보고 몸을 돌렸다.
도대체 뭐 때문에 나를 이렇게 거부하는 걸까? 난 그녀를 앞에 두고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고 반가웠는데, 내가 실수 한 것일까?
그녀를 보자마자 달려가서 안고 싶었지만 내 이성으로 나를 잡았다. 그녀와 나는 서로 친분도 쌓지도 않은 상태인데도 내 몸은 그녀에게 벌써 달려가고 있었다.
어떻게 아는 척을 해야 할까 하다가 그녀가 힘들게 짐을 들고가는 모습을 보고 살며시 다가가 짐을 들어주면 되겠다 싶어 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놀라는 것도 잠시 이내 차가워졌다. 그리고 나에게 아주 차갑게 말했다.
돌아가 달라고..나를 마치 다시는 보고싶지 않은 눈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눈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차가운 눈 속에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그녀 때문에.. 아무래도 내가 타이밍을 잘 못 잡은거 같다.
나는 집으로 가는 동안 내 행동 때문에 후회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차를 몰고 떠나는 모습을 본 후 나는 후회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말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난 그 어느 누구도 내안에 들어오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마음과 몸과 달리 말을 차갑게 쏘았다.
아니면 그 사람에게 희망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놀랐고 당황했다. 그런데 내 가슴과 몸은 그 사람을 보고 반응을 했다.
오빠한테서만 뛰던 내 심장이 울리기 시작했고 내 몸에서 열이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는가 보다.
아니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보고 싶어했다.
단 두 번밖에 만나지 않은 그 사람을..나도 혼란스럽다. 내 마음의 정리가 힘들 만큼 힘겹게 살아온 나다.
누군가에게 다시는 내 마음을 줄 일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내 마음속에 벽을 하나씩 부수고 있다. 내 자신이 막고 막아도 그 사람이 내 벽을 허물어 뜨리고 있다.
그렇게 그 사람을 보내고 나는 짐을 한동안 바라보다 짐을 들고 오피스텔로 들어왔다.
그리고 짐안에 들어있는 그 사람의 명함을 보았다.
‘LJ그룹 이사 신유준’
내가 이제 이 회사와 일을 해야 된다.
피하고 싶다. 일이 아니라면 당장 일본으로 다시 도망가고 싶다.
정말 한국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 일본에서 계속 일을 했어야 했다. 그러면 내가 만들어놓은 세상에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였을 텐데..
그러자 순간 팀장님이 한 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혜씨 도망가지 말아요.”
나..정말..도망가지 않아도 되는 걸까? 이제는 나도 행복해져도 될까??
그 사람 눈을 보면 슬퍼보여..그래서 안아주고 싶어지고 보듬고 싶어져..그 사람 눈에도 내가 그렇게 보이는 걸까?
‘오빠..미안해..내가 한국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는가봐..이제 오빠를 조금씩 떠나보내고 있는데..그 사이 틈이 생겨버렸나봐..나도 모르는 그 사람..신유준..그 사람이 점점 내 안으로 파고 들어와..’
이사이면 내가 하는 일하고는 거리가 먼 분일거야.. 그러면 나와 마주칠 일 없을꺼야.
그래 내 발 때문에 불안해서 저러는 걸거야. 그래 진단서 끊어서 확실히 매듭을 짓자. 너무 오래 끌어서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명함을 지갑 속에 넣고 짐정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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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네요~
다들 주말은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주도 제 소설과 함께 좋은 한주 시작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