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라 "꽃보다 잡초 될래요"

임정익200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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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라 "꽃보다 잡초 될래요"

'버거 소녀' 양미라가 다시 정통 드라마 정복에 나선다. 지난해 이맘때쯤 KBS 2TV 미니시리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호텔 직원으로 출연한 지 1년 만의 재도전이다. <인생은…>에서는 쟁쟁한 주인공 하지원·김래원 등에게 밀렸지만 이번 KBS 새 미니시리즈 <천국의 아이들>(극본 윤정건·연출 김용규)에서는 탤런트 이민우, 인기그룹 신화의 김동완과 함께 당당한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강남 카페 여종업원으로 반반한 얼굴과 잘빠진 몸매를 무기삼아 모델을 꿈꾸는 구미향 역.
 
"촬영 이틀 전에 전격 캐스팅된 탓에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상기된 표정을 보이면서도 '두번의 실패는 없다'는 다짐의 눈빛을 강하게 전한다.
 
"야윈 듯한 모습 때문인지 요즘 '예뻐졌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그런 칭찬이 여간 쑥스러운 게 아니다"며 얼굴색을 붉히는 양미라. 그를 25일 만났다.
 
#'CF 소녀'에서 '드라마 소녀'로 변신을 꿈꾸며
 
양미라를 만나기 전 '드라마에 목숨을 걸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 촬영 이틀 전에 선뜻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것도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탤런트 김규리와 이민영이 여러 이유를 들어 마다한 역이다. 어떤 연기자가 남들이 몇차례 거절했던 배역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 드라마에 대한 '용감 소녀' 양미라의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
 
"처음 연예계에 데뷔할 때부터 정통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운좋게 CF에서 대박이 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양미라의 'CF 솜씨'는 이미 입증됐다. 지난 2년 동안 롯데리아 버거 광고에서 매편 크게 히트했다. 그때 얻은 '버거 소녀'라는 별명이 지금도 통한다. 여세를 몰아 화장품 CF에 출연했고, 종근당 '펜잘' 광고에서는 '번개 소녀'라는 새 애칭을 얻었다.
 
"CF나 시트콤에 비해 드라마는 참 힘들어요. CF는 순간의 표정과 애드리브 같은 순발력을 발휘하면 맛이 살고, 시트콤은 평소 생활에서처럼 말을 툭툭 던지면 되는데 드라마는 극중의 인물로 완전 변신해야 하잖아요."
 
#"못한다고 손가락질해도 좋다"
 
양미라는 이번 <천국의 아이들>이 정통 드라마로는 세번째 출연작이다. 2년 전 방송된 MBC 미니시리즈 <사랑해 당신을>이 첫 경험이었고, 지난해 <인생은 아름다워>를 찍었다.
 
"시청자들로부터 정말 욕 많이 먹었어요. '연기가 왜 그러냐' '정말 너무 웃긴다' 등…. 저 자신이 나중에 봐도 연기가 낯설더라고요."
 
그후로는 정통 드라마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단다. 드라마 섭외는 들어오지 않고 MC·CF·시트콤에서만 양미라를 찾았다. 활동을 쉴 수는 없고, 지난해부터 올 2월까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이경규·김용만 등과 '건강보감'코너 MC를 봤다. 그후로는 지금까지 SBS 일일시트콤 <대박가족>에서 유치원 선생님으로,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천생연분' 코너에서는 게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도 잘 안되면 어떻게 할지가 궁금했다.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있어요. 잘한다는 얘기보다는 '1년 사이에 많이 좋아졌네. 어! 양미라, 열심히 연기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일찍 피었다 지는 꽃보다는 잡초이고 싶다"
 
'잘하고 있나' 궁금해서 26일 오후 늦게 촬영을 마친 양미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선배들이 생각보다 잘한다고 칭찬해주셨어요. 못 본 사이에 연기가 많이 좋아졌대요."
 
"시간이 없어 맡은 역을 아직 분석도 못했고, 상대 연기자와 상견례도 하지 않았다. 잠도 잘 오지 않는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걱정이 태산 같던 하루 전 목소리와는 아주 딴판이었다. 맑고 밝았다.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하고 염려하는 사이 이를 무색하게 하는 다부진 목소리가 전해졌다.
 
"아직 시청자들의 날카로운 판단이 남았잖아요. 욕먹어도 괜찮아요. 저는요, 욕먹을수록 더욱 강해지는 잡초가 되기로 했어요."
 
올해 스무살로 한양대 연극영화과 2학년인 양미라는 그동안의 CF나 시트콤 출연을 통해 세상에 대한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를 통해 서서히 고단한 세상살이를 배워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음달 9일 <러빙유>의 바통을 이어받아 처음 방송될 <천국의 아이들>. 양미라가 시험대에 오른다. 


굿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