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앨범 출시 기념 공연하는 신해철

김효제200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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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콘서트는 새로운 팬을 위한 선물"

"콘서트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은 대중을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취시키는 것이지요. 콘서트가 바로 이런 도취의 마당입니다. 관객 스스로 '끼'를 발산하도록 하면 그것으로 그동안 쌓였던 짜증-불만이 풀어지는 겁니다. 그게 콘서트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Be My Best.' 9월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신해철의 콘서트 제목이다. 베스트 앨범 출시 기념으로 열리는 이 콘서트는 신해철의 15년 음악인생을 중간 결산하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로 데뷔한 신해철은 90년대 초반 아이돌 스타에서 90년대 중반 이후 '넥스트' '모노크롬' '비트겐슈타인' 등 그룹을 거치면서 실험적이고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로 입지를 굳혔다. 많은 대학에서 대중문화와 현대 음악에 관한 강의를 하기도 한 그는 대중음악계에서 철학적 사유를 가진 몇 안 되는 뮤지션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정리'니 '결산'이니 하는 표현에 거부감을 보인다.

"DJ를 보고 있는 '고스트 스테이션'의 청취자 중에는 중-고등학생이 많지요. 이번 콘서트는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팬에게 선물하는 뜻도 있지만 새 팬을 위한 차원이 더 큽니다. 시인이 시선집을 내면 옛날 작품도 청소년층에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차원으로 생각해주었으면 합니다. 전 원래 결산 같은 것은 싫어합니다. 결산을 하면 옛날 가수가 되는 것 아닙니까. 팬들은 제 음악이 완성도가 높아서라기보다 못하지만 열심히 하니까 귀여워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저에게 원하는 모습을 배반할 수 없지요."

신해철은 비교적 이른 나이인 20세에 가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후 그에게는 일상사가 없었다. 잠시 솔로 활동을 한 기간에는 1년에 책을 2권밖에 읽지 못했다고 한다. 그것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삶이 편향적으로 흐를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런 상실감을 DJ 활동과 독서로 보충했다.

"저의 음악적 소재도 거기에서 나오죠. 요즘 노래에는 죽은 언어가 많이 있습니다. 시어도 아니고 일상어도 아닌 것들.... 저는 우리의 실생활에 바탕을 둔 언어를 가사에 넣고자 고민했습니다. 우리 일상의 고민이 다 철학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의 생각을 솔직하게 쓰고자 하는 거지요."

최근 연이어 불거진 대중문화계의 불미스런 사건들도 그에게는 '남의 일'이라고 외면할 수 없는 현안이다. 특히 연예인 성상납 문제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도 않고 알기도 싫고 측은할 뿐"이라면서도 "분명한 것은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며 그들에게도 사생활이 있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총체적 난국이지요. 대중음악에서 팝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대중음악은 영국-미국에서 들어온 것 아닙니까. 그들과 단절하는 것은 음악계 수준을 저하시키는 일이지요. 우리 방송 시스템도 문젭니다. 인구는 4천만 명이 넘는데 방송은 3개밖에 없어요. TV는 그나마 케이블이 있지만 라디오는 공중파 방송 3개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종교방송입니다. 록 전문 방송-재즈 전문 방송 등이 있어야 합니다. 시스템 개정 없이는 음악이 발전하기 어렵고, 또 부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지요."

그가 추구하는 록음악에 대해서도 그는 입장이 분명하다. 그는 그 속에 삶의 진실이 담겨 있다고 보고 그것을 추구하려 한다.

"록은 원래 저항의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외국에서 록은 낮에 듣는 음악인데 우리는 밤에 듣는 음악이 됐지요. 헤드폰을 끼고 학생들이 주로 듣는 음악 말입니다. 원래는 운동장에서 듣는 음악이 록이지요. 록은 사실 비트가 강한 음악의 총칭입니다. 물론 저항성도 있고 퇴폐성-선정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삶의 진실도 들어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이 어우러졌을 때 진정 록이 되는 겁니다. 이들 하나하나를 구별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라디오 DJ 활동을 통해 '이야기꾼'으로도 명성을 얻은 그는 정치-사회적 이슈나 현안에도 남다른 소신을 드러냈다. 장상-장대환 총리서리의 국회 인준 부결과 관련해서는 "정치인 도덕성이 엄밀히 검증돼야 할 부분은 있지만 국민이 상관해야 할 부분이 있고 상관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며 "청백리가 오히려 정치적으로 무능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만화도서 대여 문제를 놓고 논쟁이 있었죠. IMF 외환 위기 이후 정부는 도서 대여점을 장려하고 유도했습니다. 실직자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었지요. 그런데 대여업이 번성하면 책이 팔리지 않습니다. 모두 빌려 보니까요. 책은 판매가 돼야 합니다. 팔아서 이익을 얻어야 그 돈으로 또다른 작품도 만들고 서사적 대작을 기획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만화계가 '작살'났지요. 작가들이 살길을 찾아 일본으로 가기도 했으니까...."

요즘 가요계가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소리바다' 파문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는 네티즌들의 입장을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도 그로 인한 가요계의 타격을 우려했다.

"문제는 네티즌들이 마치 저항이나 문화 차원의 주장인 양 소리바다를 옹호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의 말에도 일리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문화 차원이나 저항은 아닙니다. 공짜로 듣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일본만 해도 MP3가 기승을 부리지 않지요. 대중 스스로 음악을 사랑하니까 음악판을 성의 있게 뒷받침하는 겁니다. 우리의 경우 공연장을 찾거나 소규모 레코드상 찾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그는 돈을 많이 벌었다. 그동안 5백만~6백만 장의 앨범이 팔렸으니 돈으로 따지면 수십억원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순수익을 얼마나 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후배들이 음악을 안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너무 적어서 깜짝 놀랄 정도라는 것이다. 안 팔렸다면 모를까 잘 팔리고도 돈을 못 벌었다면 누가 음악을 하겠는가라는 얘기다. 그러면 그는 무엇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자친구 등쳐먹고 살면 되지요(웃음). 집안이 부자가 아니어서 남들처럼 부모가 돈을 대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강북 출신이지요(그는 수유동 출신이다). 강북 출신은 생존력이 있습니다. 청바지와 5,000원만 있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3년은 버틸 수 있지요. 그래도 전 멋있게 살 자신이 있습니다. 삶이란 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나 멋있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 아닙니까."

 

 

<뉴스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