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펌] 그대 아직 창백한 인텔리를 꿈꾸는가?

양성평등2006.09.18
조회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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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유위유망(有爲有望)한 머리를 알코올로 마비 아니시킬 수 없게 하는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요.』하고, 긴 한숨을 내어 쉰다. 물큰물큰한 술 냄새가
방안에 흩어진다.
아내에게는 그 말이 너무 어려웠다. 고만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슨 벽이 자기와 남편 사이게 깔리는 듯하였다. 남편의 말이 길어질
때마다 아내는 이런 쓰디쓴 경헙을 맛보았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윽고 남편은 기막힌 듯이 웃는다.
『흥 또 못 알아 듣는군. 묻는 내가 그르지, 마누라야 그런 말을 알 수
있겠소. 내가 설명해 드리지. 자세히 들어요. 내게 술을 권하는 것은 홧증도
아니고 하이칼라도 아니요,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알았소? 팔자가 좋아서 조선에
태어났지,딴 나라에 났더면 술이나 얻어 먹을 수 있나…….』
사회란 무엇인가? 아내는 또 알 수가 없었다. 어찌하였든 딴 나라에는 없고
조선에만 있는 요리집 이름이어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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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 저 [술 권하는 사회]의 일부분입니다.
일제시대 "창백한 인텔리"라 불리우던 지성들의 자조 섞인 신음을 그린 소설로
제 학창 시절 교과서에도 실렸었던 작품입니다.

뜬금 없이 무슨 헛소리냐고 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한국형 페미니즘의 병폐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자꾸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자칭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남성비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결같이 선비적인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은근히 현재 양성평등 운동에 대한
폄하와 "페미니즘이야 말로 인류애의 발현"이자 "아름다운 에고이즘"이라는
논조를 띄고 있더군요.

그 중 가장 제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자칭 "불꽃남녀노동당"의 6월 27일자
사설 "페미니즘, 그 이름을 말하지 말라?"의 몇 구절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 여성에 관한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그 밑에 달리는 리플들의
99.9999999999999%는 욕하느라 여념이 없다. 합리적 대화나 이성 따위를 기대하느니
양변기에서 사다코를 찾는 게 차라리 더 현명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 사용자의 46%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의견은
안드로메다근처를 배회하며, 아주 가끔씩 UFO발견하듯이 볼 수 있을 뿐이다.
특히 페미니즘을 옹호하거나 그에 근거하는 발언이라도 했다가는 죽을 때까지
들어도 다 못 들어 볼 양의 욕설과, 어찌 알고 찾아왔는지 인터넷상의 개인적인
공간까지 찾아와서 뼈까지 싸악 발라주는 에프터 서비스까지 선보인다.
하고 싶은 말 한마디와 바꿔야할 대가치고는 너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

==> 여고생 강간 살인사건, 해외 원정 성매매 등 남성 관련 기사 밑에 달리는
수많은 여성들의 원초적인 욕설과 "한국놈들은 다 이래서 안돼"식의 리플들을
외면하시느라 눈이 많이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 순간만큼은 여성 악플러와의 일심동체화로 인해 헐크로 변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기억이 안나시는지도 모르겠군요.
아무리 "여성에 관한 기사"의 악플이 많다고 한들 "연예인 열애설"에 달리는
여성들의 악플보다 많기야 하겠습니까? 논점이 빗나갔다구요?

"여성에 관한 기사"의 악플만을 따지니 남성이 많을 수 밖에 없지 않나요?
단순히 악플만을 가지고 이야기 하기에는 먼저 기사 작성자의 논점이
잘못 되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듯 싶군요.
다시 사설 중 군가산점 폐지에 관한 구절을 짚어봅시다.

[ 그러나 그분노가 향해야 하는 곳이 군대를 가지 않는 여성인가? (중략..)
대체 왜 '국방부'가 아니고 '여성부'인가? 혹 군대의 경험이 수많은
군필자들의 정신을 군대에 말뚝 박아놓은 것은 아닌가? 그래서 '신'과도 같은
국방부가 아닌 '만만한' 여성들에게 그 분노를 표출하고 있지는 않은가? ]

==> 이 또한 무슨 폭설 내리는 날 연병장 삽질하는 소리입니까?
국방부 스스로가 군가산점을 폐지시켜 욕 먹을 이뭐병~짓을 한 것입니까?
현재 여성부에서 일하시는 그 분들! 그 분들이 여성단체에 있을 때 저지른
만행 아니던가요?
도둑을 맞으면 도둑놈을 욕하지 파출소에서 일하던 경찰관을 욕합니까?
정말 쌩뚱 맞군요.

이 쌩뚱 맞은 남녀불꽃노동당의 사이트를 방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칭 성인사이트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단순 성인들의 성적 해학과 만담을
즐기는 듯 표면상으로는 노출하고 있습니다만, 다음 구절을 보시기 바랍니다.


[ 남로당은 명랑사회 창달을 위해 페미니즘과 연대합니다! 여성의 권익과 자유
성장은 전인류의 인권향상과 자유증대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남로당 정식창당 전까지는 온라인에서 글로써 투쟁하겠습니다.]

==> 라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 저도 가기 싫은 군대를 갔다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를 살아갈
젊은이들과 제 아이들은 가기 싫고, 가서 좋을 거 없고, 평화를 위협하는
군대를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라는 이야기까지 합니다.
"평화를 위협하는 군대"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 아닙니까?
이 부분에 대해선 굳이 저 아니더라도 각주를 달아 주실 분들이 많을 듯 하여
그냥 "이뭐병~" 하며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한국형 페미니즘의 병폐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올린 글과는 약간은 성격이 다른,
뭔가 꼬집어 말할 수 없이 은근히 기분이 드러워지는 그런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남성에 대한 비판을 보면서 이들이 빠져 있는 자가당착에 대해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앞서 제가 인용한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를 보셨을 것입니다.
시대를 통틀어 권력과 재물에 연연하지 않고 시류를 비판하는 선비 정신은
만인의 귀감이 되고 민초의 등불이 되어 주었습니다.
봉이 김삿갓 처럼 시대를 유유자적하며 부질없는 세상사에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모습, 멋있지 않습니까?
먹여 살려야 하는 처자식이 없다면 저도 이렇게 살아도 한평생, 저렇게 살아도
한평생인 이 인생, 좀 더 멋있고 폼나게 살다 가고 싶습니다.

모임에서 가장 쉽게 모임 참가자들을 웃기는 방법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모임 참가자 중 누군가를 "희롱"하는 것입니다.
가장 저질 개그 중의 하나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쉽게 관객을 웃기기도 하지만, 굳이 개그맨이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거죠.
제 대학친구 중에 어떤 행사에 참석하면 꼭 뒷자리에 앉아서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의 말투, 행동 또는 사용된 단어를 나즈막한 목소리로 비아냥 거려
행사장을 웃음 바다로 만드는 녀석이 있습니다.
학과 사람들은 이 녀석이 개그맨을 능가하는 "사람 웃기는 재주"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루는 어떤 학과 행사 중에 또 다시 이 녀석의 특유의 입담이 발동되어
뒷자리에서 계속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자 행사를 진행하던 사회자가 그만
무대에서 내려가버리고만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학과 사람들은 그 정도도 감수하지 못한 사회자를 비난하고 그 녀석에게
"니가 더 잘하겠다"며 용기를 북돋워주고 무대에 올라가게 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지지열기 속에 마이크를 잡은 그 녀석,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무슨 농담을 해도 썰렁하고 반응이 신통치 않자 그만 "관객희롱" 개그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도가 지나친 "관객희롱"에 행사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모두들 그 녀석을
다시는 입담꾼이라 부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녀석은 다시 뒷자리에서 "비아냥 개그"를 구사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다시 웃기 시작하더군요.


누군가, 무언가를 비판하기는 무척이나 쉽습니다.
일례로 황우석 사태에서 가장 신랄한 비판의 선봉에 섰던 "DC 인사이드 생물
갤러리"에서는 서울대 교수들 조차 모르던 논문 조작 자료가 연일 쏟아져
나왔습니다.
평생 논문이라고는 한 편 써 본 적 없던 학부생들 마저 논문 조작 자료를
찾기에 정신이 없는 듯 하더군요.
하지만 이들이 학자적 양심을 비난할 때 국민여론은 어떠했습니까?
잘못은 비판하되, 연구 성과는 인정을 하자는 것이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만.
그러나 이러한 국민여론은 또 다시 오마이뉴스, 프레시안과 같은 진보(?)
매체와 참여연대, 한국 여성 정치 연맹 등의 시민 단체에 의해 "어리석은
파시즘"으로 불리우며 차디찬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고 말았습니다.
황우석 사태 이후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의 어떠한 방향제시, 대안도 없이
말이죠.
단지 "앞으로는 생명윤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학자적 양심은
학계 스스로 지켜내자"는, 한 마디로 "잘 좀 해봐라"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현재 바이오산업을 비롯해 국비가 지원되고 있는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감사가 지금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황우석 사태 때 그 많던 단체와 매체들, 여전히 감시를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으시겠죠~

대안 없는 비판을 통해 선비정신을 구가했던 시대는 이제 좀 끝내야하지
않을까요?
이제 막 기초를 다지려는 양성평등 운동에 대해 비판을 해주시는 진보 매체
주자분들에게 감히 한 말씀 드립니다.
양성평등운동이 싹수가 노랄 것 같은 기미가 보이신다면, 제대로 된 비판과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해 주십시요.
제대로 된 비판은 깊이 새겨 곁가지를 쳐내고, 제시해 주신 대안을 토론해
보겠습니다.
허나 아직도 일제치하 시대 정도의 무지몽매한, 계몽 대상으로서의 백성으로
밖에 여기지 않고 독설을 내뱉으신다면, "창백한 인텔리" 그대들의 면상에
크로캅 선수의 강렬한 하이킥 한방을 작렬 시켜 드리고 싶군요.

스쳐 지나가며 툭툭 내뱉는 말로 누군가를 조롱하는 데에 재미를 들인 그대,
진보 매체들!
이 한 마디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대 아직도 창백한 인텔리를 꿈꾸는가? 떠나라,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말기로!"

 

[원문보기] http://agorabbs1.media.daum.net/griffin/do/debate/read?bbsId=D110&articleId=227351&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