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는‘흥행수표’가 아니었다

김효제2002.09.13
조회320

“송이는 무늬만 팥쥐가 아닌가요. 어차피 왕자님이 내민 손길에 응하기만 하면 성공이 보장된 콩쥐나 신데렐라와 뭐가 다른 거죠?”

고전동화 ‘콩쥐팥쥐’의 역할을 뒤바꾼 재해석으로 관심을 모았던 MBC 미니시리즈 ‘내 사랑 팥쥐’가 인물설정 등에 대한 비난과 함께 예상 밖의 부진을 보인다. 이 드라마는 ‘별은 내 가슴에’ 등을 연출했던 트렌디물 흥행의 귀재 이진석 PD와 장나라·김재원 등 톱스타들이 손발을 맞춰 방영 전부터 ‘대박’을 예감했다. 그러나 첫회 시청률 14.9%(TNS 미디어코리아 조사)에 머문 뒤 지난주에는 11%로 간신히 두자릿수를 사수했다. 반면 같은 시간대의 SBS ‘야인시대’는 굳건히 정상의 인기를 유지했고, 초반 부진했던 KBS 2TV ‘러빙유’마저 20% 안팎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비판과 논란의 핵심은 송이역의 장나라. 송이는 추한 외모에 시종 제멋대로 행동하며 주변의 빈축을 사는 역할이다. ‘천사표’로 위장한 희원(홍은희)의 농간에 송이는 “어머니, 왜 나를 이렇게 낳으셨나요!”라며 절규한다. 그러나 귀엽고 앳된 얼굴의 장나라가 팥쥐 역할에는 ‘자격미달’(?)인지 전체적인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출자인 이PD조차 “팥쥐는 못생겨야 하는데 장나라의 예쁘장한 외모가 고민”이라고 농반진반의 고충을 토로했다.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다소 과장된 연기로 주목받은 장나라는 이번에도 엇비슷한 이미지로 일관, “(연기력이)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회의론마저 나오고 있다.

 

SBS 주말극 ‘라이벌’에 중복 출연중인 김재원의 캐릭터도 드라마 안착의 걸림돌. 김재원은 최근 브라운관에서 얼치기 건달(라이벌)과 귀공자풍의 재벌2세(내 사랑 팥쥐)로 양극단을 오가며 시청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초라한 여주인공이 백마탄 ‘왕자’와 사랑을 이뤄 신분상승을 꾀하는 식상한 구성 역시 지적된다. ‘라이벌’ ‘러빙유’ 등 최근 방영된 트렌디 드라마들이 모두 ‘신데렐라 콤플렉스’에만 의존하며 복사판을 찍어냈기 때문이다. 시청자 안순길씨는 “배경과 인물만 빼면 내용 전체가 너무나 똑같은 드라마들에 이젠 진저리가 난다”며 “톱스타들만 앞세워 장사를 해보려는 편의주의적 발상이 드라마의 하향 평준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작진은 최근 드라마의 2회 연장을 결정했다. “재미만을 추구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8회면 충분하다”던 이PD의 당초 약속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것이다. 그나마 완성도를 높여보려는 고육책이라면 다행스럽다. 그러나 ‘일단 늘리고 보자’는 구태를 벗지 못한다면 결국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