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고개를 들어 서산으로 기우는 달을 바라 보았다. 이렇듯 달빛이 밝은 밤이면 아버지는 대금을 불었다. 길게 흐르다 굽어지고 높게 끓어질 듯 이어지다가 낮게 흐느끼는 그 단소의 소리가 북두봉을 돌아서 계곡마다 흩어지면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정이 얼마나 사무치는 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 "주인님은 강호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하여 북두봉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무림의 복수는 당연히 쫓아 올 것이기에 주인마님 조차도 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주인마님을 찾아서 주인님의 뜻을 전달할 사람은 바로 도련님입니다."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항상 소년의 가슴에 남아 있다. 천봉자는 어머니가 무공이 폐하여 진 상태로 신오무교의 깊은 산 속에 연금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혹시나 언젠가는 천봉자가 살아 있다면 찾아 오리라고 신오무교의 교주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 이였다. 그러나 일단 북두봉에 은거한 천봉자는 두문불출하고 무림과 담을 쌓고 지냈다. 죽림장에서 자신의 손에 죽거나 폐인이 된 많은 고수들의 추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림의 오대문파와 이대교파를 적으로 삼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무림강호에서는 발을 디딜 곳이 없다는 말이다. 어찌하여 의협심이 두텁고 호방한 천봉자가 그들을 적으로 삼는 터무니 없는 일을 하였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자혈검을 둘러 싼 암투와 오해가 모든 무림들이 천봉자를 공적으로 만들었으며 마땅히 어는 문파에도 속하지 않았던 천봉자가 그 중에서도 제일 만만한 존재로 비쳤기 때문 이였다. 그러나 천봉자는 의외로 강하였다. 아니 강한 정도가 아니라 한 문파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하여 파멸 시킬 수 있을 정도의 무공을 가졌던 것이다.
오죽하면 삼 일간의 낮과 밤을 벌인 삼 십 여명의 고수들과의 차륜전에도 아기를 등에 엎은 채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을까...... 상상도 하기 싫은 혈전이었기에 천봉자가 살아 있다는 것만 알았으면 그들은 당연히 천봉자 뿐 만이 아니라 그의 아들의 목숨도 노렸을 것이다. 다행히 이 북두봉은 무림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천봉자가 무림의 일가를 이 곳에서 이루려고 은밀하게 봐 둔 곳이다. 그리하여 이 곳의 중심인 북두봉 정상에 석실을 마련하여 파한천의 천기도를 천장에 모셨던 것이다.
노인의 투명한 눈에 순간적으로 비장함이 흘렀다. 화석처럼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소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노인의 안광이 더욱 예리해졌다. "지금 무림강호에는 저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주인님이 그렇듯 염려를 하고 또한 평생을 통하여 찾아 없애려던 저주의 자혈검이 출현하였다고 합니다. 오 백년의 세월 동안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자혈검이 드디어 주인을 만났다고 합니다. 피비린내의 전설이 이제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한 숨을 쉬는 노인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4
과연 자혈검(自血劍)의 전설이란 무엇인가...... 검의 섬광이 한 번 번뜩이면 그 아래에 피가 뿌려진다. 아무리 고수라고 하여도 오 초의 초식을 넘지 않는다고 하여 오혈검(五血劍)이라고도 한다. 오 초를 넘으면 그 검을 운용하는 자에게 자혈검의 검기가 역류 된다. 그리하여 역류 검기에 의하여 모든 혈도에 화를 입게 되어 즉시에 피를 토하며 죽는다. 일단 뽑혀진 자혈검은 피를 부른다. 피를 마시지 않으면 주인에게 반항한다.
오 백년 전에 강호에 철소마(鐵蘇魔)라는 대장쟁이가 있었다. 조상 대대로 칼만 만드는 집안 이였다. 철소마는 가업을 이어 평생을 칼을 만들었다. 요리하는 칼부터 시작하여 도축하는 칼까지 모든 칼을 만드는 솜씨가 뛰어났다. 물론 그가 만든 칼은 날카롭고 단단하여 누구든지 평생을 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사람을 베는데 사용하는 검은 만들지 않았다. 천금을 가지고 와서 아무리 간청한다고 하여도 무림의 칼은 만들지 않았다.
그 당시에 반조(斑組)라는 무림인이 있었다. 그는 당대의 최고라는 검객으로서 성격이 포악하고 잔인한 인물 이였다. 한 자루의 검으로서 무림을 통일하여 보려는 야심 찬 그는 강호를 유랑하며 많은 고수들과 승부를 겨루었다. 어느 날 반조가 철소마를 찾아 왔다. 물론 당대 최고의 검객이 당대 최고의 검을 소유하려는 욕심으로 철소마에게 최고의 검을 한 자루 만들어 주기를 부탁 하였다. 물론 거절 당하였다. 이에 포악한 반조는 그 당시에 미인으로 소문난 철소마의 아내를 납치 하였다. 몇 칠 후에 철소마는 산 속에서 반조에게 겁탈을 당하고 목이 짤린 아내의 시신을 발견하였다.
백 일간의 풀무질...... 철소마는 반조에 대한 원한을 품고 한 자루의 검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글거리는 숯불 속에서 뻘겋게 달구어진 쇠를 꺼내어 두드렸다. 스스로의 팔뚝에서 피를 내어 핏 물에 뜨거운 쇠를 당금질 하고, 다시 불 속에 달구고 두드리고 하면서 검을 만들었다. 드디어 백일간의 작업 끝에 원혼을 검에 불어넣고 철소마는 그 검을 반조에게 보냈다. 물론 철소마는 인편으로 그 검을 보내자마자 몰골만 남은 채로 풀무 앞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자혈검을 손에 쥔 반조는 경악하였다. 자혈검의 칼날 양면에 가득 글이 새겨져 있었다.
자혈비급...... 무림에서 제일의 검객으로 명성이 자자한 그가 얻으려 했던 명검 이였으나 불길하게 받은 검은 고사하고라도 그 검의 양면에 가득 새겨진 자혈검을 운용하는 비급을 본 반조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오 초의 초식만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로 시작된 자혈비급의 검법은 실로 살수로부터 시작하여 살수로 끝나는 무서운 초식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급을 읽어 갈 수록 신묘한 살수로 이어진 검법의 변화에 반조는 빠져 들었다. 지금까지 자기가 자부한 무공은 이것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하고 보잘 것 없었다.
신묘하고 화려한 비급의 내용은 공포였다. 포악하기로 소문난 반조가 보기에도 너무나 끔찍한 살수였다. 명검에 어울리는 검법, 반조는 그 검의 칼날 양면에 새겨진 비급을 연구하였다. 넉자 길이의 단순한 검 한 자루가 이렇듯 오묘한 경지의 극을 달릴 줄을 이제서 깨달았다.
몇 년간 자혈비급을 연구한 반조는 무림의 고수들을 상대하여 자혈검을 운용하여 보기로 하였다. 실로 오초를 넘기는 고수는 없었다. 몸을 날리는 순간에 칼집에서 뽑혀져 나온 자혈검의 섬광이 번뜩하면 그 아래에 피가 흐른다. 푸른 검기가 일초, 이초, 삼초, 사초, 오초......의 반대 방향을 거스르는 변화를 일으키면 상대방은 쓰러지고 만다. 오 초가 넘으면 이 쪽이 검기의 역류에 의하여 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혈비급의 첫머리에 쓰여진 글귀가 바로, "오 초의 초식만이 죽음을 피할 수 있다."인 것이다.
천무 / 天武...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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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고개를 들어 서산으로 기우는 달을 바라 보았다.
이렇듯 달빛이 밝은 밤이면 아버지는 대금을 불었다. 길게 흐르다 굽어지고 높게 끓어질 듯 이어지다가 낮게 흐느끼는 그 단소의 소리가 북두봉을 돌아서 계곡마다 흩어지면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정이 얼마나 사무치는 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
"주인님은 강호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하여 북두봉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무림의 복수는 당연히 쫓아 올 것이기에 주인마님 조차도 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주인마님을 찾아서 주인님의 뜻을 전달할 사람은 바로 도련님입니다."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항상 소년의 가슴에 남아 있다.
천봉자는 어머니가 무공이 폐하여 진 상태로 신오무교의 깊은 산 속에 연금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혹시나 언젠가는 천봉자가 살아 있다면 찾아 오리라고 신오무교의 교주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 이였다. 그러나 일단 북두봉에 은거한 천봉자는 두문불출하고 무림과 담을 쌓고 지냈다. 죽림장에서 자신의 손에 죽거나 폐인이 된 많은 고수들의 추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림의 오대문파와 이대교파를 적으로 삼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무림강호에서는 발을 디딜 곳이 없다는 말이다.
어찌하여 의협심이 두텁고 호방한 천봉자가 그들을 적으로 삼는 터무니 없는 일을 하였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자혈검을 둘러 싼 암투와 오해가 모든 무림들이 천봉자를 공적으로 만들었으며 마땅히 어는 문파에도 속하지 않았던 천봉자가 그 중에서도 제일 만만한 존재로 비쳤기 때문 이였다. 그러나 천봉자는 의외로 강하였다. 아니 강한 정도가 아니라 한 문파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하여 파멸 시킬 수 있을 정도의 무공을 가졌던 것이다.
오죽하면 삼 일간의 낮과 밤을 벌인 삼 십 여명의 고수들과의 차륜전에도 아기를 등에 엎은 채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을까...... 상상도 하기 싫은 혈전이었기에 천봉자가 살아 있다는 것만 알았으면 그들은 당연히 천봉자 뿐 만이 아니라 그의 아들의 목숨도 노렸을 것이다.
다행히 이 북두봉은 무림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천봉자가 무림의 일가를 이 곳에서 이루려고 은밀하게 봐 둔 곳이다. 그리하여 이 곳의 중심인 북두봉 정상에 석실을 마련하여 파한천의 천기도를 천장에 모셨던 것이다.
노인의 투명한 눈에 순간적으로 비장함이 흘렀다. 화석처럼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소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노인의 안광이 더욱 예리해졌다.
"지금 무림강호에는 저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주인님이 그렇듯 염려를 하고 또한 평생을 통하여 찾아 없애려던 저주의 자혈검이 출현하였다고 합니다. 오 백년의 세월 동안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자혈검이 드디어 주인을 만났다고 합니다. 피비린내의 전설이 이제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한 숨을 쉬는 노인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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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자혈검(自血劍)의 전설이란 무엇인가......
검의 섬광이 한 번 번뜩이면 그 아래에 피가 뿌려진다. 아무리 고수라고 하여도 오 초의 초식을 넘지 않는다고 하여 오혈검(五血劍)이라고도 한다. 오 초를 넘으면 그 검을 운용하는 자에게 자혈검의 검기가 역류 된다. 그리하여 역류 검기에 의하여 모든 혈도에 화를 입게 되어 즉시에 피를 토하며 죽는다. 일단 뽑혀진 자혈검은 피를 부른다. 피를 마시지 않으면 주인에게 반항한다.
오 백년 전에 강호에 철소마(鐵蘇魔)라는 대장쟁이가 있었다.
조상 대대로 칼만 만드는 집안 이였다. 철소마는 가업을 이어 평생을 칼을 만들었다. 요리하는 칼부터 시작하여 도축하는 칼까지 모든 칼을 만드는 솜씨가 뛰어났다. 물론 그가 만든 칼은 날카롭고 단단하여 누구든지 평생을 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사람을 베는데 사용하는 검은 만들지 않았다. 천금을 가지고 와서 아무리 간청한다고 하여도 무림의 칼은 만들지 않았다.
그 당시에 반조(斑組)라는 무림인이 있었다.
그는 당대의 최고라는 검객으로서 성격이 포악하고 잔인한 인물 이였다. 한 자루의 검으로서 무림을 통일하여 보려는 야심 찬 그는 강호를 유랑하며 많은 고수들과 승부를 겨루었다.
어느 날 반조가 철소마를 찾아 왔다. 물론 당대 최고의 검객이 당대 최고의 검을 소유하려는 욕심으로 철소마에게 최고의 검을 한 자루 만들어 주기를 부탁 하였다. 물론 거절 당하였다. 이에 포악한 반조는 그 당시에 미인으로 소문난 철소마의 아내를 납치 하였다. 몇 칠 후에 철소마는 산 속에서 반조에게 겁탈을 당하고 목이 짤린 아내의 시신을 발견하였다.
백 일간의 풀무질......
철소마는 반조에 대한 원한을 품고 한 자루의 검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글거리는 숯불 속에서 뻘겋게 달구어진 쇠를 꺼내어 두드렸다. 스스로의 팔뚝에서 피를 내어 핏 물에 뜨거운 쇠를 당금질 하고, 다시 불 속에 달구고 두드리고 하면서 검을 만들었다. 드디어 백일간의 작업 끝에 원혼을 검에 불어넣고 철소마는 그 검을 반조에게 보냈다. 물론 철소마는 인편으로 그 검을 보내자마자 몰골만 남은 채로 풀무 앞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자혈검을 손에 쥔 반조는 경악하였다. 자혈검의 칼날 양면에 가득 글이 새겨져 있었다.
자혈비급......
무림에서 제일의 검객으로 명성이 자자한 그가 얻으려 했던 명검 이였으나 불길하게 받은 검은 고사하고라도 그 검의 양면에 가득 새겨진 자혈검을 운용하는 비급을 본 반조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오 초의 초식만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로 시작된 자혈비급의 검법은 실로 살수로부터 시작하여 살수로 끝나는 무서운 초식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급을 읽어 갈 수록 신묘한 살수로 이어진 검법의 변화에 반조는 빠져 들었다. 지금까지 자기가 자부한 무공은 이것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하고 보잘 것 없었다.
신묘하고 화려한 비급의 내용은 공포였다. 포악하기로 소문난 반조가 보기에도 너무나 끔찍한 살수였다. 명검에 어울리는 검법, 반조는 그 검의 칼날 양면에 새겨진 비급을 연구하였다. 넉자 길이의 단순한 검 한 자루가 이렇듯 오묘한 경지의 극을 달릴 줄을 이제서 깨달았다.
몇 년간 자혈비급을 연구한 반조는 무림의 고수들을 상대하여 자혈검을 운용하여 보기로 하였다. 실로 오초를 넘기는 고수는 없었다. 몸을 날리는 순간에 칼집에서 뽑혀져 나온 자혈검의 섬광이 번뜩하면 그 아래에 피가 흐른다. 푸른 검기가 일초, 이초, 삼초, 사초, 오초......의 반대 방향을 거스르는 변화를 일으키면 상대방은 쓰러지고 만다. 오 초가 넘으면 이 쪽이 검기의 역류에 의하여 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혈비급의 첫머리에 쓰여진 글귀가 바로, "오 초의 초식만이 죽음을 피할 수 있다."인 것이다.
(( 라이코스에서 활동하시는 월하벽송 / viking999 님의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