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라는 분들 필독! 젊음=건강하다 라는 공식이 필수적인 건 아닙니다..

장애인2006.04.07
조회273

보조기를 착용하고 왼발, 오른 발 순서를 중얼거리며 한 발씩만 뗄 수 있는 젊은 세대 장애인입니다.

평소 병원 재활 치료를 다니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의 몰상식한 행동- 무대포로 일단 밀고 들어가기 나오기, 무조건 어른이 먼저다-에 분이 차고는 하는데 오늘은 정말 참지 못하겠더군요. 재활치료를 3층에서 받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2층에서 문이 열리자 제 옆에 있던 나이 드신 남자 분, '2층입니다'라는 음성 안내를 1층으로 착각하신 듯 내리자고 하시더군요. 으례 그렇듯이  저를 문쪽으로 밀면서요. 여기 1층이 아니고 2층이라고 말해도 막무가내입니다. 내리자는데 저보고 왜 잠깐 비켜주지 않고  버티고 서있냐더군요. 멀쩡한 몸이었으면 살짝 몸만 비틀어 비켜 서 드릴 수도 있었습니다. 아니, 멀쩡했을 때는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몇 분 간 계속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많은 병원에서는 더 그랬었죠. 간혹 저도 2,3층을 올라가는데 몸이 멀쩡하면서도 굳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 보면 속으로 엄청 욕했습니다. 바로 뒤에서는 휠체어를 타신 분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순간, 정원이 초과되었다는 경고음이 울리구요. 그 휠체어 타신 분들은 머쓱해 하며 도로 내리십니다. 1층에서 저랑 같이 타신 분들 2,3층에서 씩씩하게 내려 걸어가더군요.

여하튼, 저는 지금 왼쪽 몸 전체 마비라 한 발로 균형를 잡고 서 있지 못하고 몸을 비트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젊은 놈이 어르신이 내리겠다는데 왜 버티고 서있냐는  표정인데 우리나라 헌법에 젊은이는 모두 건강하다는 조항이 성문화 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 가끔가다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에 있던 분이 아, 젊은 놈이 3층에서 걸어서 내려가지 쯔쯧..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속으로, 그랬어요. 저 멀쩡했을 때 그랬다고요. 말하고 싶지만 그냥 꾹 참았습니다. 우리나라는 괜히 대꾸해봤자 어린 놈이 어디 버르장머리 없이... 이 말부터 나오지 않습니까?

미국에 잠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도 물론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임은 틀림없었지만, 어른이 말하는 게 무조건 최고이고 어른이 생각하는 게 항상 옳다는 풍토는 없었습니다. 그런 그네들이 부러웠습니다.

저도 이다음에 나이 지긋한 어른이 될 테지만 우리나라의 고지식한 미신과 풍조, 그리고 어른 정말 싫어합니다. 증오할 정도로요.

혹시 이 글을 보시게 되는 어른 분들, 아니 젊은 여러분. 주위 어르신들에게 전해주세요. 엘리베이터에서는 차례를 지키고 앞사람 좀 밀지 마시라구요.

오늘은 너무 열이 올라 위험을 무릅쓰고 2층에서 문이 열렸을 때, 그냥 거기서 내리고 비상계단 통로로 난간을 붙잡고 한 계단씩 디디며 내려왔습니다.

겉보기에 젊다고 속까지 젊은 건 아닙니다. 인생의 경험 어쩌고 하시는데... 왜 그런 건 경험 못하시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