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하니] 열 여덟살의 자서전(7)

서석하2002.10.16
조회214

(부제 : 운명적인 만남3)


녀석은 제법 괜찮다는 정식이 든 비닐봉투를 내게 건네주고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초저녁 이른시간의 한심무쌍해 보이는 한쌍의 고딩이들을 사람들은 곱잖은 시선으로
흘깃 거렸다.

 

나는 열심히 짱구를 굴렸다.
전혀 원하지 않았던 이 불행한 만남을 어떻게 종결시켜야 할지를 골똘히 생각했다.
녀석이 시선을 맞추며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달리는 전동차 소리와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들어찬 사람들의 웅성거림 때문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못 들었다고 다시 묻기도 그렇고 해서 걍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었다.
녀석이 환하게 웃어보였다.
녀석의 웃는 모습이 고삿상의 돼지머리 같다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쿡쿡거리며 웃음
이 나왔다.

잠시후... 전동차가 잠실역에 도착했다.

 

"다왔는데 내리죠." ^^

"아직 두 정류장 더 가야 하는데...여~ " ㅡ ㅡ;
"에이~ 아까 내가 롯데월드 갈거냐고 물었더니 그러자고 했잖아요." - -+
"내... 내가...!!!"

 

<이론... C~8 스러울데가...!!! 아까 한 말이 거기 가잔 소리였어!>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어쨋거나 내 불찰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안경쓴 돼지를 따라 내렸다.

 

"어차피 지금 집에가야 야자 빼먹었다고 부모님께 꾸지람만 듣잖아요."
"걍 놀다가 적당한 시간에 들어가면 되죠." ^^;
"나한테 자유이용권 이벤트 행사에서 받은 자유이용권 두 장 있거든요."

 

<헉... ㅡ ㅡ++ 이 쉐이가 생긴 거 하곤 다르게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그랬다.
태기는 조금은 둔해보이는 몸집과는 달리 치밀한 녀석이었다.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집 두 정류장 전에 롯데월드가 있다는 것부터 해서 입수가
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 둔 모양이었다.

 

"자~ 저기 파라솔에 가서 식사부터 하죠."

 

녀석은 내 대답도 듣지않고 성큼성큼 파라솔을 향해 걸었다.
뒤에서 보아도 영락없는 돼지였다.

 

<하나님! 내 운명 어디에 저런 돼지와의 만남이 설정되었단 말입니까?> ㅡ ㅡ;;

 

추천은 독감예방에 효험이 있음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