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하니] 열 여덟살의 자서전(9)

서석하200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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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운명적인 만남 5)

 

단어 서너개 외우기에 적합한 거리인 두 정류장을 오는 동안 녀석이 곁에 있는듯 한
착각이 들었다.

 

<젠장!!! 쫌만 더 생길 것이지.> - -;

 

<그래도 수재라잖아. 어떻게 사람이 완벽할 수가 있겠어!!!>

 

<수재니까... 뭐 명문S대 정도야 무난히 갈 것이고 또 거길 나오면 보증수표라던데...!>

 

<아 씨박... - -;;; 그래도 쫌만 더 생길 것이지. 고삿상 돼지머리라니...!!!>

 

<생긴 거 하고 지능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건가? 하긴 잘생기고 똑똑하기까지 하면...!!!>

 

<그나마 돗수 높은 안경이라도 걸친 게 얼마나 다행이야.>

 

<사색하는 부르조아 같잖아!> ㅋㄷㅋㄷ

 

<안경마저 없었더라면 영락없는 고삿상의 돼지대가린데...!!! ㅋㅋㅋ>

 

<그런데 집안 형편은 별론가!>

 

<한 달 용돈으로 데이트를 해야 한다니...> ㅡ ㅡ;;

 

<하긴... 원래 좀 가난한 집 아그덜이 독한면은 있잖아.>

 

<가만...!!! 그러고보니 이 인간 머리 좋은 거 빼면 볼 게 암것도 없네!> - -;;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이런 우울한 생각들을 했다. 
만나면 기선제압부터 하려드는 설익은 아이들에 비하면 내게 얼마나 지극 정성이었던가.
거의 여왕이지 않았는가.

 

<여왕과 시종!>

 

머리좋은 시종하나 거느리는 것도 썩 나쁜 일 만은 아닐것이다.
암튼 녀석에 대해서는 차차 알아가기로 하자.

옷을 갈아입고 샤워준비를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메시지 였다.

 

'영원히 잊지못할 하루였습니다. 행복한 꿈 꾸세요~ ♡^^♡ 태기'

 

<헉... 이 쉐이가... 봐줄만 하다 했더니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ㅡ ㅡ;;

 

그날 밤, 나는 밤새도록 돼지우리 속에서 돼지들과 어울려 뒹구는 꿈을 꾸었다. - -;;

한동안 그 좋아하는 삼겹살을 입에 대기가 두려우리란 생각이 들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의 예약은 추천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