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상담에 다녀와서....

우리정이2006.04.10
조회180

7살짜리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저희 부부가 맞벌이인지라  아이는 5살부터 집 앞에 있는 시립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 어린이집은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선생님들도 좋고, 시설도 좋고, 잘 운영되고 있는 어린이집으로 소문나 있는 곳입니다.

3년째 아이를 보내면서 불만은 거의 없었는데...지난 주 토요일에 조금 생각해보게 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1년마다 반이 바뀌면 매 학기 초마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의 부모와 담임선생님과의 부모상담하는 시간을 갖곤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학부모상담을 하더군요.

 

아이의 선생님이 이번에 다른 곳에서 새로오신 분이고 오리엔테이션때 못 뵈어서 꼭 뵈어야지 하고 상담을 벼르고 있었습니다.

 

7살반은 A그룹, B그룹으로 나누어서 한다는데 선생님이 직접 그룹을 정해 시간에 맞춰 오라고 안내문을 보내더군요. 뭐, 시간 변경을 원한다면 변경신청하라고 했긴 했지만 상담일은 4월 8일은 저도 회사를 하루 쉬기로 작정을 해서 변경을 하진 않았습니다. 제작년에도, 작년에도 그랬듯이 부모들의 상황에 맞춰서 그룹을 나눴겠지 했거든요. (저는 토요일도 출근을 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상담시간을 A그룹 10시로 해주신 줄 알았습니다)

 

10시에 맞춰서 어린이집에 갔습니다.

교실로 들어서니 책상 위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쓰인 클리어 화일이 2권씩 놓여있더군요.

클리어 화일 겉에는 활동 주제(제목)이 적혀있었습니다.

안을 보니 아이가 서툰 글씨로 열심히 써내려간 것들과 그림들이 가득했습니다.

 

10시에 딱 맞춰 도착했는데도 제가 1등이더군요.

한참 지나서야 다른 어머님들이 도착했습니다. 결국 10명중 5명인가 6명이 참석했습니다.

대부분 여자아이들의 어머니였고, 어머님들이 오지 않은 아이들의 화일을 보니 여자아이 이름이 많았습니다. 제 기억에는 남자아이는 저와 다른 어머니 2명이었던 것 같군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선생님께서 열심히 어떤 활동을 하고 있고 계획하고 있는지 얘길 하시더군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기초 생활 습관과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학습능력, 집중력등의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본인은 말을 직설적으로 하며, 욕심도 많다고 하더군요. 얘기만 들어봐도 이 선생님, 열정이 가득하구나, 싶더군요. 간혹 말씀 중에 아직 한참 말하기를 익히는 아이들이 듣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있다는게 아쉽긴 했지만요. 설마 아이들 앞에서는 대빵..같은 말을 안쓰겠지요. 뭐 그 외에도 어린이집 선생님으로서는 헉! 할만한 표현을 쓰시기도 했지만 제가 주로 쓰는 말이 아닌지라 기억이 잘 안나네요.

 

어린이집에서 여러 가지 학습을 할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을 거다, 어린이집에서 많이 하니까 집에서는 학습지다, 학원이다 너무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말고 푹 쉬고 놀게 해줘라...뭐, 이건 맞는 말씀이고, 저도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한 편으로는 내년에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여러가지로 걱정되고, 또 주위에서 들리는 말이 있는지라 소심한 A형인 저는 겁도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내 아이를 신뢰하기 때문에, 그동안 자라오면서 아이가 제가 보여준 모습들이 있기에 부모 욕심이 앞서 아이를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다시금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A그룹과 B그룹을 어떤 기준으로 나눈 줄 아느냐...

A그룹은 집중력도 좋고, 기초 생활습관도 비교적 잘 익힌 아이들이고,

B 그룹은 산만하고, 기초 생활습관에 문제가 좀 있는 아이들이라고 하네요..

 

내 아이가 A그룹에 속해있다는 건 감사할만한 일이긴 했지만, B그룹을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본인이 말씀하셨든 직설적인 성격이라 그렇게 얘기 하셨겠지만 B그룹에 속한 아이들의 부모님들께서 이 얘기를 들으신다면 충격이 크시겠다 싶었습니다.

 

7살짜리 아이들이 집중력의 차이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고, 기초 생활습관도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습니까? 이제 세상에 조금씩 적응해나가기 시작하는 어린아이들을 잘하는 아이, 모하는 아이..이런 식으로 구분을 하다니... 그리고 그 나이 때는 보통 여자아이들이 더 영리하고, 더 차분하고, 그렇지 않나요? 반면 남자아이들은 좀 산만하고, 장난하기 좋아하고,,엉뚱하고 ...그렇구요. 전 우리 아이가 예전보다는 많이 개구져지고 명랑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소심한 면이 남아 있어 걱정스러운데요.(우리 아이도 소심한 A 형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마음 속으로 아이들을 그렇게 나눴더래도 부모님들 앞에서는 B그룹 얘기는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선생님께서는 잘 하면 잘한다, 못하면 못한다..분명하게 얘기하신다는데, 2학기 상담 때는 아이 하나하나의 장점 단점을 다 얘기해주신답니다. 벌써부터 겁이 납니다.

 

아이들도 선생님이 자신들을 그렇게 그룹을 나눴다면 상처를 받을텐데...

절대 몰라야겠죠. 아직도 같이 지낸 시간이 많으니까요..

 

정말 처음으로 이런 선생님을 믿어도 될까....생각했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를 일종의 우열을 구분짓는다는 것..

아무리 세상이 살아가기 험하다지만...

집중력이 30초든 1분이든 산만하든 그렇지 않든, 밥을 제 시간이 먹든, 너무 늦게 먹든

아이가 올바로 자라는데 꼭 중요한 것만은 아닐텐데요..

 

점점갈수록 교육과 보육의 중심이 성적, 우수한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걸로 되어가는 것 같아 두렵네요..

 

만약 다음에도 이런 분위기를 보이신다면 정중하게 선생님 그러시지 마세요...라고 얘기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