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역사 대학가요제 따지지 말고 즐겨라

임정익200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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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섯 해째 대학가요제가 지난 주 토요일 열렸다.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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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게 해줘서 고맙다'는 의견과 함께 '이젠 문을 닫아야 할 때'라는 의견도 눈에 띈다. '왜 그 노래가 상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는 의혹의 시선 밑에는 '그건 당신의 취향일 뿐'이라는 점잖은 충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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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요제의 변치 않는 세 요소는 대학.가요.축제다. 그렇다면 첫째, 대학의 기백이 살아 있어야 한다. 대학문화는 대항 문화다. 세상이 비틀거리거나 안일에 젖어 있을 때 벌처럼 날아가 독침을 쏘아야 한다. 둘째, 가요는 가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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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과 배에 힘주기보다는 마음과 귀를 즐겁게 해 대중적 삶의 무게를 덜어주어야 한다. 셋째, 너무 경쟁적이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축제다. 영어 제목도 '캠퍼스 송 페스티벌'이지 '콘테스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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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주변부터 떠들썩했다. 지하철 7호선 숭실대역부터 행사가 열린 운동장까지 온통 젊은이의 물결이었다. 응원단이냐고 물었더니 윤도현 보러 왔단다. 그 대답에 가식이나 꾸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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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아마추어들의 무대를 지켜볼 것이다. 그 풋풋함에 매료돼 스스로 젊음을 확인한다면 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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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직전에 등장한 들국화의 전인권은 윤도현 밴드와 함께 '돌고 돌고 돌고'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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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 준 무대였다. 대학가요제 출신으로 심사를 맡은 배철수는 '가슴이 뛴다. 대학가요제는 젊은이의 축제로 영원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해서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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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을 보니 1, 2부 평균이 10퍼센트 정도다. 보는 사람이 적으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한 마디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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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일년 3백65일 중 하루, 그 하루 중에서도 3시간을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이에게 할애하는 게 부당한가. 아마추어의 노래, 그것도 처음 들어보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시청자는 적다. 그렇다면 옛날엔 왜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했냐고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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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왜 그렇게 고교 야구가 인기 있었나 생각해 보라. 고교 야구가 인기 없다고 고교 야구를 없앨 수는 없다. 대학가요제는 TV가 만들었고, 26년을 공들여 지켜온 문화재다. 없애면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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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요제에는 가수를 꿈꾸는 학생들만 나오는 게 아니다. 가수 등용문도 좋지만 축제 한마당도 좋다. 대학시절의 멋진 추억 하나 만들어 보려고 나오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러니 왜 거기서 히트곡이 안 나오느냐고 따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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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들어 대학가요제는 기획사에서 작정하고 키우는 예비 가수들의 출연을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래서 대학가요제에서 줄줄이 가수를 배출하던 시절에는 가수 되려고 대학 간다는 말이 낯설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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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달라졌다. 끝까지 노래 부르고 싶은 젊은이들은 고단한 길을 돌아 결국 대중과 만난다. 지금 막 뜨고 있는 불독 맨션의 이한철은 94년도 대상 수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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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도에 입상한 김경호도 대학가요제에 나온 지 한참 지나서야 떴다. 93년도에 출연한 배기성(캔)이 대중에게 다가간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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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하려고 하지말고 감상만 하지도 말고 빠져들어라. 바다 앞에서 바다의 온도, 오염도를 분석하다가는 결코 바다를 사랑하지 못한다. 바라만 보고 파도 소리만 듣다가는 바다의 친구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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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젊음의 바다에 첨벙 뛰어들어라. 젊음과 하나가 되고 싶다면서 뭐 그리 이것저것 따지려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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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