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빨의 비애

김항준2002.10.25
조회1,223
제목 보시고 눈치까셨겠지만 제가 한 화장빨 합니다.
간단한 일례를 들어보이자면
오랜만에 보는 사촌오빠가 저한테 인사를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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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난인줄 알았습니다.
근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진짜 못알아봤답니다.
무지하게 충격먹었습니다.

언젠가는 또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친한친구들 몇 명이 모여 우리집에서 술 퍼먹기로 했던날이었습
니다.
본격적으로 마시기위해 세수를하고 들어온 저에게 방에있던 친구
들이 한마디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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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눈깔어"

네. 저 이러고 삽니다.
저라고 왜 걱정이 안되겠습니까?
신혼첫날밤 "누구세요?"
이딴 유머가 저한텐 유머가 아닌 현실입니다.
나름대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가끔 맨얼굴을 보여줘서
적응을 하게 만드는겁니다.

그러던 어느날.
무지하게 큰맘먹고 드디어 맨얼굴로 약속장소에 나갔습니다.
말이 맨얼굴이지 달리는 차안에서 다시집에 갈까? 말까?의 고비
를 수없이 넘었습니다.
중간에 맘 변해서 지하철 화장실이라도 가서 화장할까봐
아예 화장품을 하나도 안가지고 나갔습니다.
이정도면 대단한 각오 아닙니까?

드디어 커피숍 도착.
아직 안왔더군요.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과연 뭐라고 할까? 많이 놀랄까? 첫마디가 뭘까?'

드디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쉐이.

커피숍을 한번 휭 둘러보더니 빈자리에가서 앉습니다.
아예 알아보지도 못합니다. 내 참....
그 자리에서 "나 여깄어" 부르기가 쪽팔렸습니다.
전화를 했습니다.

그 쉐이 : "나 지금 왔는데 어디쯤 오고있어?"
나 : "나도....왔어."
그 쉐이 : 어디?
두리번 거리다가 눈이 마주칩니다.
순간 그 표정.

그 쉐이 표정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제가 답답합니다.

엉기적 엉기적 제 자리로 오더군요.
남들이 보면 소개팅이라도 하는줄 알았을 겁니다.
과연 첫마디가 뭘까? 무지 떨렸습니다.
그런데 이쉐이 말을 안합니다.
일치른 놈처럼 줄담배만 연신 피워댑니다.
연기와 함께 꺼지라는거야 뭐야?
그렇게 몇 대를 피워대더니 드디어 입을 엽니다.
뭐라는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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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기야."

아!!! 졸라 비참합니다.
사기라니. 내가 돈을 떼먹었냐? 뻥을 쳤냐?

그뒤론 어떻게 됐냐구요?
당연히 끝입니다. 그런말을 듣고 내가....
네. 차였습니다.

돈들여, 시간들여 화장하면 차이 나는건 당연하지 똑같으면 뭐하
러 화장합니까?
이쁜 연예인들, 화장안하고 성형안한 원래 얼굴 보면 말도 아닙
니다.
남자분들. 여자친구가 화장안한 얼굴이라도 귀엽게 봐주세요.
나름대로 순수하고 예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