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최불암, "드라마 종영 내 탓만 같아..."

임정익200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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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양촌리 김회장
"22년 정들었던 마음의 고향 내게는 드라마 이상의 공간"
"진 빠져서 '연기 태만' 가부장 권위 추락으로 막 내리는 듯 해 씁쓸" '전원일기' 최불암, "드라마 종영 내 탓만 같아..." '전원일기' 최불암, "드라마 종영 내 탓만 같아..."

 MBC TV 드라마 '전원일기'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쉽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양촌리 김회장 역으로 제1회부터 22년간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온 탤런트 최불암은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최불암은 "'전원일기'가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다"는 말로 종영의 아쉬움을 대신했다.
 그는 '전원일기'가 농경사회를 모태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 가부장 중심의 4대가 모여사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전통문화를 후대에 교육하고, 농촌의 현실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드라마에서 아버지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연로한 부모님께 잘 주무시라고 인사를 올리고, 밥상에서 어른이 먼저 숟가락을 드는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집 아이들도 드라마 내용을 보고 그대로 따라했어요. 양파 파동 때 양파를 갈아버리는 내용이 나오면 농민들로부터 속 시원하다는 격려가 쏟아졌고, 이런 문제도 다뤄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구요. 직ㆍ간접적으로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대단했습니다."
'전원일기' 최불암, "드라마 종영 내 탓만 같아..."  해외 동포들에게는 '전원일기'가 한국인의 뿌리를 지켜가는 구심점이기도 했다.


 "미국에 갔을 때 어떤 분이 비행기값 절약시켜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미국 생활을 하다보면 향수를 못이겨 한국에 잠깐씩 다녀오는 일이 많았는데, '전원일기'가 그 갈증을 메워주고 있다고 하더군요."
 최불암은 이런 드라마를 단번에 폐지하겠다는 MBC의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소재가 달리면 일본이나 다른 나라처럼 6개월 정도 재충전 기간을 갖고, 제작비 투자를 늘리면 시청률 부진도 해결될텐데 무조건 막을 내리니 신중치 못한 처사라는 것이다.
 최불암은 그러면서 '전원일기'가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는 게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자책하는 눈치였다.
 최불암은 지난 96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로 전무후무하게 3개월간 출연을 멈췄고, 이때부터 '전원일기'가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또 과거에는 좀 더 나은 '전원일기'를 위해 제작진과 싸움도 마다하지 안고 치열하게 드라마를 만들어 왔지만, 요즘 들어 극중 비중이 줄어들고 20년 이상 출연해오며 진이 빠졌는지 '나몰라라'하며 태만히 보내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최불암이 한숨을 쉬며 던진 말이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전원일기'는 우리의 가부장 문화를 상징하는 존재였습니다. 이 땅에서 가부장의 권위가 사라지기 때문에 '전원일기'가 퇴장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