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맑은눈 속깊은 인생의 향기

김효제200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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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맑은눈 속깊은 인생의 향기 남자들은 말한다. '예쁜 여자가 착한 여자'라고. 그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착한(!) 남자는 누굴까.

야리야리한 꽃미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원빈이 가장 착한 남자일 테고, 탱글탱글한 근육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송승헌이 가장 착한 남자일 것이다.

맑고 순수한 타입이 좋다면 김재원이 착한 남자라고 주장할 것이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이 좋다면 장동건이 최고 착한 남자일 것이다.

 

내가 본 남자 중 가장 착한 남자는 정준호다. TV나 영화를 보면 널린 것이 멋있고 잘생긴 남자지만 실제로 보면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생각보다 키도 작고, 덩치도 작고, 조막만한 얼굴은 까무잡잡하기 일쑤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조명발과 화장발 빼면 연예인도 별 거 아니구나" 하는 실망을 했던가.

그러나 그는 달랐다. 내 두 눈으로 본 정준호는 TV 화면보다 훨씬 더 잘생긴 남자였다. 꽤 큰 키에 적당한 체격, 무엇보다 쭉 뻗은 콧날이 "미남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것 같았다. 흘깃 스치고 지나간 그의 미모에 감동받은 나는 그후 '미남〓정준호'라고 바락바락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예쁜 여자는 보기만 해도 즐겁다더니 잘생긴 남자를 마음껏 바라보는 것이 이토록 신나는 일일 줄이야. 지루한 삶에 반짝 즐거움을 주니 어쩌면 잘생긴 남자야말로 진정 착한 남자인지 모르겠다.

예전엔 정준호를 보려면 그가 조연으로 출연하는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봐야 했다. 그가 맡은 역할도 대충 뻔했다. 정나미 떨어지는 배신자나 냉정한 나쁜 놈이 단골 배역이었다.

 

'저렇게 잘생긴 남자에게 왜 저런 배역만 줄까' 그것이 알고 싶었지만 그거야 PD 마음이니까. 그러나 요즘은 영화에서, CF에서, 뮤직비디오에서 정준호는 다양한 모습을 뽐내며 나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정준호에게는 고생을 해본 남자, 세상사를 좀 아는 남자의 향기가 난다. 주름 하나 없는 양복을 빼 입고, 올백으로 깔끔하게 머리를 넘겨도 부잣집 막내 도련님 분위기는 아니다. 비즈니스맨이라면 자수성가형 사업가, 조폭이라면 밑바닥부터 한명한명 제거하고 올라온 실력파(?) 조폭이 어울린다.

 

응석받이로 자란 도련님들의 애교와 순진함은 없지만 "니들이 세상을 알아?" 하는 배짱과 여유가 있다. 도련님들은 생전 가보지 못한 곳에 가보고, 생전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겪어본 남자의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아마 드라마 한편으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르거나 노래 한곡으로 10대들의 우상이 된 남자 연예인들은 절대 넘볼 수 없는 마음고생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답답하고 초조한 조연시절을 잘 견뎌낸 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복잡한 표정이다. 화가 나도 참고, 억울해도 웃어넘기며 한발한발 성공에 다가간 남자의 여유가 있다.

그래서인지 정준호에게는 냉정한 남자와 편안한 남자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힘이 있다. 일단 눈에 힘을 빡 주고 냉정한 표정을 지으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된다.

 

쌍꺼풀이 확 진 왕눈이형 미남들은 절대 근접할 수 없는 차가운 미남이 되는 것이다. 특히 난 정준호의 차가운 표정에 늘 감동을 받곤 한다. 무표정한 눈빛과 곧은 코가 너무 잘 어울려 "앗, 예술!"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런가 하면 눈가에 주름을 자글자글 잡으며 편안하게 웃으면 잘생긴 옆집 총각이 된다. 약간 느린 말투와 적당한 유머감각, 호탕한 웃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편안한 남자가 된다. 개인적으로야 웃는 얼굴보다는 인상 쓴 얼굴이 더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원래 성격이 털털하고 재미있는 편이라니 할 수 없다.

열심히 일한 여자친구와 훌쩍 떠날 줄 아는 그는 여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착한 남자지만 만만한 남자는 아니다. 귀공자 같은 얼굴 뒤에 파란만장한 과거를 숨겨둔 특별한 섹시가이다.

 

 

 

굿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