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 J의 - 사랑은 없다. (2006년 4월 13일)

아름다운 시절200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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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하루가 지났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멀리 펼쳐진 황량한 이국의 평야를 보다보다.....

  슬프다는, 쓸쓸하다는, 초라하다는, 외롭다는....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그냥 멍하니 그렇게 있는 게 좋았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끔 불현듯 그녀 생각이 났지만 귀찮을 뿐 이였다.


  대학강사 시절이 생각났다. 강의가 없는 시간이면 강사 대기실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 창밖으로는 넓게 펼쳐진 푸른 산이 보일 뿐 이였는데, 모가 그리도 좋았던지 한참을 그렇게 서 있곤 했다.

 

  대학원 졸업 후, 호구지책으로 대학선배의 소개로 시내에 위치한 한 대학의 강의를 맞게 되었다. 처음 서는 강단은 많이 설레이고, 떨렸다. 처음 첫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긴장했었다. 그 많은 수업 준비도 다 쓸모가 없었다. 이론과 실제가 얼마나 다른지 절실히 느낀 하루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도 붙고, 적응도 되었지만... 그리고 가르친다는 것이 내 적성에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후에 애슐리가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 가보자고 했다.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위치한 조그만 element school 이였다. 단층의 작은 학교였다. 작은 운동장에 몇 개의 평행봉과 시소 따위들이 있었다. 이렇게 집에서 가까운 곳을 아침마다 차로 태워다주고 또 방과 후에 pick up 한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누나의 말로는 점심시간이면 교실문을 잠근다고 한다. 학생들이 못 들어오도록. 나가서 활기차게 뛰어 놀라고 그런단다. 이곳 밴쿠버는 비가 많이 오는데 그런 날들도 어김없이 교실에 못 들어오도록 한단다. 그런 조기교육 탓일까. 왠만해선 이곳 캐네디언들은 우산을 쓰지 않는다. 하물며 비를 맞으며 커피를 마신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앤드류가 울고 불고 난리였다. 자기만 남겨두고 갔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다시 한번 앤드류와 함께 그 학교에 가야했다. 정말 uncle 노릇하기 힘들다.


  오늘 저녁은 sushi를 먹었다. 누나가 저녁을 하기 싫다고 했다. 그래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전에 매형이 잠시 일을 했다던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이였다. 서비스도 좋았고, 모든 것이 맛이 있었다. 처음 먹어보는 여러가지 maki(일종의 김밥)가 유독 내 입맛에 맞았다. 여러가지 색깔이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작품 같이 이뻐 보였다. 몇 개 안 주워 먹은거 같은데 배가 불러왔다. 일본식 된장국이라는 miso soup도 달콤하니 입맛을 돋구었다. 한국에서도 일식집을 다녔지만 주로 회만 먹어서인지 아님 술만 먹어서인지 이곳의 일식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맛이 있었지만 역시 일본음식 특유의 그 느끼함 때문인지 김치가 간절히 생각났다.  물론 팁을 포함한 bill은 누나가 계산했다. ㅎㅎ 


피곤하다. 감기 기운이 있는 듯 코끝이 따갑고 예민하다. 

자고싶다.

 


                                                                    2006년 4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