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것보다 걷는 것이 먼저.

정찬열200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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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담배 ‘에쎄’가 러시아와 중동에서 인기를 얻고 있답니다. 올해 1분기 ‘에쎄’ 수출량이 전년 동기에 비교해 77.9%나 늘었다는데 특히 러시아와 이라크, 이란 등 중동?중앙아시아 지역에서만 수출량이 전년대비 123.6%증가했고, 중국 수출량도 19.1%늘어났다고 하네요. 그래도 우리나라 담배가 세계로 진출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니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3월 1일 출시 된 아리랑 담배는 4주만에 910만갑이나 팔렸다고 합니다. WBC, 월드컵, 그리고 칼아이칸 측과의 경영권 분쟁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한 것이 효과를 보았다는 평가인데요, 수입 담배가 잘 팔린다는 기사보다는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저런 한국 담배에 대한 최근 기사들을 접하다 보니 문득 ‘정말 우리나라에서 담배 제조 매매 금지법(이하 담배금지법)이 실현가능한 법인가?’ 하는 의문이 들더란 말입니다. 위의 기사내용은 박재갑 원장이 담배금지법 입법청원을 하고 난 이후의 일들인데 전혀 우리나라에서 담배가 금지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담배금지법 입법청원서에 서명을 했다는 한 국회의원은 담배금지법에 개인적으로 찬성하지 않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서명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이야기 했는데, 이유인 즉 박재갑 원장이 두 주 동안 찾아와서 서명하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일주일을 그냥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서명하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167명에게서 서명을 받아 낸 걸 보면 박재갑 원장의 담배금지에 대한 열의가 굉장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만, 청원서에 서명한 사람들 중에서 도대체 몇 명이나 진심으로 담배금지법에 찬성하기 때문에 서명을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어 그저 피식 웃음만 날 뿐입니다.

 

개인으로서 박재갑 원장의 담배에 대한 견해와 금연운동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개인의 생각을 강요로 공론화 시켜서 모두의 생각이 자신과 같다는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방법적으로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국민 모두의 생각인 것처럼 포장해서 이야기 하는 것도 잘못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인지하거나 생각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차라리 없으면 안 피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담배가 없어지면 좋겠다’와 같은 식의 불가능한 일에 대한 소망을 찬성 쪽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여론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 지는구나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마저 듭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담배금지법이 실현되려면 선결과제가 참 많습니다. 만명이 넘는 흡연자들이 동시에 다 같이 우리 금연하자! 하고 선언하고 시행되어도 불가능할 마당에 흡연자들의 의사는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을 채 담배가 금지 된다면 담배의 밀수, 밀매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것뿐만 아니라 엽연초를 생산하는 농가와 담배 생산자, 판매자들까지 담배 산업에 관련하여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지요, 담배소비세를 대체할 만단 다른 세원도 마련해야 합니다. 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한다고 한다면 글쎄요... 그 때는 담배금지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흡연자들도 금연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 볼만도 하겠지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입법청원서에 서명해 주었다는 국회의원의 말이 이해가 갈만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별로 담배금지법에 대한 대처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요. 흡연자들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아닐 걸 보면 조만간 입법청원 된 담배제조매매금지법이 통과되었다는 이야기는 다행히도 들을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소견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지켜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큰 반대 의견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겠지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박재갑 원장의 담배금지법 입법청원을 위한 수고는 칭찬 받을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입법 청원이라는 것이 국민 모두가 수혜 대상이 되는 국민 모두를 위한 법 제정을 위한 절차인 만큼 진심으로 이 법안이 법으로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실현 될 것을 믿는 신념으로 서명하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더욱 담배제조매매금지법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듯합니다. 167명이라는 숫자를 맞추기보다, 아직 시기상조의 담배금지법을 ‘강요’하며 다니기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금연운동의 사회적인 확산과 흡연자들을 금연운동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이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더욱 국민건강을 위한 행동으로 보여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걷기도 전에 뛰려고 하면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는 것을 배웠던 어린 시절의 교훈을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잊어서는 안 됩니다. 첫 계단을 밟지도 않고 꼭대기에 있는 계단으로 뛰어오르려고 하면 절대로 꼭대기에는 올라설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박재갑 원장이 담배금지법을 입법청원한 것은 다시 말해 걷기 전에 뛰려고 하는 행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기상조라는 말이지요.

 

그러나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언제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담배가 금지될 일은 절대로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구보다 더 끊기 어렵다는 담배를 제가 친구 삼아 피우고 있는 동안은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