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오르다 -7화- (새로운 삶의 시작, 그리고 당신)

점심이슬200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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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새로운 삶의 시작, 그리고 당신


 

 

 


엄마의 유골을 납골당에 모시고 집에 들어서자 인희는 그만 정신을 놓아버렸다. 3일동안 밤낮으로 앓으며 꿈을 꾸었다. 아주 어렸을 적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동물원에 놀러갔었던 일부터 시작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폭력, 흐느끼는 엄마, 낮선 곳에서의 두려움, 파지직 하고 타오르는 아궁이의 장작개비, 희뿌연 연기를 내뿜는 굴뚝, 차다차게 식어버린 엄마의 얼굴...


“엄마,,, 흑..흑...흑... 엉... 엉....”


“인희야 니가 이러면 엄마가 어떻게 하늘에서 편하게 눈 감으시겠니? 이젠 정신 좀 차리려므나..”


“아...빠... 죄송해요.”


“그래.. 불쌍한 내 딸...”


인희와 아빠는 부둥켜안고서 한참을 울었다. 인희가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르자 이번에 정식이 몸져누웠다. 아빠의 얼굴을 쳐다보니 자신보다 더 초췌하고 홀쪽하게 말라버린 얼굴로 끙끙 앓으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와 인희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고 바르게 살아오신 분이였다.


“아빠, 나 여기 내려와서 아빠랑 같이 살까?”


“무슨 소리야 그렇지 않아도 너 임용시험 못 치른 게 맘에 걸리는데.. 지금부터라도 다시 공부시작해서 내년에 시험 봐야지”


“아빠 혼자 이렇게 힘드신데 나도 하루빨리 취직해서 효도해야지.”


“그런 소리 마라. 네 엄마가 너 선생님 되는 거 얼마나 바라셨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넌 선생님이 되야 해, 그리고 여긴 걱정 말고... 말 나온 김에 오늘이라도 올라가.”


“.....”


“난 정말 괜찮다..  너도 알잖니 이 아빠 밥도 잘하고 찌개 끓이는 솜씨도 엄마 못 지 않다는 거”


“아빠....”


영식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장례가 끝난 뒤였다. 하얗게 질려서 곧 쓰러질 것 같은 인희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너무 아려왔다. 견디기 힘든 고통이 끊이지 않고 인희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 당장이라고 앞에 나서서 눈물을 닦아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이 더 영식을 고통스럽게 했다. 며칠을 앓고 난 그녀는 살랑이는 미세한 바람에도 날아가 버릴 것 같이 야위었다. 눈은 움푹 들어가고 입술은 메말라 물 조차 넘길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나마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슬픔을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회사로 돌아왔다.


인희는 아빠의 성화에 못 이겨 학교로 돌아왔다.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펼쳐들지만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지난번 지혜와 어머니가 문상을 오셔서 이리저리 챙겨 주신 것도 생각나고 해서 인희는 ‘대학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희야.. 너 언제 올라왔니?”


“며칠 됐어요.”


“가여운 것.. 삐쩍 골아서는 아주 못 봐 주겠구나. 잠깐 기다려 내 맛 나는 것 좀 해주마”


“괜찮아요... 그냥 잠시 앉았다가 갈께요.”


“정신 단단히 챙기고 이럴 때 일수록 더 열심히 살아야해. 내년에 시험 다시 봐야지.”


“저 그냥 취직 할까 봐요.”


“그동안 노력한게 있는데.. 시험만 쳤어도 합격은 당연지사인것을.. 에휴~”


“아빠도 나이가 있으시니 시골에서 생활하시기 힘드실 거고 저도 이제는 미련 없어요.”



인희는 여기저기 바쁘게 이력서를 접수시켰다. 가급적이면 전공을 살려서 출판사 같은 곳에서 일 하고 싶었지만 이미 취업시즌이 지나간 뒤라 생각만큼 쉬이 일자리가 나지 않았다. 여의치 않으면 당분간 입시 학원에서 파트타임으로 국어강사라도 해 볼 참이다.


영식은 새로 시작한 공사들이 맞물려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서 인희를 한동안 찾아가지 못했다. 오늘은 마음먹고 학교 도서관으로 갔지만 어디에서도 인희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내친김에 집 앞에서 기다려 봤지만 아무소식이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학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끔 찾아오는 손님이라 그런지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쉽게 영식을 알아보았다. 슬쩍 인희 얘기를 꺼내자 모친상 당한 일이며, 선생님 안되고 취직하겠다고 동분서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요즘 경기가 한층 더 어려워져서 취직이 힘들 것이다. 영식은 걱정을 하다가 허둥지둥 ‘대학가’를 빠져나왔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인희는 학과 사무실에서 자신을 찾는 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얼른 가방을 챙겨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며칠 전에 취직자리가 있으면 소개시켜달라는 부탁을 해놓은 터여서 행여나 좋은 소식이 있을까 싶어서 였다.


인희가 받아든 입사지원서는 ‘우성건설’ 이었다. 썩 맘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월급이 상당히 많았다. 지나치게 친절한 영식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마치 자신이 예전의 사고를 빌미 삼아 취직을 하려는 것으로 오해는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되지만 무엇보다 그 사장이라는 사람이 딱히 이유는 없지만 맘에 걸렸다. 급하게 채용을 결정해야 된다고 해서 인희는 하는 수 없이 ‘우성건설’을 찾았다.


5층의 아주 아담한 건물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주 도회적이고 세련돈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현기증이 일어났다. 겉에서 본 것과는 사뭇 다르게 실내는 아주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얼굴이 비칠 만큼 깨끗하고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여진 대리석에 사원증을 가슴에 달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지혜에게 급하게 빌려 입은 하늘색 면 원피스와 크림색의 힐과 가방이 자신의 모습과는 너무 맞지 않은 것 같다. 안내데스크에서 잠시 전화연결을 시도하더니 5층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버튼을 누르고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사장실’이라고 쓰여 진 유리문을 열고 들어섰다.


“저... 오늘 면접...”


“박인희씨 시간 정확히 맞추어서 오셨네요.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고급스러운 시폰 블라우스에 기본스타일의 스커트를 받쳐 입고 단정하게 머리를 틀어 올린 여자가 반갑게 자신을 알아보았다.


‘어.. 오늘 직접 이력서를 들고 오기로 되어있는데 어떻게 나를 아는 거지?’


인희는 자신을 안내하는 여자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총총히 뒤따랐다. 그녀는 기획실이라는 곳으로 인희를 안내했다.


“실장님 박인희씨 오셨습니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안녕하세요? 박인희 입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자 자신의 앞에 환하게 웃은 영식이 서 있었다.


“학과 사무실에 추천을 받았어요.”


“네.. 잘 오셨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손님과 말씀중이십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영식은 ‘대학가’에서 인희의 소식을 듣자마자 회사로 들어와 최비서에게 달려갔다. 최비서는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우성 홍보부로 입사했지만 석철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급하게 비서로 추천이 됐고 지금까지 훌륭하게 그 역할을 소화해 왔다. 그러나 본인은 늘 홍보부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영식은 이참에 최비서를 홍보부로 복직시키고 인희를 그 자리에 앉혀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최비서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석철에게도 최비서가 강력히 원한다고 했더니 툴툴대는 몇 마디에 허락을 받아냈다.


영식은 적당한 사람이 있다고 추천을 했고 최비서가 직접 사범대 학과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인희가 추천될 수 있도록 적당한 자격 조건을 제안했다. 석철에게는 인희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시작도 하기전에 석철이 그 가능성을 닫아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최은미 예요.”


“박인희 입니다.”


“실장님께 들어서 알고 있어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미인이시네요.”


무안한 마음에 인희는 최비서가 가져다준 시원한 녹차를 삼켰다. 무더운 날씨도 아닌데 입안이 바싹 바싹 타 틀어가는 것이 여간 긴장 되는게 아니다. 10분 남짓 사장실에서 나이 지긋한 중년의 남자가 깍듯이 인사를 하며 나왔다.


“인희씨 안으로 들어오세요.”


“사장님 실장님께서 말씀하신 분 오셨습니다.”


석철은 얼굴을 드는 순간 적잖이 놀랬다. 두 번 남짓 본 얼굴이지만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박인희’ 예전보다 다소 헬쓱 해진 모습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두 눈이 약간은 안쓰러웠지만 마음과는 달리 말은 전혀 반대로 튀어나왔다.


“이런거였군..”


“네? ”


“생각보다는 수완이 좋군.”


“무슨 말씀이신지..”


“사범대학을 졸업했고..  비서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을 텐데?”


인희는 순간 당황하고 어이가 없었다. 이 사장이라는 사람 몇 번 보지는 않았지만 차가운 얼굴 뒤에 숨어있는 선한 눈빛의 느낌이 호감을 주었고 왠지 좋은 사람일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다짜고짜 자신이 마치 누울 자리도 아닌데 다리를 뻗는 꼴이 된 듯 말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인희가 우려한 대로 아마 자신이 예전의 사고를 결부시켜 단정지은 것 같다. 갑자기 후회가 밀려온다.

‘역시 오는게 아니였어.’


“제가 자격이 안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석철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박 또박 말하는 인희의 모습에 순간 당황했지만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런 뜻은 아니었소.”


“제가 능력이 부족하단 말씀이시라면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알다시피 건설회사요. 비서라고 하지만 야근도 해야 하고 나를 도와 여기 저기 현장에서 부딪혀야 하는 일도 많고 출장도 잦은 그런 만만치 않은 일인데 툭 건들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아 보이는 당신이 어떻게 면접까지 보러왔는지 이해가 안되는군. 일단 돌아가서 연락을 기다리시오. 최비서 손님 배웅 하세요”


인희는 어이가 없었다. 뭐라고 항변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틈조차 주지 않고 바로 서류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석철이다. 할 수 없이 사장실에서 나왔다. 영식이 잠시 기획실로 들리라는 말을 최비서가 전했지만 인희는 곧장 이 으리으리한 건물에서 나와 버렸다.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아무리 곱씹어도 자신이 잘못한 것이 무언지 모르겠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박인희 겨우 이정도 일 가지고 눈물을 흘리다니 너 참 바보 같다. 내 일이 아니였던 거야... 잊어버리자’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햇빛에 부신 눈이 아리면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무례하고 나쁜 사람’

영식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인희가 걱정이 되서 사장실로 급하게 올라갔다.


“최비서 박인희씨 아직 사장실에 있나요?”


“나간지 한 삼십분 쯤 됐어요.”


영식은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사장실 문을 열었다.


“지방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 문제가 생긴 것 같아.”


“형,, 아니 사장님 인희씨랑 무슨 일 있었어요?”


“무슨 일? 왜 무슨 일이 있어야만 했어?”


“아니.. 그건 아니고 ..”


“큰 사고도 아닌데 직장까지 챙겨야 할 정도는 아니잖아.”


“최비서가 노동부나 인터넷 취업 싸이트 보다는 학교 취업지원실로 홍보 하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해서 난 알아서 하라고 하고 맡겼을 뿐이야 그리고 마침 추천된 사람이 인희씨 였고....”


영식은 최대한 자신이 개입된 것을 모르게 하기위해 최비서 핑계를 대며 둘러댔다.


“인희씨 정도면 똑똑하고 성실하고 차분하고 더 이상 뭐가 더 필요해? 그리고  좋은 게 좋다고 인희씨가 우리 회사 일로 다쳐서 고생했는데 막말로 그냥 채용하면 또 어때?”


영식은 필요이상으로 흥분했다. 가뜩이나 힘든 사람에게 쓴 소리 해댄 석철이 참 야속하다.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석철이 이 상황을 충분히 오해 할만 했고 상처주는 말을 할 거라는 것을 미리 예상 할 수 있었을텐데 거기까지 미치치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영식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인희 정도면 과분한 학벌에, 교수추천장의 평도 아주 좋았다. 성적도 늘 고르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석철은 내심 인희가 반가웠다. 그런데 왜 마음과는 다르게 모진 말을 해 버렸는지 모른다. 영식이 좋아하는 여자라면 자신도 잘해 줘야 하는데 석철은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누가 싫다고 했어? 모래 출장가야 하니까 내일부터 당장 나오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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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 진도를 못나갔어요.. 바빴거든요...

점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좀더 발전적인 모습 보여드려야 한느데...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가득한 날 보내시길...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