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풍경] 전남 보성 "대양식당"

김항준200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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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보성은 차(茶)의 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차를 빼고 나면 별다른 음식이 없다.

그래도 남도지방 특유의 넉넉한 먹거리와 인심은 살아있다.

외지인이 까탈스럽게 음식점을 고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딜가나 옥석(玉石)은 있는 법.

지난 주중에 취재차 보성에 갔다가 벌교역 근처에 있는 대양식당(061-857-0952)에 갔다.

동네 사람이 흙 속에 진주 같은 음식점이 있다하기에 따라 나선 것.

예약 전화를 안 받아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부산을 떨기에 멋진 곳인가 하고 잔뜩 기대도 했다.

그러나 웬 걸.

겉모습부터 허름하기 짝이 없다.

낡은 간판 아래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서서 봐도 깔끔함과는 담을 쌓았다.

방 2개에 식탁은 고작 6개.

기대와는 영 딴 판으로 성이 차질 않았다.

내심 별 것 아닌 집인데 꽤나 호들갑이었군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식탁 위에 음식이 하나하나 올라오면서 달라졌다.

게무침.어리굴젓.코다리에 말린 갈치와 말린 홍합으로 만든 조림이 오른다.

벌교의 명물인 참꼬막도 빠질리 없다.

속살이 꽉차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

뒤이어 해물전.아나고 구이.고등어 구이.간재미회가 등장하고 간재미회에 갈치 구이까지 가세해 바다의 싱싱함이 한상 가득 펼쳐진다.

이제 밥이 오를 차례.

갓 지은 밥을 냄비 채로 들고와 사람 수 대로 퍼 준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사이로 밥 알에 윤기가 반짝인다.

호호 불어 입에 넣기 아까울 정도다.

뒤이어 우럭매운탕이 식탁 한복판을 차지한다.

얼큰한 맛에 밥상 머리에 앉은 사람들이 숟가락 담그기에 바쁘다.

다 먹고나니 밥냄비가 다시 등장한다.

누룽지를 끓여온 것이다.

이곳을 소개한 사람은 식당주인이 배짱이라고 말한다.

예약 안하면 절대로 밥을 주지 않기 때문.

또 매일 똑같은 반찬이 식탁에 오르지도 않는다.

장보러 나갔다가 마음에 드는 재료를 사가지고 와서 음식을 해준다고 한다.

쉬는 날도 주인 마음대로 정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예약은 필수다.

밥값은 1인당 5천원인데 두사람이던 세사람이던 네사람이던 4인분 한상은 기본이다.

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