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그녀.. #5

털난숭어2006.04.19
조회727

part 4. 첫 데이트..

 

지이이잉... 지이이잉....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침대를 통해서 느껴진다.

 

 

-문자메시지-

 

'하이 헬로우 안녕~ 이십일세기를 창조하는 기정이에요~ ㅋ' 12시 15분


'어이 지수 오빠 왜 문자 씹고 그래요. 밥은 꼭꼭 씹어도 문자는 꼭꼭 씹으면 안되죠.
근데...이거 아저씨 번호 맞긴 한거야?' 12시 39분


'아저씨 아닌가? 이봐요 답장좀 해 보지? 응? 답장 안하면 또 집앞에서 스토킷한다?' 1시 15분...


'이봐 아저씨!! 우어어 나 열받았어!! 근데 이거 아저씨 번호 아니면 되게 민망하겠다 ㅋㅋ' 1시 30분

 

 


...

 

 

 


망할년...

전화라고 번호 가르켜 줬더니

계속 문자질이다.

 

 

 


난 문자 할줄 모르는데.

통화 버튼을 누를까 하다. 이내 다시 폰을 덮어 버리고 만다.

 

 

 

"전화를 하라구...전화를..."

 

 


지이이이잉...

-새로운 문제 메시지

 

 


'이봐 맨 오른쪽 뒷좌석 오라버니는 이렇게 남의 문자 씹어두 되는거야? 귀하의 손가락은
이번달 사용한도가 초과하셨습니까?'

 


버스 맨 오른쪽 뒷좌석 오라버니...

 

 


분명 기억 난다...

 


9년전... 그때였나...? 막 군대 가기 전이였으니깐...

버스를 타고 가는데... 한 아저씨가 버스 앞으로 추락했다.

흔히 볼수 있는 장면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저기 모여 있는 저 사람들처럼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구경하듯

둘러쌓여 있기는 싫었다.

 

 

 

 

그때 그 아저씨를 둘러싼 여러 인파중에

눈에 뛰는 여자가 있었다.

피로 빨갛게 물든 교복...

 

 

 

 

그리곤 날 쳐다보던 그녀...

빨갛게 물든 교복에 핏기가 여문 그 눈동자는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난... 멀미가 있어서

 

 

 

 


버스 맨 뒷좌석엔 앉지 못한다.

매일 버스를 타지도 않았고.

 

 

 


"휴......"

 

 


지가 짝사랑 했다면서.

얼굴도 기억 못하는 여자인가...?

 

 

 

 

지이이잉...


-새로온 문자메시지-

'아 안되겠따. 지금 집으로 찾아 갑니다. 기다리삼!'

 

 

 

 

당돌한 여자다..

이 집이 무슨 동네 피시방인가...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이네...?

그 여자 오면 밥이나 먹으러 나가야겠다.

 

 

 

 


....


그녀다. 내 앞에 뽀루퉁한 얼굴로

볼살을 팽팽하고 만들고 있는 그녀...

밥 사준다고 해도 불만이 많은가보다.

 

 

여기 맛있는덴데...낙지볶음...

 

 


"여기 낙지 볶음 2인분만 주세요."


"치... 밥 사준다고 해서 잔뜩 기대 했는데. 겨우 낙지 볶음?"


"낙지 볶음이 어때서... 싫어?"


"싫다기보단... 뭐... 아줌마!! 밥도 두공기 더 주세요!! "

 


아주머니가 계산서에 낚지 볶음을 체크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밥 두공기를 시켜 버리는 그녀...

 

 

"안 싫어 하네 뭐..."

 

"문자는 왜 씹었어요?"

 

"보낼줄 몰라. 전화로 해"

 

"나이가 몇갠데 문자도 못보네요? 완전 구식이다."

 

"전화할려구 핸드폰 산거지 문자보내려고 핸드폰 산게 아니니까."

 

"밥먹고 어디 갈거에요?"

 

"생각 안해봤는데..."

 


"무슨 남자가 이렇게 계획성이 없어요? 원래 데이트 이런거는 남자가 계획하고

그래야 되는거 아니에요? 이렇게 달랑 낙지 2인분 시켜놓으면 끝이에요?

오늘 하루종일 낙지 2인분만 먹을까요? 아니다 밥 두공기도 있지?"

 

 


"아줌마! 여기 사이다도 한병 주세요! 됐지?...거기에 사이다도 추가해."

 

 


"이아저씨가 정말... 아줌마!! 낙지볶음 3인분으로 주세요!!"

 


"다 먹을순 있냐?"

 


"제 위장이 생각보다 버퍼링이 빨라요. 그리고 하루종일 먹을껀데 2인분가지고 되겠어요?

아줌마 그 뭐냐 그... 새우 사리도 넣어주세요."

 

 


이 여자 안그래도 돈도 지가 다 가져가서

별로 없는데. 막 나가자는 건가...?

 


"그래...? 아줌마!! 낙지에 계란도 좀 많이 풀어줘요!"

 


"계란은 또 왜요!?"

 


"너 닭이랑 원수 졌잖아."

 

 


그러자 한참 듣고 있던 음식점 주인 아주머니께서

'계란'부분에서 화가 나셨는지

꼽슬 머리를 무섭게 휘날리며 우리에게 말했다.

 

 

"아 이것들이!! 곱게 처 먹고 갈것이지!! 왜 자꾸 이랬다 저랬다야!!

한번에 시키든가!!! 계란은 또 왜풀어!!"

 

 

아줌마가 단단히 화가 나셨나 보다...

 

 

"농담이였어요."

 


나는 아주머니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말인데...

아주머니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나가!!!!!!!!!!!!!!!! 이런 우거지랄!!!"

 

 

 

 

 

....

 


음식점에서 쫒겨나

그녀와 나란히 거리를 걷고 있었다.

배도 고프고...

 

 

 

"뭐에요 이게.. 밥먹다 쫒겨나구"


"...농담이였는데"


"풉... 이제 우리 어디 갈까요? 영화 볼까요!?"


"영화는 무슨...돈 아까워. 재미도 없고."


"왜요? 요세 얼마나 재밌는 영화가 많은데?"


"그게 뭐가 재밌어? 아무 근거도 없이 억지 웃음 억지 감동으로 위장한 상술인데"

 

"우와 무슨 남자가 영화도 안보고 문자도 보낼줄 모르고 식당에선 쫒겨나고

너무 퍼팩트 한거 아니에요? 미니 홈피 이런건 할줄 알아요?"

 

"... 애들 장난이잖아. 나이도 있고"

 

"문명의 혜택을 뒷산에 묻어 놓고 사네요?"

 

"...싸우자는거야?"

 

 

"아뇨... 영화 보자는거죠! 그냥 오늘은 따라와요. 처음이니깐 내가 인심쓰는거에요.

오늘 내가 데이트가 뭔지 가르켜 줄테니 다음엔 아저씨가 잘 편집 응용 해서 스케줄을 짜보세요

알았죠?"

 

 


그녀는 내 어깨를 한번 토닥 거리더니

따라 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그리고 곧 내 손에 쥐어진... 티켓 두장

 


"킹콩...?"


"왜요?"


"이거 어린이 영화 아니야?"


"어린이가 봐도 되는 영화지 어린만 보라고 만든 영화는 아니에요."


"딴거보지...?"


"됬어요. 이게 좋아요 저는."

 

 

다시 나의 팔을 붙잡고 영화관으로 들어가는 그녀

어색했다. 이런 분위기.

 


"뭘 그렇게 잔뜩사.. 영화 보면서. 뭐 먹으러 왔어?"

 

"우리 밥 안먹었잖아요. 뭐해요 빨리 와요 늦겠어요"

 

 

극장에 불이 하나둘 꺼지고

영화가 시작 되었다.

그녀는 나의 옆에 있었고.

그녀의 눈을 스크린을 향해 있었다.

스크린 때문인지 그녀의 눈동자가 빛났다.

이쁘다....눈....

 


"왜 자꾸 쳐다 봐요. 영화 안봐요?"


"...나도 팝콘 줘"


"치.. 팝콘땜에 쳐다본거야? 푸훗... 여기요. 아까는 필요없다듯이 말하더만"


"...그렇다고 혼자 먹냐."


"푸훗...알았어요 여기요 영화나 봐요."

 

 

갑자기 나의 팔짱을 끼는 그녀

순간 입으로 들어가던 팝콘이 갈곳을 잃어 버렸다.

 

 


"뭐...뭐하는거야?"


"극장 안와봤죠? 원래 극장에선 이러는거에요."


"다..다른 사람은 안그러잖아."


"우린 커플이잖아요."


"우리가 왜 커플이야."


"시끄러워요. 영화나 봐요."

 

 

살짝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그녀..

 

 

"머리는 또 왜 기대!"


"쉿! 이 아저씨 매너가 없네. 공공질서를 지켜요 네?"

 


마치 따뜻한 곰인형 처럼

내 어깨에 올려진 그녀의 머리에선

독한 샴푸냄세가 아닌

산뜻한 냄세가 났다.

 

"샴푸 바꿧어?"


"어! 킹콩이다."

 

 

어...라니...


이여자 알게 모르게 반말하는건...

일부로 그러는건가?

 

 


....

 

 

"와 잘봤다! 재밌죠 킹콩! 나 마지막에 울뻔 했잖아요 그 건물 꼭대기서 킹콩이 자기 가슴을 쿵쿵 칠때"


"...그래? 무슨 애들 만화를 이렇게 돈을 많이 들어서 만들었을까... 돈 아깝지 않나...?"

 

"아저씨. 그럴땐 재미 없어도. '허허허 정말 재밌었어요 기정씨! 역시 기정씨 영화 고르는 안목은

마징가 제트 납땜 부분같이 빈틈이 없군요.' 라고 말하는거에요. 아셨어요?"

 


"기정씨...?"

 


"아저씨가 내 이름 한번도 안부른거 알아요? 맨날 그쪽 그쪽...

아니다 그쪽이라고 하는것도 거의 드물고. 맨날 어떻게 주어를 빼버리고 말을 할수가 있어요?"

 


"다음은 어디냐?"

 

"또 주어 없이 말한다."

 

"이제 끝이야?"

 

"다음은...쇼핑!"

 

"돈도 많구만..."

 

 

그렇게 그녀와 거리를 돌아 다니며

길거리 음식도 먹고 이것 저것 그녀의 악세사리를 골라주다 보니

시간이 빨리 흘러가 버렸다.

 


어느덧 해가 지고

그녀와의 헤어짐을 알리는 집으로 향한 걸음이 시작 되었다.

 

"오늘 재밌었어요?"

"다리 아프다."

"피... 그정도 걸은거 가지고. 운동 부족이에요 알아요?"

 

웃음이 났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작은 말 하나하나에

 

 

"아저씨 그거 알아요?"


"응? "


"아저씨가 되게 친절해진거"


"그래...?"


"딴 사람 같다니까요. 잘 웃기도 하고"


"칭찬이야?"


"그렇다고 해주죠. 벌써 집에 다 와가네요."


"그러게..."


"아쉽죠?"


"그렇다기보다는..."


"에이 뭐 얼굴에 다 쓰여 있구만. 내숭은"


"너네 집은 어디냐?"


"오 간만에 주어가 나오셨는데? 우리집은 여기서 별로 안멀어요 걱정 안해도 되요."


"그래도 남자가 대려다 주고 이래야 하는거 아니야?"

 

"으이구 영화 안본다더니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셨어! 우리 아저씨! 됬어요. 그냥 내비둬요.

얼굴이 무기라서 나 화장 지우면 아저씨도 무서워 할걸요?"

 

"화장 한거였어?"


"화장 안하고 데이트 나오는 여자도 있나요?"


"다 왔네.. 우리집"


"가요 이제..."


"음..."

 

"왜요 무슨 할말 있어요?"

 

"재...재밌었다고...오늘..."

 

"풋... 얼굴 빨개졌다. 아저씨. 저두 재밌었어요. 헤헤"

 

"키스 한다. 지금"

 

"담부턴 물어보지 말고 그냥 해요."

 

 

그녀의 허리를 끌어 내 쪽으로 담긴후

그녀의 목덜이를 잡아 챘다.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행위... 그것은 키스...

 


입을 떼자...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갈게요..."

 

나 역시 귀가 뜨거워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응... 잘가"

 

웃기는군... 한 10대들의 사춘기 사랑도 아니고...

 


그녀가 천천히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담배 한개피를 꺼내 입에 물었다.


젠장... 금연해야 하는데...

 

담배 연기가 내 입밖으로 한모금 빠져 나오면서

생각 했다.

 

말해야하나...


내가 그 남자가 아니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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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있다.

"사랑해요" 라고 말할땐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없었고

 


"사랑했어요"라고 말했을때

비로써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