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맨 1

장우영2002.12.11
조회323


-덜그덕 덜그덕 툭 툭..

 

역시 태양이란 놈은 더이상 나를 반겨주지 않았다. 조금 이라도 햇빛에 노출된

뼈는 천천히 금이 가 바스러지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계속해서 내 몸은

쓰러지고 있었다. 다행히 두개골 쪽은 태양 정도에는 끄덕 없이 견딜 수 있

었다. 그러나 두개골도 무적은 아니다. 두개골은 재생하기가 무척 힘들다 언

젠가 미궁의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온몸을 두꺼운 강철 문에 계속해서 던졌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두개골은 몇만 번 정도의 충돌에는 그 단단한 명성을 흠짓

하나 내지 않았지만 수십만번째에 갑자기 금이 가는 바람에 꽤 오랜 시간동

안 요양을 해야 했던 일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두개골이 부수어진다 하더

라도 내게는 그다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부수어진 조각들은 다시 모여질테

니까.아무튼 빛은 온몸에 걸치어진 갑주들의 틈세를 요리조리 찾아내며 서서

히 나의 몸을 쓰러 트렸다.이렇게 되면 밤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순간 열

려진 나의 동공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세바스찬이 잠에서 깨어난건지 갑

작스런 충격에 놀라 나온 건지는 몰라도 서서히 몸을 두개골에서 빼내며 숲을

향해 유유히 기어 가는 모습이 보였다.그뒤로 내가 세바스찬을 본것은 해가

지기 시작하는 때였다.세바스찬은 그 특유의 유연한 몸을 배배꼬며 천천히

재생중이라 쓰러져 있는 머리 쪽으로 가서 다시 두개골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잠이 들었다.

피냄새가 느껴지는 걸로 봐서 세바스찬은 사냥을 다녀온 것 같았다.다시 돌아

오다니 기쁘다. 이윽고 해는 다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뼉따귀들은 다시 그

형태를 갖추고 이어지고 나는 몸을 일으켜 보았다. 뼈들은 올바르게 이어진

듯하다...이제 남은 것은 다시 그 도적들을 잡는 일 뿐.왕관과 동질로 이어진

느낌은 남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3번의 저주같은 아침이 지나는 동안 나는 밤만 되면 걸었다.걸으면서 느낀

거지만 역시 세상을 다시 보게되니 감회가 새롭다..잊혀졌던 기억의 저편에

서 서서히 올라오는 추억들은 어떤 때는 고통으로 어떤 때는 아련한 슬픔이란

이름으로 나를 몰아치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지만 미궁에 갇혔을 때는 생각

나지 않던 기억들도 밖에 나온 지금에 이르러서는 생각나는 것들이 많았다.

내가 살던 마을과 가족들의 이름,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없어서 당한 징집등

,그러나 이런 기억들이 살아 날 때마다 나는 내가 죽은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

게 되고 만다.비록 나쁜 일이 더 많은 인생이었지만 다시는 그 순간을 느끼지

못 할거라는 것이 날 더욱 힘들게 하는지도...그러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

보다는 어서 루비를 찾는 것이 더 급했다. 나의 이성을 지금껏 지켜주었던 물

건 그것이 없었다면 나는 이미 적이던 언데드의 괴물들과 하등의 차이점도 없

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벽이 다 되어 갈 때쯤 나는 어느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나와 비슷한 느낌

이 이마을에서 나오고 있었다.마을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내 몰

골로 들어간다면 마을전체와의 전투는 각오해야 했기에 나는 마

을 주변에 빈집들을 찾아보았다. 신의 가호인지는 몰라도 빈집은 있었다. 다

떨어진 지붕과 여기저기 쳐진 거미줄, 내가 들어서자마자 무너진다해도 거짓

말 같아 보이지 않을 집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감지덕지 아닌가 나는 천천히

다 헐은 집으로 들어갔다. 하늘은 어느 센가 푸른 자태를 보이고 있었다.

그 보기 싫어진 태양의 모습도....

막 집안의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을 때였다.쉭쉭거리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왔다.세바스찬이 먹이를 먹으러 갈 때가 되었던 것이다.

평소에는 내 두개골을 집으로 삼다가 배가 고프면 쉭쉭거리며 동공을 통해

밖으로 나와 사냥을 가곤 하는 것이다.기특하게도 다시 내게 찾아오는 게 어

찌보면 신기하기도 했다.이제 태양이 질 때까지만 여기서 쉬고 밤에 그 놈들

을 찾아 루비만 되찾았으면 만사는 끝이다..그러나 루비를 찾고 나면...무엇

을 해야 할까..고향이나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