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알약(7) -

임마누엘2006.04.22
조회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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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너의 곁에 있을 거야.



1  

 강의실에서 나오는 민정은 벽에 기대고 서 있는 민섭을 보자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가려던 참이다.

“ 민정아.  ”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춘 민정은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으며 뒤 돌아 능청스럽게 인사한다.

 

“ 어? 선배? 안녕하세요. ”

“ 그래. 수업 끝났지? 다른 약속 있니? ”

“ 다른 약속이요? 아..네.. 친구만나기로 했는데. ”

“ 그래도 오늘은 그 친구한테 내가 실례를 좀 해야겠다. 나한테 시간 좀 내라. ”

“ 네? 무..무슨 일 이신데요? 근데 어쩌죠? 친구가 오래 기다려서요. ”

“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어디가 좋을까? 그래 동아리실로 가자. ”

 

 동아리 실로 가자는 민섭의 말에 민정은 불안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날 일을 집고 넘어가겠다는 뜻일 것이다. 동아리 실로 걸어가는 민정은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아 복잡한 심정이다.

 

“ 선배..?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

“ 민정이..너.. 승우 좋아하니? ”

민섭의 직접적인 질문에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민정.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 아니..대답하지 마라. 제 삼자인 내가 너한테 이런 말 하는 건 좀 오버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승우를 좋아하는 게 맞다면... 그 마음 접어. ”

너무나 단호한 민섭의 말에 울컥하는 마음에 이번에는 빠르게 대답한다.

 

“ 왜요? 왜 그래야 하는데요? 이건 내 문제에요. ”

“ 그래..네 문제지. 그리고 승우의 문제이기도 하지. ”

“ 하.. 하..그래요. 나 승우선배 좋아해요. 아주 오래전부터요. 이건 내 마음이라고요. 선배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요. 선배 말대로 선배가 오늘은 좀 오버하셨    네요. 더 이상 들을 필요를 못 느끼겠어요. 그만 가 볼게요. ”

  뒤 돌아서서 가려는 민정에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민섭.

 

“ 승우. 사랑하는 여자 있어. ”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는 민섭의 말에 눈이 커지며 뒤돌아서서 민섭을 바라보는 민정은 모르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다음에 민섭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 그 여자도 승우를 사랑하고 있고. 두 사람은 아주 행복해하고 있어. 원래 사랑은 일방통    행이 아니잖아? 쌍 방향이 되어야 이루어지는 거고. 네가 힘들겠지만 접어야 하는 게 맞    는 것 같은데...? ”

“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선배.. 난 상관없어요. 승우선배가 날 봐주지 않아도..내가 보면    되는 거니까. 상관없어요..난. ”

“ 그날 네 행동에 대해서는 승우에게 말하지 않았어. 물론 나만 봤으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승우에겐 그 여자가 전부야. 네가 들어갈 자리는 없을 거다. 승우한테     직접 이런 말 듣는 것 보다는 나한테 듣는 게 너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

 

 

 민섭의 말을 듣는 것조차 민정에겐 힘겨워 보였다. 비틀 거리는 민정을 민섭이 빠르게 부축했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민정을 바라보는 민섭. 힘들어 하는 민정을 보면서 민섭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민정이 승우를 몰래 마음속으로만 좋아하고 있었을 때 민섭 또한 민정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에. 상처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이런 말을 전해주므로 인해서 오랫동안 숨겨 온 자신의 사랑이 깨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요즘 너무 행복해 하는 친구 승우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었다.

“ 나는 상관없어요. 정말이에요.. 나는 괜찮다고요. 하...하..흐..흑...흑.. ”

눈물을 흘리는 민정을 승우는 자신의 품안에서 울도록 민정을 잡아끌었다.

‘ 미안해..미안해..미안하다..민정아.....’




2

 수현의 집 거실에서는 승우가 앨범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말로만 듣던 부모님의 얼굴을 뵐 수 있었고 수현의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어린아이인 마냥 너무도 밝게 웃고 있었다. 그 시간 수현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은 볶음밥이 아니라 김치찌개를 끓이려고 준비를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만드는 법을 인쇄까지 해서 식탁에 놔두고 봐가면서 만드는데도 찌개를 끓이는 것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어렵게만 느껴졌다. 식탁에 차려져 있는 다른 밑반찬들은 반찬을 만들어 파는 곳에서 사온 것이었지만 김치찌개만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었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찌개가 다 끓여졌다는 생각에 가스 불을 끄고 거실로 나가는 수현.

 

 

“ 오빠. 식사 준비 다 됐어. 밥 먹자. ”

“ 벌써 다 됐어? 이야~ 드디어 수현이가 만든 다른 음식을 먹어보는구나. ”

“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 ”

“ 그 동안 먹은 볶음밥도 최고였지만 난 오늘이 더 기대 된다고. ”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확인하던 승우의 표정이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차려져 있는 반찬들을 보고는 놀라서 수현을 쳐다 본다.

“ 헤헤헤.. 이건..아니야..오빠~ 밑반찬은 내가 사온거야. 헤헤헤헤. 오늘의 메뉴는 김치찌개    입니다. 맛을 보시고 평가해주세요. ”

“ 좋아~ 내가 먼저 먹어 볼게. ”

수저를 들어 김치찌개의 맛을 확인하는 승우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지만 수현의 앞이라 금새 웃어 보였다.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자신의 바라보는 사랑하는 이 여자 앞에서 너무 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오빠. 어때? 맛있어? ”

“ 어? 그럼~ 정말 맛있다. 최고야~ 너무 맛있어서 내가 혼자 다 먹어야겠다. ”

“ 우와~ 정말 그 정도야? 나 오늘 처음 끓여 본 건데. 우와 단번 성공했네? 나도 먹어 봐    야지. 얼마나 맛있나~ ”

“ 아니..수현아... 너무 맛있어서 내가 다 먹고 싶은데. 하하하하. ”

“ 그런 게 어딨어? 같이 먹어야지.. 순 욕심쟁이. ”

 

 

냄비를 들어 자신의 옆에다 놓는 승우의 행동의 욕심쟁이라고 놀리는 수현. 자신이 맛있다는 말을 하니까 마냥 행복해 하는 수현을 보면서 그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승우는 짜지만 그 김치찌개를 열심히 먹는다. 다른 밑반찬에다 밥을 먹던 수현이 승우의 눈치를 살피다가 재빠르게 승우가 가져간 냄비에서 김치찌개 국물을 수저로 떠서 자신의 입안으로 넣는다. 놀라는 승우.

 

“ 으...이게 뭐야. 어우~ 짜... ”

“ 수현아..괜찮아? ”

“ 너무 짜잖아. 으..맛없어. ”

 

물을 컵에 따라 수현에게 건네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어버리는 승우. 그런 승우를 보면서 얄밉다는 듯이 쳐다보는 수현.

“ 뭐야~ 맛있다면서? 엄청 짜잖아. 오빠 짠 거 좋아해? 아님. 나 땜에 참고 먹었던거야? ”

“ 짠 거 좋아해. 나한테는 엄청 맛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맛에는 좀 많이 짜겠다. 그치? ”

“ 아무튼.. 사람 너무 미안하게 만드는 데 뭐 있어요. 정말. 나중에 더 연습해서 다시 해줄    게. 오늘은 이거 먹지마. 짠 거 몸에 안 좋다고 하던데. ”

 

할 수 없이 김치찌개를 포기하고 밑반찬으로 식사를 하는 두 사람.

식사가 끝나고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는 수현. 승우가 그 뒤로 살금살금 다가와 수현을 조심스레 안는다. 그리고 귓가에는 작게 속삭인다.

“ 수현아. 고마워 ”



 3

 수현이 오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교 앞 커피 숍. 수현이 항상 걸치던 앞치마를 수현을 대신해서 승우가 걸치고 각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주문 받기 바쁘다. 주문 판을 들고 카운터를 향해 걸어오는 승우.

 

 

“ 파르페 하나랑. 팥빙수 하나. 주문이야~ ”

“ 알았어. 오빠 이마에 땀난다. 덥구나. 에어컨 더 세게 틀까? ”

“ 아니야. 원래 내가 땀이 좀 많거든. 앉아서 계산하니까 훨씬 편하지? ”

“ 헤헤. 그렇긴 한데. 나 때문에 오빠가 고생하잖아. ”

“ 하나도 안 힘드네요.~ 그러니까 걱정 말고 편히 앉아 계세요. 아가씨? 하하 ”

 

그 때 경쾌한 종소리가 들렸고 문을 열고 민섭이 들어왔다. 그를 뒤 따라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예쁜 여자가 들어 왔다. 수현은 민섭을 보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 오셨어요? ”

“ 네..수현씨. 장사가 잘 되네요. 이렇게 장사도 잘 되는데 사장님한테 보너스 좀 올려달라    고 해보는 건 어때요? ”

“ 왔냐? 어? 민정이도 왔네? 이야~ 둘이 어디 갔다 오는 거야? ”

“ 오빠. 우선 두 분 테이블로 ...”

“ 아 참~ 이쪽으로 와~ ”

 

 

 민섭과 민정을 창가 테이블로 안내하는 승우. 자리에 앉은 민정이 새로운 모습의 승우를 보고는 적응하기 힘든지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승우가 앞치마를 입고 커피숍에서 홀 서빙을 하고 있다니. 한 번도 본 적 없는 승우의 모습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는 유심히 카운터에 앉아서 이것 저 것을 정리하는 한 여자를 뚤어 지게 본다. 팥빙수를 주문하자 주문 판을 들고 카운터로 가볍게 뛰어 가는 승우. 수현에게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승우를 보는 민정의 마음은 그리 편치 만은 않은 것 같다. 아까부터 앞에 앉아 있는 자신보다는 승우에게 그리고 수현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정을 보니 괜히 이곳을 데려왔나 하는 후회가 되는 민섭. 한번 수현을 보고 싶다며 둘이 다정한 모습을 보고 나면 마음 정리를 하기에도 쉬울 것 같다며 자신을 찾아온 민정을 이번에는 매정하게 대할 수 없었기에 데리고 왔지만 더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민정은 너무나 다정한 두 사람을 보면서 더 마음이 아픈 건 둘은 너무 잘 어울리는 연인이라는 것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둘은 너무 잘 어울렸다. 저렇게 행복하게 웃고 있는 승우를 보면 저 여자가 승우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1시간정도 두 사람을 지켜보더니 이내 일어나자는 말을 하면서 짐을 챙기는 민정을 따라 카운터에 있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는 커피 숍 밖으로 나온다.

 

 

“ 선배 말대로 두 사람 너무 행복해보였어요. 내가 들어갈 자리는 전혀 없다는 거. 그냥 두    사람 만으로도 너무나 예쁜 그림이 된다는 것도. 마음은 좀 아프지만. 어쩌겠어요.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닌 걸. ”

 

자신이 민정을 설득 시키려고 했던 말이 아무래도 민정의 가슴에 박혀 상처가 된 듯 해서 더욱 가슴 아픈 민섭. 민정의 어깨를 감싸며 억지로 웃는다.

 

“ 자..가자. 오늘은 제가 집까지 에스코트 해드립죠.~자아~가실까요? ”

 갑작스런 민섭에 자연스러운 스킨 쉽에 놀란 표정의 민정을 데리고 두 사람은 서서히 길거리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4

 집으로 가는 버스 안. 승우와 수현은 나란히 맨 뒷 자석에 앉아서 손으로 장난을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렸을 때 많이 하는 보리. 보리..쌀. 놀이를 하는 두 사람.

“ 보리...보...리....보리...보리..쌀~ ”

 

눈을 크게 뜨고 승우를 뚤어 져라 바라보며 승우를 긴장에서 풀리게 하고는 '쌀‘을 외치며 재빠르게 손을 승우에 손에서 빼는 수현. 이겼다는 승리의 기쁨으로 즐거워하는 수현을 보니 승우는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승우에 핸드폰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고 승우는 폰을 꺼내 전화를 받는다. 발신 번호가 ’아버지‘라고 뜨는 것을 보고 한 손으로는 폰을 살짝 감싸면서 전화 받는다

 

 

“ 예. 아버지. 네.. 곧 들어갑니다. 예. 네 에~ ”

“ 아버지셔? ”

“ 응. 언제 들어 오냐고 ..”

“ 아.. 오빠 많이 기다리셨나 보다. 오늘은 나 혼자 들어가도 되는데.. ”

“ 이궁. 그런 거 아니야. 10시가 넘었는데 어떻게 너 혼자 보내..? ”

에취~ 갑자기 수현이 제취기를 하자 놀라는 승우.

“ 왜 그래? 너 감기 걸린 거 아니야? 어디..열 한번 측정해 볼까. ? ”

 승우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한 번 짓고는 자신의 이마를 수현의 이마에 살짝 가져다 댄다. 생각보다 뜨거웠다. 이상해서 자신의 손으로 수현의 이마를 짚어 보는 승우.

“ 열 있는데? 생각보다 뜨거워. 얼굴도 좀 뜨거운 편이고. 진짜 감기 오려나 보다. 어디 아    프진 않아?  ”

“ 응? 아니야. 괜찮아. 그냥. 살짝 몸이 무거운 것 빼곤. 헤헤. ”

“ 무거워? 그런 감기 오려는 거 맞는 거 같다. 오늘부터 관리해야겠는 걸.? ”

“ 괜찮다니까. 헤헤. 아참~ 오빠 내일 시간 되지? 나랑 어디 좀 같이 가자. ”

“ 어디 가는 건데? ”

“ 내일 만나보면 알겠지요.~ 푸헤헤. ”

 

 집 앞에 도착한 두 사람.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헤어지기 싫은 모양이다. 그리고 점점 승우의 얼굴이 수현에게로 다가온다. 평소 같았으면 다가오는 승우를 기분 좋게 받아 들였을 수현이지만 감기 증상이 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이내 고개를 돌려 버리는 수현. 수현의 행동의 살짝 민망해진 승우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수현을 바라보자.

“ 헤헤. 미안. 나 감기 걸려서 오늘은 안 돼~ 감기 옮는다고요. ”

“ 하하하 뭐야~ 그런 거였어? 난 또 내가 실수 한 줄 알았네. 난 너무 건강해서 이 정도로    는 감기 안 옮거든요. ”

 

그리고는 수현의 입술에 기습 키스를 하는 승우. 처음에는 뿌리치다가 승우에 입술이 어찌나 달콤한지 그 순간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수현의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는 뛰어 가는 승우. 그런 승우에게 손을 흔드는 수현.



5

 아직도 수현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좋은 건지 그 감촉의 기억이 좋은 건지 자신의 입술을 집에 가는 동안에도 만지작거리는 승우. 커다란 저택 앞에 도착한 승우는 대문 옆에 있는 초인종을 누르고 잠시 뒤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신발을 벗고 들어서려는 순간 거실 쇼파에 앉아 있는 한 회장을 발견한다.

 

 

“ 다녀왔습니다. 아직 안 주무셨어요? ”

“ 요즘 들어 귀가 하는 시간이 늦어지는구나. ”

“ 아..네...친구 좀 만나느라... ”

“ 그래. 네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여기 좀 앉거라. 할 얘기가 있다. ”

한 회장에 말대로 쇼파에 앉는 승우. 옆에 있던 서류들을 승우에게 건네는 한 회장.

“ 아버지.. 이게 뭐에요? ”

“ 네가 유학생활을 하게 될 나라와 대학의 대한 서류들이다. ”

“ 네? 아버지..유학이라니요.? ”

“ 저번에도 한 번 말했는데 .. 유학할 생각 없냐고. ”

“ 그건. 제 의사를 물어보시는 거였지. 확정된 건 아니였잖습니까? ”

“ 나는 그 전부터 널 유학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날 물어 본 건 너의 생각도 한 번    들어 보려는 것이었고 이미 유학갈 곳에 대학교와 생활 할 곳도 마련해 놨다. 학교에도     미리 연락해 놨고. ”

“ 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모르는 유학이라니요? ”

“ 네 동생 선우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유학가고 싶다고 모든 정보를 알아보고 나에게 말했    었다.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고 싶다며 내게 찾아 온 선우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뿌듯    했는지 아느냐? 선우가 유학 얘기를 꺼냈을 때 너에게도 물어 봤지만 너는 한국에서 공부    하겠다길래 잠시 너를 보류해 두기로 했었다. 이제는 너도 한국이 아닌 다른 넓은 곳에서    시야도 넓히고 많은 것을 익혀야 할 때야. 그렇게 알고 준비 하거라. ”

“ 아버지. 전. 그럴 수 없습니다. 여기서 제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공부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다른 나라까지 가서 공부해야 할 이유는 특별히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유학 가지 않겠습니다.”

“ 이제 너에게 선택권은 없다. 너는 내 뜻대로 유학 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야. 들어가 쉬    거라. 나도 좀 피곤하구나. ”

 

 

자신의 말만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한 회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소리쳐 불렀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정하게 문을 닫아 버리는 한 회장. 넓은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는 승우는 주먹을 쥐고 한 숨을 쉰다. 저렇게까지 강하게 나오는 아버지는 분명 자신의 뜻을 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너무도 마음이 찹찹한 승우.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하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6

 수현에 집 앞에서 수현을 기다리는 승우. 그러나 어느 때 보다도 기쁜 표정이 아닌 근심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는 담벼락에 몸을 기댄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유학을 가게 되면 수현과 헤어지게 된다. 적어도 3년 이상은 걸릴 유학생활을 수현 없이 지낼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하루도 수현 없이는 지내기 힘든 자신이 짧아야 3년. 그 이상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유학을 어떻게 견뎌 낸단 말인가. 그렇다고 수현과 같이 유학을 같이 떠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아마도 한 회장 성격에 여자 때문에 유학을 못 가겠다고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수현을 먼 곳 어디론가 보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뛰어난 인재가 되어 장남인 자신이 한 회장의 회사를 맡아 잘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승우는 자신에게는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부족한 것이 없는 수현이지만 아버지인 한 회장의 입장에서 본 수현은 한 없이 가난하고 뛰어나지 않는 집안을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잠시 뒤 수현이 대문을 열고 나왔고 승우를 보자 놀란 눈치였다.

 

 

“ 언제 왔어? 오빠? 도착했으면 올라오지. 날씨도 더운데. 선풍기 바람이라도 쇠면 시원하    잖아. 헤헤 ”

“ 흐흠... 도착 한지 얼마 안 됐어. 이렇게 기다리는 것도 즐거우니까. ”

“ 우와~ 날 기다리는 게 그렇게 즐거워? 헤헤. 근데 오빠. 어제 잠 못 잤어? ”

“ 어? 아니.. 왜? ”

“ 얼굴이 푸석푸석해. 눈도 좀 피곤해 보이고. 어디 아픈 건 아니야? ”

“ 아니야 그런 거. 근데 오늘 어딜 같이 간다는 거야? ”

“ 가면서 말해줄게. 헤헤 . ”

 

서울역에 도착한 두 사람. 수현은 기차표를 끊고는 승우에게 건네주고 방긋 웃어보였다. 아직도 어리둥절한 승우. 시간이 되어 기차에 올랐고 어디로 가는 건지 . 왜 가는 건지 모르는 승우가 수현을 빤히 쳐다본다.

“ 진짜 어디 가는 거야? ”

“ 남원역. 남원역 가는 거야. ”

“ 남원역? 거긴 왜? ”

“ 지리산 가려고. 헤헤 ”

“ 지리산? 갑자기 지리산은 왜? 등산 가는 거야? ”

“ 등산? 푸헤헤.. 글쎄. 가보면 알겠지? ”

 

 

영문도 모른 채 수현을 따라서 남원역에서 내리고 지리산으로 향하는 두 사람. 생각보다 산을 잘 타는 수현을 보면서 웃음이 나온다. 20분쯤 산을 올라가서는 큰 나무 아래 앞에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는 수현. 그리고 나무를 천천히 어루만지는 수현을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는 승우. 한참을 나무를 바라보더니 승우에 손을 잡고 나무 앞에 선다.

 

“ 아빠 .엄마. 저 왔어요. 그 동안 두 분이 잘 지내셨죠? 아~ 그리고 오늘은 저 혼자가 아    니고 이 사람도 같이 왔어요. 이름은 한 승 우 이고요. 아빠 엄마가 사랑하는 딸 수현이    가 사랑하는 남자에요. ”

 한 참 동안 나무를 어루만지던 수현을 보면서 영문을 몰랐었는데 다짜고짜 지리산에 가자는 말에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이 한 순간 풀렸다. 수현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골이 뿌려져 있는 지리산에. 그리고 이 나무에 찾아 온 것이다. 자신을 데리고 이곳에 와서는 자신을 부모님께 소개시키고 있는 것이다.

 

“ 안녕하세요. 아버님 어머님. 제 이름은 한승우 입니다. 제가 수현이를 많이 사랑합니다.     항상 아껴주고 사랑하면서 수현이를 지켜줄 것을 약속드립니다. 수현이 걱정은 마세요.     아버님 어머님. ”

승우가 수현의 손을 꼬 옥 잡고 자신의 부모님께 인사하는 것을 들으면서 참았던 눈물을 끝내 흘리는 수현. 그런 수현을 보며 자신의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안아 준다.

“ 오늘이 아빠 엄마 공동 기일이거든. 내가 중학교 들어가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교통사고    로 돌아가셨어. 그 때는 내가 너무 어린 나이였고 한순간에 부모님이 사라진 좌절감에 빠    져서 살기조차 싫었어. 그 때 내 옆에서 경미가 많은 힘이 되어 주었고 위로도 해주고 불    에 태워진 아빠 엄마 유골을 일주일간 안고서는 방에서 꼼짝도 안하고 울기만 했는데. 그   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너무 사랑하시는 우리 부모님이 이런 내 모습을 보   면 더 가슴 아파하실 거라는.. 그래서 정신을 차렸지.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하늘에 계신 아   빠도 엄마도 기뻐하실 거라고. 그리고는 제일 먼저 아빠 엄마 유골을 두 분이 살아 계실    때 자주 등산 하시던 지리산에 있는 이 나무 주위에 뿌렸고 보고 싶을 때마다 와서 혼자    얘기하면서 시간 보내고  ...... 오늘이 8년째 되는 기일인데 오빠를 아빠 엄마도 보고 싶어   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여기에 같이 오자고 한 거야. ”

 

 

 수현의 가슴 아팠던 지난 날 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현이 얼마나 충격이 컸을지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던 승우. 그런데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항상 예쁘게 웃는 수현을 보면서 대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승우는 수현을 따듯하게 감싸 안아 준다.

“수현아. 이제는 내가 네 옆에 있잖아.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눈물 나지도 않게. 내가 항상   네 옆에 있을 거야. 약속 할게. 영원히 너의 곁에 있겠다고. ”

승우의 따듯하고 진실 된 말 한마디가 수현의 가슴을 울린다. 그리고 수현의 작고 귀여운 이마에 정성스레 아름다운 입맞춤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