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알약(13)-

임마누엘2006.04.22
조회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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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역 안에 들어오면..



1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개발 기획팀의 사무실. 시계 바늘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자~아. 이제 점심 먹으로 갑시다. ”

“ 벌써 점심시간이네? ”

“ 왜 그렇게 시치미를 뚝 떼고 그래요? 11시부터 배곱 시계가 울려서 시간 가는 건 아주     잘 아셨을 텐데요. 하하. ”

“ 그래요? 소리가 들렸어요? 아이.. 최대한 안 들리게 내려고 했겄만. 실패네~ ”

 

점심시간이 되자 일하는 소리로 가득했던 사무실에 순식간에 분주해 지고 화기애애해 지고 있었다. 다들 일어나서 점심 먹으러 나가려는데 수현만 계속 자리에 않아 있는다.

 

 

“ 수현씨? 점심 먹으러 가야지. ”

“ 다녀들 오세요. 오늘은 제가 속이 좀 안 좋아서요. ”

 

 아침부터 울렁거리면서 속이 좋지 않았던 수현은 체 끼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도 안 먹었는데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점심도 포기하고 사무실에 남아 인터넷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얼굴이 떠오른다. A4용지에 샤프로 그림을 그리는 수현. 3년 전 자신이 기억하던 승우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출해 낼 수는 없어도

 

 얼마 전에 승우와 닮은 남자를 보고는 그 생김새가 기억났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 샤프를 들고 틀을 잡고 하 나 하 나 그려나간다. 함 참 동안을 그리더니 뚝 딱 완성하는 수현. 한 때는 승우의 얼굴을 하루에도 몇 번씩 그렸던 적이 있었다. 최대한 닮은 모습을 연출 해 내고 싶은 마음에. 나중에라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림을 다 완성한 수현은 화장실을 가려고 사무실을 나온다.

 

 시계 바늘은 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잠시 후 점심 먹으러 나갔던 직원들이 들어온다. 수현의 옆 자리에 앉는 현정이 수현의 책상에 놓여진 초상화를 보고는 놀란다.

 

 

“ 그림이네? 수현씨가 그린건가? ”

사무실로 들어온 직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수현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나갈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직원들이 와 있는 걸 보고는 반가운 듯 웃어 보인다.

“ 점심은 맛있게 드셨어요? ”

“ 오늘 메뉴는 좀 맛있었지. 수현이 뭐 좀 안 먹어도 되겠어? 배고플 텐데. ”

“ 아니에요. 속이 안 좋을 때는 안 먹는 게 좋다고 해서요. ”

“ 근데. 수현씨. 이 그림 수현씨가 그린거야? 아까는 못 보던 그림인데. ”

자신이 그린 승우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를 건네며 말하는 현정을 보면서 부끄러운 표정을 하고는 웃는 수현.

“ 네. 제가 그렸어요. ”

“ 그래? 그림에도 소질이 있구나. 근데. 이 그림 누구 닮지 않았어? ”

 

배꼽시계를 울려대던 기철이 다가와서 그림을 보고는 알겠다는 듯이 말한다.

“ 그러네. 이사님. 이사님 닮았잖아요. ”

“ 그래. 이사님. 닮았다. 아니. 근데 수현씨가 이사님하고 아는 사이였어? ”

“ 아니요. 모르는데요. 제가 그린 그림이 이사님하고 닮았어요? ”

“ 응. 아주 많이 닮았어. 이사님 초상화 그린 것처럼. 이야~ 진짜 똑같다. ”

 

세상에는 자신과 닮은 사람이 두 사람이 더 있다 더니 그 말이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한명은 벌써 만난 싸가지 없는 남자. 또 한 명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자신의 회사 이사님. 그리고 승우.....



2

 JD 그룹의 회장실. 윤 비서와 대화중이던 한 회장은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아들 선우를 보자 무표정에서 순식간에 인자한 아버지의 표정으로 변한다. 한 회장은 때론 다정하고 인정하지만 때론 치가 떨리도록 무서운 사람이다. 유난히 자신의 가족에겐 다정하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나 다른 사람에게는 한 없이 무정한 사람이 한 회장이다.

 

 

“ 왔냐. 이리로 앉거라. ”

“ 그래 요새 재개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건수를 올리고 있다고..? ”

“ 동작구에 괜찮은 자리가 하나 있어서요. 충분히 정보 수입해서 세밀하게 검토 중입니다.”

“ 그래. 그건 네가 알아서 잘 할 테니 전적으로 네가 맡아서 해 보거라. 아~ 그리고. 어제    승우에게 연락이 왔었다. 1년의 한 번 꼴로 연락을 하는 꼴이라니. 흠.... ”

“ 형이 아버지께 뭐라 하던가요? ”

“ 간단한 안부 인사 정도하고. 곧 돌아 올 것 같다더구나. 박사과정이 거의 끝나간다고. ”

“ 아... 곧 돌아온다고요. 그렇군요. 회장님. 전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

회장실을 나오는 선우의 표정은 싸늘하고 어두운 표정이다.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선우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화가 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 형.... 형이 돌아온다고? 곧 돌아온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형이 돌아와서 내가     뒤쳐질 순 없지. 그 전에 내 입지를 넓혀야겠군. ’

 

 승우에게 단지 형이라는 이유로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는 선우는 무엇보다 자신이 형인 승우보다 높은 위치를 얻어 내길 바란다.




3

 인터넷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검색해서 찾아보고 있던 수현. 생각보다 참실한 아이디어는 인터넷석상에 많이 올라와 있었다.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도. 그런 종류의 글을 읽으면서 본인 스스로도 공감하고 있는 중이다.

 

 

“ 수현씨.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

“ 네? 네~ 그럼요. 뭔데요? ”

“ 내가 지금 급하게 아들 유치원에 갔다 와야 할 것 같은데 이 서류 좀 이사님께 결재 좀     대신 맡아주겠어? ”

“ 결재요? 그런 중요한 걸 제가 결제 맡아도 되는 건가요? ”

“ 아주 특별한 거 아니고 간단한 거니까 결재만 받고 내 책상에 다시 올려놔주면 되는데. ”

“ 아~ 알겠습니다. 과장님. 제가 갔다 올게요. ”

 

이사의 방은 8층에 있었다. 승우와 닮은 또 다른 사람이라는 말에 한번쯤은 얼굴이 보고 싶었다. 이사라는 직급이면 정말 높은 직급인데 조신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8층에 처음 올라와 보는 수현은 긴 통로를 지나 유난히 큰 사무실 문 앞에 섰다. 수현을 보자 비서로 보이는 분이 수현을 빤히 쳐다보며 말을 건다.

 

“ 어떻게 오셨습니까? ”

“ 아~ 예. 개발 기획팀 신입사원입니다. 오늘 과장님께서 급한 볼 일이 있으셔서 제가 대신    결제 맡을 서류 가지고 왔습니다. ”

“ 안으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

비서의 말에 따라 유난히 큰 사무실의 문에 살짝 노크하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수현. 약간

긴장해서 그런지 손이 살짝 떨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개발 기획팀에 새로 입사한 최수현입니다. 오늘 과장님께서 급한 볼 일이 있으셔서 제가 대신 결재서류 가지고 왔습니다. ”

“ 가지고 왔으면 가까이 와서 건네주시죠? ”

“ 네. ”

 

 

직급이 높은 사람을 만나는 게 긴장돼서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설 때부터 인사를 마칠 때 까지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말하다가 가까이 오라는 이사의 말에 조금 씩 다가가는 수현. 그리고는 선우의 옆에 와서는 서류를 건네려고 눈치를 보며 그제 서야 이사라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수현.

“ 어? 당신은 저번에 그 싸... ”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이 헛 나온 수현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뒤 늦게 깨닫고 있었다. 이사한테 ‘당신은’ 이라고 말하고 자신의 입을 틀어막지 않았더라면 더 큰 실수를 할 뻔 했다. 수현이 사무실에 들어설 때부터 아는 얼굴이라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인사말이었다. 그래서 생각났다. 정기 채용 면접시험이 있던 날 비상구에서 몰래 인사말을 연습하던 그 여자라는 것이. 그제 서야 이름도 기억이 났다. 부하직원으로 들어와서 이사인 자신에게 ‘당신’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과 마지막에 하려다 만 그 말 또한 ‘싸가지’라는 말이었겠지. 하.하.하. 여기서 또 만나다니. 이런 우연도 있나 싶은 선우.

 

 

“ 아무 때나 그렇게 흥분하는 게 원래 성격입니까? ”

“ 아니요. 그게.. 그런 게 아니라. 아니. 뭐라구요? 흥분이요? 아...아니. 휴..그게 아니고요. ”

“ 이젠 말도 더듬네. ”

“ 네? 휴.... 죄송합니다. 이사님. 제가 그 때는 좀 심하게 말했던 거..”

“ 됐습니다. 바쁜 사람인거 알면서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게 취미군...  ”

기분 나빠도 할 수 없었다.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직장 상사만 아니었어도. 게다가 이사만 아니었어도. 할만은 했겠지만 이제 막 입사한지 일주일 된 직원은 그럴 만한 힘이 없는게 당연했다.

“ 바쁘다는 말 어디로 들었어요? 서류 안 보여 줄 겁니까? ”

“ 네? 아.. 아니요. 여기 있습니다. ”

 

 

재미있다. 이 여자. 자신이 직장 상사인지도 모를 때는 그렇게 당당하게 대항하던 이 여자. 그러나 지금은 할 수 없이 고개 숙이는 이 여자. 분명 흥분을 꽤나 잘하는 여자임에는 틀림없다. 서류에 사인을 해주자 기죽인 듯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조심스럽게 나가는 이 여자. 이름이 뭐였더라? 최수현. 그래 최수현.



4

 오늘은 일이 제대로 꼬이는 날인 듯하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면 과장님의 부탁에도 꽁무니 뺐을 것이다.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심히 걱정되는 수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퇴근 후에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경미에게 전화 하는 수현. 그러나 언제나 자신이 전화하면 받았던 경미가 하필 오늘은 받지를 않는다.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수현은 집에 오자마다 침대에 드러누워 버린다. 누워서 생각한다.

‘ 내가 원래 이렇게 흥분 잘하는 애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다혈질의 성격이 가끔씩   튀어나오는 건지. 아빠 엄마 돌아가시기 전에는 나..참.. 순했는데. 가격 깍을 줄도 모르고  은행에서 돈 뽑는 것도 못했고 먼 길을 혼자 기차를 타고 가는 것도 못했었는데.. 아빠  엄마 돌아가신 뒤로는 뭐든지 나 혼자 해야 하니까.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야만  했었어. 그리고 승우오빠가 날 떠났을 때도 그런 아픔을 이겨 낼만한 무엇인가가 내게는  필요했었어. 너무 악착같이 살아서 내가 이렇게 변했나? 하..하.. 오빠가 보고 싶다. 오늘 은 더더욱...’

 

 

자신의 변한 모습이 가슴 아프고 서러운지 눈물이 나는 수현. 부모님도. 승우도. 너무나 보고 싶은 수현은 볼 수 없어서 더 괴롭기만 하다. 그렇게 울다가 지쳐 잠이 드는 수현.




5

 어제 울다 잠이 들어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부어 있어서 계란으로 풀어 보려했지만 출근 시간에 늦을까봐서 무작정 나온다. 대학교 다닐 때는 버스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바깥 풍경을 그대로 구경하면서 올 수 있었지만 지하철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부은 눈으로 출근하면 동료들이 알아보고 끝없는 질문공세가 쏟아질텐데.

 

‘ 수현씨. 어제 라면 먹고 잤어요? ’ 라는가. ‘ 울었어요?’ 라든가. ‘얼굴 부은 거 안 빠지면   그거 살 된다던데. ’ 라든가.. 이런 말들을 늘어놓는 동료들의 생각에 걱정이 되는 수현.

엘리베이터에 타는 수현. 문을 닫으려고 하자 “ 잠깐만요.” 라고 외치 길래 친절하게 기다려 준다. 그러나 잠시 뒤에 등장한 남자를 보고는 이내 문을 빨리 닫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선우가 타서 매우 불편하다.

 

 

“ 최수현씨는 사람 보면 인사할 줄 몰라요? ”

“ 네? 아.. 안녕하세요. 이사..님. ”

안 그래도 어색하고 불편한 수현은 선우가 말을 걸어오는 것이 반갑지 않았다. 갑자기 자신을 유심히 보는 선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더 부담을 느끼는 수현.

“ 어젯밤에 라면 먹고 잤어요? 아님. 밤새도록 울기라도 했나? 눈꺼플이 너무 두꺼워서 사    물이 보이기나 하겠어요?”

“ 뭐라고요? 하.... 이사님. 농담이 좀 지나치신 것 같네요. ”

“ 농담으로 들렸습니까? 진담이었는데.  ”

점점. 이 남자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무리 부하직원이라고 해도 그렇지. 사람이 너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마음속으로 내 욕하고 있었습니까? ”

“ 네? 아..아니요..아닌데. ”

“ 아니면 말구요. ”

 

 

이 여자는 거짓말을 하면 이렇게 표정에서 들통이 나버리는 구나. 점점 더 재미있어 진다. 이 여자한테 말 거는 게. 대화하는 게. 웃음이 나오지만 참아 보련다.  7층에 도착하자 간단한 묵례를 하고 내려 버리는 최수현.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제 집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한 여자의 얼굴이 생각났었다. 처음에는 우리 회사 할인매장에서 손님으로 만났는데 그 때 수현은 자신을 보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두 번째는 우리 회사 정기 채용면접 때 비상구에서 혼자 인사말을 연습하던 그 여자.  세 번째는 동작지사에서 나오 던 길에 실수로 과일을 파는 할머니의 물건들을 짓밟아서 내 앞에서 상당히 흥분하며 대항하던 그 때 수현은 처음에 자신을 보고는 잠시 머뭇거렸다. 아주 잠시였지만 선우는 수현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왜 이토록 이 여자와 자주 마주치는 걸까. 요즘 선우의 시야에 자주 등장하는 여자. 최수현. 선우는 왠지 수현이 마음에 든다. 왠지 모를 당당함이. 그리고 당황하는 모습이. 하지만 이러다 말겠지. 하.하.하.



6

 개발 기획팀 사무실에서는 각자 자리에 앉아 자신의 맡은 일을 수행하느라 조금은 분주하다. 게다가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그 분주함이 고조되고 있었다. 퇴근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뒷정리를 하고 있는 직원들과는 달리 수현은 서류를 보면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 빠르게 타자를 치고 있다.

 

 

“ 수현씨. 그만하고 퇴근해 준비해. ”

“ 먼저 들어가세요. 오늘은 야근을 해야 할 것 같아 서요. ”

“ 아직 일 다 못 끝냈어? 내일 일찍 출근해서 마무리 지으면 되지 ”

“ 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요. 생각났을 때 처리하고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수현과 현정의 대화를 지켜보던 황과장이 웃으면서 말한다.

“ 우리 팀원들 더 분발해야 겠어~? 얼마 안 된 수현씨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말야. 허허    허허. 우리는 이만 퇴근하자고. 수현씨 수고해”

“ 네. 과장님. 안녕히 가세요. ”

 

모든 직원들이 빠져 나간 사무실 안에서 수현은 빠르게 눈과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7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오는 선우.

 

 

“ 지금 퇴근 하십니까? 이사님. ”

“ 아직 퇴근 안했군요. 퇴근하십시오. ”

“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요. 먼저 퇴근하세요. ”

“ 내가 너무 악독 상사 같군요. 아. 그거 서무과 제출할 서류 맞죠? 가는 길에 내가 제출하    고 가죠. 나한테 줘요. ”

“ 안 그러셔도 괜찮은데. 헤헤. 그래주시겠습니까? ”

 

 

비서에게 서류를 건네받고는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선우. 서무과는 바로 아래층인 7층에 있었다. 문이 열리고 서무과로 향하는 선우. 이 시간이 되면 모두가 퇴근 할 시간이라 서무과만 불이 켜져 있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한군데가 더 불이 켜져 있었다. 표지판을 보니 ‘개발기획팀’ 이었고 개발기획팀이라는 단어를 보자 떠오르는 한 여자가 있다. 자신을 웃게 만드는 여자. 최수현. 당연히 퇴근 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나가면서 유리로 만들어진 벽 안에 누가 있는 것인지 살펴본다. 주위를 살피던 선우는 반가운 얼굴을 발견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진지한 얼굴로 일을 하고 있는 그 여자를 보니 조금 기대한 것이 아깝지가 않다. 한 참을 지켜보다가 자신이 7층에 왜 왔는지가 생각나서 서무과로 향하는 선우. 서무과에 서류를 제출하고는 수현이 남아 있는 개발 기획팀 사무실로 향한다.

 

‘ 열심히 하는 군. ’

 

한참을 지켜보는 선우는 일하다 말고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펴는 수현을 보면서 웃음을 참으며 조용히 웃는다. 역시 저 여자는 자신을 웃게 하고 있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가서 자동차 문을 열고 출발한다. 10분 쯤 가다가 신호에 걸려 도로에 멈춰 서있는 선우는 무심코 주위를 살피다가 일식집을 발견한다.

 

‘ 저녁은 먹고 일하는 건가.? ’

차에서 내려서 초밥을 포장해달라고 하고 쇼핑백을 들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선우.



8

 직원들이 다 돌아간 사무실에 혼자 남아 일 한지도 벌써 2시간이나 지나있었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에 빠져 버린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한 가지에 몰두하던 적이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현은 이렇게 할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딴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바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문득 생각난 승우가 보고 싶어 책 사이에 껴 놓은 승우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꺼내 보는 수현은 승우가 그립다. 2시간 동안이나 앉아서 일만 했더니 화장실이 가고 싶은 수현은 사무실을 나와 화장실로 향한다.



9

 손에 들고 있는 초밥이 담긴 쇼핑백을 보면서 마음이 즐거운 선우. 요즘 한 동안 회사 안에서도 마주칠 기회가 없었고. 만난 적이 없으니 대화를 할 수 도 없었는데 이 걸 핑계 삼아 오랜만에 당돌한 그 여자와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걸음이 빨라진다. 단숨에 달려온 선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그 짧은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7층에 도착해서 아직도 불이 켜진 개발 기획팀 사무실 앞에 서서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당연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여자는 그 곳에 없었다. 약간은 실망한 표정에 선우는 주위를 두리 번 거리다가 수현에 것으로 보이는 핸드백을 발견하고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것을 알았다. 가지고 온 쇼핑백을 책상위에 놓고 포스트 잎을 찾던 승우는 책 사이에 끼어져 있는 그림을 발견한다.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주인도 없는데 꺼내서 확인하는 선우는 그림 속에 인물이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 설마. 이 그림. 날 그린건가?  하...하..하하하하하 ”

 

 괜히 기분이 더 좋아진 선우는 포스트 잎을 찾아서 무언가를 적어서 쇼핑백에 붙인다. 그리고는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수현은 책상에 놓여 진 쇼핑백을 보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그 안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초밥이다. 안 그래도 저녁식사를 놓쳐버려서 배가 고프던 참이었는데 잘 됐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먹는 수현. 그러나 선우가 써 놓은 포스트 잎이 쇼핑 백 옆면에 붙어 있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다. 누군지 모르지만 자신의 저녁을 해결 해준 그 사람이 고맙기만 한 수현.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수현. 벌써 시계 바늘은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10

 어제 늦게까지 야근하고 집으로 들어가서 그런지 오늘 아침은 30분이나 늦잠을 자버린 수현은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머리를 감고도 드라이기로 말릴 시간도 없었고 대충 옷을 챙겨 입고는 뛰어 나올 수밖에. 30분이나 늦게 나왔기 때문에 지하철은 평소보다 더 분비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가득했다. 각 역에 도착 할 때마다 내리는 사람은 없고 타는 사람만 많아져서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몸을 밀착 시키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늦잠을 잔 것은 자신이니 누구에게라도 화풀이를 할 수도 없는 것이고. 겨우 회사에 도착한 수현은 아직도 다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막 닫히려고 하는 엘리베이터에 간신히 올라탔다. 타고 보니 별로 반갑지 않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 얼굴은 그리운 얼굴인데 성격이나 행동은 완전 제 멋대로 인 남자. 자신의 직장 상사이자 우리 회사 이사라는 이 남자. 정말 불편한 사람이다. 아침부터 수현과 마주쳐서 그런대로 기분이 좋은 선우는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 안녕하십니까. 이사님. ”

“ 네. ”

 

선우는 아주 형식적으로 자신에게 인사하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이 여자가 조금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제 자신이 사다 준 초밥을 잘 먹었는지 물어 보고 싶었으나 너무 지나친 관심을 보이면 오해하는 게 여자라는 동물이라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질문을 다시 집어넣으려고 노력 중인 선우. 아마도 먼저 잘 먹었다고 인사 정도는 하겠지라는 생각에 수현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내심 기다리고 있는다. 그러나 7층에서 문이 열리자 간단한 묵례를 하고는 바로 내려버리는 수현을 보고 당황하는 선우. 걸어가는 수현을 불러 보지만 이내 문이 닫혀버린다. 실망한 기색을 보이며 걸어오는 선우의 모습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표정인지라 갸우뚱해 하는 비서. “안녕하십니까. 이사님 ” 이라는 말에도 대답 없이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처음 이 회사에 한 이사의 대한 소문이 많이 돌았었고 어떠한 순차적인 단계를 밟지 않고 이사라는 자리에 앉아 버린 한승우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다. 들어 온지 얼마 안 되서 한 이사의 수행비서가 다른 곳으로 발령 났고 그 때도 한 이사의 대한 여러 가지 소문은 한참 동안 없어지지 않았었다. 김 비서의 이어 자신이 비서자리로 발령 났을 때 처음에는 겁을 먹었지만 일을 해보니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자기주장이 강하고 불같은 성격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의외로 인간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한 이사의 표정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기분이 안 좋은 선우는 수화기를 든다.

 

“ 송 비서. 개발 기획팀의 최수현씨 내 방으로 올라오라고 해요. ”

“ 개발 기획팀의 최수현씨요? 예. 알겠습니다.”



11

 오늘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던 수현은 화장도 제대로 못 한 것이 신경 쓰여 화장실에서 화장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수현을 보자 과장이 말한다.

 

 

“ 수현씨. 이사님께 . 가봐. ”

“ 네? 누구요? ”

“ 한 이사님 말야. 이사님이 수현씨 찾으신다는데? ”

“ 이사님이 저를 왜요? ”

“ 그거야 나도 잘 모르지. 올라가 보면 알게 되겠지. 얼른 다녀 와봐. ”

“ 네....다녀오겠습니다. ”

 

왜 일까. 왜 그 사람이 자신을 찾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또 무언인가 실수를 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실수 한 것은 없는 것 같지만 혹시나 모르는 일이다. 워낙 트집을 잘 잡는 성격이라 이번에 또 무슨 일로 자신을 몰아넣을지는. 사무실에서 나오는 수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8층에 도착해서 선우의 방으로 향하는 수현은 송 비서를 한 번 보고는 웃어 보이며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 부르셨다고요. 이사님. ”

이번에도 역시 들어오자마자 인사를 하고 문 바로 앞에 서서 얘기하는 수현. 일어서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선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 10분을 그렇게 말이 없자 이 사람이 자신의 말을 못 들은 건지 아니면 그냥 무작정 씹어버리는 건지 몰라서 다시 한 번 인사하는 수현.

 

 

“ 저기.. 부르셨습니까? 이사님. ”

“ 귀 안 먹었습니다. ”

“ 네? 아.. 죄송합니다. 못 들으신 줄 알고.. ”

“ 최수현씨는 인사성이 밝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요? ”

“ 네? 아... 밝습니다. 인사성. 오늘 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뵜을 땐 인사드렸는데요. ”

“ 어제 초밥은 맛있게 먹었습니까 ? ”

“ 네? 초밥이요? 어제 제가 초밥 먹은 건 어떻게 아셨어요? ”

“ 그걸 나한테 물어 보는 겁니까? ”

“ 네....? 아... 그게... 헤헤.. 저기.. 그럼 혹시... 초밥 놓고 가신 게.. 이사님이세요? ”

 

 

이 여자. 모르고 있었는 듯하다. 자신이 놓고 간 줄. 하.하.하. 그런 거였군. 그제 서야 몸을 돌려 수현을 보는 선우.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현을 보니 또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자리에 앉는 선우. 아직도 얼어 있는 수현을 보면서 몰래 몰래 웃는다.

 

“ 쇼핑백에 붙여 놓은 거 못 봤습니까? ”

“ 쇼핑백.. 아니요. 못 봤는데요. 아.. 감사합니다. 초밥. 배고팠는데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 감사할 것 까지는 없고. 오늘 저녁 같이 합시다. ”

“ 네.. 네? 저녁이요? ”

 

승우는 또 다시 놀란 눈을 하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수현에게 달려가서 안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이상하다. 자신이 왜 이런 유치한 행동을 하는 것인지.

“ 퇴근 시간에 맞춰서 회사 앞에서 기다리죠. 그만 나가봐도 좋습니다. ”

“ 네... 가보겠습니다...”

 

얼어버린 수현의 얼굴. 사무실에서 나오는 수현을 보는 송 비서는 들어가기 전과는 조금 다르게 얼어붙어 버린 수현의 표정을 살피고 걱정스러운 듯 묻는다.

 

“ 최수현씨? 괜찮으세요? ”

“ 아..예.. 괜찮습니다. 그럼.. ”

 

 

수현은 지금 자신이 꿈을 꾸는 있는 것 같았다. 좋은 꿈이라기보다는 약간의 악몽 같은 꿈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저 남자의 행동. 얼굴을 보면 승우가 떠오르지만 행동을 보면 싸가지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너무나 제 멋대로 인 남자인데다 가끔씩 자신을 깜작깜작 놀라게 하는 재주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듯하다. 멍한 얼굴로 사무실에 돌아온 수현을 보고는 궁긍하다는 듯이 묻는다.

 

“ 수현씨. 이사님이 왜 부르신 거야? ”

“ 네..? 아... 그게 왜 부르신 거냐면요? 인사.. 인사를 잘 하라고요. 제가 아직 신입이라 윗    분들 얼굴 잘 몰라서 인사를 안 했었나봐요. 그래서요. 인사 좀 잘 하라고 하시네요. ”

“ 정말? 그럼 혼나고 온 거네? 성격 참. 특이 하시다~ 부하직원들한테 인사가 그렇게 받고    싶으신가? ”

“ 하.하.하.하. 그러게요. 하.하.하. ”

 

어색한 웃음을 짓고는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하는 수현.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말이 있다.

 

 ‘ 퇴근 시간에 맞춰서 회사 앞에서 기다리죠. ’

 

 

그 날 하루 종일 그 말이 신경 쓰여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수현. 퇴근시간이 점점 다가올 때마다 불안해 진다. 머릿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려대는 그 말 때문에.

시계 바늘이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들 퇴근 준비를 하는데 또 가만히 앉아서 모니터만 바라보는 수현. 퇴근을 해야 하지만 그 말이 생각나 최대한 시간을 끌고 싶었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동료들을 먼저 보내는 수현. 사무실에 이틀 연속 혼자 남게 된 수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배려다 보았다. 한 이사는 보이지 않았다. 없다는 것이라 생각하고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아까부터 세워져 있는 차에서 그 남자가 내린다.

 

‘ 휴..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어떻 하지? 그 불편한 자리를 내가 왜 가냐고. ’

 

 그 남자가 포기하고 갈 때까지 나갈 수 없었다. 이제 막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직원이 이사하고 저녁을 같이 먹었다는 것이 사내에 알려지면 자신만 불리해지는데다가 그 남자 자체가

불편한 수현. 너무 실수도 많이 했고 그런 높은 사람들과는 어울리는 게 어색하기만 하니. 그렇게 시간이 1시간쯤 지났다. 슬슬 배가 고파왔고 아직까지 회사 앞을 지키고 있는 그 남자 때문에 수현은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기만 하다. 하는 수 없이 모험을 하기로 결심한 수현은 회사 밖으로 그 사람 모르게 빠져 나가려고 시도한다. 1층 로비에 도착한 수현은 어떻게 하면 안 들키고 빠져 나갈 수 있을지 동태를 살피고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이사를 발견하고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최대한 당황하지 않았다는 걸음으로 걸어간다.

 

“ 최수현씨. ”

 

제발 못 보고 지나쳐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했으나 바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모든 계획이 무산되었음을 깨달고 뒤를 돌아 능청스럽게 웃어 보인다.

 

 

“ 이사님. 안녕하세요? 하하..”

“ 왜 이렇게 늦게 나옵니까? 한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아까 보니까 기획팀 직원들은 정 시    간에 퇴근하는 것 같던데. ”

“ 아~ 그게요. 이사님. 제가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남아 있었거든요. 그래서요. ”

“ 나랑 오늘 저녁 약속한 걸 잊어버린 건 아니고요? ”

“ 아유~ 설마요. 그런 건 아닌데요. 당연히 그냥 가셨을 것 같아서. ”

“ 갑시다. 배고픈데. ”

“ 네? 아.....네. 이사님. ”

 

 

 회사 밖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로 가더니 운전석에 먼저 타버리는 선우. 뒤 따라 온 수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서있다. 수현이 타지 않자 다시 내려서는 선우.

“ 안탑니까? ”

“ 네? 아~ 예.. ”

그리고는 뒷 자석에 타려고 문을 여는 수현.

“ 뭐해요? 앞에 타요. ”

“ 네..? 아... 네... ”

 

 

 앞 자석에 탄 수현이 안전벨트를 매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자 선우는 직접 매준다. 상당히 밀착되어 있는 수현과 선우. 당황하는 수현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는 선우. 차로 어디론가 달리더니 이내 도착한 곳은 고급 호텔 레스토랑이었다. 이런 곳은 수현에게 처음인데다 너무 화려하게 꾸며진 이 장소가 숨이 막히기만 하다. 더구나 이 남자와 함께여서 더 마음이 편치 않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예약 석으로 가는 선우와 수현은 자리에 앉는다. 잠시 후 주문 판을 들고  지점장이 등장해서는 주문을 받는다. 주문 판을 건네받은 수현은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런 곳을 와 본 적도 없는데 주문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런 수현의 마음을 읽었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자신의 마음대로 하는 성격 탓인지 수현의 음식까지 주문해버리는 선우. 어색하기만 한 수현은 이런 고급스러운 자리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어서 몸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잠시 후 애피타이저가 나오고 조금 뒤 메인 음식이 나온다. 말없이 음식을 먹는 두 사람. 고기가 질긴지 잘 잘라지지 않자 힘겨워 하는 수현을 보더니 자신의 것을 수현에게 건네고 수현의 것을 자신에게 가져온다.

 

 

 그 모습을 보는데 문득 3년 전에 승우와 자신이 돈가스를 시켜서 칼질을 하는데 잘 되지 않자 지금의 선우처럼 바꿔줬던 기억이 나는 수현. 얼굴의 생김새도 닮았고 목소리도 약간의 저음인 것이 조금은 비슷하고 그 때와 같이 음식과 장소를 다르지만 칼질을 하고 있다는 것도. 선우가 말만 하지 않는다면 그 때의 추억을 회상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먹으면서도 선우의 얼굴을 힐끔 힐끔 쳐다보는 수현.

 

“ 그렇게 몰래 훔쳐보지 말고 보고 싶으면 당당하게 그냥 봐요. ”

갑작스런 선우의 말에 당황하는 수현.

“ 제..제가 언제 훔..훔쳐봤다고 그러세요? ”

“ 내 얼굴이 좀 잘생기긴 했지만 그렇게 보면 닳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보고 싶은 얼굴을     왜 1시간이나 밖에서 기다리게 만들어요? ”

“ 하.. 이사님 혹시 왕자 병 있으세요? 그리고 제가 언제 이사님 보고 싶다 했다고 그러세    요? ”

“ 하하하하하. 왕자 병? 하하하 아니면 아닌 거지 왜 그렇게 강하게 부정하고 그래요?  나    는 내 시야에 자꾸 들어오는 대상에 대해서는 관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거든요. 사람    이 됐든. 사물이 됐든. 내 영역 안에 들어오면 내가 관리해야 하는 버릇이 있어서요. 예를    들면 당신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