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알약(18)-

임마누엘2006.04.22
조회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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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기 때문에..



1

병실 침대에 앉아 있는 승우가 점심을 먹고 있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머리와 다리를 다쳤지만 팔은 다치지 않아 충분히 음식을 떠먹을 수 있었는데도 수현은 자신이 손수 먹여주고 싶었다.

 

 

“ 아~ ”

“ 맛있어? ”

“ 응. 네가 먹여주니까. 진짜. 꿀맛이야. 헤헤헤. 수현이 너도 같이 먹자니까. ”

“ 안 돼. 오빠가 한 끼 당 먹어야 할 음식이 나오는 거니까 오빠가 다 드셔야 합니다~ ”

“ 넌 어떻게 하려고? 나가서 먹고 오게? ”

“ 이따가 오빠 잠들면 나가서 먹고 올게.  ”

“ 나 잠 안 잘 건데? 계속 네 얼굴 봐야 해서. ”

“ 어우~ 닭살이야~ 헤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자아~ 이제 다 먹었다. 물어 없네? 오빠 물    좀 받아 올게. ”

“ 응. 빨리와. ”

물병을 들고 병실을 나가는 수현.




2

  승우가 누워있는 병실 문에서 노크소리가 난다. 누군지 뻔히 다 아는데 노크를 하는 수현이 귀엽다는 생각을 한다.

 

 

“ 수현아. 장난 그만 치고 들어와~ ”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수현이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인 한 회장과 선우였다. 무서운 얼굴로 나타난 한 회장은 머리엔 붕대를 감고 다리는 깁스를 하고 있는 승우를 보자 더 더욱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 아버지..? ”

“ 너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냐? ”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잘못해서 난 사고였습니다. ”

“ 회사에서 한창 바쁘게 지내야 할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병실에서 이런 꼴로 누워 있    으면 되겠느냔 말이다. ”

 

 

교통사고를 당한 자신의 아들이 누워있는 병실에 찾아와서는 아버지로서 걱정하는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못해 줄망정 오히려 승우를 추궁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아는 승우는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다.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던 선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 아버지..아픈 사람한테 위로의 말을 해 주셔 야죠~ 저한테 형 소식 듣고는 아버지도 걱정   많이 하셨잖아요. 그런데 형 앞에서는 왜 그러세요...? ”

조금은 썰렁한 분위기인 병실 문을 열고 수현이 들어온다.

 

 

“ 짜잔~ 물 떠 왔지롱. 많이 기다.... 허~~? ”

 

물통을 들고 들어오면서 아픈 승우에게 웃음이라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재미있게 등장하려고 했는데 자신의 눈앞에 무서운 얼굴로 서 있는 남자는 승우의 아버지인 한 회장이었다. 한 회장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놀라며 들고 있는 물통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수현. 떨어지면서 뚜껑이 열리면서 안에 들어 있던 물이 사방으로 튄다. 한 회장의 옷에도 튀자 움찔하는 한 회장을 보고 수현이 달려간다.

 

 

“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저기.. 휴지라도..? ”

수현이 죄송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한 회장에 옷을 털어 주며 휴지를 건네주려고 하자 바로 탁 치면서 뿌리쳐버린다. 그러다 균형을 못 잡고 비틀거리는 수현을 선우가 받쳐준다.

“ 아버지~ ! 수현이가 죄송해서 그러는 건데. 너무 하십니다. ”

“ 너무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이 아이다.. 안 그런가.?  ”

 

한 회장의 말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수현을 보자 승우가 대답을 가로챈다.

 

“ 제 얼굴도 보셨으니 그만 돌아가 주세요. 저 혼자 있어도 괜찮으니까. ”

“ 이 아이에게 널 맡기고 가라는 게냐? 하..하..하하하하하하. 최수현양. 이제 나가주시오. ”

“ 아버지~ ! 이건 제 일입니다. 수현이랑 같이 있겠습니다. ”

“ 그걸 지금. 이 에비에게 말이라고 하는 게냐? 네가 여자에게 미쳐서 사리분간을 못 하는    것 같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마. 하지만.. 널 이대로 놔두지는 않을 것이니 그리 알거라.    가자. 선우야. ”

수현의 얼굴을 살피며 하는 수 없이 한 회장을 다라 병실을 나가는 선우. 한 회장의 얼굴을 본 뒤부터는 그대로 얼어버린 수현을 보니 안타까운 승우.

“ 수현아. 많이 놀랬어? 미안해. ”

“ 아..아니야..오빠.. 그래도 오빠 걱정되셔서 오신 건데 오빠가 좀 참지 그랬어. ”

“ 그건 알지만. 너한테 그렇게 함부로 대하시는 아버지한테 너무 화가 나...감정 조절이 안    되더라. 신경 쓰지마. 이제는 너 혼자 모든 걸 감당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나랑 약속해.”

“ 응? 무슨 약속? ”

“ 어쩌면 조금 힘들어 질지도 몰라. 아버지가 워낙 완고하시니. 그래도 아무리 힘들어도 다    시는 내 옆을 떠나지 않겠다고. 나도 이제는 너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널 떠나지 않을 거    야. 너한테 날라 오는 총알들도 내가 다 대신 받아 낼 거야. 그러니까. 나 믿고 따라 와     줘. 영원히 내 옆에 있겠다고 약속해. ”

“ 응.. 약속할게. 영원히 오빠 곁에 있겠다고. ”




3

 병실에서 두 사람이 즐겁게 대화하고 있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리자 긴장한 표정을 짓는 수현을 보면서 괜히 마음 아픈 승우. 그러나 걱정했던 인물이 아니고 오히려 반가운 인물이었다.

 

 

“ 경미야~ ”

“ 여유~ 이제 최 수  현 얼굴 핀 것 좀 봐~ 이야~ 역시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니까. 화장   을 안 해도 화장 한 나 보다 얼굴이 좋아 보인다. 나도 이참에. 남자나 구해 볼까? 아..참..   인사가 늦었네.. 또 뵙네요. 승우 씨. ”

“ 그러네요. 반가워요. 병문안 와줘서 고마워요. ”

“ 근데. 또 뵙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두 사람 언제 만난 적 있었어? ”

 

수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면서 본다. 그런 모습이 재미있는지 승우는 장난 끼가 발동한다.

“ 그건. 노코멘트. ”

“ 맞아~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이야. ”

“ 뭐야~ 왜 나만 빼 놓고 비밀을 만들고 그래? 나도 알려줘~”

 

 

궁금해 하는 수현을 보자 더욱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의미심장한 표정과 함께 제스처를 취하는 두 사람. 시간이 지나도 알려주지 않아 수현이 삐지려고 하는 찰나에 지난 번 일을 설명해준다. 그제 서야 웃는다. 오랜만에 세 사람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4

승우의 교통사고 때문에 회사에서 일주일간 휴가를 냈던 수현은 오늘은 출근했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회사 일을 나 몰 라라하면 말단 직원인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승우가 그 동안 회사에 나가라는 말에도 듣지 않았지만 오늘은 출근한다. 오랜만에 출근하는 거라 어색하기만 하다. 사무실로 들어서면서 웃음으로 인사를 하는 수현은 사무실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팀장이 수현을 따로 보자면서 회의실로 들어간다. 수현도 따라 들어간다.

 

 

“ 무슨 일이세요? 팀장님..? ”

“ 수현 씨 한테 하기 힘든 말을 하게 돼서 나도 유감이에요. ”

“ 그게..무슨 말씀이신지..? ”

“ 여기서 일하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수현씨가 성실하다는 거 하나는 나도 인정해     요. 하지만 어쩌겠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위에서 시키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입    장인걸.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사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어요. 수현씨가 일 그만    두도록 하라고요. 본사에서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

“ 네? 아..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

“ 어찌 됐든. 미안하게 됐어요. 새로 직원을 뽑으라고 해서 오늘부터 새로운 사람이 오기로    했는데. 지금쯤 도착 했겠네~ 지금 나가서 짐 정리를 좀 해줬으면... ”

“ 예.. 알겠습니다. 팀장님..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

 

 

회의실을 나오는데 직원들의 시선이 온 통 자신에게로 쏠려 있었다가 이내 아닌 척 하고는 일에 집중하는 직원들. 그런 직원들을 보면서 웃어 보이며 자리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는 수현. 그리고 밝고 명랑하게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온다. 수현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이런 일을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본사에서도 회장님의 권유로 쫒겨 나다 시피 동작지사로 발령받았을 때와는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 때는 승우가 옆에 없었지만 지금은 승우가 옆에 있으니 그 무엇보다도 든든하고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짐을 챙겨  회사를 나와 택시를 잡아타는 수현은 집으로 향한다.


5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수현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직장을 잃었으니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기에. 혹시나 몰라서 우선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여기 저기 알아보고 있었다.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고 발신번호를 확인해 보니 승우였다.

 

 

“ 오빠~ ”

“ 혹시나 하고 전화 했는데.. ”

“ 왜? ”

“ 일하는 중이라서 전화 받는 거 어려울 것 같아서.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전화했어. ”

“ 아~ 지금은 괜찮아.. ”

“ 지금은 안 바빠? 다행이네. 타이밍 좋아서~ 의사 선생님이 내일 쯤 퇴원해도 된다고 하    셨어. 통원 치료 받으라고 하더라고. 보고 싶다. 수현아. ”

“ 아~~ 나도 보고 싶어. 오빠. 퇴근 하고 바로 병원으로 갈게. ”

“ 너 피곤하잖아. 괜찮아. ”

“ 아니야. 갈게. 이따가 봐~ ”

 

 

전화를 끊은 수현은 자신이 회사에서 잘렸다는 것을 말 할 수가 없었다. 이 사실을 알면 아픔 몸을 이끌고라도 당장 아버지인 한 회장에게 달려가 따질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냥 그런 승우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 그 마음만이라도 고마울 뿐이었다. 다시 컴퓨터를 통해서 이력서를 제출 할 곳을 찾아본다.




6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우는 거의 항상 거실에 나와 있는 한 회장이 보이지 않자 귀가 했다는 인사를 하려고 한 회장의 방으로 다가간다. 손잡이를 잡으려고 하는데 방안에서 대화소리가 들려왔고 한 사람의 목소리를 아버지인 한 회장이었고 또 한 사람은 한 회장의 옆을 그림같이 지키는 윤 비서의 목소리다.

 

 

“ 아직도 그 아이가 병원에 다녀간다는 말이지..? 허허.... 가진 것도 없어서 직장생활을 해    야 생활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

“ 예. 부모님들 돌아가시고 그나마 있던 일가 친적 중 삼촌이라는 작자가 돈을 빌리고는 몸    을 숨겨 버려서 그 돈을 최 수 현 씨가 갚았답니다. ”

“ 그 돈이 얼마라도 하던가? ”

“ 이천만원이라고 합니다. ”

“ 이천만원? 하..하..하하하 겨우 그 돈을 못 갚아서 몸을 숨겼단 말이군. 그런 보잘 것 없는    아이하고 승우가 어울릴 수가 없지. 내가 처음에 그렇게 알아듣도록 말했는데 내 말을 무    시하고 다시 승우를 만나? 작장까지 또 다시 잃은 마당에 오히려 승우에게 더 달라붙으려    고 할지도 모르니. 자네가 한 번 따로 만나서 원하는 게 뭔지 알아보게나. ”

“ 예. 회장님. ”

 

 

 한 회장의 방 앞에서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선우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수현이가 또 직장을 잃었다는 말은 아버지가 임의대로 잘랐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누구를 사랑한 것이 아무런 잘 못 없이 직장을 두 번이나 잃어야 할 만큼 잘못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윤 비서의 발소리가 들리자 빠른 걸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간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선우는 머리가 복잡하다.

 

‘ 승우 형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가? 게다가 윤 비서님이 수현이를 개인적으로 만나게    되면 수현이가 상처 받을 텐데. ’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버지에게 대항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하고 또 한심한 선우.




7

오늘은 승우가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이다. 회사도 출근하지 않는 상태이기에 줄 곳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간호해주고 싶었으나 회사를 그만 두게 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승우에게 핑계를 댈 만한 이유가 없어서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도 승우가 병원에서 퇴원을 하지만 회사에서 한참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기 때문에 퇴원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있는 수현. 그러나 일자리가 쉽게 나지 않는다. 한참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고 승우였다.

 

“ 응. 오빠. ”

“ 나 지금 퇴원하려고. ”

“ 아~ 그럼 집으로 가는 거야? ”

“ 응. 근데 어딘데 그렇게 차 소리가 들려? 지금 회사에 있는거 아니야? ”

“ 응? 아..  지금 잠시 외근 나왔어. 퇴원하는 거 좋아? ”

“ 음.. 나는 병원에 있는 게 더 좋은데? 네가 매일 매일 찾아오니까. ”

“ 그런 말이 어딨어? 절대 아프 지마. ”

“ 그래 알았어. 나 이제 끊어야겠다. 이따가 연락 할게. ”

 

승우가 전화를 끊은 이유는 병실 안으로 선우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신을 퇴원시키기 위해 왔다는 생각을 하는 승우.

 

 

“ 형은 이거 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제대로 지켜주지 못 할 만큼 그    렇게 능력이 없냐고!  ”

“ 선우 너..그게 무슨 소리야? ”
“ 보아하니 형이 걱정할까봐 수현이가 아직 말하지 못한 듯하군. ”

“ 그게 무슨 말이냐니까.? 수현이가 나한테 말을 못하다니..왜? 뭘? ”

“ 수현이 회사 그만 뒀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잘렸지. 아버지가 임의대로 잘라버렸다고. 아직까지

형은 모르고 있는 듯 한데 원래 수현이가 입사한 곳은 동작지사가 아니라 강남  지사였어. 입사해서 일도 잘하고 있는 수현이를 형이랑 떼어 놓겠다는 아버지 생각이 아  니 었다면 그 곳에서 계속 일하고 있었겠지. 회장실까지 불려가서 아버지한테 온 갖 소리  다 듣고 동작지사로 쫒겨 나다 시피 해서 왔는데 이제는 그 곳마저 수현이가 있을 자리가  없어져 버렸다고 ! ”

“ 하...하...하.. 아버지가...수현이한테 그러셨단 말이야? ”

“ 사랑한다며~ 형의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여자라서 이렇게 병원신세까지 지고 있는 거잖    아. 그럼. 아버지에게서 수현이 지켜. 더 이상 마음 다치지 않게 지키라고. 형이 못하면     내가 나설지도 모르니까. 경고하는 거야. ”

 

 

그리고 병실을 나가버리는 선우. 주먹을 세게 쥐는 승우는 흥분하고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 동안 말도 못하고 상처 받았을 수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저려온다.



8

 선우가 돌아간 뒤 1시간 뒤에 장비서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고 짐을 챙겨 승우를 병원 밖으로 부축하여 차에 태운다.

 

 

“ 집으로 가지 말고 회사로 가줘요. ”

“ 본부장님. 당분간은 며칠 동안 더 쉬라 시는 회장님의 말씀이... ”

“ 그래도 우선 회사로 가주세요. ”

“ 네. ”

 

 

승우는 회사로 가는 동안에 마음을 최대한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회사 앞에 도착한 차에서 장비서가 먼저 내려 뒷 자석에 타고 있던 승우가 내리는 것을 돕고 목발을 승우에게 건네준다. 목발에 의지하여 걷는 승우의 모습은 힘들어 보였다. 옆에서 부축해주는 장비서의 도움을 받아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회장실에 도착한 승우는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 네가 여기는 웬일이냐? 집으로 가지 않고. ”

“ 아버지가 앉아 계신 그 자리가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

“ 뭐..뭐라고? 너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게냐?  ”

“ 아버지가 일구어 오신 모든 게 얼마나 대단 하시 길래 사람을 그렇게 무시하고 마음에 상    처를 주시는 겁니까? 수현이가 아버지한테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

“ 오호라~ 그 아이 때문에 집으로 바로 안 가고 여기까지 쫒아와 이 에비 앞에서 대항하는    것이냐? 여긴 회사야. 회사에선 아버지라는 호칭을 쓰지 말라고 했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아이 이름도 꺼내지 마라. ”

“ 아니요. 그럴 수 없습니다. 4년 전에는 아버지가 수현이를 힘들게 하셔도 참았지만 이제    는 저도 안 참습니다. 분명히 미국으로 전화 하셔서 저에게 약조를 하셨었습니다. 아버지    가 원하는 공부도. 박사학위도. 다 이루어서 돌아오면 수현이와의 교재를 허락하겠다고     하셨던 것을 잊으셨습니까. 설사 잊으셨다고 하셔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제가 똑똑히 기    억하고 있으니까 상관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 너...너... 이 놈.. 당장 나가라. 여기서 당장 나가 ! ”

“ 이제 아버지가 선택 하실 차례입니다. 저를 잃으시던지. 아니면 수현이를 인정하시고 받    아들이시던지. 수현이를 인정하시고 받아들여 주신다면 착한 아들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    다면 저를 잃으셔야 할 겁니다. 제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시고 사셔야 할 겁니다. ”

“ 너..너.. 이놈...지금 협박하는 거냐?  윤 비서 ~! 윤 비서. ”

 

큰 소리로  윤 비서를 부르자 문을 열고 다급하게 들어오는 윤 비서.

 

“ 당....당장.. 이놈을 밖으로 내보내~ ”

“ ...예.. 본부장님..나가시죠. ”

 

목발을 의지한 채 회장실을 나간다. 회장실에 남아 있는 한 회장은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 한 회장을 부축하는 윤 비서. 회장실을 나오던 승우는 선우와 마주친다.

 

“ 아버지한테 한바탕 하셨군 그래. 이럴 때는 형이 참 부럽다. 아버지한테 이렇게 대항할     수 있는 형을 보면... 나는 그 사실을 알고도 고작 형한테 찾아가서 화풀이를 하는 게 전    부이니 말야.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수현이를 아버지에게서 지켜 낼 자신이 없어.    그렇지만 형이라면 완고하신 아버지의 뜻에도 굴하지 않고 수현이를 사랑할 것 같아. 형    이 목숨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수현이 .. 행복하게 해주라. ”

 

 

 그 말을 하고는 쓸쓸하게 걸어가는 선우. 그런 선우의 표정은 처음 본다. 항상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자기중심적인 동생 선우였지만 오늘 만큼은 누구보다도 인간답고 감정이 있어 보인다. 한결 더 편안한 느낌이 들 정도로 . 회사를 나오니 대기하고 있던 장비서가 차 문을 열고 승우가 차에 타는 것을 돕는다. 집으로 가던 승우가 차를 돌려달라고 하고 도착한 곳은 수현의 집 앞이었다. 차에서 내린 승우는 자신을 부축하려는 장 비서에게 괜찮다는 말을 하고는 힘들게 목발에 의지하면서 계단을 오른다. 현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는 승우.

 

“ 누구세요? ”

 

안에서는 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대답하지 않는다.

 

“ 누구지? 누구세요.. ? ”

 

라면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승우가 있자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 오..오빠..? ”

“ 이 시간에 왜 집에 있니? ”

“ 어? 아...그게... 어..그러니까.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중요한 서류를 놓고 왔더라고. ”

수현이 입고 있는 츄리링을 한번 보면서 말하는 승우.

“ 회사에서 잠시 나왔으니까 다시 들어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

“ 하하하. 응~ 바로 들어가 봐야지. 시간도 없는데. 하..하..”

“ 시간 없다면서 집에 오자마자 옷 갈아입었구나. ”

 

 

승우의 예리한 지적에 당황하는 수현을 보니 마음이 아픈 승우. 자신을 위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온다. 목발을 의지한 채 수현의 집 안으로 들어오는 승우.

 

 

“ 나.. 차 한 잔주라. ”

“ 어? 오빠. 나 다..다시 회사 나가봐야 돼. ”

“ 이제 사실대로 말해도 돼. 다 알고 왔어. ”

“ 오빠..... ”

 

자신이 마음 아파 할까봐 끝까지 숨기려고 노력하는 수현을 보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목발을 벽에 기대어 놓고는 수현을 와락 안아버리는 승우의 행동에 조금은 놀란 수현.

 

 

“ 오..오빠...? ”

“ 미안해.. 네가 이렇게 힘든 줄도 모르고. 많이 힘들었지? 정말 미안하다. ”

“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난 괜찮은 데 ..오빠가 괜히 내 걱정했구나? ”

“ 이제는 널 이렇게 내버려 두지 않아. 네가 다치지 않게 내가 지켜 줄 거야. ”

“ 응. 난 오빠 믿어. ”

승우는 안고 있는 팔을 풀러 수현의 허리에 두른다. 그리고 얼굴을 밀착 시켜 나간다. 최대한 몸을 숙여 수현에게 다가가 키스하는 승우. 승우가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그대로 승우를 받아들인다. 부드럽게 상대방의 몸을 감싸 안으며 입을 맞추는 두 사람. 4년 만이다. 이렇게 뜨거운 키스를 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