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마리 짐승이었다[32]**유전무죄 무전유죄**

어벙해200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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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실을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
람은
막연히 그러려니 할 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실감하지 못
할 것이다.
하긴 교도소뿐만 아니라 세상일이 모두 돈 없이는 되는 일이 없
기도 하지만
그러나 신체는 물론 생각의 자유마저 제한 당한 채 살아가는
수감자들에게는 그처럼 실감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어떤 일로 수사 기관에 체포되면 흔히 미란다원칙이라 일컬어지

"당신을 무슨 법 몇 조 무슨 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당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라는 말을
마치 의례적 절차를 통과하듯 기계적으로 읊어대는 수사관들의
메마른 음성에서
수사관들이 읊는 그 말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현실성을 갖는지에
대해 그 효과를 기대하는 형사 피의자들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
다.
수사관들의 수사 기법이 과학화 현대화되지 못하고
아직도 혐의자들을 강압적으로 욱박질러 범죄의 자백을 받아내려
는 전 근대적 힘에 의한 수사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우
리 현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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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수사기관에 의해 범죄 혐의자로 체포된 피의자가
신체적 정신적 자유가 억압된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수사관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도 체포에 앞서 무슨 일로 언제쯤 체포를 한다는 체포 예고
제라도 실시된다면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사전에 아무런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수사관들에 의

불시에 체포 구금되어 조사를 받는 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일단 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되면 당황하고 황당하여 어쩔 줄을 모
르는 것이 일반적 보통 사람들의 정서인데
그렇게 범죄 피의자가 수사관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 조사에 응한
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먹이를 앞에 두고 여유를 즐기는 맹수와
이제나저제나 맹수에게 먹힐 것을 기다리며 불안과 초조에서 벗
어나지 못하고 처분을 기다리는 짐승의 경우라면 지나친 표현이
라고 할까?
그러니 처음부터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우리 나라의 실정에서 피의자가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을 때부터
변호살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일부 특권층 가운데 처음 조사 과정에서부터 변호사의 입회와 조
력을 받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일반 서민들에게는 꿈속에나 있을법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구속되고 유치장이나 교도소에 있으면서 가족들에 의해 변
호사가 선임되고
재판 과정에서나마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형사 사건에 있어서 변호사 선임하는데는 최하 300 만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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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를 개업한지 얼마 안 되는
그래서 잘 나간다는 변호사는 계약금이 1.000 만원이고
일이 잘 되었을 경우 성공 사례비가 계약금을 못지 않다고
교도소에 있는 피의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었다.
거기다 변호사들 보수에 대해 부가세를 실시하여 세금 계산서 발
급을 의무화하자
그 부담이 엉뚱하게 소비자인 피의자들에게 전가되어
변호사 선임 비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더 내게되어
이래저래 피의자들에게만 부담을 지우고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이야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우선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변호사를 선임한다
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사람과 선임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법원에서 재판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법원에서 재판을 하는데 있어서도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과 선임
하지 않은 사람을 차별하여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들을 먼저 재판하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사람은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의 재판이 모두 끝난 후에 재판을 한다.
물론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국선 변호인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수고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은 사건에 대해 얼마나 관심과 성의
를 갖고 변론에 임하겠는가?
대개 국선 변호의 경우 변론이라는 것이 딱 세 마디로서
이런이런 일을 한 적이 있지요? 하는 범죄 사실에 대한 확인과
지금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며 뉘우치고 있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사건은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시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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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으며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정상을 참작해
선처를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상투적인 말로 변론을 맺는다.
단 2-3분에 걸쳐 몇 마디 말을 하고 몇 만원의 국선 변호사비를
챙겨
일반 서민들이 하루 종일 뼈빠지게 고생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챙기면서도
변호사들의 눈에는 몇 만원은 돈으로도 보이지 않는지
돈벌이도 안되고 시간만 낭비한다며 국선 변호를 서로 맡으려고
하지 않아 순서를 정해 순서대로 돌아가며 한다고 한다.
그러나 변호 제도의 더 큰 문제점은
사람들 사이에 흔히 희자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라는 말이
말만이 아닌 사실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판검사를 비롯한 변호사로 통칭되는 법조 사회에서
판사와 검사 역시 현직을 떠나면 변호사를 개업하는 것이 통례로
사법 시험 기수를 포함해 학연과 지연 등으로 얽히고 설킨 그들
사이에
일찍이 판사와 검사를 지낸 선후배들이 변호사를 개업해 사건을
맡을 경우 판사와 검사들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판사와 검사 역시 현직을 물러난 다음에는 변호사를 개업
해 먹고살아야 하는 현실적 상황에서 다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자연 변호사를 선임한 사건에 대해 모른 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악랄한 범죄라 해도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어느 정도 참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여기서 사회를 어지럽히는 각종 범죄라 하더라도 돈만 있으면 변
호사를 선임해 죄질에 비해 훨씬 가벼운 처벌을 받을 개연성이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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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하게 살다가 부도나 교통 사고 등 사소한 잘못으로
본의 아니게 범법자고 되어 구속될 경우
경제적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
하면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하는 모순이 발생할 염려가 많
다.
실제로 교도소에 있는 동안 사기나 절도 폭력 등
반사회적 범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사람들이 변호사를 선임해
보석이나 집행 유예로 나간다며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마치 피서나 여행을 온 사람들처럼 잠시 쉬어 가는 듯 태평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았는데 병이 들어도 돈이 없으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 가는 것처럼
범법자들 가운데도 돈이 없으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면치 못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낳은 고질적 병폐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한다고 하지 않고 산다고 하는데
이것은 변호사가 인권과 정의 구현을 위해 봉사하는 신성한 직업이 아니라
돈에의해 사고 팔리는 상품에 지나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