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월(滿月)***

질경이200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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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월(滿月)***

무어 그리 바빴을까?
어스럼도 내리기전 중천에 떠올랐다.

차가워 더욱 선명하고
선명하여 터질듯한 풍만함으로

노송사이에 걸렸다가 철탑위에 걸렸다가
이 밤도 밤새워 걸어야할 홀아비 마음에 걸렸다.

수심 깊은곳 으로 오랫만에 힘찬 자맥질하는
향어란 놈도 덩달아 희색이 만연하고

달을 보며
땟국물 흐르는 살림살이에
아득 바득 살면서도,
가슴 한켠은 언제나 비워두어야 하는 여 가장(家長)도
곰곰 기도 한다.

살아 한 번쯤은 저렇게 꽉 채우고 살아봤으면,

박수소리 요란하고 잊혀진 함성소리!

막노동군은 뼈골 빠지게 번 하루일당으로
탁배기를 사도 아깝지 않은 오늘,

식당집 아주머니는 산동네 구석방,
말라깽이 오누이의 하소연을 잊었고
추위도 잊었다.

보일러통 가득 석유가 있거나 말았거나
세살, 다섯살배기 아가들이 무얼 알까,

손님이야 오건 말건
TV에 눈도 팔고 마음도 팔았다.

새로운 사람이 이 땅의 대표자가 되었다고
무어 그리 바뀔게 있겠냐마는

막노동꾼은 두번 다시는 일거리 없어
길거리 배회하며 애궂은 깡통이나 차지 않게 해 주십사

식당집 여주인은 말라깽이라도 좋으니
토끼같은 내 새끼들 무럭 무럭 자라게 해 주십사

세상 물정몰라 철딱서니 없는 우리의 이웃은

더 이상 이 땅에 불의의 사고 없어
가엾은 생명 데려감이 없게 하시고

공평한 정의(正義) 이 땅에 뿌리 내려
억울하여 눈물 짓게 하는 자
없게 해 주십사 기도한다.

하얗게 밝힌 밤인데도
무어 그리 미련이 남았을까?
서쪽 산 엊저리를 서성거리는자 그대는 누구인가?




글/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