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다가오는 그의 입술을 피해 고개를 돌리며 양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 "팀장님!! 이러지 마세요. 이건.. 이건 아니에요. 분명 후회하실거에요." 담담하게 말하려 했는데…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 나온다. 더불어 손까지 떨고 있다. 이런 나를 무시하며.. 내 두 손목을 하나로 그러모아 한 손에 쥐고는 머리위로 고정시킨다. "왜 이래요? 이러지 말아요!" 그리고 나머지 한 손은… 치마 안으로 들어간 블라우스를 잡아 빼기에 여념이 없다. 몸 속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다. 오!! 안돼!!! 이남자..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안돼!!! 놔!!! 놓으란 말이야!!! 비켜!!!" 머리위로 잡혀있는 두 손을 잡아 빼려 몸부림을 쳤다. 어깨와 엉덩이… 다리를 막무가내로 흔들며 일어서려했다. 하지만.. 이 남자의 힘에… 무게에 꼼짝도 할 수 없다. "대체 왜 이래요!! 미쳤어요?? 당신!! 지금 제정신 아니야… 이봐.. 이봐요!! 김하민씨!!! 정신차려요!!! 소리 지를꺼야!!! 악!!!! 아아악!!!!!!!!!!!!!!!!!! 안돼!!!!" 어느덧 풀어 헤쳐진 가슴 사이로 그가… 얼굴을 묻고 있다. "제발… 제발.. 안돼요.. 멈춰요… 흑… 제발요… 부탁이에요… 흐읍…" 아무리 애원해도… 울어도… 그는 안들리나보다. 등 뒤로 돌아간 손은.. 브래지어의 후크를 찾고 있다. "제발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래요.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정예후씨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구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좀 멈춰요. 이러지 말아요!!!! 야!!!!!! 이 나쁜놈아!!!!! 비켜!! 비키라구!!!!!" 오.. 하느님.. 제발… 제발 절 좀 도와주세요.. 누구든.. 누구든 날 도와 달란 말야!!!!! 하지만.. 아무리 기도하고.. 몸무림 쳐봐도.. 이 방 안에… 지금 이순간.. 날 도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성을 잃은 이 남자를… 제지 시킬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오직… 나 하나… 나 홀로… 자신을 지킬 수 밖에 없는거다.
브래지어를 사이에 두고.. 내 가슴을 맴돌던 입술은 천천히 쇄골을 따라 목 언저리까지 올라왔다. 뜨거운 숨을 내 뱉으며 하체를 더욱 밀착시키는 그로 인해… 몸이 굳고… 심장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 세차게 두들겨 대지만… 이렇게… 겁먹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빠져 나가야 한다. 점점 귀를 향해 올라오는 그의 입술을 느끼며…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뭔가를… 뭔가를 찾아야해… 저기… 저 앞에… 테이블 위에… 꽃병이 보이지만… 제길!!! 젠장!!!! 손을 움직일 수가 없다. 어느 새 그의 손은 치마 속에서.. 무릎 바깥 쪽을 따라 점점 위로 올라오는데… "안돼!!!! 이럴 수는 없어!!!! 이 나쁜 새끼!!!!! 이 더러운 놈!!! 이 손 당장 치우지 못해!!!!"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다… 눈 앞에 보이는 그의 어깨를 죽기살기로 물어 버렸다. "으아아악!!!!!!!!!!!!!!!" 손목을 잡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주며… 다른 손으로 머리채를 휘어 잡는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눈물이 흘러 나오지만… 눈을 꼭 감고 버텼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만 하란 말이야!" 어느 순간 손이 느슨해 지고... 그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린다. 있는 힘껏 그를 떠밀며 튕기듯 일어났다. 잠시... 눈물로 어른거리는 시야 사이로… 그의 어깨… 흰 와이셔츠에… 붉은 핏빛이 스며드는게 보였지만.. 개의치 않고 문을 향해 뛰었다. 뛰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고 말았다. 일어서야 하는데… 그가… 언제 저 문을 나설지 모르는데… . 다리고.. 손이고... 힘이.. 하나도 없다. 움직여야 하는 걸… 도망쳐야 하는 걸… 아는데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이런거… 정말 싫다.
"으…으아악!! 아악!!! 으!! 으!!! 윽!!!!!!" 쇼파를 내리치며 소리를 지르는 그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기다시피 그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곤… 벽을 집고 일어서… 몸을 기댄 채 걸었다.
쾅!!!!! 뚜벅.뚜벅. 뚜벅. 탁탁탁탁!!! "란아씨!!! 기다려요!!! 미안해요!!! 내말 좀.. 내 말좀 들어봐요!! 란아씨!!! 정말 미안해요!!! 기다려 봐요!!" 그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도 모르게 뛰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란아씨!!! 잠깐만요!!!!" 하민의 목소리가 복도를 타고 울리며… 닫히는 문 사이로 들어왔다. 그의 발소리… 그의 목소리… 미안하단 말… 기다리란 말.. 그 어떤 소리도 지금 나에겐… 공포로 다가온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한편의 공포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보였다. 머리는 마구 헝클어지고… 눈가엔 마스카라가 번져 검은 눈물이 흐르고… 입가엔… 그의 것으로 보이는… 새빨간 피가 묻어있다. 블라우스는 온통 구깃했고…단추는 뜯겨져 나가… 얇은 나시 안의 브래지어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이게 정말 나인지… 거울 속에서 바라보는 이가… 정말 나 자신인지… 믿을 수도.. 인정 할 수도 없어... 입을 틀어 막고… 흐느껴 울었다.
블라우스의 양쪽을 단단히 여미고… 졸고 있는 경비 아저씨를 지나 정문을 나섰다. 주위를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아 보지만… 그가… 있을리 없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도로 한쪽에 정차되어 있는 택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저씨.. 삼성동 유신아파트로 가주세요." 백미러로 흘끔 거리며… 연신 쳐다보는 기사 아저씨가 느껴지지만... 고개를 돌린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는… 왜... 그가 날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했지…? 왜 그 순간 그가 생각났지…? 아니… 아니다.. 그를 찾은 거다. 그를 바란거다. 그가 와주길… 나를 감싸주길… 나를 안심 시켜주길… 너무 커다란 욕심인 걸 알면서도… 그 순간… 그.. 정예후가 내 앞에 나타나 주길 바랬다.
아니… 어쩌면… 이런 꼴을 안 보인게… 다행일지도…
"손님.. 다왔습니다." 그 말에… 정말 막막했다. 맨 손으로 뛰쳐나와… 그야말로 십원짜리 하나 없기 때문이다. 눈을 굴리며 생각을 하는데… 그럴 줄 알았다며 욕을 해대는 아저씨… "아저씨.. 죄송해요.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집에 가서 금방 돈 가지고 나올께요." "아!! 내가 그런꼴 한두번 당하는 줄 알아?!! 그러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사람 하나!! 못봤어!! 아! 어쩔거야!! 돈이 없으면 타질 말던가!! 에이!! 집에 사람 없어?? 돈가지고 나올 사람 한명도 없냐구!!" "네.." "몇호 살아!!" "…702호요." "내가 아가씨 한번 믿어 볼테니까.. 꼭 가지고 나와!!" "네..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나는 또 그녀를 기다린다. 매번 기다리고.. 기다리는 자신을… 이해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앞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하나 둘씩 빠져나오는 그 문으로… 결국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어긋났나…?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 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내가 낯설다.
이여자.. 10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올 생각을 안한다. 대체 어딜 간거야?! 무슨 일이 생겼나…? 끓어오르는 화와 걱정 사이를 오가며… 어느 덧 오기로 버티고 있다.
정말 어딜 간거지…? 11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이게 무슨 오기인가 싶어 전화를 했었다. 하지만… 수차례… 아니 수 십 통을 해도 받질 않는다. 제길!! 제발 전화라도 받으란 말야!!! 가만… 그러고 보니 하민이도 보질 못했다. 혹시………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그럴 녀석이 아니다. 그럴리가 없는데도… 내 손은 어느덧 시동을 걸고 있다.
막 아파트를 빠져나가는데… 택시 한대가 진입하는게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를 돌려 뒤따랐다. 저만치 정차되어 있는 택시안… 뒷자석의 실루엣이 보이지만… 내릴 생각을 않는다. 역시… 아닌가…? 하지만...바로 뒤에 차를 대며 바라보니… 맞다.. 그녀다. 흠… 잘도 이시간까지 날 기다리게 만들었겠다. 서로간의 약속도… 그걸 어긴 그녀도 아니지만… 왠지 눈앞에 멀쩡히 나타난 그녀에게 안도하는 마음보다는 화가 난다. 대체 전화도 받지않고 말이야… 그녀를 걱정했던 자신이 한심스러워 진다. 잔뜩 비꼬는 말을 생각하며.. 막 내리는 그녀를 따라 내렸다. "아주 좋은델 다녀오시나 보군… 연락도 안…" 돌아보는 그녀를 보고… 말을 맺지 못했다. 아니네… 멀쩡한게… 아니네.. 새파랗게 질려.. 울었는지 빨갛게 충혈된 눈… 그로인해 화장이 번져 얼룩덜룩 해진 검은 눈물 자욱... 앞가슴을 꼭 여민 채… 떨고 있는 두 손.. "무슨.. 일이지..?" 다가가며 물었다. "……" "무슨 일이냐고?" "저기… 저.. 우선... 저 대신… 차비 좀 내주시겠어요?" 그녀의 입이 열리길… 대답을 기다리며 숨이 막히는 자신인데… 겨우 한다는 얘기가 이거다. 입술을 앙다문 그녀를 노려보다... 택시기사를 향해 물었다. "어디서 출발했소?" "대한그룹 앞이요." 귀찮다는 듯 말하는 기사에게 십만원권 수표를 내밀었다. "아! 이봐요!! 이걸 어떻게 거슬러 주라는거요?" "됐으니까 그만 가봐요." "잉? 아이고 선생님!! 고맙습니다." 택시는 재빨리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자.. 이제는 대답을 들어야 겠는데? 무슨일… 있었나?" 한발 더 다가서다… 얼굴을 찌푸렸다. 드러난 목에는 붉은 자국이 여럿 있었고… 앞으로 모아쥔 두 손… 손목은 퍼렇게 멍으로 둘러싸여 부어 있었다. "뭐지 이건??!! 왜 이런거요? 말을해!!"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묻는데… "아! 아파요…" 대답 사이로 블라우스가 펼쳐지며… 그녀의 속살이 보였다. "오.. 세상에…" 황급히 단추를 찾아 닫아주려는데… 젠장!! 젠장!!! 단추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제길!! 대체.. 대체 무슨.."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내 목소리로 인해.. 그녀가 상처 받았나 보다. 고개를 떨군 채.. 어깨를 들썩인다. 숨죽여… 흐느끼고 있다. 나 자신도 알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지금은… 그녀를 달래야 한다.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또 그게 누군지… 기필코.. 알아내고 말것이다. 양복 저고리를 벗어 그녀에게 둘러준 뒤…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예상과는 달리… 순순히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간간이... 훌쩍이는 소리만 들려준다. 내 가슴이 바삭바삭 타는것도 모른 채…
똑바로 걷기【10】
점점 다가오는 그의 입술을 피해 고개를 돌리며 양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
"팀장님!! 이러지 마세요. 이건.. 이건 아니에요. 분명 후회하실거에요."
담담하게 말하려 했는데…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 나온다.
더불어 손까지 떨고 있다.
이런 나를 무시하며.. 내 두 손목을 하나로 그러모아 한 손에 쥐고는 머리위로 고정시킨다.
"왜 이래요? 이러지 말아요!"
그리고 나머지 한 손은… 치마 안으로 들어간 블라우스를 잡아 빼기에 여념이 없다.
몸 속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다.
오!! 안돼!!! 이남자..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안돼!!! 놔!!! 놓으란 말이야!!! 비켜!!!"
머리위로 잡혀있는 두 손을 잡아 빼려 몸부림을 쳤다.
어깨와 엉덩이… 다리를 막무가내로 흔들며 일어서려했다.
하지만.. 이 남자의 힘에… 무게에 꼼짝도 할 수 없다.
"대체 왜 이래요!! 미쳤어요?? 당신!! 지금 제정신 아니야… 이봐.. 이봐요!! 김하민씨!!! 정신차려요!!!
소리 지를꺼야!!! 악!!!! 아아악!!!!!!!!!!!!!!!!!! 안돼!!!!"
어느덧 풀어 헤쳐진 가슴 사이로 그가… 얼굴을 묻고 있다.
"제발… 제발.. 안돼요.. 멈춰요… 흑… 제발요… 부탁이에요… 흐읍…"
아무리 애원해도… 울어도… 그는 안들리나보다.
등 뒤로 돌아간 손은.. 브래지어의 후크를 찾고 있다.
"제발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래요.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정예후씨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구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좀 멈춰요. 이러지 말아요!!!! 야!!!!!! 이 나쁜놈아!!!!! 비켜!! 비키라구!!!!!"
오.. 하느님.. 제발… 제발 절 좀 도와주세요..
누구든.. 누구든 날 도와 달란 말야!!!!!
하지만.. 아무리 기도하고.. 몸무림 쳐봐도.. 이 방 안에… 지금 이순간.. 날 도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성을 잃은 이 남자를… 제지 시킬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오직… 나 하나… 나 홀로… 자신을 지킬 수 밖에 없는거다.
브래지어를 사이에 두고.. 내 가슴을 맴돌던 입술은 천천히 쇄골을 따라 목 언저리까지 올라왔다.
뜨거운 숨을 내 뱉으며 하체를 더욱 밀착시키는 그로 인해… 몸이 굳고… 심장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 세차게 두들겨 대지만… 이렇게… 겁먹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빠져 나가야 한다.
점점 귀를 향해 올라오는 그의 입술을 느끼며…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뭔가를… 뭔가를 찾아야해…
저기… 저 앞에… 테이블 위에… 꽃병이 보이지만… 제길!!! 젠장!!!!
손을 움직일 수가 없다.
어느 새 그의 손은 치마 속에서.. 무릎 바깥 쪽을 따라 점점 위로 올라오는데…
"안돼!!!! 이럴 수는 없어!!!! 이 나쁜 새끼!!!!! 이 더러운 놈!!! 이 손 당장 치우지 못해!!!!"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다…
눈 앞에 보이는 그의 어깨를 죽기살기로 물어 버렸다.
"으아아악!!!!!!!!!!!!!!!"
손목을 잡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주며… 다른 손으로 머리채를 휘어 잡는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눈물이 흘러 나오지만… 눈을 꼭 감고 버텼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만 하란 말이야!"
어느 순간 손이 느슨해 지고... 그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린다.
있는 힘껏 그를 떠밀며 튕기듯 일어났다.
잠시... 눈물로 어른거리는 시야 사이로… 그의 어깨… 흰 와이셔츠에… 붉은 핏빛이 스며드는게
보였지만.. 개의치 않고 문을 향해 뛰었다.
뛰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고 말았다. 일어서야 하는데… 그가… 언제 저 문을 나설지 모르는데… .
다리고.. 손이고... 힘이.. 하나도 없다.
움직여야 하는 걸… 도망쳐야 하는 걸… 아는데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이런거… 정말 싫다.
"으…으아악!! 아악!!! 으!! 으!!! 윽!!!!!!"
쇼파를 내리치며 소리를 지르는 그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기다시피 그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곤… 벽을 집고 일어서… 몸을 기댄 채 걸었다.
쾅!!!!!
뚜벅.뚜벅. 뚜벅. 탁탁탁탁!!!
"란아씨!!! 기다려요!!! 미안해요!!! 내말 좀.. 내 말좀 들어봐요!! 란아씨!!! 정말 미안해요!!! 기다려 봐요!!"
그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도 모르게 뛰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란아씨!!! 잠깐만요!!!!"
하민의 목소리가 복도를 타고 울리며… 닫히는 문 사이로 들어왔다.
그의 발소리… 그의 목소리…
미안하단 말… 기다리란 말.. 그 어떤 소리도 지금 나에겐… 공포로 다가온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한편의 공포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보였다.
머리는 마구 헝클어지고… 눈가엔 마스카라가 번져 검은 눈물이 흐르고… 입가엔… 그의 것으로 보이는… 새빨간 피가 묻어있다.
블라우스는 온통 구깃했고…단추는 뜯겨져 나가… 얇은 나시 안의 브래지어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이게 정말 나인지… 거울 속에서 바라보는 이가… 정말 나 자신인지… 믿을 수도.. 인정 할 수도 없어...
입을 틀어 막고… 흐느껴 울었다.
블라우스의 양쪽을 단단히 여미고… 졸고 있는 경비 아저씨를 지나 정문을 나섰다.
주위를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아 보지만… 그가… 있을리 없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도로 한쪽에 정차되어 있는 택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저씨.. 삼성동 유신아파트로 가주세요."
백미러로 흘끔 거리며… 연신 쳐다보는 기사 아저씨가 느껴지지만... 고개를 돌린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는… 왜... 그가 날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했지…?
왜 그 순간 그가 생각났지…?
아니… 아니다..
그를 찾은 거다. 그를 바란거다. 그가 와주길… 나를 감싸주길… 나를 안심 시켜주길…
너무 커다란 욕심인 걸 알면서도… 그 순간… 그.. 정예후가 내 앞에 나타나 주길 바랬다.
아니… 어쩌면… 이런 꼴을 안 보인게… 다행일지도…
"손님.. 다왔습니다."
그 말에… 정말 막막했다.
맨 손으로 뛰쳐나와… 그야말로 십원짜리 하나 없기 때문이다.
눈을 굴리며 생각을 하는데…
그럴 줄 알았다며 욕을 해대는 아저씨…
"아저씨.. 죄송해요.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집에 가서 금방 돈 가지고 나올께요."
"아!! 내가 그런꼴 한두번 당하는 줄 알아?!! 그러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사람 하나!! 못봤어!! 아!
어쩔거야!! 돈이 없으면 타질 말던가!! 에이!! 집에 사람 없어?? 돈가지고 나올 사람 한명도 없냐구!!"
"네.."
"몇호 살아!!"
"…702호요."
"내가 아가씨 한번 믿어 볼테니까.. 꼭 가지고 나와!!"
"네..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나는 또 그녀를 기다린다.
매번 기다리고.. 기다리는 자신을… 이해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앞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하나 둘씩 빠져나오는 그 문으로… 결국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어긋났나…?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 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내가 낯설다.
이여자.. 10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올 생각을 안한다.
대체 어딜 간거야?!
무슨 일이 생겼나…?
끓어오르는 화와 걱정 사이를 오가며… 어느 덧 오기로 버티고 있다.
정말 어딜 간거지…?
11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이게 무슨 오기인가 싶어 전화를 했었다.
하지만… 수차례… 아니 수 십 통을 해도 받질 않는다.
제길!! 제발 전화라도 받으란 말야!!!
가만… 그러고 보니 하민이도 보질 못했다.
혹시………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그럴 녀석이 아니다.
그럴리가 없는데도… 내 손은 어느덧 시동을 걸고 있다.
막 아파트를 빠져나가는데… 택시 한대가 진입하는게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를 돌려 뒤따랐다.
저만치 정차되어 있는 택시안… 뒷자석의 실루엣이 보이지만… 내릴 생각을 않는다.
역시… 아닌가…?
하지만...바로 뒤에 차를 대며 바라보니… 맞다.. 그녀다.
흠… 잘도 이시간까지 날 기다리게 만들었겠다.
서로간의 약속도… 그걸 어긴 그녀도 아니지만… 왠지 눈앞에 멀쩡히 나타난 그녀에게 안도하는 마음보다는 화가 난다.
대체 전화도 받지않고 말이야…
그녀를 걱정했던 자신이 한심스러워 진다.
잔뜩 비꼬는 말을 생각하며.. 막 내리는 그녀를 따라 내렸다.
"아주 좋은델 다녀오시나 보군… 연락도 안…"
돌아보는 그녀를 보고… 말을 맺지 못했다.
아니네… 멀쩡한게… 아니네..
새파랗게 질려.. 울었는지 빨갛게 충혈된 눈… 그로인해 화장이 번져 얼룩덜룩 해진 검은 눈물 자욱...
앞가슴을 꼭 여민 채… 떨고 있는 두 손..
"무슨.. 일이지..?"
다가가며 물었다.
"……"
"무슨 일이냐고?"
"저기… 저.. 우선... 저 대신… 차비 좀 내주시겠어요?"
그녀의 입이 열리길… 대답을 기다리며 숨이 막히는 자신인데… 겨우 한다는 얘기가 이거다.
입술을 앙다문 그녀를 노려보다... 택시기사를 향해 물었다.
"어디서 출발했소?"
"대한그룹 앞이요."
귀찮다는 듯 말하는 기사에게 십만원권 수표를 내밀었다.
"아! 이봐요!! 이걸 어떻게 거슬러 주라는거요?"
"됐으니까 그만 가봐요."
"잉? 아이고 선생님!! 고맙습니다."
택시는 재빨리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자.. 이제는 대답을 들어야 겠는데? 무슨일… 있었나?"
한발 더 다가서다… 얼굴을 찌푸렸다.
드러난 목에는 붉은 자국이 여럿 있었고… 앞으로 모아쥔 두 손… 손목은 퍼렇게 멍으로 둘러싸여 부어
있었다.
"뭐지 이건??!! 왜 이런거요? 말을해!!"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묻는데…
"아! 아파요…"
대답 사이로 블라우스가 펼쳐지며… 그녀의 속살이 보였다.
"오.. 세상에…"
황급히 단추를 찾아 닫아주려는데… 젠장!! 젠장!!! 단추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제길!! 대체.. 대체 무슨.."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내 목소리로 인해.. 그녀가 상처 받았나 보다.
고개를 떨군 채.. 어깨를 들썩인다.
숨죽여… 흐느끼고 있다.
나 자신도 알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지금은… 그녀를 달래야 한다.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또 그게 누군지… 기필코.. 알아내고 말것이다.
양복 저고리를 벗어 그녀에게 둘러준 뒤…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예상과는 달리… 순순히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간간이... 훌쩍이는 소리만 들려준다.
내 가슴이 바삭바삭 타는것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