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쿨러를 바꿨습니다. 역시 소음이 줄어드니 기분도 차분해 지네요. ========================= 아직 VGA 쿨러와 본체쿨러가 남았다 =================== 이젠 고인(故人)이 되어버렸지만 -다신 이곳에 얼씬도 하지 마라- 는 건달들의 말을 따라 활동 장소를 옮긴 철수. 그는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모자를 놓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동전을 넣어주는 사람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철수의 연주가 끝나갈 때 즈음 난 평소보다 더 축 처진 듯한 걸음걸이로 나타나 그에게 말을 걸었다. 박사 - 길거리에서 동전 한 푼 던져주고 듣기엔 미안할 만큼 멋진 연주로군. 어떤가... 나와 함께 일해 보는 게? 철수 - ......예? 박사 - 생각이 있으면 오늘 밤 자정에 이곳으로 찾아오게. 그리고.... 지금 들은 연주에 대한 값일세. 난 철수에게 명함크기의 쪽지 하나와 제법 두툼해 보이는 지폐뭉치를 건넸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와 손에 들린 쪽지를 번갈아 보는 철수. 철수 - 저..... 그러니까.... 박사 - ...... 쿡쿡쿡. 오늘밤 자정일세. 이제야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한 철수가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난 음침한 웃음소리만을 남긴 채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내가 무대에서 완전히 퇴장한 뒤에도 내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던 철수는 다음순간 쪽지를 손에 움켜쥐고 미친 듯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깡패들에게 쫓겨 자리를 옮기자마자 스카우트라니 이것이 전화위복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철수가 날아갈 듯한 걸음으로 무대에서 퇴장하고 다시 무대에 비척비척 올라선 나. 그 뒤를 천사와 악마가 따라왔다. 악마 - 마지막은 저 남자인 건가? 아, 그래도 한 명 모자라네. 킥킥..... 김양 - 어, 어째서 저렇게 선량한 사람을..? 저 남자는 당신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박사 - 손이 예쁘더군.... 그것뿐이야. 쿡쿡... 악마 - 오! 역시 센스가 있다니까! 지난번에 붙인 건 남자 거라 너무 투박했어! 팔은 그렇다 쳐도 손은 고와야지! 김양 - 대체.... 대체 그녀가 살아난 다음에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아? 반쪽짜리 몸에 누구 것인지도 모를 팔 다리를 주렁주렁 달고! 박사 - 그러니까 제일 예쁜 걸 찾는 거야. 다듬고 다듬어서 말끔하게 고치고.... 쿡쿡쿡..... 살아만 있어주면 돼. 그럼 팔 다리 따윈 얼마든지 바꿔줄 수 있어. ‘아내의 부활’이라는 목적 자체에 집착한 박사에게 이미 그 외 조건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것이 프랑켄슈타인이건, 미노타우르스건 자신의 아내이기만 하면 된다는 맹목적 사랑. .... 아내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건 그건 우선 그녀를 살린 다음의 문제다. 악마 - 차라리 이 기회에 몸통을 통째로 바꾸는 건 어때? 그럼 요기 이 라인밖에 안 생기잖아? 마침 딱 적당한 사이즈의 목표도 있는데 말이야... 악마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둘레를 따라 동그란 원을 그려 보이며 키득거렸다. 박사 - ..... 안돼, 남은 부분은 1그람도 버릴 수 없어. 악마 - 킥킥킥....그래, 그거야 네 마음이지. 이젠 모든 일이 술술 풀려간다는 듯 악마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워 보이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조명 속에 단 둘이 남은 박사와 천사. 천사 -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군요. 박사 - 쿡쿡쿡..... 그래, 이젠 마지막까지 갈 수 밖에 없어. 천사 - 아뇨, 그렇다고 끝까지 가란 소리가 아니에요. 박사 - 아니면!! 끊임없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던 난 천사의 말에 몸서리치듯 뒤를 돌아보며 울부짖었다. 박사 - 아니면 어떻게 하라고! 너도 말했잖아!!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아니, 내가 이 칼을 받아든 순간부터 이미 돌이킬 수 있는 건 없었어!! 난 품속에서 예전의 검은색 단도를 꺼내 당장이라도 천사를 찌를 듯한 자세를 취했다. 광기에 눌려 굽어진 등 뒤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절박한 살기. 그건 배수진, 그 이상의 처절함이 배어있었다. 박사 - 10 대 1이 아니라 100 대 1이라도 좋아. 그녀만 살려준다면 살아있는 사람 모두라도 죽일 거야. 천사 - .... 은하씨도 그걸 원하진 않을 거예요. 박사 - 상관없어. 난 그녀를 사랑하니까. 목적도, 수단도, 목적의 주체도 희미해져버린 맹목적인 돌진. 과연 이것이 사랑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가 낼 일이다. 어두워졌던 무대가 밝아지고, 배경은 병원. 선희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대걸레를 들고 바닥에 뭍은 혈흔들을 닦고 있다. 선희 - 아무리 병원이라지만.... 아침부터 이러는 건 너무 심하잖아. 궁시렁 궁시렁 자기 한탄을 늘어놓으면서도 묵묵히 청소를 계속하는 그녀. 무대 한 쪽에서 반대편까지 쭉 걸레질을 마친 그녀는 장막에 가려진 무대 끝을 보며 중얼거렸다. 선희 - 어라... 이방... 오늘은 열려있네? 그녀가 관객들의 시선을 벗어난 뒤 끼익-하고 들려오는 음침한 문소리. 그리고 그 직후, 찢어질 것 같은 선희의 비명이 관객들의 귀를 때렸다. 선희 - 꺄아아아악!!!! 섬뜩한 공포감이 가슴을 스쳐감과 동시에 완전히 어두워지는 무대. 타타탓- 하고 선희가 어디론가 뛰어가는 소리가 들린 다음 천천히 밝아지는 무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음을 대변해 주었다. 무대가 완전히 밝아진 뒤 난 뒤에 천사와 악마를 대동하고 선희가 등장했던 쪽에서 방을 향해 걸어갔다. 박사 - 문이 열려있군... 내가 잠그는 것을 잊었나? 악마 - 킥..... 보면 몰라? 박사 -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누가 이곳을 보기라도 하면.... 내가 그런 실수를 했을 리가.... 내가 그런 실수를...... 악마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미 다른 사람이 왔다 간 것 같네. 왠 양동이 같은 것도 엎어져 있고... 걸레도 있고.... 박사 - ....선희? 악마 - 그 여자 밖에 더 있나? 이로서 마지막 목표는 정해진 셈이군. 박사 - 아....안돼! 그녀는 안 돼! 악마 - 쿡.... 그래, 마음대로 하라고, 힘들게 그녀를 살리자마자 철창행이라니. 헛수고도 그런 헛수고가 없군. 아, 지금 잡히면 그나마도 황인가? 박사 - .... 아니야!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괜찮아! 그럼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를 거야! 악마 - 그게 말이 된 다고 생각해? 차라리 악마한테 영혼을 맡기지 그래? 쿡쿡쿡. 악마의 조소와 함께 조명은 사그러들고 곧 배경은 선희와 철수의 집으로 바뀌었다.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뛰어온 선희. 무대 중앙에 놓인 의자 위에 쪼그려 앉은 그녀는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아직까지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희 - 우욱!! 방금 본 장면을 회상하자 코끝에서 진동하는 피비린내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한참만에 간신히 토기를 진정시키고 앞으로의 일을 고심하고 있을 때 때마침 철수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선희 - 처, 철수씨!! 철수 - 어? 오늘은 일찍 들어왔네? 선희 - 철수씨....나.... 나.... 철수 -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내 얘기부터 들어줘.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가슴을 파고드는 선희의 어깨를 잡아 조금 거리를 벌린 철수는 한 번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자신감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철수 - 나.... 드디어 기회를 잡았어. 자기가 말했던 데로.... 세상이 나를 알아줄 때가 된 거야. 이제 자기도 더 이상 고생할 필요 없어. 오늘 그 사람 만나서 이야기가 잘 되면 그 이상한 병원 같은 건 내일 당장 그만 둬. 선희 - 무슨 말이야? 오늘 누굴 만났어? 철수 - 이것 봐. 오늘 어떤 사람이 내 연주를 듣고는 자기랑 함께 일해보자면서 연락처도 주고, 돈도.. 이렇게 주고 갔어. 오늘 자정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거기 가서 하면 될 거야. 선희 - 그게... 그게 정말이야? 철수 - 그렇다니까! 세상사 새옹지마라더니 전화위복도 이런 전화위복이 없어! 드디어 제대로 한 번 날아보는 거라고! 철수는 선희의 두 손을 마주 잡으며 희망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지옥 같은 광경에 얼이 나가있던 선희도 그런 그를 보며 어느새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철수 - ..... 맞다, 그런데 방금 무슨 말 하려고 했어? 선희 - 아냐,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선희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들을 털어냈다. 다 잘 될 거다.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다. 마냥 해맑은 웃음을 짓는 그녀를 보며 싱겁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는 철수. 선희는 가는 두 팔로 그의 가슴을 꼬옥 감싸 안으며 끊임없이 되뇌었다. 잘 될 거야. 이 사람이 있으니까.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48화> 메피스토3막
컴퓨터 쿨러를 바꿨습니다.
역시 소음이 줄어드니 기분도 차분해 지네요.
========================= 아직 VGA 쿨러와 본체쿨러가 남았다 ===================
이젠 고인(故人)이 되어버렸지만
-다신 이곳에 얼씬도 하지 마라- 는 건달들의 말을 따라
활동 장소를 옮긴 철수.
그는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모자를 놓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동전을 넣어주는 사람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철수의 연주가 끝나갈 때 즈음
난 평소보다 더 축 처진 듯한 걸음걸이로 나타나
그에게 말을 걸었다.
박사
- 길거리에서 동전 한 푼 던져주고 듣기엔
미안할 만큼 멋진 연주로군.
어떤가... 나와 함께 일해 보는 게?
철수 - ......예?
박사
- 생각이 있으면 오늘 밤 자정에 이곳으로 찾아오게.
그리고.... 지금 들은 연주에 대한 값일세.
난 철수에게 명함크기의 쪽지 하나와
제법 두툼해 보이는 지폐뭉치를 건넸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와 손에 들린 쪽지를 번갈아 보는 철수.
철수 - 저..... 그러니까....
박사 - ...... 쿡쿡쿡. 오늘밤 자정일세.
이제야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한 철수가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난 음침한 웃음소리만을 남긴 채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내가 무대에서 완전히 퇴장한 뒤에도
내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던 철수는
다음순간 쪽지를 손에 움켜쥐고
미친 듯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깡패들에게 쫓겨 자리를 옮기자마자 스카우트라니
이것이 전화위복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철수가 날아갈 듯한 걸음으로 무대에서 퇴장하고
다시 무대에 비척비척 올라선 나.
그 뒤를 천사와 악마가 따라왔다.
악마
- 마지막은 저 남자인 건가?
아, 그래도 한 명 모자라네. 킥킥.....
김양
- 어, 어째서 저렇게 선량한 사람을..?
저 남자는 당신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박사 - 손이 예쁘더군.... 그것뿐이야. 쿡쿡...
악마
- 오! 역시 센스가 있다니까!
지난번에 붙인 건 남자 거라 너무 투박했어!
팔은 그렇다 쳐도 손은 고와야지!
김양
- 대체.... 대체 그녀가 살아난 다음에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아?
반쪽짜리 몸에 누구 것인지도 모를 팔 다리를 주렁주렁 달고!
박사
- 그러니까 제일 예쁜 걸 찾는 거야.
다듬고 다듬어서 말끔하게 고치고.... 쿡쿡쿡.....
살아만 있어주면 돼.
그럼 팔 다리 따윈 얼마든지 바꿔줄 수 있어.
‘아내의 부활’이라는 목적 자체에 집착한 박사에게
이미 그 외 조건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것이 프랑켄슈타인이건, 미노타우르스건
자신의 아내이기만 하면 된다는 맹목적 사랑.
.... 아내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건
그건 우선 그녀를 살린 다음의 문제다.
악마
- 차라리 이 기회에 몸통을 통째로 바꾸는 건 어때?
그럼 요기 이 라인밖에 안 생기잖아?
마침 딱 적당한 사이즈의 목표도 있는데 말이야...
악마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둘레를 따라
동그란 원을 그려 보이며 키득거렸다.
박사 - ..... 안돼, 남은 부분은 1그람도 버릴 수 없어.
악마 - 킥킥킥....그래, 그거야 네 마음이지.
이젠 모든 일이 술술 풀려간다는 듯
악마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워 보이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조명 속에
단 둘이 남은 박사와 천사.
천사 -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군요.
박사 - 쿡쿡쿡..... 그래, 이젠 마지막까지 갈 수 밖에 없어.
천사 - 아뇨, 그렇다고 끝까지 가란 소리가 아니에요.
박사 - 아니면!!
끊임없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던 난
천사의 말에 몸서리치듯 뒤를 돌아보며 울부짖었다.
박사
- 아니면 어떻게 하라고! 너도 말했잖아!!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아니, 내가 이 칼을 받아든 순간부터
이미 돌이킬 수 있는 건 없었어!!
난 품속에서 예전의 검은색 단도를 꺼내
당장이라도 천사를 찌를 듯한 자세를 취했다.
광기에 눌려 굽어진 등 뒤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절박한 살기.
그건 배수진, 그 이상의 처절함이 배어있었다.
박사
- 10 대 1이 아니라 100 대 1이라도 좋아.
그녀만 살려준다면 살아있는 사람 모두라도 죽일 거야.
천사 - .... 은하씨도 그걸 원하진 않을 거예요.
박사 - 상관없어. 난 그녀를 사랑하니까.
목적도, 수단도, 목적의 주체도 희미해져버린
맹목적인 돌진.
과연 이것이 사랑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가 낼 일이다.
어두워졌던 무대가 밝아지고,
배경은 병원.
선희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대걸레를 들고
바닥에 뭍은 혈흔들을 닦고 있다.
선희
- 아무리 병원이라지만....
아침부터 이러는 건 너무 심하잖아.
궁시렁 궁시렁 자기 한탄을 늘어놓으면서도
묵묵히 청소를 계속하는 그녀.
무대 한 쪽에서 반대편까지 쭉 걸레질을 마친 그녀는
장막에 가려진 무대 끝을 보며 중얼거렸다.
선희 - 어라... 이방... 오늘은 열려있네?
그녀가 관객들의 시선을 벗어난 뒤
끼익-하고 들려오는 음침한 문소리.
그리고 그 직후, 찢어질 것 같은 선희의 비명이
관객들의 귀를 때렸다.
선희 - 꺄아아아악!!!!
섬뜩한 공포감이 가슴을 스쳐감과 동시에
완전히 어두워지는 무대.
타타탓- 하고 선희가 어디론가 뛰어가는 소리가 들린 다음
천천히 밝아지는 무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음을 대변해 주었다.
무대가 완전히 밝아진 뒤
난 뒤에 천사와 악마를 대동하고
선희가 등장했던 쪽에서 방을 향해 걸어갔다.
박사 - 문이 열려있군... 내가 잠그는 것을 잊었나?
악마 - 킥..... 보면 몰라?
박사
-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누가 이곳을 보기라도 하면....
내가 그런 실수를 했을 리가.... 내가 그런 실수를......
악마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미 다른 사람이 왔다 간 것 같네.
왠 양동이 같은 것도 엎어져 있고... 걸레도 있고....
박사 - ....선희?
악마
- 그 여자 밖에 더 있나?
이로서 마지막 목표는 정해진 셈이군.
박사 - 아....안돼! 그녀는 안 돼!
악마
- 쿡.... 그래, 마음대로 하라고,
힘들게 그녀를 살리자마자 철창행이라니.
헛수고도 그런 헛수고가 없군.
아, 지금 잡히면 그나마도 황인가?
박사
- .... 아니야!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괜찮아!
그럼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를 거야!
악마
- 그게 말이 된 다고 생각해?
차라리 악마한테 영혼을 맡기지 그래? 쿡쿡쿡.
악마의 조소와 함께 조명은 사그러들고
곧 배경은 선희와 철수의 집으로 바뀌었다.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뛰어온 선희.
무대 중앙에 놓인 의자 위에 쪼그려 앉은 그녀는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아직까지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희 - 우욱!!
방금 본 장면을 회상하자
코끝에서 진동하는 피비린내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한참만에 간신히 토기를 진정시키고
앞으로의 일을 고심하고 있을 때
때마침 철수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선희 - 처, 철수씨!!
철수 - 어? 오늘은 일찍 들어왔네?
선희 - 철수씨....나.... 나....
철수 -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내 얘기부터 들어줘.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가슴을 파고드는 선희의 어깨를 잡아
조금 거리를 벌린 철수는 한 번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자신감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철수
- 나.... 드디어 기회를 잡았어.
자기가 말했던 데로.... 세상이 나를 알아줄 때가 된 거야.
이제 자기도 더 이상 고생할 필요 없어.
오늘 그 사람 만나서 이야기가 잘 되면
그 이상한 병원 같은 건 내일 당장 그만 둬.
선희 - 무슨 말이야? 오늘 누굴 만났어?
철수
- 이것 봐. 오늘 어떤 사람이 내 연주를 듣고는
자기랑 함께 일해보자면서 연락처도 주고,
돈도.. 이렇게 주고 갔어.
오늘 자정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거기 가서 하면 될 거야.
선희 - 그게... 그게 정말이야?
철수
- 그렇다니까! 세상사 새옹지마라더니
전화위복도 이런 전화위복이 없어!
드디어 제대로 한 번 날아보는 거라고!
철수는 선희의 두 손을 마주 잡으며
희망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지옥 같은 광경에 얼이 나가있던 선희도
그런 그를 보며 어느새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철수 - ..... 맞다, 그런데 방금 무슨 말 하려고 했어?
선희 - 아냐,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선희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들을 털어냈다.
다 잘 될 거다.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다.
마냥 해맑은 웃음을 짓는 그녀를 보며
싱겁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는 철수.
선희는 가는 두 팔로 그의 가슴을 꼬옥 감싸 안으며
끊임없이 되뇌었다.
잘 될 거야. 이 사람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