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오르다 -11회- (사랑이 내려앉은 자리)

점심이슬200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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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사랑이 내려앉은 자리



 

 


영식이 안내한 집은 당장이라도 인희가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꾸며져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신발장위로 비추이는 작은 조명아래 앙증맞은 액자들이 놓여져 있고 그 벽면을 따라 서랍장이며 TV, 커피메이커 등의 가전제품들, 분홍색 큰 꽃들이 화사하게 프리트 된 시트가 덥힌 침대, 엔틱한 작은 티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도심의 불빛을 훤히 내다 볼 수 있는 커다란 창에 달려있는 하늘거리는 아이보리 빛 커튼 까지..


영식이 정신없이 몰아치는 바람에 인희는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서 부랴부랴 사택으로 들어왔다. 늘 꿈꾸어왔던 아담한 집에서 부드러운 커피 향으로 아침잠을 깨우며 하루를 맞이하는 삶을 드디어 이룰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뻤다.


생각보다 꽤 넓었다. 혼자 있기엔 조금 쓸쓸함이 묻어나올 만큼 큰 공간이었다. 이렇게 큰 공간을 혼자서 다 치지한 적이 없었다. 혼자라서 늘 형제, 자매들과 한방을 써야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혼자 차지한 방이었지만 그래도 늘 넉넉한 형편이 아니어서 침대를 놓으면 꽉 들어차서 대신 책상과 장롱을 들이고 늘 온돌식으로 잠을 자야했던 것이 고작이었다. 허전함에 티비를 켜고 이리 저리 곳곳을 살폈다. 작은 욕조가 딸린 욕실에서는 향긋한 꽃향기가 가득했다. 싱크대에는 냄비며 그릇들이 찬찬히 정리되어 있고 붙박이 된 장에는 계절별로 한 벌씩 이불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인희는 영식이 너무 고마웠다. 이래저래 자신에게 세심하게 배려를 해주는 그 사람 덕분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조금씩 누그러드는 것을 느낀다. 특히 익살스러운 표정을 볼 때면 볼을 살짝 꼬집어 주고 싶은 영락없는 개구쟁이 소년 같다.


집 정리가 대충 끝나고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인희는 문득 배정이 생각났다. 엄마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연락을 했다. 여러 가지로 인희를 챙겨주었는데 정작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배정은 무심하고 괘씸하다며 톡 톡 쏘아댔지만 진심으로 축하를 말을 전하며 저녁에 갈테니 맛있는거 준비 안 해 놓으면 다신 친구 안 할 거라고 잔뜩 어깃장을 놓았다. 그래도 명색이 첫 집들이 인데 뭐부터 준비할까 생각하다가 일단은 청소부터 끝내기로 했다. 구석구석 깔끔하게 이미 청소가 된 상태였지만 그래도 인희는 정성껏 걸레질을 했다. 청소가 마무리 되자 샤워를 마치고 장을 보기위해 마트로 향했다. 인희는 모든 것에 갑자기 의욕이 솟았다.


뭘 해 먹을까 고민하던 인희는 유난히 닭요리를 좋아하는 배정을 위해서 삼계탕을 하기로 했다. 마침 내일이 초복이라 겸사겸사 잘 되었다 싶었다. 이것저것 주전부리들을 고르다가 술을 빼먹으면 상당히 섭섭해 할 배정이 생각나 주류 코너에 멈췄다. 무슨 술을 살까 망설이다가 복분자라고 쓰여 진 팻말 앞에서 멈췄다.


예전의 달콤 쌉싸래한 맛이 희미하게나마 떠올랐다. 악몽에 힘들어하던 자신을 토닥여 주던 품, 얼굴을 스치듯 감싸던 손.. 인희는 순간 얼굴이 발그레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얼른 한 병을 집어 들고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인희씨?”


“어머.. 안녕하세요?”


“우와 뭘 그렇게 많이 사요?”


“친구가 온다고 해서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저도 장보러 왔죠. 참 내가 말 안했었나. 저도 여기 사택에 살아요. 바로 인희씨 옆집 505호예요.”


“네.. 몰랐어요.”


“사장님도 같이 살아요. 5층이 다른 층보다 평수가 좀 넓거든요.”


인희는 사장님이 바로 옆집에 산다는 말을 듣고 꽤 놀랐다. 회사에서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맘이 쓰이고 불편했는데 이젠 퇴근 후에도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섰다. 언제나 인희를 차갑게 쏘아보는 그 눈빛에 늘 움츠러들었다. 게다가 출장기간 동안  정 반대의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었다.


영식은 다짜고짜 한턱 쏘라며 저녁식사에 초대해 달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게다가 사장님까지 대동하고 나타나겠다니 부담의 극치를 느꼈지만 어차피 고마움의 표시는 해야겠다고 생각한 터라 내친김에 그렇게 하자고 했다.


한 창 준비로 바쁜 와중에 배정이 하얀 가시가 촘촘히 박힌 커다란 선인장 화분을 들고 들어섰다. 전자파 차단에 좋고 물도 가끔 생각날 때만 주어도 되니 신경도 덜 가면서 잘 자란다고 꽃가게 아주머니가 적극 권장 했단다. 그래도 집들인데 가시 돋친 선인장 보다는 예쁜 꽃 화분이 좋겠다고 했다가 이 선인장도 꽃이 핀다며 들이대는 아주머니 때문에 더 이상 자기 뜻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그것도 아주 비싼 돈을 주고 사왔노라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 댔다. 하얀 사기 화분에 심겨져있는 60센티 가량의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잎을 하이얀 가시가 소복이 덮고 있고 끝 부분에 조그만 몽오리가 올라와 있는 모습이 어떤 꽃일까 몹시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간단하게 삼계탕만 하려던 계획은 애초에 빛나갔다. 실장님과 사장님이 오실 거라고 하자 배정은 이러면 안 된다며 자신이 초대한 마냥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식탁은 아주 풍성하게 차려졌다. 과일샐러드에 잡채, 간단한 밑반찬, 부침개까지... 차려놓은 음식을 보고 배정은 꽤나 뿌듯한 표정으로 식탁을 쳐다보았다.


“내 실력 이정도면 당장 시집가도 되겠지?”


“이걸 언제 다 배운 거야?”


“흐흐 나 요즘 우리 엄마 등쌀에 못 이겨서 신부수업 받고 있잖냐.”


삼계탕이 딱 먹기 좋을 만큼 끓었을 때 초인종이 울리고 영식이 양손 가득히 화장지와 세제를 들고 들어왔다. 그 뒤로 석철이 서 있었다. 하얀 면 셔프에 아이보리 면바지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석철은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늘 짙은 색의 양복에 하얀 셔츠의 모습은 영락없이 딱딱하고 분명한 성격처럼 보였지만 오늘은 아주 여유로와 보였다. 거기다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짧은 머리가 조금은 앳되고 인상을 한층 부드럽게 보이게 했다.


“인희씨 축하해요. 뭐니 해도 집들이엔 빠져선 안 될 것 같아 준비했어요.”


“그냥 오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제 친구예요. 인사해.”


“안녕하세요 소배정입니다.”


배정이 씩씩하게 내민 손에 영식은 당황했지만 얼른 손을 잡고 세차게 흔들었다.


“강석철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사장님이시죠? 역시 뭔가 다르게 느껴지네요. 호호~”


평소 활달하고 말수가 많은 배정이 주로 대화를 이끌어 갔고, 영식이 대꾸하고 맞장구치면서 분위기가 자연스레 즐거워졌다. 인희가 가끔 대화에 몇 마디를 보태고 석철은 그저 입을 꾹 다물고 듣고만 있었다.


“인희씨 이런 날 술이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잠깐만요.”


배정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복분자주를 꺼내왔다.


“이야~ 이런 좋은 술을..”


영식이 복분자주를 보고는 너스레를 떨었다.


적당하게 차가워진 술은 정말 말 그대로 술술 하고 잘 넘어갔다. 시계가 11시를 넘기고 기분이 적당이 들뜬 배정과 영식은 2차를 가자며 인희와 석철의 손을 이끌고 기어이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음주와 가무에 익숙한 배정이 먼저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를 띄웠고 영식이 그 뒤에서 탬버린을 흔들며 보조를 맞추었다. 인희는 애꿎은 맥주만 홀짝거리고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 때 두 번 정도 와본 기억밖에 없어서 인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석철도 역시 죄 없는 맥주만 들이키고 있었다. 석철은 집들이에 함께 가자던 영식의 말에 많이 망설였다. 인희의 얼굴을 마주대하기가 왠지 어색하고 불편할 것 같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영식과 인희가 함께 앉아 있는 그 공간이 불편한 것이다. 출장에서 자신의 행동을 오해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던 인희 때문에 맘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인희는 여전히 말이 없다. 가끔 대화에 끼어들어 몇 마디 보태는게 고작이다.


명색이 집들이를 하는데 빈손으로 가는 게 맘에 걸려 영식 몰래 집 주변을 다 뒤졌다. 꽃이 좋을까? 아님 화분? 벽시계가 좋을까? 가전제품?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선택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복분자주... 석철은 출장지에서의 장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술의 색깔만큼이나 붉게 빛나던 입술.. 그녀는 술을 마시고 석철은 그녀를 마시고 싶었다. 밤새 악몽에 시달려서 창백하게 질려있던 얼굴, 흐느낌, 그녀와의 근사한 저녁과 함께 바라본 바다, 탐스러운 볼..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다가 그의 눈에 영식의 모습이 들어왔다. 인희를 향해 활활 타오르는 눈빛을 보자 석철은 다시 굳어진 얼굴로 술잔에 손을 가져갔다.


“인희야 뭐해? 앞으로 나와!! 제발 분위기 깨지 말고 적극 호응 좀 해”


“혀~엉~ 술에 웬수 졌어요? 빨리 앞으로 나와요!”


인희는 배정의 채근에, 설철은 영식의 성화에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곡은 이내 바뀌고 조용한 발라드가 흘러나왔다. 슬며시 자리로 들어가려던 인희의 팔을 배정이 붙들었다.


“사장님 우리 인희 태어나서 여태 한번도 남자랑 블루스 춰 본적 없어요.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요. 그러니 사장님이 우리 불쌍한 인희랑 춤 한번 춰주세요. 세상에 말이나 되요?”


“.....”


“사장니~ 임~ 뭐 하세욧!”


석철은 갑작스런 배정의 제의에 당황했다. 예전 자신의 손길을 매몰차게 거부하던 그녀다. 내심 기대가 되었으나 놀란 토끼같은 얼굴을 한 그녀에게 섣불리 다가 갈수는 없었다.


그건 인희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블루스라니 그것도 사장님과 함께... 손사래를 치는 인희의 팔을 끌고 기어이 석철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거부하기엔 이미 배정의 의지가 강력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인희는 할 수 없이 석철의 앞에 섰다. 석철이 그녀의 양손을 자신의 어깨에 가볍게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은 살짝 인희의 허리에 올렸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그의 품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몸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자신의 어깨에 살포시 올려진 손은 바들바들 떨렸고 땀으로 축축이 젖어 들었다. 살짝 숙여진 얼굴을 위에서 내려보고 있자니 가볍게 말려 올라간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깨물고 있는 입술도.. 떨고 있는 그녀를 놓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반면 조금이라도 이 순간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커져갔다.


배정은 석철의 시선이 인희에게 머무는 것을 몇 번이고 알아챘다. 그 눈빛은 가벼운 호기심에 의한 관심이 아니었다. 어쩜 저 사람이 인희의 마음을 변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인희도 좋은 사람 만났으면...’


대입을 앞둔 어느 날 갑자기 인희는 달라져버렸다. 자신처럼 수다스럽지도 않고 활달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곧잘 웃고 조근 조근 차분하게 말도 잘 했다. 수줍은 미소 뒤에는 제법 만만치 않은 자존심도 있어서 가끔 자신의 고집과 주장을 굽히지 않기도 했다. 말이 없어도 처음대하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만큼 충분히 따듯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그런 착한 친구였다.


평소처럼 등교하자마자 인희 부터 찾던 배정은 인희의 빨갛게 충혈 되고 퉁퉁 부은 눈을 봤다. 입술은 파랗게 멍들어있었고 얼굴은 하얀 도화지 보다 더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손으로 교복 리본을 쉬지 않고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아주 불안하고 초초해 보였다.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났음을 느꼈지만 말하지 않을 거란 인희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아는 자신이었기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고 서로 학교가 달라서 자주 볼 수는 없었지만 배정은 몇 번 인희를 위한 미팅이나 소개팅을 주선했었다. 그러나 상대 남자들은 하나같이 ‘얼음공주 사절’이라는 말로 오히려 배정을 책망했다. 처음엔 인희의 외모와 차분하고 여성스러움 때문에 몇 번 만남을 시도하다가도 늘 거리를 두고 조금이라도 다가올라치면 징그러운 벌레 보듯 도망쳐버리는 인희 때문에 다들 포기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배정은 더 이상 인희에게 어느 누구도 소개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몇 번이나 꾹 참고 만나준 인희에겐 아마 그보다 더한 고문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날 밤 옆에서 깊은 잠에 빠져버린 배정과는 달리 인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석철과 마주서 있는 동안 긴장한 탓에 온 몸이 쑤셔왔다. 그리고 석철이 살며시 감싼 자신의 허리에 희미한 감촉이 살아났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심지어는 배정이 예고 없이 옆구리를 찌른다던가 목덜미를 간질이는 장난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던 자신이었는데 잔뜩 경직된 몸이지만 그래도 석철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회사일은 정신없이 바빴다. 거의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석철의 완벽에 가까운 성격 때문에 인희는 하루 종일 석철의 스케줄을 조정하고 부탁하는 자료를 정리하고 이리저리 전화하고 전화를 받느라 퇴근시간이 다 되 가면 녹초가 됐다. 하지만 일이 꾀나 즐거웠고 하나씩 처리할 때 마다 성취감 같은 것이 그녀를 기쁘게 했다. 석철은 동시에 진행 중인 현장들을 둘러보느라 하루 종일 밖에 있을 때가 많았고 설령 사무실에 있더라도 업무상의 간단한 대화만 주고받을 뿐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가끔 영식이 찾아와 점심을 먹어주어 그나마 지친 일상에 활력을 주었다.


꾀나 더운 여름이다. 8월 초순의 찌는 듯한 더위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해결해 주지 못했다. 인희는 퇴근을 하기위해 막 가방을 들고 나서려는 찰라 울려대는 전화를 받았다.


“지금 대한병원 응급실로 좀 와주겠소?”


“무슨 일 있으세요?”


“작은 사고가 있었소. 으.. 음...”


석철의 낮은 신음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인희의 귀에 박혔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도로는 꾀나 막혔다. 인희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석철이라고 확신했다. 조금만 빨리 가 달라는 말에 택시기사는 심드렁한 표정만 짖고 있었다. 대한병원의 큰 간판이 시야에 들어오자 인희는 내려서 뛰기 시작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응급실로 들어가자 어깨에 붕대를 감은 석철이 누워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


“기획실장이 급하게 지방현장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연락할 때가 당신밖에 없었소.”


“괜찮으세요?”


“떨어지는 철근을 미처 피하지 못했소. 다행이 살짝 비껴가서 조금 찢어졌을 뿐이오.”


옆에서 주사를 놓던 간호사가 손사레를 치며 20바늘이나 꿰맸는데 어떻게 그게 조금 찢어진 거냐며 온통 피에 젖은 셔츠차림으로 무표정하게 들어서던 실장의 담담한 모습이며, 궤매는 동안 아픈 내색 하나 하지 않았다며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석철의 얼굴은 몹시도 피곤해 보였다. 인희는 고통을 참으며 인희를 향해 희미하게 웃어주는 석철이 애처로웠다. 가슴 끝이 찡하게 저려 오는게 석철이 그랬듯이 자신도 석철의 등을 토닥여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자정이 다 되어서 병원을 나섰다. 석철은 아파서 인희는 면허증이 없어서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사택으로 향했다. 오는 내내 석철은 눈을 감고 아무 말이 없었다. 마취가 풀리면서 고통이 서서히 찾아왔다. 인희는 조용히 석철의 뒤를 따랐다.


“오늘 고마웠소. 수고 했어요.”


“저녁은 드셨어요?‘


“미처 경황이 없었소. 지금은 별 생각이 없어요.”


“약 드셔야 하잖아요.”


인희는 석철 보다 앞서서 집으로 들어갔다. 상큼한 스킨 향과 약하게 베인 씁쓸한 담배냄새가 느껴졌다. 우선 급하게 죽을 끓일 준비를 했다. 석철은 오히려 인희가 더 피곤해 보인다며 만류했지만 인희는 고요하지만 민첩하게 움직였다. 다 끓여진 죽을 식탁에 차리자 석철이 욕실에서 나왔다. 하루 종일 흘린 땀과 여기저기 묻어있는 피를 닦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왼쪽 팔이 움직이기 힘들었는지 군데군데 피가 얼룩져 있었다.


“움직이기가 불편해서 미쳐 아무것도 걸치지 못했소”


인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남자의 탄탄한 상체를 보고서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석철은 어쩔줄 몰라 하는 인희를 위해서 황급히 셔츠로 어깨를 덮었다.


인희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한쪽 팔로 셔츠를 들어올리는 석철의 등에 묻은 피를 보자마자 물수건을 만들어 석철의 뒤에 섰다.


“괜찮으시다면 피를 좀 닦아야 할 것 같아요.”


석철은 무표정하게 인희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인희는 조용히 석철의 등 뒤에 섰다. 흰 수건에 비릿한 피 냄새와 붉은 물이 베여들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손이 떨렸지만 가까스로 참아내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정성껏 석철의 등을 닦아냈다.


“죽 드세요.”


인희는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붉게 물들어있었고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수건을 다 빨고 나서도 떨리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한참을 있다가 겨우 문을 열고 나오자 석철이 그릇을 싱크대에 담그고 있었다.


“고맙소.”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쉬세요.”


석철은 문을 나서는 인희의 뒷모습을 보며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생각지도 못한 배려에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자신의 등을 조심스럽게 닦아내는 그녀를 향해 돌아서고 싶었지만 그래서 박인희라는 여자를 붙잡고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어떠한 시도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한참을 서서 인희가 지나간 곳을 바라보았다.


‘당신.. 나한테 이렇게 잘 해 주면 안돼...“


인희는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너무 힘든 하루였다. 사장님의 사고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달려갔고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그를 보고 너무 놀랐다. 마치 자신의 어깨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 피를 닦아 내며 바라본 우람한 등과 어깨의 근육들이 계속 떠올랐다. 손으로 쓰다듬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던 그녀였다.


‘박인희.. 가슴이 시리고 아파.. 내가 그의 상처를 빨리 낳게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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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었습니다.

일이 많이 바쁘네요.

오늘도 9시까지 당직을 서고 글쓰느라 여태 퇴근 못했습니다.

기다리시는 분들께 무척이나 죄송해서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안기다리셨나? 아니죠? 기다리셨을거라 생각하겠습니다. 후훗~)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늘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담주에 제가 출장을 일주일동안 출장을 가셔 당분간

글을  못 올릴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최선을 다해볼께요.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