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그녀 #12 거짓말... 上

털난숭어2006.05.01
조회701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하염없이 그렇게 계속 흘러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괴로움이

뿜어진 담배 연기처럼

조금씩 사그라 들었다.

 

 

 

간간히 미희에게 연락이 오긴 하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다.

 

 

 

뭐...이만하면 그녀를 놓아준건가...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확실해져 오는건

 

 

 

 

 

 

 


배고프다는 것이다.

 

 

 


"아!!! 배고파!!!!!"

 

 

 


소리를 질렀다.

옆방에서 '누구야!! 시박색햐!' 라고

할법도 한데...

 

 

 


심심하게도 옆방 사람은 매너가 좋은가보다.

 

 

 

다시 일이나 해볼까...

 

 

일...

하긴 내가 다른 기술이 있는것도 아니고...

 

 

 

 

 

다시 해보자...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배고프잖아. 지금은

 

 

 

 

"성철이냐..?"


"어 그래. 웬일이냐 먼저 전환 다하고?"


"저번에 말한 자리 말인데..."


"아... 자리..? 짜식 일 할맘 생겼냐?"


"아직 자리 있는가보네"


"니 자리야 항상있지. 우리 사장님도 좋아 하시겠는데?"


"그래... 언제 가보면 돼?"


"음 이력서랑 사진만 들고 아무때나 오면 돼."


"무슨 회사가 그래?"


"내가 다 말해놨다니깐. 나 혼자 하지 벅찼는데 잘됬네. 야 내려와라. 내가 크게 한턱 쏠게."


"그래라. 내가 돈이 없다. 나 몸보신좀 시켜주라."


"이야.. 기대되는데? 대학때 이후로 처음 같이 일해보는건가? 야야 나 바빠서 끊는다. 나중에 전화 해줄게"


"어...그래"

 

 

 

 

담배... 마지막 돗대다...

휴.. 이거만 피고

끊어야지

 

 

일도 하고...

 

 

 


"후우...잊어주마. 기정아. 아니 미령인가? 큭..."

 

 

 


이 담배연기에 그녀를 날려버리는거야.

 

 

 

"후우..."

 

 

 

 

 

자욱한 담배연기가.

내 입에서 뿜어져 나온다.

 

 

 

 

....

 

 

 

"비네..."

 

 

 

항상 이렇다.

약속만 생기면

기다렸다는듯 비가 내린다.

 


망할놈의 하늘

 

 

친구놈이 날더러 자신의 회사 앞으로 오랜다.

비가 와서 약속을 미룰까 하다가.

그냥 오늘따라 내리는 빗소리가 듣기 좋았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내 우산을 두두리는 빗방울 소리와

마치 상처따윈 받은 적 없었다는 듯

허리를 더욱 곧게 펴고

당당히 걷고 있는 나의 모습

그다지 슬퍼 보이지 않았다.

 

 


버스정류장...

그녀와 두번째로 봤을때였나...

 

 

그녀와 버스여행 갔을때도 여기서

버스 탔었지...

 

 

낡은 버스정류장...

빗소리와 함께

이곳은 더욱 나에게 편안함을 안겨 주었다.

 


"끼익..."


버스가 멈췄다.

 


그녀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 생각에

분하고 원망스러웠지만

이 비가 그런 마음을 다 쓸어가버렸나보다.

 

 

버스에 올라타자.

버스는 출발하고 나는 버스 맨 뒷좌석에 앉은체

고개를 창문에 기대 있었다.

 


버스가 흔들거리면서 내 머리도 흔들거렸지만

상관없었다.

 


"......"

 


그녀다.

버스에

그녀가 올라탔다.

 

 

비를 맞았는지 살짝 젖은 머리카락...

그리고 오늘은 꽤 단정해 보이는 옷 차림...

 

 


"......"

 

 


나를 말 없이 쳐다보는 그녀

나도 말 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가슴이 조금씩...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

 

 

감상에 젖어 있던 내 마음에

바람이 서서히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입가에 머문 미소...

 

 

 

그녀는 벨을 누르고 내릴 채비를 했다.

그리곤 고개를 떨구었다.

나의 시선을 피하는거다.

 

 

끼익...

 

 


버스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그녀가 내렷다.

 

 

하지만 내 발은 이미 나도 모르게 그녀를 쫒고 있었다.

 

 

 

"잠깐만! 기정아!"


"......"

 

 

 

못들은척 걸어가는 그녀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잘지냈어?"


그녀의 옆에 함께 걸으며 그녀에게 말햇다.

이상하게도 점점 내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거 참 구두 신고 그렇게 걸으면 발 안아파? 미령아?"

 

 


갑자기 뒤돌아서 날 쳐다보는 그녀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반했어 나한테?"

 

".......뒷조사라도 하셨나봐요?"

 

"험... 나 배고픈데 밥좀 사줘 미령아."

 

"잘지내셨어요. 지수씨?"

 

 

 


차가운 말투로 나에게 말하는 그녀

 

 

 

"니가 돈 다 가져가서. 배고파서 그래 밥먹자. 미령아."

 

"...죄송해요 시간이 좀. 그럼 가볼게요."

 

"그냥 그대로 돌아서 가버릴꺼야?"

 

"... 정말 병신이에요? 상황이 그렇게 파악이 안되나요?"

 

"돼... 그것도 심하게... 근데 내가 미쳤나봐. 너 보면 뺨이라도 한대 칠려고 햇는데

 이상하게 멍해졌어. 하얗다 머리속이... 그냥... 그냥 너보니깐 좋아서"

 

 

 

짝!

 

 

들고 있던 우산이 떨어졌다.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간 그녀의 손길...

 

 

아프다...

 

 

 


"이제 정신이 좀 드나요? 지수씨? 배운 사람이면 배운 사람 답게. 굴어요"

 

"...아파"

 

 

 

"...사람이 너무 물렀어요. 그렇게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갈려고... 저한테

 세상이 참 험하구나... 라는거 배웠다고 생각하세요.

 퇴직금은 그거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시고..."

 

 

 

"아파..."

 

 

"...뭐 그게.."

 

 

"아프다구!!!!"

 

 


"......"

 

 


"때리면... 아파. 알아? 아프고... 너무 아파서 상처가 생겨.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어

 언제 다쳤냐는듯이...

 근데... 큰 상처가 나면 정말 치료하기 힘든 그런 큰 상처가 나면...

 흉터가 남아... 새살이 돋지 않고. 그자리에 흉터만 남아 영원히...

 아프지도 않은데... 그냥... 보기 싫은... 영원히 따라 다니는 흉터만 남아..."
 

 

 


"무슨말이 하고 싶은거에요."

 

 

"...키스해줄래?"

 

 

"미쳤어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가 내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나의 입술은 이미 그녀의 입술을 덮어 버렸다.

 

 

 

 

"읍....읍..."

 

 

 


그녀는 날 강하게 밀어냈다.

나의 그녀와의 입술에 틈이 생겨나 버리자.

다시 그녀의 손길이 내 뺨 위로 향했다.

 

 

짝!!!

 

 

 


"등신... 그렇게 사랑이 고프니? 응? 난... 난 한번도 당신같은 사람

 사랑해본적 없어. 알아? 단 한번도... 그러니까... 어서 꺼져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그녀가 돌아섰다.

난 그저 붉어진 뺨을 어루만지며 서 있을뿐이였다.

 

 

 


"한번도... 사랑해 본적...없다구!!!


 이렇게!!! 이렇게 뜨거운데!?


 내 가슴이!!! 이렇게 뜨거운데!!!


 어떻게 한번도.... 단 한번도 사랑한적 없을수가....있어?"

 

 


돌아서 가는 그녀에게

소리쳤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자꾸 눈에 물이 차서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거짓말 하지마!!! 거짓말 하지 말라고!!!!"

 

 


그렇게 혼자...

거리에 주저 앉았다.

 

 


"거짓말.....거짓말....."

 


그저 같은말만 내 입가에서 맴돌았다.

 

 

 

 

 

"이것 보세요! 왜이러세요!!"

 

 


응...?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희미해져 가는 그녀를 보기 위해

눈을 비비고 그녀를 쳐다 보았다.

그곳엔 한 남자가 그녀를 뒤에서 제압한 모습이 보였다.

 

 

 


"당신을 사기 혐의로 채포 합니다."

"무슨 소리에요!! 아악.. 아저씨 아프잖아요!"

 

 

 

사기...혐의...

채포...?

 

 

 

 

"당신은 묵비권을..."

 

 


채포라고...


그녀가...?

 

 

 


"증거 있어요!? 이거 왜이래요."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잠...잠깐만요 아저씨 이것좀 풀고... 아저씨!!"

 

 


눈 깜작 할 사이에

그녀가 경찰과 함께 이송되고

 

 

 

순간 미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미희...

미희가...?

 

 

 

"여보세요?"


"너야?"


"오빠? 웬일이야..먼저 전활 다하고 받지도 않더만"


"...기정이... 채포되는거 니가 꾸민거냐구."


"뭐? 벌써 채포 됫어? 이야 우리나라 짭새도 이제 선진국화 되가나 보네? 직접 봤어?
오빠도 고년 뒷조사고 하고 다녔구나?"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된거긴. 피해자 확보하고 증거 만들고 증인 모와서 찔렀지."


"...... 니가? 너도 수배중이잖아"


"당연히 내가 못하지. 말했잖아. 피해자는 많다고. 그중 한명을 대리인 삼았지 뭐."


"...그래서 나보고 복수 하자고 제안 한거야?"


"이런일은 오빠 전문이니까... 뭐 지금이라도 상관없어. 난 오빠를 더 믿으니까."


"... 끊는다."

 

 


-딩동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얌마 안오냐? 밥집에서 물만 3잔째다. 언능와 - 성철

 

 


내가 방금 본게...

꿈이였나?

 

물에 젖어 버린 핸드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우산...

잔뜩 젖어버린 내 옷..

멍하게 주저 앉아 있는 나...

 

나는 그대론데....

 

그녀는 사라졌다.

아직 내 뺨은 얼얼한데

 


마치 꿈을 꾼것 처럼

거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채포...돼?

 

 

 

....

 

 


"뭐하냐 계속 멍 한 표정으로..."


"음...어...아냐"


"너 이상하다 오늘? 비도 다 맞고 다니고.
 무슨일 당했냐?"


"음...아니...아니야"


"무슨일 당했구만. 정신을 못차리네 이녀석이... 자"

 

무언가 하얀 종이를 꺼내는 성철


"뭐야 이건..."


"신상명세서 같은거야. 작성하라고. 회사에서 따로 쓰는거야. 자 여기 볼팬"


"어....그래....."


"야...야! 지수야?"


"응?"


"진짜 이상하네 오늘...? 배고프대서 비싼 밥 사줬더니..밥도 안먹고"


"아...그래.. 나 배고프댔는데"


"....휴 암튼 그거랑 이력서랑 사진 네장이랑 들고 회사로 찾아와. 이번주 안까지만 오면 돼."


"어...그래....고마워..."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온통 그녀 생각밖에 나질 않았다.

 

조금은 잊었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사실 내 가슴속 깊이 이미 뿌리를 내렸었나보다...

 

채포...

 

집으로 돌와와서 침대에 한없이 천장만 보고 있었다.

 

 

문득 내 시선에 걸린 종이 한장

아까 성철이 녀석이 줬던 신상명세서다.

 


키 나이 이름.. 혈액형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숫자. 들


사장의 취향이 의심될 정도의 쓸대없는 기재란들이 보였다.

 

 

 


미니홈피 주소...

 

 

 

아...

예전에 그녀때문에 만들었떤 미니 홈피가...있었다.

만들고 나선 한번도 들어가본적은 없지만...

 

 

한번...들어가볼까?

 

 


타탁..타탁..

 

오랜만에 들어간 내 미니홈페이지는

'나다 지수. 험... 나도 홈페이지 있다.기정아 이제 놀리지 마라."

라는 소개글과 함께

참 없어 보이는 내 홈페이지가 떳다.

 


'최근 2주간 세로운 게시물이 없습니다.'

라는 문장도 보이고...

그런데 내 시선을 사로 잡는 것이 있었다.

 

 

 

 


방명록 6/27...

 

응...? 무슨 글이 27개나...